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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20
작성일 : 19-11-02 19:37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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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는 앞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예리를 뒤로 하고 생각에 빠졌다. 부모님과 오라버니, 이안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안은 백하와 서나리, 왕모와 웅이 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서신도 잘 받고 있으며 혹시라도 위험에 처할까 답장하지 못 했다고 전했다. 나중에 꼭 다시 만나게 해주겠다는 말을 끝으로 그들은 돌아갔다.

  천천히 해가 가라앉고 달이 뜬 밤, 매화는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빗고 있었다. 보성은 자러 물러간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 서서 입술을 달싹이는 루가가 있었다. 할 말이 있는 모양인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서 있었다. 매화는 거울 너머 그에게 시선을 둔 후, 말했다.

 

 "루가야."

 "네, 네. 마마."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제가 감히 말을 꺼내도 될련지요."

 "물론이란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보렴."

 

  빙글 몸을 돌려 그녀는 루가와 마주 봤다. 은은하게 웃는 얼굴에 루가는 입술을 달싹였다. 정말 이야기 해도 되는 걸까. 루가는 그것이 너무도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아까 낮에 봤던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을 보는 눈에 담긴 감정은 미안함, 걱정, 그리고 죄책감이었다. 왜 자신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걸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 결론에 도달했다.

 

 "금국의 사람인 거죠?"

 "……."

 "그 분, 말입니다."

 

  루가는 자신을 빤히 보는 남자를 기억했다. 남자가 자신을 보듯 자신 또한 남자를 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비록 위장했지만 느꼈다. 그는 분명 금국의 사람이다. 그 특유의 외모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그렇단다. 바로 알았구나."

 "마마께 좋을 일 하나 없지 아, 않습니까. 망국민을 가까이 두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정말 그리 생각하니."

 

  매화의 말에 루가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다. 쏟아지는 분노를 말하고 싶었다. 망국민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끔찍한 대우. 저주 받는다며 비웃던 웃음들과 손가락질. 루가는 눈을 꾹 감았다.

  루가는 본디 금국에 있는 지방 귀족의 아들이었다. 어린 나이에 나라가 망하고 그나마 귀족의 아이라는 이유로 황궁에 배정되었다. 하지만 황궁은 끔직한 곳이었다. 온갖 무시하는 시선들은 양호했다. 날아오는 돌에도 불평할 수 없었다. 작은 실수에 날아오는 감당할 수 없는 채찍은 무시무시했다. 따스한 품 안에서 받던 사랑과 반대되는 가혹한 행위들. 루가는 그나마 '남자'라는 이유로 또 나은 것이었다.

  여자아이들은 더욱 심했다. 매질은 기본, 예쁘면 궁녀들에게 질투까지 받았다. 심하게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긁고 찧었다. 궁녀가 아니라 궁인에게 눈에 들면 노리개로 전략했다. 끔찍했다. 이 곳은 끔찍한 곳이야. 루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끔찍했던 건 이 모든 부당함을 당하고도 '망국민'이라고 아무 말도 말하지 못 하는 무력한 현실이었다.

 

 "……."

 "루가야, 다시 한 번 물을게. 정말 그리 생각하니."

 

  매화는 온갖 생각을 하는 작은 머리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복잡하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망국민이라는 위치가 아이를 옭아매고 있는 것일 테다. 매화가 화장대에 놓인 부채를 들어 자신의 입을 가리며 말했다.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탁하게 흔들리는 동공과 차분하게 가라앉은 동공이 마주쳤다. 루가는 결국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에요."

 "그래. 알고 있단다."

 

  매화의 말에 루가가 입을 다물었다. 매화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네가 그런 존재라는 걸 알고 있기에 곁에 둔 거란다."

 "……."

 

  작은 목숨이었다. 루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작은 목숨인데, 그녀만은 다르게 대해줬다. 자신에게 이름을 되찾아주고, 금국인임을 알면서도 품에 껴안았다. 어째서.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루가는 존경과 동시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제 목숨이 작고 연약하여 아무런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마마께 폐가 된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하고 선명하게 느껴졌다. 자신은 그녀에게 있으면 '사람'이 된다. 루가는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크게 절했다.

 

 "마마, 제 목숨이 부질 없으나 마음껏 이용해주시옵소서."

 "루가야."

 "제 목숨, 마마께 바치겠습니다."

 

  매화는 그 말에 부채를 살랑였다. 그리고 이안이 선물이라며 두고 간 계약의 서를 들어올렸다.

 

 '혹시라도 그대의 사람을 만나면 쓰십시오.'

 '…비싼 거 아닙니까.'

 '여기까지 들어와주셨는데 이것 하나 못 드리겠습니까.'

 

  이안의 말을 기억해낸 매화가 서를 폈다. 촤르륵. 바닥에 떨어져 펼쳐진 서를 보며 루가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네가 그렇다면 여기에 맹세할 수 있겠느냐."

