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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교환 학생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19.11.4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
비밀리에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온 교환학생을 받는다.
교환학생이래 봤자, 100년 후 미래에서 사학을 전공하는 동문들이지만.
2018년 서울의 생활사를 연구하러 온 2118년의 남자, 현호.
그런 그의 시크릿 멘토로 간택된 국사학과 수석, 다희.
두 사람의 유쾌한 룸메이트 생활이 궁금하다면
학기 '등록'을 서두를 것!

-내 일상을 망치러 온, 나의 교환 학생.

 
첫날 밤
작성일 : 19-11-04 17:20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6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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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말하는데, 너랑 룸메 따위 절대 안 해.”

 “골 울려, 그만 떠들어…….”

 만난 지 몇 분만에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된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며 밤거리를 걸어갔다. 서로 한 치의 틈도 없이 딱 붙어서.

 100년을 거슬러 온 현호의 여독은 비행기 몇 시간 타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온몸의 세포가 찢겨졌다 다시 붙었으니, 그 고통이 상당했을 터. 그는 다희에게 의지해 진이 다 빠진 몸을 끌고 갔다. 부축을 하는 이도, 받는 이도 불쾌한 상황이었다.

 “김 조교가 대체 누구야? 어떻게 생겼나 얼굴 좀 봐야지. 일 처리가 아주 엉망진창인 게 앞으로 볼 만하겠어.”

 조용히 하라는 현호의 말에도 다희는 가득 쌓인 불만을 구시렁구시렁 늘어놓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가 처한 곤란한 처지를 생각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오늘 처음 만난, 그것도 까칠하기 짝이 없는 남자를 자취방으로 데려가 재워야 하니.

 고시촌으로 더 유명한 ‘녹두 거리’는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이 모여 사는 대학가이다. 충청남도 서산이 고향인 다희 역시 1학년 때부터 이곳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고깃집에서 풍기는 진득한 기름내와 맥주 몇 잔 걸친 사람들의 걸걸한 목소리. 5층 이하의 낮은 건물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는 네온 불빛. 학기가 시작되면 지금보다 더 북적이고 정신 없을 테지만, 녹두 거리에 막 입성한 현호의 눈엔 충분히 자극적인 풍경이었다.

 몸은 고단했지만, 그는 과거로 와 처음 보는 군중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사람들의 행색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촌스럽고, 지나치는 상점마다 조야한 물건들이 그득하다. 문화 충격에 걸음이 더뎌진 현호의 옆에서, 그를 부축하고 있는 다희는 죽상을 지었다. 남들이 보기엔 딱 술 취한 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는 꼴이었다.

 자취방 건물 앞에 도착해, 다희는 미리 양해를 구했다. “미안하지만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3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돼.”

 “미개해”라고 현호는 작게 혼잣말을 했다. 한숨 섞인 목소리였다.

 “개, 뭐?”

 현호가 고개를 떨구고 있어, 다희에게 그 말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다. 닭 모가지처럼 축 늘어뜨린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리며 현호가 말했다. “계단. 오르라고 빨리.”

 어찌 된 게 입만 떼면 명령조다. 다희는 툴툴거리면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 이 인간이랑 진짜 같이 자야 되는 거냐고!

 <301>, 호수가 적힌 문 앞에 서서 다희는 열쇠를 꺼내 들었다.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고 돌리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현호의 시선이 다희는 언짢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왠지 무시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누가 올 줄은 몰라서, 좀 지저분할 거야.”

 “각오하고 있어.”

 각오까지 할 일인가, 다희의 미간이 일순 구겨졌다. “무슨 뜻이야?”

 “열기나 해, 쓰러질 거 같아.”

 “어? 어, 알았어.” 현호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 다희는 질문을 그만두고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둘이 서 있기조차 비좁은 현관에 들어선 현호는 다희의 자취방 꼴을 보고 짧은 탄식을 뱉었다. 창문가에 놓인 침대 하나, 간단한 조리만 가능한 부엌, 턱이 높은 화장실, 금방이라도 머리가 닿을 것 같은 천장. 각오했던 것보다 더 열악한 환경의 원룸이었다.

 “내가 평소엔 잘 치우고 사는데, 요새 좀 바빠서…….”

 다희가 열심히 발끝으로 휘휘 숨기는 빨랫감이나 과자 봉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더 이상 실망할 수도 없을 만큼, 그는 지금 포화 상태였다.

