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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21
작성일 : 19-11-02 19:38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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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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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다란 대륙을 집어삼킨 을련국. 전세계를 지배하며 속국들을 제 발 아래 둔 을련국.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관 속 내막은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 한다. 오직 위에서 꽉 잡고 보여주지 않는 진실들. 근본적으로 을련국이 모든 나라를 집어삼키려고 한 이유에는 '가뭄'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안이 그에 대해 안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애초에 왜 을련국은 전쟁까지 일으켜 온 나라를 통일해야 했나. 예언을 굳게 믿으면서 황제는 그리도 싫어했던 화련에게 황후의 자리까지 줬었나. 그에 대한 의문에 대한 도달점이 '가뭄'이었다. 을련국은 전국적으로 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금도 가뭄에 시달리고 있지. 그래도 예전에는 콩 나듯 비가 내렸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없어. 완전히 없지."

 

  남자는 운이 좋게 관직에 오른 케이스였다. 귀족도 아니고 좀 부유했던 평민이 관직에 올랐다. 말단이었으나 그는 자신의 관직에 만족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는 관직을 내려왔다. 내려오기 직전, 그가 댄 이유는 자신은 미쳐가고 있다는 말 한 마디 뿐이었다. 애초에 말단을 잡을 자는 없으므로 그는 자연스럽게 관직에서 나왔다. 허나, 그의 이유는 단순히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이안이 그를 만난 건 아주 우연적인 상황에 기여했다. 그리고 그 우연은 굉장한 행운이기도 했다. 술자리에서 그는 하문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소중한 여동생을 후궁으로 팔았다는 생각까지 든 하문이 자괴감에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이안은 자신으로 일어난 상황이라 말없이 그를 따라갔다.

  쪼르르. 커다란 접시에 술을 따른 하문이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이안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했다.

 

 '그렇게 마시지 말게.'

 '원망하진 않습니다. 부모님이 항상 말씀하셨죠. 사람 가리면서 사귀는 거 아니라고.'

 

  하문이 벌개진 얼굴을 들며 이야기했다. 하문과 이안의 인연은 생각보다 질기고 오래됐다. 그는 자신이 망국의 태자임을 밝히며 얽히지 않기를 바랐지만 곁에 있어준 사람이 하문이었다.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인연이었다. 이안은 어쩌면 그에게 저 말을 듣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천천히 가라앉는 자신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만 내 동생에 대해 어찌 알게 된 건지 그게 알고 싶습니다. 백하님의 말 때문입니까.'

 '…그것도 그렇고 자네가 묘사하는 얼굴과 비슷해서 혹시나 했지. 찔러본 거나 다를 바 없었네.'

 '그렇습니까.'

 

  속이 타들어가는 마음을 말 하나에 표현할 수 없어 하문은 계속 술만 마셨다. 이안은 그 모습을 묵묵히 보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이안은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남자는 잔뜩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이 사람아, 얼른 일어나게.'

 '노모가 돌아가셨네. 내 어찌 미치지 않으리오.'

 '아이고, 거참.'

 

  남자를 일으키는 손길에도 남자는 단호하게 쳐내며 엎드렸다. 이안은 그저 술에 취한 사람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히죽거리며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관직에 내려온 것도 자네가 미쳐서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 그때도 난 미쳤지. 하지만 미칠 수밖에 없었어!'

 

  비웃는 말에 그는 벌떡 일어서 시뻘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손가락질을 하며 마구 큰 소리로 말했다.

 

 '왜 미칠 수밖에 없는지 아는가? 그걸 보면…!'

 

  그걸? 이안이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사색이 되어 입을 다물었다. 곧 얼굴을 거칠게 비빈 그가 벌떡 일어나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나갔다. 비웃던 자가 계산하고 가라며 화를 냈다. 이안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하문과 이안, 남자는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궁은 소란스러웠네. 높은 관직에 있던 분들은 모두 이 가뭄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지. 폐하마저 온통 가뭄에만 시선이 쏠릴 정도로 가뭄이 심각해지고 있었어."

 

  남자는 처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수도 있다며 기겁했다. 그러나 그들은 간곡하게 매달렸다. 몇 번이고 찾아가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랐다.

  나중에 문이 열리며 남자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이 무거운 짐을 자신만 알고 있는 게 싫었다. 그리고 자신을 보호해준다는 말에 쉽게 속아넘어갔다. 그 사실이 자신의 목숨줄을 쥘 줄도 모르고.

  남자는 모든 일은 '가뭄'이 원인이었을 거라고 말한다.

 

 "궁 안에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네. 뜬소문이지만 신빙성 있었어."

 "뭐, 궁이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뜬소문도 쉽게 퍼지죠."

