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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24
작성일 : 19-11-04 23:35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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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는 부드럽게 웃으며 찻잔을 들어올렸다. 제 앞에는 화비가 찻잔에만 시선을 주며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자신과 그녀가 차를 마시고 있는 건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기후제를 준비한다고?"

 "네? 아, 네. 마마."

 

  목적이 기후제에 대한 이야기였나.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매화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마셨다. 화비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시였다.

 

 "도대체 기후제를 왜 자네가 준비하는가?"

 "소녀가 소소하게나마 이 나라에 도움이 되고 싶어 그랬사옵니다."

 

  달그락.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보다 더 언짢았나보군. 황후도 조용히 있는데 화비가 나섰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태후마마께서 기분이 아주 상하셨어. 도대체 너는 무얼 안다고 나서는 게냐."

 "……."

 

  과연 예상한 바였다. 허나 직접 부르지 않고 화비를 통해 혼낼 줄이야. 자존심은 상한다, 이런 말인가. 매화는 그저 웃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향긋하고 고소한 차만 맛볼 뿐이었다.

 

 "태후마마 심기를 거스른 점은 죄송합니다."

 "그럼 당장 기후제를 취소하고…."

 "허나 지금 제가 실패할까 우려하시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럼 성공할 수 있단 말이냐."

 "물론입니다, 마마. 제가 거짓말로 태후마마 심기를 제가 거스르겠습니까."

 

  반드시 해내야지. 더더욱 해내야만 했다. 화비는 그녀가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이자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든 말든 매화는 반드시 선보일 생각이었다. 비는 내릴 것이다. 단순히 기후제를 드린다고 해서 확신의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었다.

 

 "제가 비를 내리는 걸로 진상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만약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저는 거짓을 고한 것이고, 그럼 죽어 마땅한 몸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태후마마 마음에 꼭 들도록 비를 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잠시나마 가뭄을 멈춰야하지 않겠습니까."

 

  매화는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을 마셨다. 화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와의 모임은 그렇게 끝났다. 친하지도 않은데 갑자기 왜 부르나 했는데 겨우 이런 이유였던 말인가. 아니지. 태후에게 설설 기는 화비라면 그럴만도 했다. 걸으면 걸을수록 매화의 얼굴은 차갑게 식어갔다.

 

 '화비 륜씨를 황후로 세울 생각인가.'

 

  아마 그럴 일은 없을 터였다. 화비는 태후의 비위는 잘 맞춰 마음을 사로잡을 순 있다고 해도, 재물이나 가문이 별로였다. 지방귀족 중에서 좀 유명한 가문일 뿐이었다. 명예는 어느정도 있지만 재력이 없다. 아무리 태후라지만 재물도, 지위도, 명예도 있는 황후를 쉽게 쳐낼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황후 견제용인가. 황후에게도 말하지 않고 화비만 불렀다면 그게 가장 맞을 터였다. 속에 구렁이만 가득한 늙은이같으니. 저절로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떴다.

  그때 저 멀리서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일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매화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소리가 가까워질 때쯤 깊이 몸을 숙였다.

 

 "폐하를 뵙습니다."

 "……."

 "영원한 홍복을 누리소서."

 

  깊이 숙인 몸은 황제가 일어나라 말할 때까지 일으켜서는 안된다. 적어도 자신을 무시하고 완전히 발걸음 소리가 떨어질 때까지는. 그런데 떠나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일으키라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 매화는 그가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일어나라."

 

  그의 말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는 여전했다. 달라진 게 없는 모습에 매화는 고개를 숙였다 들어올렸다.

 

 "하문하실 게 있으십니까."

 "……."

 "신첩, 폐하의 여인 아닙니까. 편히 말씀하시지요."

 

  뒤에 서있던 무사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아마도 건방지게 나선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매화는 그를 잠시 노려본 후, 훤에게 시선을 맞추고 웃었다.

 

 "정말인가."

 "무엇이 말입니까."

 "기후제를 해서 비를 내릴 수 있다는 그 말 말이다."