 “잠깐 여기 있을래? 청소기라도 한번 돌리게.”

 “됐어.”

 침대로 향하는 현호를 따라 다희도 걸음을 옮겼다. 깔끔떠는 부류의 인간인 줄 알았더니, 다희는 의외로 쿨한 현호의 태도에 눈썹을 들어올렸다. 더럽든 말든 빨리 눕고 싶을 정도로 많이 아픈 건가?

 “이불도 좀 털고 누워야 되는데.”

 “그럴 필요 없어.” 현호가 무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미 최악이니까.”

 섣불리 내린 평가도, 무심결에 한 걱정도 그 한 마디에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뭐, 최악? 하, 이자가 진짜!” 다희는 현호를 신경질적으로 밀어버렸다. 그 바람에 침대 위로 내동댕이쳐진 현호는 으윽, 하고 신음을 흘렸다.

 “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러더니, 여기저기 욱신거리는 몸을 두 번이나 내던진 다희를 향해 현호가 빽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자 질세라, 다희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않고 터트렸다. “아파? 나도 아파!”

 두 눈 부릅뜨고 자신을 쏘아보는 다희의 반응이 기가 찬 듯 현호는 허, 하고 짧은 숨을 토했다.

 “뭐, 최악? 여기까지 힘들게 데려온 사람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정나미 뚝 떨어지는 말본새하고는. 100년 후엔 도덕 시간 없어졌나 보지? 아님, 가정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거나!”

 확-. 팔꿈치를 세워 상체를 겨우 지탱하고 있던 현호가 눈빛을 달리하여 다희에게 달려 들었다. 흥분해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 그만 뇌관을 건드린 것이다.

 “이, 이거 놔…….”

 아프단 사람이 힘은 어디서 났는지 현호는 단숨에 다희를 제압했다. 벽에 밀쳐진 상태로, 그녀는 코앞에 다가온 현호와 시선을 맞췄다. 핏기 없이 하얗게 질린 얼굴에서도 그의 검은 동공은 날카로운 빛을 냈다. 힘겹게 들어올린 눈꺼풀은 진한 눈매를 만들었다.

 “1억, 안 받을 거야?”

 차분히 가라앉은 현호의 목소리에 다희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아직도 현실감 없는 액수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1억이요?!’

 ‘그래, 그래, 1억.’

 신 교수는 품에서 꺼낸 계약서를 다희에게 건넸다. 조명이 어두워 내용을 자세히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계약서 말미에 적힌 금액은 분명 0이 9개! 1억이 맞았다.

 ‘한 학기 동안 이 사람의 멘토가 되면 1억을 준다고요?’

 ‘근로 장학금 형식으로 나갈 거야. 매달 2500만원씩. 9, 10, 11, 12. 네 달이면 1억 맞지? 응, 맞네, 1억.’

 자문자답을 하며 신 교수가 곱셈의 마칠 때까지도 다희는 길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계약서 잘 읽어 보고 사인해서 현호 학생한테 줘. 저쪽 학교에서 행정 처릴 해야 하니까.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당사자들끼리 잘 상의하고. 특히 그 룸메이트 건에 대해서.’

 ‘네에…….’

 이게 꿈이야 생시야? 100년 후의 세상에서 동문이 왔단 것만도 놀라 자빠질 지경인데, 1억이라니, 1억이라니!

 과외를 몇 탕 뛰어야 모을 수 있는 돈인가, 다희는 갑자기 인 물욕에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멘토라느니, 룸메라느니, 저항감을 불러일으키던 역할들은 잊은 지 오래였다.

 ‘그… 저… 근데 문제가 좀 생겼어.’

 ‘네…….’ 어둠 가운데 계약서를 살피는 다희는 더듬더듬 꺼내는 신 교수의 얘기를 귓등으로 들어 넘겼다.

 ‘원래는 거처를 미리 마련해 뒀어야 하는 건데, 김 조교가 일 처리를 늦게 하는 바람에… 그런 녀석이 아닌데, 왜 안 하던 실수를 했는지… 룸메이트 때문에 뭔가 착오를 했나 봐.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하여튼! 그래서 오늘밤은 다희 학생이 이 친구를 좀 데려가 재워줬음 싶은데…….’

 ‘네에…… 네? 뭐라고 하셨어요?’

