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22
작성일 : 19-11-03 21:39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549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가뭄이라."

 

  매화는 서신을 태우며 중얼거렸다. 매화 또한 그에 대한 내용은 얼핏 기억하고 있었다. 나이야족이 완전히 파멸하게 된 후, 혼자 떠돌던 매화를 구해준 자들은 설가문이었다. 그리고 설가문이 관리하는 땅은 한참동안 가뭄에 시달려 힘들 때였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습니다. 저는 나이야족이에요. 사냥은 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거 아니란다.'

 '…….'

 '하지만 이제 달라져야 해. 우리는 널 살리고 싶다.'

 

  나이야는 대대로 사냥을 해 자급자족으로 배를 채웠다. 매화라고 다를 바 없었다. 그녀 또한 어리다고 하나 나이야족이었다. 자신의 굶주린 배를 채우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가뭄으로 인해 힘든 생활을 하는 걸 알고 있는데 이런 진수성찬을 받아도 되나. 그런 마음이 커서 거절했었다. 허나 끝까지 그들은 상을 내왔다.

  그게 벌써 십몇년 전이다. 어느 순간부터 가뭄에 대한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가뭄이 그쳤구나. 그런 생각으로 넘어갔다. 왜 비가 안 오는지 모르고.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 알고 있어. 다른 나라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을련국이 모든 나라를 발 아래 두었다지만, 그것과는 분명 다른 이야기였다. 그걸 이동하는 시간, 비용, 그리고 능력. 술사만으로 되는 게 아닐텐데. 그들이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이 비대한 나라를 먹여살리기에는 더욱 힘들 것이다. 을련국이 비록 금국보다는 아니지만, 분명 그들 또한 대제국이었다.

 

 '분명 누가 도움을 주고 있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물은 풍족하다. 다른 나라에서 끌어오고 있지만, 그만큼의 비용이나 시간, 능력 등이 감당이 가능하다. 어딘가 이상했다. 뭔가 있었다.

 

 "루가야, 가뭄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

 "가뭄이요?"

 

  루가는 곰곰히 생각해보다 고개를 저었다. 한낱 노비인 자신이 아는 건 많이 없었다.

 

 "그저 가뭄이 심각하고, 물이 필요하다는 것 밖에는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물이 부족하진 않지."

 "그렇죠. 마마님들이 목욕을 풍족하게 하시고도 남습니다."

 

  그래. 심지어 연못까지 있다. 아주 깨끗하고 맑은 물에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고인 물은 금방 썩는다. 썩은 물은 잉어들이 살 수 없다. 연못에 새로운 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사치까지 부릴 정도라. 가뭄인데. 비도 안 오는 이 나라에.

 

 "뭔가 있구나."

 "네, 마마?"

 "아니다. 루가야, 그럼 비가 내리면 어떨 것 같니."

 "으음. 그래도 굉장히 기뻐하지 않을까요. 이 나라에 벌써 십년정도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나라에서 물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비. 비를 내리게 해야겠다. 매화는 눈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자신에 대한 위치를 단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방법. 그게 바로 비가 될 것이다. 매화는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

 

 

  매화가 생각에 잠깐 빠진 사이, 깊이 몸을 숙인 숙비가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화비에 이어 숙비까지 나가고 문이 닫혔다. 자란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정말 단 둘 있었던 비들이 저런 식이니…."

 "마마, 고생 많으셨습니다. 비록 많은 도움은 드릴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장 밝은 마음을 가진 자의 말에 자란이 슬쩍 웃었다. 그래도 두 사람이 있어 제가 든든합니다. 자란이 소매를 가다듬으며 하는 말에 둘은 고개를 숙였다. 이제 곧 술사를 만나는 구나. 소매로 가린 얼굴 속 번뜩이는 눈을 숨기지 않았다.

 

 "술사들은 생각보다 위험한 자들입니다. 조심하세요."

 "네? 술사들이 왜요? 그들은 나라를 위해 노력해주신 분들 아닙니까?"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기고만장해있어요."

 

  자란은 술사들을 생각하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너무 오만한 자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의 신분이 높아 저절로 베어있는 오만은 어느 정도 이해했지만, 자신만 믿고 오만을 부리는 자들은 정말로 싫어했다. 추하고 예의없어. 자란은 부채를 신경질적으로 폈다.

 

 "마마, 너무 걱정하지 마옵소서. 저희가 같이 있지 않습니까."

 "…그대들 덕분에 마음이 좀 놓이는 군요."

 

  매화의 말에 자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있어 그나마 나은 사정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마마,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군. 그들과는 사랑채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가죠."

 "네, 마마."

