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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약속의 향기
작가 : 살리에르
작품등록일 : 2019.10.3

향기를 잃어 절망에 빠진 여자

사랑을 잃어 슬픔에 잠긴 남자

사랑은 자신에게 사치라는 여자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는 남자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향긋한 아로마 향기처럼 다가오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오늘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의 향기를 느낀다.

 
약속의 향기 - #29. 넘을 수 없는 산
작성일 : 19-11-02 21:10     조회 : 343     추천 : 0     분량 : 8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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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의 향기 - #29. 넘을 수 없는 산

 

 

 ‘Café de Sua’는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면서 차가운 음료와 팥빙수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손님이 많아져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성원과 종현이 함께 개발한 커피 빙수는 카페에서 인기가 많은 품목이었다.

 

 그러다 보니 성원과 종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손이 부족해서 순신마저도 주방에서 설거지를 돕고 있었다.

 

 그때, 카페 문이 요란한 소리를 울리며 누군가 카페를 향해 뛰어 들어왔다.

 

 동은과 성원, 그리고 주방에서 일을 하던 순신과 종현, 카페 안에 있는 손님들까지 모두 카페 입구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는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는 새벽이 서있었다.

 

 새벽은 카페에 들어오자 가볍게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을 느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성원이 있을 카운터를 향해 급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동은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성원에게 걸어가는 새벽을 향해 물티슈를 건넸지만 새벽은 그런 동은의 물티슈를 못 번 건지 빠르게 성원을 향해 걸어갔다.

 

 순신도 주방에서 하던 설거지를 멈추고 손을 급하게 닦고 카운터로 나왔다.

 

 새벽은 성원 앞에 서서 동은과 순신, 종현에게 차례대로 빠르게 인사를 하고,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성원에게 이야기했다.

 

 “허억.. 허억.. 우리 이야기 좀 해요.”

 

 성원은 살짝 놀란 눈으로 자신에 앞에 있던 티슈를 새벽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며 말했다.

 

 “괘. 괜찮아요? 무슨 일 있어요?”

 

 “네. 허억.. 무슨 일 있어요. 그러니까 잠깐만 이야기 좀 해요.”

 

 “네. 이야기하세요. 지금 나가야 할 주문이 조금 밀려있어서요.”

 

 성원은 새벽의 얼굴을 보며 손으로는 계속해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손님들은 두 사람에게 집중하다가 금세 자신들의 이야기로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동은과 순신, 그리고 종현은 여전히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은 주변을 살짝 둘러보고는 성원에게 이야기했다.

 

 “저랑 어디 좀 함께 가주실 수 있어요?

 

 “네?”

 

 “저랑 어디 좀 같이 가주실 수 있냐구요. 오늘. 지금 당장이요.”

 

 성원은 커피를 내리던 손을 멈추고 새벽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커피를 이어서 내리면서 말했다.

 

 “어디를요? 그리고 지금은 일을 하고 있어서 조금 힘들 것 같은데. 많이 급한 일이에요?”

 

 “네. 아주 급한 일이에요. 부탁드릴게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조금 힘들 것 같은데.”

 

 새벽은 그렇게 이야기하는 성원에게 조금 서운함을 느꼈다.

 

 새벽에게는 지금 카페 상황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순신이 새벽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새벽 씨, 무슨 일인데요. 정말 급한 거면 내가 같이 가도 되구요.”

 

 새벽은 그런 순신의 말을 무시한 채 성원에게 톤이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번에 우리 안산에. 커피 배달 갔을 때, 그 사장님한테 제가 후각을 잃었다는 걸 말하게 되었어요. 근데 그 사장님이 민간요법으로 무엇이던 고치시는 분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셨거든요.”

 

 성원은 새벽의 이야기를 듣고 커피를 내리던 손을 멈추고 새벽을 바라봤다.

 

 새벽은 급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그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방금 그 사장님이 연락이 오셨어요. 그분이 가게에 들러서 연락처를 물어봤는데 연락처를 따로 없고 주소를 하나 알려주셨다고요. 그래서 그곳을 찾아가야하는데 혼자서는 못 갈 것 같아요. 지도 어디에도 나오지 않고 어떻게 가야 할지도 몰라서 부탁을 드리고 싶어서요.”

 

 성원은 새벽이 이렇게까지 흥분해서 찾아온 이유를 이제 알게 되었다.