 ‘상태를 보면 알겠지만, 시간 여행의 여파로 밤새 앓을 거야. 병원엔 못 데려갈 테니까 너무 심하면 진통제나 하나 사다 먹여. 보통 하루이틀 자고 나면 괜찮아지더라고.’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난 이만 컨퍼런스 준비하러 가야 해서, 그럼 잘 부탁해, 다희 학생!’

 ‘교, 교수님……!’

 이만 총총, 하고 재빨리 사라져버리는 신 교수를 따라가자니 옆에서 숨 넘어갈 듯 위태로워 보이는 현호가 걸렸다. 그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우수에 젖은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돈에 눈이 멀지만 않았어도 보살핌이 필요한 저 이방인, 하룻밤 신세 정돈 교수님 댁에서 져도 되지 않겠느냐고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괴짜. 졸지에 현호를 떠안게 된 다희는 신 교수를 두고 괴짜도 저런 괴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긴, 상식적인 행동이 가능한 인간이었다면 ‘싸이코’라는 별명도 붙지 않았겠지.

 현호를 끌고 녹두 거리로 오는 내내, 야시시한 불빛의 모텔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 허름한 단칸방에서 둘이 있느니, 비싼 숙박료를 물더라도 현호를 모텔에서 재우잔 생각에서였다. 1억이나 생겼는데, 모텔 숙박료쯤이야.

 ‘하…….’ 그러나 줄기차게 제 정수리에 뿜어대는 뜨거운 숨결과 끙끙대는 신음이 그를 모텔에 버려두잔 생각을 밀어냈다.

 밤새 앓을 거야, 밤새도록 앓을 거야, 밤새도록 끙끙 앓을 거야! 괴짜의 원망스런 육성이 눈덩이처럼 불어와, 가슴에 턱턱 얹혔다. 빌어먹을 책임감까지 보태, 결국 집에 데려왔건만.

 

 “싫음 말해. 지금이라도 딴 사람 알아보게.”

 산송장 꼴은 해가지고 입만 둥둥 산 놈이 못 하는 말이 없다. 더 분한 건, 그의 도발에 시원하게 ‘싫다, 그래!’ 하고 답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1억. 아아, 애달픈 그 이름이여.

 “……미안.”

 일단 숙이고 보자, 다희는 노선을 바꾸었다. 돈 앞에 비굴해진 자아를 위해, 병자를 상대로 목소리 높이는 건 옳지 않다, 자기 합리화도 했다.

 “그리고 너, 말끝마다 반말인데 내가 너보다 네 살 많거든? 말본새 고쳐야 할 사람이 누군지 잘 생각해 봐.”

 그 말을 끝으로 현호는 다희를 잡은 손에서 힘을 뺐다. 창수(漲水)처럼 일었던 분노가 사그라지자 현기증이 밀려왔다. 침대에 몸을 누웠는데도 어지러워 속까지 메슥거렸다.

 “불 끄고 나가.”

 “응? 나가다니? …요?”

 아. 현호는 그가 단칸방이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을 바꿨다. “불 꺼. 쉬고 싶어…….”

 그래, 고단하겠지. 다희는 불을 끄려 스위치 앞으로 갔다. 불을 끄기 전 바라본 현호의 모습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한 팔을 이마 위로 가져가 얼굴의 반을 가려버렸지만, 그 반쪽 얼굴만으로도 그의 쓸쓸함이 읽혔다.

 “……잘 자요.”

 탁-. 방의 불을 끈 다희는 조심스레 화장실 문을 열었다. 전구색 불빛이 닫힌 화장실 문틈 사이로 삐져나왔다. 이내 화장실 안에서 물소리가 났다. 집에 낯선 객이 들었으니 목욕까진 못 하겠고, 손발이라도 간단히 씻고 나올 것이다.

 현호는 살며시 감았던 눈을 떴다. 무기력한 얼굴을 가리려 들어올렸던 팔도 내렸다. 그러자 천장에 붙어 있는 야광 스티커가 보였다. 별 모양이었다.

 ‘미쳤어요? 거기가 어디라고 애를 보내요! 당신 지금 제정신이에요?’

 ‘유난 떨지 마. 현호가 처음도 아니잖아.’

 ‘안 돼요. 난 내 아들 위험한 꼴 못 봐.’

 부모님이 다투던 소리가 100년 전 세상에서도 생생히 들린다.

