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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23
작성일 : 19-11-03 21:39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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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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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드리우고 모든 것이 깜깜해진 궁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요리조리 움직였다. 밤에 드리는 기도가 좋다며 매화가 보성과 루가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호롱볼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보성이 제대로 들지 않고 걸어가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군. 그녀의 태도는 날이 갈수록 건방져갔고, 매화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마, 정말 이건 아닙니다."

 

  투덜거리며 말하는 보성을 보며 매화가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건방지게 주인이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주절주절, 이런 저런 말을 꺼낸다. 아주 나를 만만하게 보는 군. 매화는 소매로 입을 가렸다.

 

 "아니라니?"

 "기도라뇨. 기후제라뇨! 그러다 비가 안 오면 마마의 목이 날라가실 수도 있습니다."

 "정말 내 목을 걱정하는 거니. 아니면 네 목도 같이 날아가니까 걱정하는 거니."

 

  후궁에게 배속된 궁녀는 다른 후궁이 그녀를 데리고 가지 않는 이상, 평생 그 후궁에게 소속된다. 죽으면 같이 순장까지 하는 터라, 보성은 제 목숨이 위험해지는 위기에 놓여 그녀에게 이런 저런 말로 투덜거리고 있던 것이었다. 그녀의 일침에 보성은 뜨끔했다. 그러나 아닌 척, 말을 돌렸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마마가 걱정이 되다보니…."

 "네가 뭔데 나를 걱정하는가?"

 "네?"

 "네가 뭔데 나를 걱정하냐고 물었다. 궁녀면 자고로 얌전히 내 눈치나 보며 열심히 수발만 들면 되는 것을. 네가 뭔데 걱정하느냐."

 

  이런. 말을 잘 못 했나? 보성은 싸늘한 시선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죄송합니다, 마마. 자신의 목숨이 지금 당장 없어질 걸 깨달은 보성이 사과했으나 이미 매화의 마음이 떠난지 오래였다. 오늘 당장 보내는 서신에 그녀를 뒤바꿔치든 죽이든 하라고 해야겠다. 더는 오래 볼 수 없었다. 매화는 조심스럽게 소매 속에서 서신을 꺼내들었다.

 

 "보성아, 이걸 내일 아침 우정국으로 보내렴."

 "네?"

 "우리 가문에 보내는 서신이다. 기후제에 대해 알려드려야 하지 않니."

 "…네."

 

  갑자기 무슨 심부름이야. 투덜거리면서도 보성은 안도했다. 그래도 마음은 풀리셨나보다. 보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서신을 받아드렸다.

 

 "진시에 보내야 한다."

 "네, 마마."

 "그럼 넌 이만 들어가보렴. 저 애에게 호롱불을 넘기고."

 "네?"

 "내일 진시까지 보내려면 일찍 일어나야하지 않니?"

 

  배려해줬다는 식의 말투에 보성은 기분이 나쁘면서도 꾸벅 고개를 숙였다. 루가에게 던지듯이 호롱불을 넘긴 보성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쯧. 작게 혀 차는 소리를 낸 매화가 말했다.

 

 "루가야, 내일이면 궁녀가 바뀔 테니 걱정 말아라."

 "네?"

 "나는 기도를 드리러 안에 들어가볼테니 너는 여기 있으렴."

 

  루가는 어벙벙한 표정으로 그녀를 봤지만, 매화는 대답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보성은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궁에는 아주 잠깐 비상이 걸렸으나,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궁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했고, 누군가 죽는 건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그대가 말한 대로 처리했습니다. 곧 이쪽에서 보낸 사람이 갈 것입니다. 그쪽은 우리 편이니 편하게 행동해도 좋습니다. ]

 

  매화는 간단하게 적힌 서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루가에게 넘겼다. 타닥타닥. 타는 소리와 함께 서신이 불타올랐다. 루가는 힐끔 계속 매화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는 향유를 부어 머리에 바르며 말했다.

 

 "왜 그러니. 궁금한 것이라도 있느냐."

 "아, 네. 그게 아니라…. 아닙니다."

 

  아마도 보성이 죽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리라. 하지만 굳이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상궁이 와서 다른 궁녀가 보필할 것이라고 알렸다. 아마 곧 오겠지. 비녀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려던 매화에게 루가가 말했다.

 

 "마마, 제가 ㄷ, 도와드릴까요."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거니 괜찮아."

 "네, 네."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쩐지 시종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거 같아 루가의 어깨가 축 처졌다. 비취 비녀를 꽂으며 그 모습을 본 매화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똑똑.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고운 미성이 들려왔다.

 

 "마마, 마마를 모실 궁녀를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오게."

 

  조심히 문이 열리고 상궁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꾸벅 고개를 숙인 그녀가 자신의 뒤에 있는 자를 그녀에게 보였다. 얼굴을 보니 금국 사람은 아닌 듯 한데, 이 자가 정말 제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인가. 힐끔 그녀를 보는데, 그녀가 빙글 웃으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마마를 뵙습니다. 소녀, 앞으로 마마를 모실 소나라고 하옵니다."