 

 새벽에게 얼마나 간절한 일인지 성원은 충분히 이해를 했었고, 그 일로 새벽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도 성원은 주변에서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원의 입장도 난처한 상황이었다.

 

 카페에는 아직 나가야 할 음료도 많았고, 자신이 없으면 이 모든 걸 동은과 종현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성원은 동은을 살짝 처다봤다가 다시 새벽을 보면서 말했다.

 

 “그렇군요. 정말 미안한데 지금은 힘들 것 같아요. 카페도 저 없이는 힘들 것 같고 손님도 많으시고.. 괜찮으면 순신이랑 갔다 오세요. 순신이가 잘 도와줄 거에요.”

 

 성원이 그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새벽은 성원을 향해 소리 지르듯이 말했다.

 

 “그때 저랑 약속했잖아요! 도와주기로.. 약속했잖아요..”

 

 새벽은 성원에게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몰상식하고 카페 사람들에게, 그리고 손님들에게 폐가 되는 일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새벽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새벽의 옆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순신이 새벽에게 뭔가 말을 건네려고 하자, 동은이 급하게 이야기했다.

 

 “아. 아이고. 내가 깜빡했네. 오늘이 그날이었구나. 내가 진짜 정신이 없네. 내가 그날인지도 모르고 오늘 가게 문을 열었네.”

 

 동은의 말에 새벽을 제외한 사람들이 동은을 바라봤다.

 

 “내가 오늘 급하게 갈 곳이 있었는데, 그걸 깜빡하고 이러고 있었네. 오늘 가게 문을 닫아야겠다. 내가 오늘은 카페에 있을 수가 없네. 종현아 손님들한테 양해 구하고 카페 정리할 준비해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동은의 말에 새벽도 놀라서 동은을 바라봤다.

 

 동은은 새벽을 보며 살짝 웃고서는 급하게 옷을 갈아입으려고 앞치마를 벗었다.

 

 성원은 그런 동은을 보면서 말했다.

 

 “네? 무슨 일이요? 오늘 특별히 배달 일정이나 그런 거 하나도 없는데. 설마 사장님..”

 

 “개인적인 일이야. 그러니까 다들 카페 정리할 준비하고, 오늘은 각자 볼 일들 보자. 내가 실수한 거니까 월급은 그대로 나올 거야.”

 

 “아니, 사장님. 이렇게 막무가내로 할 게 아니고 저랑 종현이 형이랑 순신이랑 충분히..”

 

 “야.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 거니까 말 좀 들어. 종현아. 빨리 정리해. 손님들한테는 내가 이야기할 테니까.”

 

 동은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손님들에게 갔다.

 

 성원은 그런 동은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눈물이 글썽글썽 맺혀있는 새벽에게서 시선이 멈췄다.

 

 성원은 그런 새벽의 얼굴을 보자, 자신이 했던 말이 새벽에게 차갑게 느껴졌을 수 있다는 생각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분명 자신이 그 삼겹살집 앞에서 했던 약속도 생각이 났다.

 

 성원은 새벽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같이 가요. 내가 같이 갈게요.”

 

 성원의 말에 새벽은 눈물이 왈칵 날 것 같았지만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순신은 동은의 의도를 알고 살짝 웃어 보였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내리자 새벽이 들고 있는 제과점 봉지가 보였다.

 

 순신은 새벽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근데 그 빵은 뭐예요? 어디 가려고 했던 거예요?”

 

 새벽은 순신의 말에 ‘아’ 하는 탄식을 지르며 말했다.

 

 “아.. 맞다.. 사실 오늘 민아 어머니가 오전부터 검사가 있어서 제가 가보려고 했거든요. 민아가 오늘 오전부터 진료라서 제가 가 드려야 하는데.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검사라고 하더라구요.. 어쩌지. 민아에게 연락해야겠네요.”

 

 새벽은 순신에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민아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다.

 

 그때, 순신이 급하게 새벽의 손을 막으면서 말했다.

 

 “제가 갈게요. 제가 가서 할게요.”

 

 “네?”

 

 “아. 다른 뜻은 없구요. 그날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고.. 괜찮으신지 궁금하기도 해서요.”

 

 새벽은 순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아의 입장에서 순신이 병원에서 정숙과 함께 있는 모습에 불편해할 수도 있겠단 생각에 고민을 했다.

 

 순신은 새벽이 들고 있는 봉지를 뺏어 들고는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정말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그런 거에요. 그러니까 제가 가서 인사만 드리고 올 수 있게 해주세요.”