 ‘당신이 이러면 내가, 우리 기업이 뭐가 돼! 현명하게 굴어, 이 일이 현호 앞날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은 안 해?’

 ‘안 해요! 우리 현호가, 당신네 타임 머신 홍보하려고 있는 줄 알아?’

 ‘이 사람이, 글쎄……!’

 ‘온몸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이라며, 그거 때문에 잘못된 사람이 한둘이냐고.’

 ‘언제적 일을 갖고 물어져. 그건 다 제품 초기 때 일이야! 국가에서도 안전하다고 보장하는 판국에 당신이 그렇게 의심을 해서야 되겠어?’

 ‘그렇게 안전에 자신이 있음 당신이 가지 그래요? 아님, 현주나 현석일 보내든가!’

 ‘걔네는 다 졸업을 했잖소. 이제와 교환 학생을 어떻게 가?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시간 여행을 뭐 꼭 교환 학생이어야만 가요? 이유야 만들면 그만인걸!’

 ‘억지 부릴 걸 부려.’

 ‘억지? 하, 내가 당신 속셈을 몰라? 우리 현호가 내 아들이라 보내려는 거잖아요, 본부인 자식들 아끼느라고!’

 가만두면 또 손찌검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섰다.

 ‘제가 가겠다고 했어요.’

 ‘현호야!’

 ‘아버지한테, 제가 가겠다고 한 거라고요.’

 ‘싫으면 싫다 그래. 너 억지로 갈 이유 하나도 없어. 엄마가 다 막을 거야, 엄마 할 수 있어.’

 아니, 어머닌 못해요.

 ‘억지로 아니야, 진짜 가고 싶어.’

 ‘왜? 거길 왜 가고 싶은데? 위험하기 짝이 없는 그런 델 대체 왜……!’

 ‘……별이 많대서.’

 ‘뭐?’

 황당해하며 쳐다보던 어미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이유였다.

 “별…….”

 100년 전 세상에 도착해 바라본 밤하늘엔 듣던 대로 별이 많았다. 예뻤다. 그래서 슬펐다. 위험을 무릅쓰고 여길 오겠다고 한 이유가, 진짜처럼 들리게 될까 봐.

 이렇게 별이 많은데, 천장에 왜 저런 걸 붙여 놨을까. 상관없나. 저깟 계집, 별나든 말든.

 

 * * *

 

 창문이 열렸는지, 시원한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와 이마를 간질였다. 현호는 여러 번에 나누어, 조금씩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부유하는 먼지 입자들이 햇살에 반짝, 했다. 낯선 세상에서 맞는 첫 아침이었다.

 꿈 한번 안 꿨어. 난생 이리 불편한 잠자리는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밤새 숙면을 취한 건, 그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호는 상체를 일으켜 침대 위에 앉았다. 고개를 한 바퀴 크게 돌리더니, 뒤로 젖혀 목 안쪽을 쭉 늘어뜨렸다. 아, 시원하다.

 그렇게 찌뿌드드한 몸을 위에서부터 풀어주고 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어깨에서 팔뚝을 반대편 손으로 쭉 훑은 현호는 천천히 그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알몸! 순간 아찔한 전율이 등골을 타고 올라와 후두를 강타했다. 그는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몸을 웅크렸다. 일반 재질의 천은 시간을 통과할 수 없는 탓에, 슈트 안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당황하던 것도 잠시, 그는 침착하게 목 옆의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검정색 슈트가 용의 비늘처럼 전신에 퍼져 벌거벗은 그의 몸을 감쌌다.

 평정을 되찾은 그의 모습은 마치 적을 눈앞에 둔 전사 같았다. 싸늘한 눈빛은 당장이라도 광선을 쏘아댈 기세였다.

 “이다희.” 현호는 바닥에서 세상모르고 자는 다희의 등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그녀가 몸을 배배 꼬면서 “으응……”하며 앙살을 부렸다.

 “일어나, 이다희.”

 한 번 더 깨우자 전보다 더 움직임이 커졌다. 답답한 마음에 현호는 목소리를 키웠다.

 “일어나라고, 이 변태야!”

 “뭐, 뭐, 뭐야. 나 왜 변태, 왜…….” 놀란 듯, 다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급히 몸을 일으켰다. 멍청한 얼굴로 저를 올려다보는 그녀에게 현호가 물었다.

 “네가 벗겼지, 내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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