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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클럽 썬샤인
작가 : 토닥이
작품등록일 : 2019.10.8

불운과 눈치 없음으로 인해 외롭게 살아온 경수,
드디어 클럽에 가입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근데 클럽 이름이 왜 ‘썬샤인’이예요?”
“죽어서 빛이 되고 싶은 우리들의 의지입니다.”

그 클럽은 자살 클럽이었다.

 
16화. 클럽 썬샤인(2)
작성일 : 19-11-01 08:12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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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수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어젯밤 잠을 설치는 바람에 늦잠을 잔 경수는 지각을 하고 말았다. 경수가 앞을 바라보자 와아아아! 경기장 밖으로 팬들의 함성이 울려 펴졌다.

 썬샤인 멤버들의 약속 장소는 야구장이었다. 응원석은 팬들로 붐비고 있었다. 응원석의 맨 뒤쪽, 치어리더의 무대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썬샤인 멤버들이 앉아 있었다. 연준, 민서, 지혜, 한석, 미연, 도필 순으로 앉아 있는 멤버들은 야구 응원과는 거리가 먼 복장이었다. 응원석을 찾아온 커플이 멤버들의 우울한 분위기를 보더니 흠칫 놀란다.

 

 “자기야… 우리 딴 데 가자. 저 사람들 이상해.”

 “그… 그럴까?”

 

 커플이 서둘러 멤버들의 주위를 벗어났다. 그때 입구로 들어온 경수가 응원석으로 올라왔다. 경수를 발견한 멤버들은 어이가 없었다. 경수의 손에는 치킨과 맥주가 한 가득 들려 있었고 야구 유니폼까지 입고 왔기 때문이었다.

 멤버들이 이 곳에 온 이유는 야구 응원이 아니었다. 헌데 저 복장과 준비성은 뭐란 말인가?

 설레임이 가득한 경수가 우울한 기운을 뿜어내는 썬샤인 멤버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냈다.

 “저 왔어요. 다들 야구 좋아하시나 봐요?”

 “아니. 야구 안 좋아하는데.”

 

 한석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야구 안 좋아해요? 근데 여기서 왜 모인 거예요? 야구 응원하러 온 거 아니에요?”

 

 멤버들이 그런 경수를 보며 어이없어했다. 연준이 경수를 향해 손짓했다. 자신의 옆에 앉으라는 뜻이었다.

 

 “경수야. 일단 여기 앉아 봐.”

 

 연준이 응원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다들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사람들 보이지?”

 “네. 저 사람들 보러 온 거예요.”

 “사람들? 뭐 어떻게 보면 그렇지…”

 “형. 그럼 일단 먹으면서 보죠.”

 “어?”

 

 경수가 손에 들고 있던 치킨과 맥주를 멤버들에게 나눠줬다. 갑작스럽게 맥주와 치킨을 받은 멤버들은 먹지도 못하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미연에게 맥주를 건넨 경수가 연준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한석이 어이가 없다는 듯 민서를 향해 물었다.

 

 “회장. 어떻게 할까?”

 “음…”

 

 그때 지혜가 손에 든 치킨을 뜯으며 말했다.

 

 “일단 먹어요.”

 

 도필이 경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자 옆에 있던 지혜가 경수의 편을 들었다.

 

 “하… 경수 쟤는 진짜로 야구 구경 왔네.”

 “미리 이야기를 못했잖아요. 경수 아저씨는 모를 수도 있죠.”

 

 꿀꺽- 꿀걱- 미연이 경수가 준 캔 맥주를 마시자 다른 멤버들도 마시기 시작했다. 모임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일이지만… 맥주를 그냥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생각보다 맛있네.”

 

 맥주를 마신 미연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라졌다.

 -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야구공이 날아들었다. 타자가 날린 공이 그대로 응원석으로 날아와 홈런이 된 것이다.

 - 우와아아아!

 홈런! 경기장 안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야구 경기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긴 팀이든 진 팀이든 야구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썬샤인 멤버들의 주위에는 어두운 기운만이 풍기고 있었다.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달리 우울하게 앉아 있는 맴버들의 얼굴에는 웃음 한 점 보이지 않았다.

 물론 경수는 예외였다.

 

 “우와와아! 역전 홈런! 가자! 고!”

 

 썬샤인 멤버들 사이로 힘찬 함성이 들렸다. 바로 경수의 목소리였다. 우울한 표정의 멤버들과 달리, 경수가 밝은 표정으로 응원을 한다.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치킨을 뜯으며…

 

 “이번엔 제대로네. 두산! 고! 고! 가자!”

 

 멤버들이 경수를 뜨악하게 바라봤다. 그 중 한석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자식은 죽을 생각이 있는 거야?”

 

 옆에 있는 연준이 말했다.

 

 “모르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일 수도…”

 

 연준이 경수를 확인하더니 민서를 향해 말을 꺼냈다.

 

 “회장, 아무래도 경수 데리고 가서 설명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

 

 민서가 응원가를 외치고 있는 경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 * *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 거야 너에게~…♫

 

 응원가로 사용된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응원가와는 상관없는 두 사람이 경기장 입구 복도에 서 있었다.

 바로 민서와 경수였다.

 민서가 경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경수가 긴장한 자세로 서 있었다. 자신이 또 뭔가를 잘못한 것 같았지만, 뭘 잘못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저… 제가 또 뭔가를 잘못했나요?”

 “……”

 “저기…”

 

 가만히 경수를 바라보던 민서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여기 왜 온 거 같아요?

 “…야구 응원하러…”

 

 민서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자 경수가 바로 말을 바꿨다.

 

 “…가 아니구나.”

