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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12
작성일 : 19-11-02 16:26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5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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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그랬든가 찬란한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고. 사르르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봉오리를 틔울 무렵, 다시 매서운 바람에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요 며칠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듯 떠들던 뉴스는 꿈이었다는 듯 금세 태세가 바뀌었다. 서슬 퍼런 수현의 몇 마디에 일본이고 미국이고 다급히 날아간 이들의 결과물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치자 학을 아는 주변인들은 오며가며 한마디씩 건넸다. ‘할아버님 이번엔 진짜 고향에 가실 수 있겠어요.’라며.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나뿐인 그의 사랑을 만날 수 있겠다며 그들이 더 기뻐했다. 그것이 그들의 섣부른 착오였음은 며칠 뒤 뒤바뀐 분위기로 알 수 있었지만. 학은 그런 이들에 괜히 더 마음이 설렜다. 이보다 남북관계가 더 좋았던 시절이 있었던가. 사람들의 말마따나 금방이라도 북녘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학은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

 ‘봄이 오기 전엔 꽃샘추위가 있지 않니. 나는 괜찮네.’

  그런 자신의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민석의 마음만 미어졌다.

 

 -

 

  우리가 화개에서 돌아온 이후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하나 있다. 그래서 그날, 한결이 산 팔찌는 아영의 손목에 끼워졌나 이거다. 누가 봐도 아영을 볼 때 마다 없는 꼬리가 붕붕 돌아가는 것 같은데 그 팔찌가 아영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다들 그렇게 생각했지. 그 자리에서 한결이 팔찌를 산 것을 목격한 사람은 말이다.

 “야. 저 팔찌가 왜 저 언니 손목에 있냐.”

  근데 그 팔찌가 아영이 아닌 진주의 손목에 끼워져 있으니 민지고 다은이고 이게 무슨 일인고, 얼 타는 거다. 내가 봤는데 분명. 아영이를 향한 눈빛이 보통 눈빛이 아니었다고. 그게 우정이라면 이 세상에 우정은 없어. 민지의 말에 다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나는 저런 우정 안사요. 사랑이면 샀지.

  양 옆에서 저렇게 바람 넣는데 아영이라고 달랐겠나. 내심 아 내 건가? 싶은 거지. 심지어 주변 사람도 본지 얼마 안 돼서 바로 아는데 아영이 결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를 모른다? 그렇게 틈만 나면 잘 훈련된 강아지처럼 제 옆을 차지하는데. 아무리 어렸을 적부터 같이한 소꿉친구라 해도 단지 친구라기에 아영을 향한 결의 태도는 선을 넘어도 애저녁에 넘었다. 그냥 모르는 척 하는 거다. 그래야 신심에 안정이 오니까. 그리고 그가 아영을 향해 선을 넘은 거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알지만 아영은 조금 헷갈렸다. 그가 친하게 지내는 이성은 본인과 진주인데. 진주를 대하는 거 보면 본인과 크게 다를 게 없어보였다. 그래서 결이 자신과 지낼 때는 얘가 진짜 나를 좋아하나 싶기도 하다가 진주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아 얘 원래 천성이 다정한 놈이지. 착각도 병이다 아영아.’ 싶은 거다.

  아영은 처지를 알고 분수를 아는 사람이었다. 국내는커녕 아시아를 씹어 먹고 세계 유수의 가문과 나란히 하는 한결의 가문? 괜히 마음에 품었다 피 보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아영은 그저 지금이 좋고 충분했다. 딱. 그저 남들보단 조금 친한. 그냥 그런 친구사이.

  중학교 때까진 좋으면서도 싫었다. 잘생기고 키도 훤칠하니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그 당시에도 여자애라고는 아영하고만 친하니 다들 아영에게 한결과 친해지고 싶은 티를 그렇게 냈었다. 한결이 자신에게 잘해주는 좋은 아이니 좋긴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른 이는 한결만 보고 다가오니 이게 참 기분 묘한 거다. 잘나가는 가문이고 나발이고 아영도 사랑받는 집 귀한 자식, 귀한 딸인 것을.