 

 순신은 새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순신의 눈에서는 간절함이 보였다.

 

 새벽은 그런 순신의 눈을 보며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럼 순신 씨한테 부탁 좀 드릴게요. 병원은 어딘지 아실 거고, 병실은 605호에요.”

 

 “네. 감사합니다.”

 

 순신은 새벽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급하게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성원도 천천히 앞치마를 벗고 카운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순신이 급하게 옷을 입고 나오자, 종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순신에게 종이박스 하나를 건넸다.

 

 “이거. 피칸파이. 호두가 심장에 좋다고 하니까 가져가. 응원한다.”

 

 종현이 웃으며 건네는 피칸파이 박스를 순신은 받아들고 종현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

 

 새벽은 멀어지는 순신을 보며 민아에게 조심스럽게 카톡을 하나 보냈다.

 

 

 순신은 양손에 빵과 피칸파이를 들고 병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바로 비상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6층에 도착하자, 순신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병실을 찾았지만 너무 많은 병실이 있어 쉽게 찾지 못했다.

 

 순신은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급하게 물었다.

 

 “저기 혹시 605호가 어디예요?”

 

 “아 이쪽으로 쭉 가셔서 왼쪽으로 꺽으시면 보일 거예요.”

 

 순신은 간호사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바로 간호사가 말한 방향으로 달려갔다.

 

 605호 앞에 도착한 순신은 숨을 가다듬고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모습을 한 번 확인했다.

 

 순신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면도를 할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시계를 확인하고서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순신은 조심스럽게 병실 안을 바라봤다.

 

 605호 병실 창가 쪽에 정숙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순신은 조심스럽게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정숙의 침대 앞쪽으로 이동했다.

 

 순신의 인기척을 느끼고 정숙이 돌아보자, 자신을 구했던 청년이라는 것을 알고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준비를 했다.

 

 순신은 급하게 정숙에게 다가가 일어나려는 정숙을 말리며 급하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이순신이라고 합니다. 저 알아보시겠어요?”

 

 “그럼요. 민아랑 새벽이 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저를 구해주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제가 먼저 찾아뵀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려야죠.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건 새벽 씨가 좋아하신다고 전해드리라고 해서.”

 

 순신은 가지고 온 빵과 피칸파이를 정숙의 옆에 있는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냥 오시면 되는데 뭐 이런 걸 다..”

 

 “아닙니다.”

 

 순신은 정숙에게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 그리고 오늘 새벽 씨가 급한 일이 생겨서 못 오게 되어서요, 제가 대신 왔습니다. 오전부터 검사가 있으시다고 해서 급하게 왔는데 검사가 끝나셨나요?”

 

 “아. 아니에요. 아직 안 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제가 혼자 가도 되는데..”

 

 “아닙니다. 그래도 병원에서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는 건 이유가 있는 거니까 오늘은 저한테 맡기세요.”

 

 “그래도 제가 어떻게.. 민아한테 제가 이야기할게요. 구해주시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또 폐를 끼치면 되나요.”

 

 “아닙니다. 새벽 씨가 민아 씨한테 이미 말했을 거예요. 그리고 민아 씨랑 새벽 씨랑은 친구처럼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불편하게 생각 안 하셔도 돼요. 그냥 새벽 씨처럼 편하게 대해주시면 됩니다.”

 

 “아이고.. 그래도..”

 

 그 때, 간호사 한 명이 다가와 정숙에게 말했다.

 

 “김정숙 씨, 검사하러 가실게요. 보호자 분도 함께 오셔야 해요.”

 

 “네!”

 

 순신은 네라고 크게 이야기하고는 정숙을 향해 살짝 웃었다.

 

 정숙은 그런 순신의 모습에 약간 당황스러워하며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순신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정숙을 부축해서 병실을 나섰다.

 

 정숙과 순신은 오전 내내 검사를 받았다.

 

 순신은 정숙이 검사를 받으러 갈 때마다 정숙을 옆에서 조심스럽게 챙겼다.

 

 그리고 의사와 상담을 할 때도 정숙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까지 질문하고 정숙에게 더 알기 쉽게 설명하기도 했다.

 

 오전 검사를 모두 마치고 병실에 돌아오자 식사시간이 되어 있었다.

 

 병실에 들어선 정숙은 침대에 조심스럽게 올라앉았다.