 "혹시 신첩을 걱정하시는 겁니까."

 

  소매를 가리며 웃자 훤은 인상을 찌푸렸다. 농입니다. 소매를 내리며 말하자 뒤에 있던 궁녀들 또한 얼굴이 차게 굳었다. 누가 감히 미쳐버린 황제에게 농을 건넬 수 있단 말인가. 목숨을 걸고 한 말임에 틀림없었다. 곧 칼이 그녀를 베어내겠지. 그런 생각으로 다들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이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내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확신하지."

 "제가 폐하께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훤 또한 기억하고 있었다. 반드시 자신을 보여주겠다고 말한 건방진 매화의 모습을 또렷하게 말이다. 하지만 여태까지 비가 내리지 않은 나라였다. 그런데 그녀가 날씨를 바꿔 비를 내리겠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술사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애꿎은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술사들보다 확실할테니 두고 보시죠."

 "……."

 "폐하께 증명해보이겠습니다. 이 일이 끝나면 제가 폐하께 입증할 수 있겠죠."

 

  매화는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일어섰다. 그를 지나치려는 순간, 작게 속삭였다.

 

 "폐하께서도 저를 조금은 믿으셨으면 하는, 한낱 후궁의 바람입니다."

 "…기대하지."

 

  훤은 짧은 답을 끝으로 곧장 앞으로 향했다. 매화는 조금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돌아봤다. 그러나 어느새 텅 빈 자리만 존재할 뿐이었다. 가만히 빈 곳을 바라보던 매화는 피식 웃고는 자신의 궁으로 떠났다.

 

 

 *

 

 

  천위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태후에게 모든 이야기가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태후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분명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후궁 하나가 건방지게 기후제를 지내겠다는데 냅둔다, 라. 아무래도 이건 비 오면 좋지만, 안 오면 나 하나만 없애겠다는 의미인가. 매화는 피식 웃었다.

  어쨌든 상관없었다. 천위제에는 비가 내릴 것이다. 매화는 머리를 만지며 고운 연꽃이 달린 비녀를 꽂고 있는 소나에게 말했다.

 

 "소나야."

 "네, 마마."

 "아직 서신이 오지 않았느냐."

 "네. 아무래도 천위제로 인해 감시가 심해진 모양입니다."

 

  천위제가 되면 한낱 미물조차도 감시 받게 된다. 아마도 궁 밖에서 들여오는 건 더욱 심할 테지. 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 천위제가 모두 끝나야 할 것이다. 오늘, 몇 시간 이후를 기점으로 자신의 삶이 바뀔 것이다. 황제에게 드디어 자신의 힘을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온다. 그 사실 자체가 그녀에게는 너무도 재밌는 일이었다.

 

 "일이 모두 끝나면 둘에게 금을 내리겠다."

 "네? 마마, 그게 무슨…."

 "나는 곧 목숨을 걸러 간다. 아마 너희들에게도 위협이 있을 거야. 그에 대한 미안함이다."

 

  매화는 그렇게 말하며 잘 올려진 머리를 바라봤다. 하얀 비단과 어울리는 가녀리고 처연한 비녀다. 화려하지 않고 단정하고 청아했다. 이거면 되겠지. 고개를 끄덕인 매화가 벌떡 일어섰다.

 

 "마마, 그리 말씀하지 마옵소서. 소녀는 이미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다."

 "소인 또한 그렇습니다."

 "…그래. 과연 내가 보는 눈은 있구나."

 

  천천히 문 근처로 가자 좀 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 소나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소매 속에 두 손을 가지런히 숨기고 앞으로 걸어갔다. 앞을 보니 노란 비단을 곱게 차려입은 예리가 보였다. 그녀는 노란 비단과 어울리는 금잉어 비녀를 하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친 그들은 서로 웃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곧 가마를 타고 그들은 태후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 가면 시작이었다. 천위제의 시작. 과연 이 천위제가 자신에게 어떤 달콤한 과실을 줄까. 생각만 해도 신이 난 매화는 키득키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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