 

  자란이 먼저 일어나 앞장 섰다. 그들은 자란을 따라 천천히 월난궁의 사랑채로 향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사랑채에는 손님은커녕 온기조차 없었다. 자란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었다.

 

 "옥녀야!"

 "네, 마마."

 "얼른 가서 술사들을 불러오거라."

 

  건방지다고 하더니 이런 의미였군. 매화는 비어있는 방을 쓱 둘러보며 생각했다. 과연 이들이 좋아질 일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었다.

  곧 몰려오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옥녀가 그들이 도착했다고 일렀다. 문이 열리고 그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매화는 술사들의 옷이 결국 자신이 봤던 그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심해를 닮은 색을 입고 있는 저 복식. 분명 그들이었다. 밑으로 점점 가라앉는 기분을 애써 달래며 매화는 부채를 펴 얼굴을 가렸다. 그들이 자신의 표정을 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자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미시까지 도착하라고 이르지 않았나."

 "죄송합니다, 마마. 허나 기도를 드리는 중이었습니다."

 "기도요? 하. 신께 드리는 기도가 중요한 줄만 아나보군."

 "아시다시피 저희의 죄가 많아 작은 일에도 신의 분노를 사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항상 제대로 된 시간이 기도를…."

 

  그러자 자란이 쾅- 탁상을 쳤다. 술사는 입을 다물었다. 자란의 표정이 잔뜩 구겨져있었다.

 

 "장난하는가? 그렇다면 진즉 알렸어야 할 터. 그대들은 이번에도 이런 핑계를 대며 날 모욕하는군."

 "아닙니다, 마마. 감히 저희가 마마를 모욕…."

 "듣기 싫소. 얼른 일을 끝내겠어. 가서 그 기도라는 것이나 마저 하시게."

 

  자란은 대체적으로 이성적이며 자애로운 황후였다. 딱 중점을 잡고 흔들림없이 내명부의 일을 이끌어갔다. 그런 그녀가 이리도 화낼 정도면 그들의 태도가 알만 했다. 건방지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군. 매화는 아래로 힐끗,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한 술사와 눈이 마주쳤다.

  번뜩이는 심해의 눈동자는 과연 기분이 나빴다. 어딜. 매화의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 술사는 곧 눈을 아래로 깔며 고개를 숙였다.

 

 "마마님들을 뵙습니다. 저희는 술사들입니다. 그리고 저는 술사들의 수장, 오사로라 하옵니다."

 "만나서 반갑네."

 "반갑네."

 

  매화와 예리의 말이 떨어지자 그들은 더욱 깊이 숙였다. 눈이 마주친 자가 수장이라는 자였단 말인가. 꼴에 수장이라고 알아보려고 샅샅히 훑는 시선이 아주 불쾌했다.

 

 "이번에는 기도제를 좀 다르게 드릴까 합니다."

 "무슨 소리요. 정확히 말하시게."

 "비가 안 온지 어연 10년이 넘었습니다."

 

  가뭄에 대한 이야기가 또 나오는 구나. 하기야 지금 정세가 오로지 그쪽에 쏠려있겠지. 그러나 자란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들은 저번에도 기후제를 드렸었소. 하지만 결국 비는 내리지 않았지. 그렇지 않나?"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물을 바칠까 합니다."

 

  제물이라니. 자란은 좋지 않은 어감에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그들이 말하는 '제물'이 가벼운 의미가 아닐 것이다.

 

 "제물이라니. 어떤 제물 말하는 건가. 소? 돼지?"

 "그럴 리가요. 노비의 심장으로 할 예정입니다."

 

  그 말에 하얗게 질린 얼굴을 가리며 예리가 벌떡 일어섰다. 속이 좋지 않은지 입을 가린 그녀가 구역질을 했다. 자란은 쾅- 탁상을 두들겼다.

 

 "노비?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망국에서 온 노비 하나 정도야 괜찮습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을련국 모두 망국민을 하찮게 여기고 멸시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제물이라니.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곧 가축과 다를 바 없었다. 생각보다 끔찍한 생각이군. 그때 매화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표시에 자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의 의미였다.

 

 "그대들이 얼마나 생명을 경시하는 줄 알았다네. 그러니 여태 비가 안 온 거겠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희를 무시하시는 겁니까?"

 

  술사 중 한 명이 발끈하며 물었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녀석들. 매화가 차갑게 노려보며 그에게 부채를 던졌다. 거칠게 던진 부채가 그에게로 날아가 정확히 명중했다. 부채에 달린 무언가에 긁혀 이마에 피가 흘렀다. 한 순간에 정적이 감돌았다.