 

 민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을 뻗어 경기장을 가리켰다.

 

 “저기 있는 사람들, 정말 행복해 보이죠?”

 “네. 야구 좋아해서 온 사람들이니까…”

 

 경수가 손가락을 따라 경기장 안을 바라보자 민서의 설명이 이어졌다.

 

 “네. 야구를 좋아해서 행복한 사람들. 가족들, 연인들과 와서 행복해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우리의 차이점이 뭔지 알아요?”

 “음… 저 사람들은 야구를 좋아하지만 우리들은 안 좋아한다?”

 “아니에요. 야구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우리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거죠.”

 “뭐… 아직은 그렇지만…”

 

 민서가 한 숨을 쉬더니 말을 이어갔다.

 

 “우울한 사람들끼리 있으면 우울하다는 감정에 무뎌져요. 다 우울하니까. 안 그래요?”

 “그렇죠. 다들 우울한 사람들뿐이니까. 더 우울해하기도 미안하고…”

 “그래서 여기 온 거예요. 그 우울함을 확실하게 느끼기 위해서… 행복해하는 사람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부럽다…? 나도 저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죠. 하지만 우린 그렇게 살지 못해요.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면, 이미 썬샤인에는 가입하지 않았겠죠? 안 그런가요?”

 “그…렇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들의 처지를 보다 더욱, 절실하게 느끼기 위해서…!

 우리는 이곳에 온 거라고요. 야구 응원하러 온 게 아니고요. 아시겠어요?”

 “아… 그렇구나. 네에…”

 

 경수는 경기장 안을 바라보는 민서의 얼굴에서 뭔가 모를 그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자세히 물어볼 수는 없었다.

 

 “기억하세요. 지금 느끼는 행복은 부질없는 것이에요. 저 사람들에게 전염된 것과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면 바로 사라질 감정이니까. 그러니까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내면을 바라 봐요. 내가 왜 죽으려고 결심했는지… 아시겠어요? 그게 이 모임을 하는 우리들의 이유예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경수가 민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응원석으로 돌아갔다. 멤버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봤다. 사람들이 행복해할수록 멤버들의 분위기는 더욱더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 순간, 경수는 자신이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멤버들과 야구 경기도 구경하고 함께 맥주도 마시고 치킨을 먹고 있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도 나눈다. 혼자 생활을 하던 경수의 입장에서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왔다. 갑자기 드는 생각에 경수는 혼란스러웠다.

 

 * * *

 

 처음에는 경수를 스토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홍대 카페에서 썬샤인 모임을 가졌을 때 다시 경수가 찾아왔다. 그리고 클럽에 가입을 시켜달라고 했다.

 민서는 그제서야 경수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지하철에서 경수가 도와줬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는 너무 놀라 그렇게밖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온 후 민서는 후회했다. 경수에게 ‘고맙다’는 말은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경수를 다시 만났을 때 조금은 놀랐다. 회장을 맡고 있는 민서는 경수에게 개인적인 호의를 베풀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수가 클럽에 가입하게 되었다. 클럽 멤버로서 경수와 지내다 보니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다만, 눈치가 너무 없었다. 그리고 재수가 없는 일들이 가끔 생겼다는 것 정도였다.

 이번에 야구장에서 경수에게 주의를 준 것도 회장이라는 공적인 위치 때문이었다. 경수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야구장에서 돌아온 민서는 거울을 보다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양손 가득 맥주와 치킨을 들고 오던 경수의 모습이 생각난 것이었다. 피식- 민서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미소는 흔적도 없어 사라졌다. 책상에 놓인 남자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사진 속 남자가 잘생긴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 * *

 

 - 휘이이잉.

 다리 아래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한강대교 다리 위에 모인 멤버들이 출렁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서가 그 옆에서 설명을 했다.

 

 “마포대교는 다들 아시겠지만, 이미 자살의 명소로 유명합니다.”

 “그치. 거긴 다 알지.”

 “유명해진 곳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거기가 접근성도 좋고 확률도 높잖아요.”

 

 한석과 지혜가 마포대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경수가 다시 다리 아래 강물을 바라봤다.

 

 “그래서 거긴 사람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여긴 아직 그렇게 유명하진 않죠.”

 

 멤버들이 민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살이라는 것, 쉬운 일이 아니에요. 사람 많은 곳을 피해서 적절한 장소도 찾아야 하고.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장소를 개척해야 합니다.”

 

 멤버들이 일제히 다리 아래 강물을 내려다봤다.

 

 “한강대교. 이곳을 브리핑 하실 분은 도필님이십니다.”

 

 도필이 멤버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저 아래 노들섬 보이시죠? 그 때문에 유속이 빨라지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멤버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물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석의 설명이 시작되고 그에 맞춰 멤버들이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뛰어내릴 때 장기가 있는 배 부위가 먼저 부딪히게 되면 그 자리에서 즉사 될 확률이 높습니다.”

 

 한강대교.

 - 풍덩.

 경수가 강물로 뛰어 내린다. 배 부위가 먼저 물에 부딪혔다. 그 모습 위로 도필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죽게 될 확률은 구십프로 정도죠.”

 

 상상 속 경수는 죽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경수가 물이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런데 운 나쁘게 머리나 몸통 다리 등이 먼저 입수될 경우…”

 

 다시 뛰어내리는 경수, 이번엔 다리부터 입수가 된다. 풍덩- 소리와 함께 강물로 떨어진 경수는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사망확률은 40%에서 50%로 확 줄게 됩니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던 경수가 익사하기 위해 그대로 동작을 멈춘다. 상상 속의 경수가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의식을 잃은 경수는 점점 밑으로 추락했다. 그 모습 위로 도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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