 

  그 아무리 평화롭고 조용한 금국이라지만, 금국 안 황궁만은 소리 소문 없는 전쟁터였다. 황제와 신하 간의 살얼음판은 물론이요, 후궁들끼리의 소리 없는 칼날은 매일같이 부딪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본 궁인들은 아주 조용히 소문을 부풀리기 시작한다. 그게 거짓이든 진실이든 중요치 않았다. 을련국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말이 들려온 거야. 이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자원을 끌고 와야한다고."

 

  다른 나라는 가뭄에 시달리지 않는다. 풍부한 자원. 무엇보다 농사에 쓸 물이 넘치고 있다. 어찌 해야 하나. 그들과 협상해서 물을 끌어오기에는 그만큼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사람들은 점점 피폐해져갔고 그 속에서.

 

 "화련, 그러니까 지금의 태후가 예언을 가지고 온 거네."

 "……."

 "분명 예언가들은 거의 다 죽었고, 남은 예언가들마저 꼭꼭 숨어 절대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네. 나라를 뒤흔드는 큰 일을 말하는 건 금기니까. 예언가들은 그 예언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네. 그런데 그걸 미움 받는 후궁 하나가 알아왔다는 거야."

 

  처음엔 다들 믿지 않았다. 어떻게 후궁 하나가, 그것도 폐하의 미움을 받는 후궁 하나가 예언을 들고 온 거지. 회의적인 반응 속 화련은 웃고 있었다. 정 그러시면 실험을 하나 해보지요.

 

 "실험?"

 "그렇소. 을련국 옆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나라, 소가를 알고 있소?"

 

  소가. 오죽하면 나라가 작은 집이라고 불렸을까. 작고 힘이 없었으나 저들끼리 모여 잘 살고 있던 나라였다. 우선 을련국은 그들을 쳐들어갔다. 별 손해없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소가 옆 조금 더 큰 나라로 갔다. 그들 또한 별 손해없이 삼킬 수 있었다. 조금 큰 나라를 삼키니 물이 들어왔다. 점점 화련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인 금국만 남았을 때 태후는 이렇게 말하네."

 

 '폐하, 신첩의 말을 들어주셔서 망극합니다. 허나 이대로 가다간 을련국은 망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황제는 그 날 어마어마하게 화를 냈다고 한다. 아니, 이렇게 잘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우리가 점점 커가고 있지 않느냐. 우리는 이제 물도 많다! 그러나 화련은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아닙니다. 저희는 망할 것입니다.'

 '이, 이….'

 '지금 숨어있는 나이야족을 다 멸족시키지 않는 한은요.'

 '뭐라?'

 '그들이 불행의 씨앗으로 불리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그들이 이 모든 가뭄의 원인입니다, 폐하. 그리고 금국을 버티게 하여 절대 통일시킬 수 없게 하는 겁니다. 그들을 모두 죽여야 합니다. 허나 날아다니는 그들을 죽일 방법은 몇 없었다. 황제가 고민했고, 화련은 또 제의했다. 그렇다면 변방의 술사들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무시 당하던 술사들이 올라왔네."

 "……."

 "그들을 정말 써야하나 고민스러웠지. 하지만 한 술사가 정말 나이야족을 잡아왔어. 그것도 아무런 상처없이. 모두들 술사를 믿기 시작했고. 그리고 나는 그 장면을 보고 그만 두었네."

 "무슨 장면입니까."

 

  남자는 한참이나 말을 망설였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 흐르는 땀. 쉽사리 말할 수 없는 지독한 이야기. 하지만 그는 그 지독함과 잔인함에 질려 궁을 나왔다. 나올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고 자신에게 맴도는 그 얼굴이 끔찍했다.

 

 "나이야를, 살아있는 채로, 산산히 찢어 죽이는 일이었네."

 "……."

 "너희가 가뭄을 불러 일으켰다며 천천히 살가죽을 벗겼다네. 모든 관료들이 보고 있는데 망설이지 않았네."

 

  그는 제일 잊혀지지 않는 얼굴이 있다고 했다. 고통에 몸부림 치는 나이야의 얼굴? 아니었다. 잠깐 시선을 돌렸을 뿐인데, 그 시선 속에 자리 잡힌

 

  '태후의 환하게 웃는 얼굴'.

 

 "그녀는 괴물이야."

 "……."

 "인간이 아니네. 나는 분명 알았어. 나이야족의 죄가 아니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렇다고 믿게 만든 건 그녀였어."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화련이 자신의 위치를 위해 나이야를 이용했다는 소문. 그러나 그것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남자가 나가고 얼마 후, 그 소문의 주동자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자신도 죽을까 입을 다물었다.

  이안은 눈을 반짝였다. 남자는 '증인'이 되줄 것이다. 이안은 어떻게든 남자가 때가 되는 상황에 입을 열게 해야한다고 느꼈다. 그는 빙글 웃었다.

 

 "감사합니다. 무례를 끼쳐 죄송합니다."

 "아니네."

 "지금 여기는 위험할 것 같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가죠."

 

  저희와 부디 같이 가주시죠. 이안이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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