  여하튼 그래서 약간의 애증 한 스푼 담긴 관계가 학당에 입학한 후 좀 나아졌다. 친해진 민지와 다은은 한결에게 관심이 있다기 보단 그저 망붕렌즈 낀 사람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 망붕렌즈는 아영과 한결에 작동했는데, 망붕의 8할을 담당하던 한결이 녀석이 갑자기 ‘너희 렌즈는 잘못 되었단다’라며 렌즈를 깨 부시고 있으니. 이것 참 당황스러운 노릇이었다. ‘야, 너 잘나가다가 갑자기 왜이래. 우리 좋았잖아’ 다은과 민지는 당장이라도 한결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극성맞은 둘에 아영도 그간 마음에 낀 애증이란 불순물이 많이 희석된 것도 사실이었다. 이래서 의미 없는 다정은 죄야. 그래 쟤는 원래 낯을 가린 거지 천성이 착하고 다정한 성격이니까. 다은과 민지와도 친해지면 본인을 대하는 것처럼 대할 것이라 생각하는 아영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깨어난 기분이었다. 점심 먹고 5교시 때 졸다가 잠에서 깬 기분. 맞아. 쟤 진주 언니랑도 많이 친했지. 한결과 친한 아영을 자주 보진 못해도 진주도 많이 아꼈다. 하지만 진주와 한결을 같이 볼 때마다 아영은 생각했다. 둘이 잘 어울린다고. 결도 진주도 비슷한 집안에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에 왜인지 위축도 들었다. 둘 중 누구도 그에게 불편하게 눈치 준 것은 없었지만 사회적 위치라는 게 벌써부터 그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여하튼 이번에 팔찌가 본인이 아닌 진주의 손목에 끼워져 있다고 해도 아영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그저 아. 그치. 그 둘은 본인보다 먼저 알고 지낸 사이었고 가문끼리도 친하니까. 그리고 쟨 원래 저렇게 천성이 다정한 애니까.

  천성이 두 번 다정했다간 세상 큰일 날 노릇이다.

  악세사리를 원체 끼지 않던 진주가 팔찌를 낀 건 생각보다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뭔 학생이 팔찌하나 낀 게 대수라고 싶겠지만 진주가 어느 가문인가. 한결과 대한민국에서 쌍두마차 가문이 아닌가. 한결의 가문이 청룡의 가문이라면 진주의 가문은 현무의 가문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떠들썩할 법한데 22세 그녀의 커리어는 이미 학당의 전설과도 같았다. 학당 고교부 시절 수석입학, 수석졸업 코스를 밟았다. 그를 여성이라고 얕보다 그녀의 곰방대 한방에 나가떨어진 이들이 수두룩했다. 그렇게 고교부 수석 졸업한 진주는 대학부에서도 여전히 명성을 떨치는 중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너도 나도 중앙부도 그가 중앙부에 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를 어디로 모셔갈지는 중앙부 내 세 곳의 싸움이라 생각했지. 근데 갑자기 인턴을 대외협력부로 지원할 줄은 누가 알았겠냐 말이다. 어느 날 수지맞은 건 다름 아닌 대외협력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은 일은 이 보수적인 도사집단에서 여성 최초로 종계 가문을 잇는 장손이 된 것이다. 남들이야 진주를 보고 ‘선택받은 자’라고 했지만, 진주는 선택받기 위해 증명해야 했다. 자신의 능력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비록 그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종계를 잇는 지위도, 그 실력도 단순히 운 좋게 타고난 것은 아니란 소리였다. 굳이 따지자면 그가 ‘성취’한 것이지. 괜히 그가 수석 코스를 밟은 게 아니란 말이다.

  ‘에이 세상이 변했는데 여자도 장손이 될 수 있지. 안 그래?’ 그런 한가한 소리는 도사집단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어느 가문도 장손을 여성으로 세운 적이 없었다. 세상이 변하고 사회가 진보했어도 아직까지 남성에게 그러했듯 여성에게 ‘주어진’ 적은 없었다.

 “누나, 누나가 웬 팔찌를 다 꼈어요?”

 “맞아. 진주언니 악세사리 불편하다고 잘 안 끼잖아요.”“아, 선물 받은 거라.”

 “선물? 누구한테요?”

 “있어. 아는 동생.”

 “누나가 아는 동생 중에 우리가 모르는 동생이 있나.”

 “아 설마 저번에 그 청룡친구?”