 "네?"

 "이것은 계약의 서다."

 

  계약의 서라는 말에 루가는 눈을 크게 떴다. 그 어떤 가치보다 더하다는 계약의 서를 본인의 눈으로 만날 줄 꿈에도 몰랐다. 조심스럽게 서를 들어올린 루가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너의 목숨을 여기에 맹세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이건 매우 비싼 거란다."

 "……."

 "기억하렴. 이 서로 너의 목숨을 받는 순간, 나는 허투로 쓸 생각 없다."

 

  같이 살아갈 것이다. 매화의 눈이 빛났다. 루가가 침을 삼키며 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날 밤, 정원을 지나가던 잠에 취한 궁녀가 말하기를, 설재인 마마가 지내는 방 안에서 환한 빛이 두 번 빛났다고 했다.

 

 

 *

 

 

 "설재인? 설재인!"

 

  생각에서 빠져 나온 매화가 고개를 들었다. 예리가 걱정스럽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화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죄송해요. 어제 잠이 안 와 그만 딴 짓을 했지 뭡니까. 그래서 그런지 조금 졸립네요."

 "아, 안 그래도 설재인의 처소에서 아주 환한 빛을 봤다고 제 아이가 그러덥니다."

 

  계약의 서가 맺어질 때, 환한 빛을 뿜는다. 아무래도 그걸 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사실을 밝힐 생각이 없는 매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럴 리는 없을 텐데요. 작은 촛불을 키고 서적을 읽었답니다."

 "그래요? 아무래도 노아가 무얼 잘못 본 모양이네요."

 "후후, 그 아이가 아주 졸렸나 봅니다."

 "고생하기는 했죠."

 

  예리는 어젯 밤, 곧 천위제를 맡아야 한다는 사실에 긴장한 자신을 풀어주느라 고생한 노아가 떠올랐다. 아마 자신의 긴장을 받느라 노아가 많이 고생했을 것이다. 예리는 그것이 부끄러워져 볼을 붉혔다.

 

 "천위제에서는 저희가 무얼 도와야 하는 걸까요."

 "아마 황후 마마께서 저희에게 잘 알려주실 겁니다. 기대하고 있어요."

 

  잘 해내야겠지. 우선 그게 자신의 목적으로 향한 첫 번째 발걸음이 된다. 듣기로는 태후는 손도 쓰지 않은 채, 환호와 선물만 받는다고 들었다. 고생이란 고생은 아랫것들이 다 하는 군. 애써 그 생각을 숨기며 매화는 웃었다.

  잠시 후, 모든 비빈이 자리에 모이고, 황후가 높은 곳에 앉아 그들을 내려다봤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들에게 황후가 손을 흔들며 고개를 들라 말했다. 그제야 모두 고개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 정말 천위제가 코 앞이다. 모두 알고 있겠지."

 

  황후의 말을 대충 흘려 듣는 화비와 열심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소재인은 상당히 상반된 모습이었다. 숙비는 그저 고개만 떨구고 있었고 가장 차분하게 듣는 자는 매화 뿐이었다. 정말 성격 다 다른 게 티가 나네. 이 모든 여성이 여기 모인 것도 신기했다.

 

 "천위제는 태후마마를 위한 축제. 태후마마께 진상된 물품들을 살필 것이며, 음식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아, 그리고 술사들이 드리는 기도 또한 우리가 필두로 나서게 될 거다."

 

  술사들? 매화의 눈썹이 꿈틀 올라갔다. 드디어 그 잘난 낯짝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건가. 황후는 계속 말을 이었다.

 

 "또한 각자 비단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황후의 말에 누구보다 화비가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황후가 내리는 비단.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비싼 비단만이 황후에게 들어올 것이다. 매년 하던 일임에도 화비는 그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높다. 태후에게 바치는 진상품, 그리고 비단. 그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황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들어온 제일 좋은 푸른빛 비단은 태후 마마께 바쳐진다. 내 진상품이기도 하지."

 "……."

 "각자 특별한 진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너무 부담은 갖지 말고…."

 

  허나 그 말이 더욱 그들의 부담을 늘렸다. 진상품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늘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 여자, 별에 별 욕심을 다 부리는 구나. 매화의 기분이 가라앉았다.

 

 "이번 천위제, 잘 해내도록 하세."

 "마마의 말씀을 따릅니다."

 

  다들 그렇게 말하며 황후에게 절했다. 그래봤자 그걸 따르는 사람은 둘 뿐이겠지만 말이다. 화비와 숙비가 물러가고, 둘만 남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자란이 말했다.

 

 "그대들이라도 부디 잘 부탁하네."

 "네, 마마."

 "걱정하지 마옵소서, 마마."

 

  소재인과 설재인이 절을 하며 말했다. 그녀들의 모습에 자란은 옅은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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