 "그렇군. 앞으로 잘 부탁하네. 상궁은 그만 물러가도 좋네."

 

  상궁은 그 말에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갔다. 탁. 문이 닫히고 소나가 그녀에게 다가와 서신을 내밀었다. 서신은 펼친 매화가 천천히 읽어내렸다.

 

 [ 소나는 금국의 귀족과 을련국 평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그로 인해 많이 비난 받던 아이를 제가 거뒀었습니다. 혹시라도 의심 받을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보고 싶습니다, 매화님.

 

  모백하. ]

 

  백하. 백하 밑에서 자란 아이라는 거지. 매화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다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대, 정말 믿어도 되는 거겠지."

 "물론입니다. 백하님께서 몇 번이고 마마가 매우 중요한 분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백하님께 그런 분이라면,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 어차피 나쁠 거 없었다. 매화가 자신의 패를 모두 그녀에게 보이며 의지할 일은 없었다. 서신을 다시 루가에게 넘긴 매화가 말했다.

 

 "앞으로 둘이서 잘 합심하여 날 도와야 할 것이야. 알겠는가."

 "네, 마마."

 "알겠습니다, 마마."

 

  둘이 고개를 숙이며 하는 말에 매화는 가볍게 손짓했다. 오늘도 탄내가 나는 이 곳은 신분을 가리고 자신의 핏줄마저 가린 설재인이 기거하는 궁 안이었다.

 

 

 *

 

 

 "들었습니다, 설재인. 괜찮으신 거죠?"

 "제가 어디 다칠 구석이 있습니까."

 

  오랜만에 만난 예리가 꺼낸 말에 매화가 웃으며 말했다. 궁녀가 죽었다는 말이 같은 궁 안에서 살고 있는 예리에게 가장 빨리 닿은 모양이었다. 아직 아침도 하지 않았을 테지. 소나야. 조심스럽게 부르는 목소리에 뒤에 있던 소나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나와 소재인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상을 내오렴."

 "알겠습니다, 마마."

 "어, 괜찮아요. 노아 시키면 되는 일인데…."

 "드시고 가시죠. 같이 아침을 먹는 건 그때 이후로 처음 아닙니까?"

 

  예리는 그 말에 자신과 매화가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 들떴다. 그래도 될까요. 웃으면서 하는 말에 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나가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간 후, 둘 사이에는 정적이 잠깐 흘렀다. 그러나 본래 떠들기 좋아하는 성격의 예리가 곧 말을 꺼냈다.

 

 "이래저래 요즘 흉흉합니다. 좀 무섭기까지 해요."

 "무슨 말입니까?"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조심하라고 단단히 일러주셨는데 얼마나 무섭던지."

 "살인사건이요?"

 "네. 아주 잔인하다고 합니다. 모든 자들이 장기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장기가 사라져?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일까지 일어나고 있을까. 순간 매화는 제물을 바쳐야 한다고 말하던 오사로가 생각났다. 아니겠지. 설마 하니 그럴 일은 없다. 그래도 만약 그들 짓이라면 아마 죽는 자들은 망국의 사람들일 것이다.

  조금 있다가 서신을 보내봐야겠군. 매화는 부채를 살살 움직였다.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조심하셔야 해요."

 "물론입니다. 제 궁녀 또한 그런 일을 당했으니 그에 따른 보상도 철저히 해야겠지요."

 "마음이 넓으십니다, 설재인."

 

  보통 궁녀가 죽으면 후궁은 오히려 길길이 날뛴다. 자신의 처소에 있던 궁녀가 죽어나갔다. 그럼 괜한 불길한 소문이 퍼지며 좋지 않은 일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심한 경우, 그 후궁은 황은을 입지 못하고 영원히 저 편으로 묻히는 경우도 생겼다. 그런데 오히려 설재인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궁녀에게 보상까지 해주겠다고 했다. 예리는 그녀가 대단해보였다.

 

 "제 사람이었지 않습니까. 안타까운 죽음이었을 거예요."

 "세상에. 정말 하해와 같은 은혜네요."

 

  사실 그와는 다르게 죽어줘서 고맙다는 의미의 보상이었지만, 자신에게 좋은 표상이 생기는데 뭣하러 그걸 발로 찰까. 매화는 싱긋 웃기만 했다.

 

 "마마, 수라상을 가지고 왔습니다."

 "들게."

 

  소나는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음식들에 예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이런 음식까지 준단 말입니까?"

 "아닙니다, 마마. 감히 말을 꺼내보자면 이것은 제가 만든 것입니다."

 "정말 고맙네. 귀한 음식을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재인."

 "아닙니다. 같은 궁을 쓰는 사이지 않습니까. 자주 놀러오세요."

 

  예리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에 감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사이로는 이제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 뿐이었다. 매화는 속을 감춘 채 그녀의 말을 얌전히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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