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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정체불명연애
작가 : 옛날통닭
작품등록일 : 2019.9.23

수녀원에서 행복하게 지냈던 서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쌍둥이 동생 때문에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언니 미안한데 나대신 내 행세좀 해줄래?" 외모는 똑같으나 성격은 180도 다른 쌍둥이 자매의 꼬이고 꼬이는 위장 연애담.

 
25.중매마스터
작성일 : 19-11-03 10:58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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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서란은 환하게 쏟아지는 햇살에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 어젯밤 늦도록 잔업 한 탓인지 몸 여기저기가 쑤셨다.

 

 

 

 

 ‘놀고 싶다…놀고 싶다…’

 

 

 

 

 원래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서란이었다. 지금 이 상황을 책임진답시고 몇 달째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서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쇼핑몰은 실적이 좋아졌다.

 

 

 

 

 ‘방에 처박혀서 주문 처리하고 게시판 보는 거 말고는 할 일이 참 없구나..’

 

 

 

 

 괜히 돌아다니다가 이 행세도 들통나면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었기에 서란은 한숨만 길게 쉬었다.

 

 

 

 

 ‘이제 그만 제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긴 해야겠다’

 

 

 

 

 서우의 예상외의 선전에 서란의 맘도 느슨히 풀어지고 있었다. 이왕이면 대표를 홀려 잘 됐으면 좋겠지만 그 깐깐한 대표가 서란의 거짓말까지 용서해줄지는 미지수였다.

 

 

 

 그리고 서란도 계속되는 거짓말에 점점 지쳐갔다. 들통나버릴 상황에 엉겁결에 해버린 서란의 거짓말은 더 큰 눈덩이가 되어 서란에게 굴러오는 중이었다.

 

 

 

 

 ‘ 서우도 슬슬 한계에 다다른 거 같으니까.. 이제 그만 놓아줘야겠지’

 

 

 

 

 대표와 자주 만난다는 미애의 말에 내심 밝은 표정의 서우를 기대했었는데 아무래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 맘에 걸렸는지 서우의 표정은 날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서우를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자신이 사는 세계로 끌어들인 건 좋았으나 그 뒤에 어떻게 해야 할지 서란은 도통 헷갈리기만 했다. 한편으로는 서우를 보내주고 싶고 한편으로는 그냥 같이 있고 싶었다.

 

 

 

 

 서우는 서란에게 조건 없이 따뜻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우는 서란이 꿈꿔온 그대로의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따뜻함에 어느새 서란은 서우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탕탕탕”

 

 

 

 

 “누구세요”

 

 

 

 

 결론이 나지 않는 물음을 뒤로 서란이 창문을 두드린 사람을 궁금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나야 나, 아래층 엄마"

 

 

 

 

 “어머니!! 웬일이세요! 아침부터”

 

 

 

 

 서란과 주인아주머니의 사이는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두 사람은 연령만 다를 뿐 오래된 친구 사이 같았다. 주인아주머니의 호칭도 어느새 어머니로 바뀌어 있었다. 서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아주머니가 진짜 자기의 엄마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점심 먹어야지. 오늘은 오랜만에 내려와서 같이 먹자”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오래간만에 함께 하는 식사에 서란의 말투가 나긋해졌다. 평소에 하는 일에 방해된다며 집으로 식사를 올려주기를 여러 차례, 이제는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 불러주신다니.. 서란은 어느 쪽이든 다 맘에 들었다. 혼자 먹는 밥은 여러모로 서란을 우울하게 했다.

 

 

 

 

 

 

 .

 

 .

 

 .

 

 .

 

 즐거운 기분도 잠시, 주인아주머니의 팔짱을 끼고 내려간 서란은 곧 식탁에 앉아있는 지수와 마주쳤다.

 

 

 

 

 “?!?”

 

 

 

 

 의식해서 였을까. 평소와 다른 서란의 모습에 주인아주머니가 서란을 묘하게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본 지수를 피식 웃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유. 우리 서란이 긴장했어? 점심부터 우리 지수 보니까 어때?”

 

 

 

 

 

 주인아주머니의 말투가 묘하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서란은 이 식사가 지수를 만나게 하려는 미끼인 것을 깨달았다. 어쩐지 이 상황이 굉장히 쑥스러워졌다.

 

 

 

 

 “어.. 어떻냐니요. 그냥 사람이지요. 하하”

 

 

 

 

 서란은 재빠르게 말하고 최대한 지수와 멀리 식탁에 앉았다. 지수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따가운 눈빛에 서란은 주의를 돌리려는 듯 무작정 음식을 입으로 넣었다.

 

 

 

 

 “역시 잘 먹네. 이것도 요것도 먹어봐”

 

 

 

 

 주인아주머니는 어르신답게 애정을 음식으로 표현했다. 잘 먹고 있는 서란에게 음식을 계속 밀어주며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서란이 이 상황, 이 분위기에 체할 것만 같았다.

 

 

 

 

 

 “우리 서란이는 먹는 모습이 참 예뻐. 참 그건 그렇고 오늘은 이렇게 우리 지수랑 같이 밥 먹게 됐는데.. 약간 신혼부부 같기도 하고… 오호호호호호호호”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서란은 크게 사례가 걸리고 말았다. 캑캑 대는 서란을 보며 지수는 말없이 물을 떠다 주었다. 서란은 이 모든 상황이 어쩐지 꿈속의 일 같았다. 밥 먹기 시작한 지 5분도 안됐는데 신혼부부라니.

 

 

 

 

 “우리 지수 정말 다정한 거 봐. 진짜 이렇게 듬직한 남편감 별로 없다니까?”