 

 순신은 정숙의 식사를 가지고 와 정숙의 침대 테이블에 올려두고 급하게 물을 뜨러 나갔다.

 

 정숙의 옆 침대에 있던 여자가 정숙에게 물었다.

 

 “어머. 아들이 있었는지 몰랐네.”

 

 “아.. 아니에요. 아들.”

 

 “응? 아들이 아니라고요? 아이고. 하는 거 보고 아들인 줄 알았네. 그럼 누군데 그렇게 극진하게 모신데? 사위?”

 

 “아이고. 아니에요. 우리 딸은 아직 시집 안 갔어요. 그냥 우리 딸 친구라고 하더라구요.”

 

 “친구? 그냥 친군데 저렇게 병간호도 한단 말이에요?”

 

 “원래 다른 친구가 오기로 했는데 사정이 조금 생겼나 봐요.”

 

 “아. 그렇구나. 엄청 친한 친구인가 보네. 아무튼 청년이 싹싹하니 키도 훤칠하고 잘생겼네. 딸만 있으면 사위 삼고 싶게.”

 

 “네. 그렇네요.”

 

 정숙은 옆에 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카페에서 봤던 순신의 모습을 생각했다.

 

 분명 순신의 배려와 행동에 감사했지만 민아의 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숙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순신이 물을 떠서 가지고 왔다.

 

 “찬물이 좋지 않다고 해서요. 미지근한 물로 가지고 왔으니까 편하게 천천히 드세요.”

 

 “네. 그런데 식사를 해야 할 텐데. 이젠 나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어서 가봐요. 바쁠 텐데.”

 

 “아. 아니에요. 식사하시는 것까지만 보고 갈게요.”

 

 순신은 그렇게 말하며 정숙의 식판에 뚜껑을 하나씩 열어두었다.

 

 정숙은 천천히 밥을 먹었고, 순신은 그 옆에서 정숙이 불편한 것이 없는지 하나하나 살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정숙이 식사를 마치자, 순신은 정숙의 식판을 챙겨 밖으로 나가 식판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순신은 돌아와 정숙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머 더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 커피라도 한 잔 가져다드릴까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바쁘신데 저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하는걸요. 그래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민아 씨가 어머니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민아가 아무래도 의사다 보니 좀 과하게 걱정을 하는 편이죠.”

 

 “민아 씨가 참 효녀인가 봅니다. 하하하.”

 

 순신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때, 정숙의 건너편에 있던 환자의 보호자가 정숙에게 다가왔다.

 

 “이거 저희 고향에서 올라온 사관데 한번 드셔보세요. 태풍 때문에 맛없다고 했는데 이건 다행히맛이 들어서 아주 다네요.”

 

 “어머. 감사해요. 이렇게 안 챙겨 주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맛있게 드세요.”

 

 정숙이 받은 사과를 순신은 그걸 받아 들었다.

 

 “어머니. 그럼 저희도 사과 먹을까요? 과일이 몸에 좋으니까 조금 드세요.”

 

 “아. 괜찬..”

 

 정숙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순신은 웃으면서 병실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병실을 나올 때, 병실 옆에 앉아 있는 민아를 보게 되었다.

 

 “어.. 아.. 저.. 그러니까..”

 

 민아는 그런 순신의 모습을 보면서 차분하게 대답했다.

 

 “새벽이 한테 연락받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민아는 살짝 목례를 하며 순신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민아는 오전 진료가 끝나고 새벽의 카톡을 확인했다.

 

 그리고 새벽의 사정을 이해하고 순신이 대신 왔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민아는 우선 어머니에게 가야겠다는 생각에 병실로 올라온 것이다.

 

 사실 민아는 정숙이 식사를 할 때부터 병실 밖에서 정숙과 순신을 보고 있었다.

 

 순신이 정숙에게 살갑게 대하고 하나하나 챙기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나온 순신과 만나게 된 것이다.

 

 순신은 민아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새벽 씨한테 급한 사정이 생겨서.. 제가 왔습니다. 그냥 어머니를 혼자 둘 수 없어서 온 거니까, 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온 것 아니니까 불편하게 생각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민아는 순신의 대답을 듣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순신 씨한테는 정말 감사해요. 저희 어머니 생명의 은인이시니까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제가 너무 죄송해서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해서요.”

 

 순신은 그런 민아의 말에 애써 웃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 마세요. 아. 전 빨리 가서 사과 씻고 올게요. 어머니가 후식으로 사과를 좀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순신은 그렇게 말하고는 빠르게 탕비실로 향했다.