 

 "조용히 하게. 감히 황후 마마가 계신 자리에서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드러내?"

 "……."

 "뭐하는가. 가만히 있을 생각인가."

 

  그녀의 차가운 말에 술사는 모욕적인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오사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감싸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마마. 소인이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됐네."

 

  자란은 가볍게 손을 휘저으며 대답했다. 술사는 더욱 몸을 바싹 숙였다. 매화는 그런 그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소매로 입을 가렸다.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일군 기도가 과연 하늘에게 닿겠는가."

 "허나, 마마께서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

 "이번에 내, 그대들에게 부탁이 있네."

 

  오사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매화는 차갑게 잘라냈다. 어딜 감히 끼어들려고 하는가. 우스운 마음까지 들어 매화가 피식 웃었다. 그걸 들은 오사로의 표정이 급속히 가라앉았지만, 그건 매화가 알 바 아니었다.

 

 "내가 따로 기도를 드려볼까 하네."

 "네? 마마가요?"

 "설재인, 그게 무슨 말인가. 기도라니?"

 

  술사들도 놀랐지만 가까이 있던 자란과 예리가 더욱 놀랐다. 눈을 크게 뜨며 묻는 말에도 매화는 웃을 뿐이었다. 궁금한지 빤히 쳐다보는 자란의 눈길에 못 이긴 척, 매화가 말을 꺼냈다.

 

 "제가 이번에 태후 마마의 근심을 덜어드린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대가 기후제를 드리겠단 말인가?"

 "네, 마마. 그 말이옵니다. 아, 그대들은 알아서 기도제를 드리면 되네. 난 기후제를 드릴 예정이야."

 

  과연 그런다고 해서 비가 내릴까. 자란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기후제를 몇 번 드린 후였다. 심지어 천위제에 기후제를 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십년이 지나자 슬슬 국민들이 분노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자원은 언제 떨어질 지 모른다. 그러니 빠른 시일 내 자신들의 땅에 비가 내려야한다. 그러나 비는 여전히 내리지 않는다. 국민들은 어느 순간,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나 설재인, 만약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물론 제가 드린 기도로 가뭄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을 겁니다."

 "……."

 "그러나 해봐야지요. 아주 적은 비라도 내려야하지 않겠습니까."

 

  매화의 말에 자란은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이 틀리지는 않았으나 과연 정말 그리 될까. 매화의 자만심은 아닌가.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몰라 걱정이 스쳤다.

 

 "걱정 마십시오, 마마. 저는 허투루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

 "……."

 "어떤가. 날 위한 기도실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 말에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오사로가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리 하겠습니다, 마마. 그 말에 우후죽순으로 술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매화는 그들을 가만히 보다 싱긋 웃었다.

 

 "잘 부탁하네."

 

  그리고 얼마 후, 매화의 원대로 술사들이 지내는 소명관에 작은 개인 기도실이 생겼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2 32 2019 / 12 / 10 242 0 4369   
31 31 2019 / 11 / 18 246 0 3686   
30 30 2019 / 11 / 10 251 0 3464   
29 29 2019 / 11 / 9 264 0 3767   
28 28 2019 / 11 / 8 227 0 4445   
27 27 2019 / 11 / 7 236 0 3117   
26 26 2019 / 11 / 6 236 0 3954   
25 25 2019 / 11 / 5 240 0 4526   
24 24 2019 / 11 / 4 237 0 3657   
23 23 2019 / 11 / 3 252 0 4252   
22 22 2019 / 11 / 3 264 0 5490   
21 21 2019 / 11 / 2 231 0 4355   
20 20 2019 / 11 / 2 226 0 4327   
19 19 2019 / 11 / 1 219 0 5553   
18 18 2019 / 10 / 31 224 0 4259   
17 17 2019 / 10 / 31 255 0 4371   
16 16 2019 / 10 / 30 249 0 4171   
15 15 2019 / 10 / 30 259 0 3965   
14 14 2019 / 10 / 28 229 0 4630   
13 13 2019 / 10 / 27 236 0 4786   
12 12 2019 / 10 / 26 228 0 4313   
11 11 2019 / 10 / 26 245 0 4171   
10 10 2019 / 10 / 25 246 0 4082   
9 9 2019 / 10 / 24 252 0 4351   
8 8 2019 / 10 / 22 252 0 4681   
7 7 2019 / 10 / 21 236 0 4482   
6 6 2019 / 10 / 20 237 0 4349   
5 5 2019 / 10 / 19 271 0 4027   
4 4 2019 / 10 / 18 249 0 4304   
3 3 2019 / 10 / 18 237 0 4296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용사의 세계로
어항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