 

 

 

 

 주인아주머니의 노골적인 말투에 서란은 사례로 생긴 눈물을 훔치며 흘깃 지수를 바라보았다. 지수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이 아예 들리지 않은 듯 조용히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어쩐지 살짝 미소를 띤 것 같기도 했다.

 

 

 

 

 “하하.. 지수가 워낙 듬직하고 잘 챙겨줘서 인기가 많겠어요”

 

 

 

 

 “오. 서란이도 그렇게 생각한 거야? 우리 지수 괜찮지?”

 

 

 

 

 괜히 한마디 했다가 주관식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서란은 자기에게 쏟아진 관심에 이제 밥조차 먹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밥은 정말로 미끼였네’

 

 

 

 

 “아.. 그렇죠. 지수 괜찮죠”

 

 

 

 

 “어머 어머. 역시. 나는 계속 둘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니까. 지수가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남자답고.. 다정하고.. -이하 생략-”

 

 

 

 

 “네네..”

 

 

 

 

 서란은 점점 이 자리를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동안 은근히 둘을 이어주려는 듯했던 주인아주머니가 오늘은 쉽게 보내주지 않을 눈치였다.

 

 

 

 

 “….. 빨리 장가를 보내면 나도 맘이 편하고 그리고 우리 지수도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고 그냥 가끔 와서 나와 밥도 먹고 티비도 보고………”

 

 

 

 

 주인아주머니의 말이 끊기질 않았다. 이렇게 길게 말씀하시는 건 오랜만인 것 같았다. 서란은 주인아주머니가 꿈꾸는 미래 안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부담스럽다는 감정에 앞서 이곳에 소속해있다는 그런 느낌이 좋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었다. 지금 당장 그럼 내일 결혼할게요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우리 지수는 서란이 어때?”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돼가고 있었다. 서란은 깜짝 놀라 황급히 주인아주머니의 질문을 막으려고 했다.

 

 

 

 

 “음. 어머니 그런 걸 직접 그렇게 물어보시면…”

 

 

 

 

 “난 좋지.”

 

 

 

 

 지수가 빠르게 대답했다. 지수에 대답에 오히려 당황한 건 서란이었다.

 

 

 

 

 “어머. 우리 지수가 정말 서란이 맘에 쏙 드나 보다. 역시 우리 아들. 자 그럼 서란이는?!”

 

 

 

 

 서란이 이 상황이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분위기를 이상하게 느끼는 사람은 자기 혼자인 것 같았다.

 

 

 

 

 “어. 음. 아니.. 음.. 이건 좀 너무 부끄러운 얘기 같은데요?”

 

 

 

 

 “아니 맘에 드나 안 드나만 얘기하는 건데 뭐가 부끄러워. 왜? 우리 지수가 어려서 그래?”

 

 

 

 

 “아.. 아무래도 그런 면도 있고..”

 

 

 

 

 “에이. 서란이도. 내가 동혁보다 지수를 밀어주는 이유가 뭐겠어. 우리 지수가 정말 연하 같은 성격이 아니래도. 일단 한번 만나보면 더 확실히 알 텐데..”

 

 

 

 

 강력한 한방에 서란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도움을 청하는 듯이 지수를 쳐다봤지만 지수는 조용히 식사에만 집중하는 듯했다.

 

 

 

 

 “…아니면 혹시 우리 지수가 싫은 거야? 혹시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워?”

 

 

 

 

 “아.. 아뇨.. 그.. 그건 아닌데요”

 

 

 

 

 “서란이가 평소에 싹싹하고 똑 부러지고 그런 모습이 나는 좋은 건데. 이런 일에는 이렇게 당황할지 몰랐네. 혹시 내가 너무 밀어붙였으면 사과해. 서란이가 맘에 없는 줄도 모르고..”

 

 

 

 

 주인 아주머니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쾌활하게 얘기하던 아까의 모습은 어디 가고 이제는 측은하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만이 보였다. 갑자기 끌려와 순식간에 분위기가 변하는 주인아주머니의 모습에 서란은 계속 휘말리고 있었다.

 

 

 

 

 “아.. 아니 그런 뜻은 아니고요. 그.. 그게 지수가 저한테 너무 아까워서”

 

 

 

 

 “아까워?”

 

 

 

 

 “아.. 네…네!! 지수가 워낙 인기 많고 잘생겼는데 저랑 이렇게 바로 만나기엔 아깝잖아요. 꿈도 펼쳐야 되고 또 많은 여자분들도 만나보면 좋죠.”

 

 

 

 

 이 상황을 모면해볼 겸 한 얘기지만 사실 서란은 진심이었다. 지수의 감정이 언뜻언뜻 비칠 때도 서란은 그런 지수의 감정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건 지수가 판단하겠지.”

 

 

 

 

 “네?”

 

 

 

 

 “아까우면 지수가 여기 와서 이렇게 앉아있겠어?!”

 

 

 

 

 말을 마친 주인아주머니가 싱긋 웃었다. 연속으로 변하는 주인아주머니의 모드에 서란은 경악하며 지수와 아주머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다.. 당했다’

 

 

 

 

 서란은 완전히 두 사람의 페이스에 놀아나고 있었다. 눈치가 빠른 편인 서란이었다. 방심한 사이 상황이 확 지나가고 말았다.

 

 

 

 

 ‘동혁 오빠가.. 어머님을 닮았구나’

 

 

 

 

 당황해하는 서란을 사이에 두고 주인아주머니와 지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식사를 다시 시작했다. 이곳에서 이 분위기에 적응 못하고 있는 사람은 서란뿐이었다.

 

 
작가의 말
 

 연합 공격에 버티긴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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