 

 민아 앞에 더 있으면 불편한 이야기를 들을 것만 같았다.

 

 멀어지는 순신을 보며 민아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민아가 들어오자 사람들은 민아에게 인사를 했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정숙에게 다가갔다.

 

 “검사는 잘 받았어?”

 

 “응. 잘 받았어. 그 나 구해주신 분이 오셔서 워낙 잘 챙겨주셔서. 그분이 너 친구라고 하던데.”

 

 민아는 살짝 고민했다.

 

 하지만 정숙이 부담스러워할 것을 생각해 웃으며 대답했다.

 “응. 맞아요. 친구. 카페 단골 되면서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친하게 됐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정숙이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할 때, 병실에 한 명의 남자가 더 들어왔다.

 

 그 남자는 정숙과 민아가 있는 곳으로 곧장 걸어왔다.

 

 “어머니 몸은 좀 괜찮으세요?”

 

 민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희형이 그곳에 있었다.

 

 “어. 선배. 오늘 진료 많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지. 그래도 어머니가 병원에 계시는데 어떻게 안 와봐. 매일 와서 인사는 드려야지. 그렇죠 어머니?”

 

 “아. 네네. 어서 오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아직 못 먹었네요.”

 

 희형이 웃으면서 말하자 정숙은 주변을 둘러보며 뭔가 희형에게 줄 것을 찾았다.

 

 그리고 순신이 가지고 온 빵이 눈에 보였다.

 

 순신이 사과를 씻어 병실 앞으로 오자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순신은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병실 밖에서 안을 살짝 바라봤다.

 

 병실 안에서 희형과 민아, 그리고 정숙이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순신은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있을 곳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다가갈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순신은 깨끗하게 씻은 사과를 병실 앞에 살짝 내려놓았다.

 

 그리고 병실과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민아는 곧 순신이 온다는 생각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병실 입구를 봤을 때, 병실 앞에 조심스럽게 놓여 있는 사과를 봤다.

 

 민아는 병실 앞에서 쓸쓸하게 돌아섰을 순신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리고 정숙의 옆에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희형을 바라봤다.

 

 민아의 머릿속은 새벽에게 카톡을 받았을 때 보다 더욱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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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약속의 향기 - #24. 쉬운 오해, 어려운 진심 2019 / 10 / 26 374 0 9117   
24 약속의 향기 - #23. 사람이 변한다는 건. 2019 / 10 / 25 370 0 7003   
23 약속의 향기 - #22.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019 / 10 / 24 365 0 5812   
22 약속의 향기 - #21. 진심이 오해받는 순간들 2019 / 10 / 23 361 0 7461   
21 약속의 향기 - #20. 진실을 외면하는 방법. 2019 / 10 / 22 361 0 7799   
20 약속의 향기 - #19. 벚꽃 엔딩 (3) 2019 / 10 / 21 390 0 6491   
19 약속의 향기 - #18. 벚꽃 엔딩 (2) 2019 / 10 / 20 396 0 6999   
18 약속의 향기 - #17. 벚꽃 엔딩 (1) 2019 / 10 / 19 400 0 5934   
17 약속의 향기 - #16. 뜻밖에 여정, 그리고 (2) 2019 / 10 / 18 390 0 7336   
16 약속의 향기 - #15. 뜻밖에 여정, 그리고 (1) 2019 / 10 / 17 375 0 6039   
15 약속의 향기 - #14. 사과를 하는 가장 좋은 방… 2019 / 10 / 16 402 0 6318   
14 약속의 향기 - #13. 저마다의 사정은 존재한다. 2019 / 10 / 15 391 0 5156   
13 약속의 향기 - #12. 우리는 결국 이기적이다. 2019 / 10 / 14 396 0 7336   
12 약속의 향기 - #11. 혀는 때때로 칼보다 날카롭… 2019 / 10 / 13 413 0 6587   
11 약속의 향기 - #10. 사람마다 고민의 무게는 다… 2019 / 10 / 12 395 0 5918   
10 약속의 향기 - #9. 걸어가는 두 사람, 하나의 … 2019 / 10 / 11 393 0 7775   
9 약속의 향기 - #8. 사랑을 다시 믿어보게 만드… 2019 / 10 / 10 389 0 7360   
8 약속의 향기 - #7. 우린 때때로 너무 많은 오해… 2019 / 10 / 9 401 0 6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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