  진주에게 아는 동생이 한 둘이겠냐 만은. 아는 동생 중에 유명한 동생은 손에 꼽으니. 금방 한결로 추려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청룡친구라 묻는 질문에 진주도 맞다며 끄덕였으니. 이 둘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문이 도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이를 안 진주가 헛소리는 맞아야 한다며 곰방대로 후드려쳐 없애기 시작했지만. 그리고 이런 소문은 전우치가 학교에 오며 금방 잠잠해졌다.

  여하튼 이러한 소문에 제일 심난한 건 다름 아닌 다은과 민지였다. 우리가 내적으로 쌓은 망붕 전우애가 있지 않냐. 섭섭해질 무렵 그 둘의 심지를 굳건히 한 게 하나 있었다.

 “아영이~ 이거 뭐야?”

 아영의 부채에 달린 장신구가 다은의 눈에 띄었다.

 “오~ 이뿌다. 언제 샀어?”

  언제 사긴. 아영은 산 적 없다. 한결이 줬지. 그리고 똑같은 디자인의 다른 색상의 장신구가 한결의 부채에도 달려 있었다.

 “역시 우리의 주식은 망하지 않았어. 그래. 팔찌가 문제냐. 지금.”

 “둘이 부채도 같은데, 장신구도 커플이야. 미쳤지 진짜.”

 “그래 역시 녀석은 우리를 실망시킬 리가 없어.”

 “쟤 손목에는 팔찌 없고 부채에는 장신구 있다.”

  역시 아영과 한결의 관계에서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건 한결이었다.

 

 -

 

 “구미호!”

 “저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 또 그리 부르는 구나.”

 “그게 문제가 아니고! 전우치 학교 왔대.”

 “안다.”

 “근데 왜 여기 있어?”

  자신을 향해 달려온 도깨비에 구미호는 그저 나른한 표정이었다. 곰방대에 불을 붙이곤 깊게 빨아들였다. 훅 내쉰 숨에 그 앞에 있던 도깨비가 잔뜩 찡그리며 콜록거렸다.

 “담배 좀 줄여!”

 “왜, 죽기라도 할까봐?”

 “인간 돼서 썩은 폐로 살고 싶어?”

  그 말에 구미호는 낮게 웃었다. 인간이라. 참 가까운 듯 하면서도 먼 이야기였다.

 “왜 웃어? 인간돼서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아야지.”

 “이미 천년만년 살고 있는데 인간이 되어도 또 그리 살란 말이냐.”

 

 -

 

 “자 이번에 육아휴직 한 선생님을 대신해 수업할 선생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전우치입니다.”

  수업시작하기 전 교무실은 전우치의 등장으로 들썩였다. 전우치라니. 그 말로만 듣던 그 전우치? 본인의 인사에 소란스러워진 교무실에 전우치는 이마만 쓸었다. 이래서 사람 많은 곳은 가기 싫었는데 청장영감이 마음을 먹어도 단단히 먹은 모양이었다. 하필 이름도 우치가 뭐야 성은 평범한데 이름이 특이해서 이리 오랫동안 박제될 일이었다. 흔해빠진 이름이었다면 그저 어디든 묻혀 살았을 것을. 그렇게 한차례 작은 소란 끝에 수업에 들어갔다. 최대한 고학년으로 그리고 실기 수업도 크게 나쁘지 않다고 요청했지만, 배정받은 수업은 전우치를 좌절하게 만들기 딱이었다. 학당 1학년 첫 실기수업이라니. 하필 요청을 들어줘도 반만 들어주는 게 어디 있냐 그 말이다. 그리고 1학년 첫 실기수업 꺼리는 거 누가 몰라. 아주 엿 먹으라고 길을 깔아주시는 구만. 한숨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난리도 아니었다.

 “선생님 전우치에요?”

 “전우치면 진짜 이백살은 거뜬히 넘었겠네.”

 “영생을 산다는 게 진짠가 봐.”

  벌써부터 쑤셔오는 관자놀이에 전우치는 부채를 휘저었다. 동시에 모든 아이들의 입이 뚝, 닫혔다.

 “예의라곤 밥 말아먹은 예반 아이들아. 인사부터 하자.”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 그렇다고 그가 만만한 사람인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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