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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탐라에서 가장 탐나는 너.
작가 : 리릭
작품등록일 : 2019.10.29

대한민국 땅 끝 마을 해남.
해남에서 놓인 커다란 다리를 건너면 갈 수 있는, 인공섬 숨비도.
탐라 최고 지도자의 손자 소마주(小馬主) 김위온.
탐라 최고의 음전한 규수 류모을.
육지의...... 그냥, 태희.
세 사람을 둘러 싼 이야기.

 
8.혼담, 여인의 청혼(下)
작성일 : 19-10-31 22:47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7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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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신 기간 중 보현각을 나서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을 이상히 여기면서도 대마주의 명이니, 정복으로 환복한 후, 편전으로 행했다.

 

 “소마주님, 이쪽이옵니다.”

 

 제조상궁 기 씨가 위온을 기다리고 있다가 편전의 또 다른 공간으로 안내했다.

 신을 벗지 않아도 되고, 의자에 앉아 손님과 만날 수 있도록 마련해 둔 장소였다.

 외부 손님이 왔을 때 사용되는 공간이었고, 위온을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특정 잡을 수 없지만 뭔가 조금씩 화려하게 바뀌어 있었다.

 착각인가......

 평소 깐깐한 눈매로 자신을 훑던 제조상궁의 표정도 순 두부처럼 부드럽게 느껴졌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으로 들어서는데, 탐라의 큰 행사 때나 입는 어의를 갖춘,

 대마주와 눈이 마주쳤다.

 위온의 눈이 점점 커졌다.

 대마주의 용상 아래로 옥으로 된 커다란 탁자에, 화려한 예복을 입은 대행수와,

 수란 고모.... 삼 정승(三政丞).....

 그리고....... 모을.....? 류모을??

 그리고 류 대감과 정경부인...

 이건 무슨 조합 이란 말인가...

 

 “저희가 좀 늦었습니다.”

 

 응? 육지에 나가 살고 있는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까지?

 

 “그래, 오느라 수고했다. 어서 와 앉도록 하거라. 소마주는 이곳에 앉고.”

 

 대마주가 가리킨 곳은 모을이 앉은, 맞은 쪽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소마주님.”

 

 김수재와 민경숙이 반갑게 웃으며 위온을 향해 허리를 굽혀, 예를 올렸다.

 위온도 반갑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수문보다 큰 키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호남이었다.

 

 김수재.

 대마주의 차남. 형 수문이 소마주 자리에 오르자, 가족들과 육지로 나가 살고 있다.

 그에게는 5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희연, 희인, 희전, 희수, 희유...

 모두 딸이었다.

 만약, 이들 중 아들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수재는 그 아이를 소마주로 올리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드러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단념하였다.

 아이를 낳으면 딸만 태어나니 말이다.

 다행히, 사촌들은 모두 성격이 좋아, 위온과 잘 지내고 있었다.

 

 “모두 자리에 다 하였는 것 같구나.

 세분 정승도 함게 자리해 주어 감사하오.

 이 자리는 상견례 겸, 소마주 위온과, 류모을 소저의 혼사 준비를 의논하고자 하오."

 

 자리를 한, 사람들 중 위온만 깜짝 놀랐다.

 위온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조용히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귀로 듣었지만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귀띔도 없이 뜬금없는 혼인이라니... 그것도 류모을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대충 들어 알고 있었는지, 그리 놀라지 않은 듯.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을.

 그녀가 자신을 향해 발그래진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모을도 알고 있었다.

 하물며, 문 시중 조차 알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책고에서 자신을 향해 웃던 문 시중의 음흉한 웃음.

 이것 때문이었나?.

 아~~ 문 시중 두고 보자.

 

 “할아버님... 혼인이 라니, 무슨... 말씀이 온지.....”

 

 위온의 높아진 목소리가 허공을 쳤다.

 갑작스레 너무 놀랐는지 목소리가 상당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마주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말란 무언의, 눈빛을 위온에게 보냈다.

 혼담을 미리 이야기하였다면 분명 오지 않았겠지...

 대마주는 그냥, 처음부터 순조롭게 혼담이 진척되었으면 했다.

 위온이 어떤 말을 꺼낼 것 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마주에게 위온의 의견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소마주의 나이가 올해 열여섯 이니, 혼인할 시기가 적당하지 않은가.

 하여, 여기 대 총장 류정준 대감의 여식인 류모을 소저와 가을 좋은 날을 잡아 식을 올리게 할 것이오.

 실로 오랜만에 탐라에 기쁜, 큰 행사가 아니겠소?

 각자 맡은 바 소홀함 없이 또 부족하지 않게, 준비하도록 하시오.”

 

 대마주의 말에 모두 고개를 숙였지만, 당황한 위온만이 대마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당사자 위온만 어색한 상견례가 한 시진(두 시간) 동안 이어졌다.

 

 류 대감과 모을이 편전 밖으로 나오니, 대행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직접 청을 넣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대행수의 황금빛 도포자락이 봄바람에 무겁게 흔들렸다.

 

 “하하하 그리되었습니다. 얼마 전 여각에서, 대행수께 미리 언지를 드렸으나.

 기다려도 아무런 연통이 없으시길래, 제가 직접 움직였습니다.“

 “혼사가 보통 일이어야지요. 그래서, 어찌할까.. 아주 깊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뭘 얼마나 생각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 혼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고?’

 

 류 대감은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대행수가 고소하다는 듯 실실 웃음을 흘렸다.

 

 “깊게 생각은 하셨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너무 서둘렀나 봅니다.

 기다리는 것에 인내심이 많이 부족하여 생긴 불찰이니 대행수께서 너그러이 생각하여

 주십시오. 다행히, 대마주께서도 흔쾌히 허락하시었으니, 딸아이가 소마주님과 혼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헛헛헛!“

 

 류 대감의 눈빛이 뺀질 대고 있었다.

 위온의 혼사를 자신의 선에서 마무리하고자 한 것을 류 대감이 어떻게 알았는지,

 대마주의 연통을 받고, 대행수는 적잖이 놀랐었다.

 류 대감과 사돈이라니...

 그날, 류 대감의 이야기를 들으며 ‘설마’ 했던 것이 진짜가 되어 버렸다.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대행수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모을이 눈치를 보다 두 사람 사이를 끼어들었다.

 

 “그래, 너도 잘 지내었느냐? 언제 시간을 내어 여각으로 한번 들리거라.

 내 너에게 줄 것도 있고 하니.”

 

 얌전히 고개를 숙이는, 모을의 모습에 대행수의 얼굴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제 아비만 아니면 참으로 어여쁜 아이가 아니던가.

 

 “네에! 빠른 시일 내에 기별하여 드리겠사옵니다.”

 

 대행수의 말에, 모을은 얼굴을 붉혔다.

 대행수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위온과 함께 있는거 같았다.

 

 “그리 기쁜 것이냐? 너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구나...”

 

 정경부인 한 씨가 대행수의 뒷모습이 멀찍이 떨어지자, 모을을 향해, 눈을 곱게 흘겼다.

 그녀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섞여 있었다.

 애지중지 키운 딸을, 벌써 시집보낸 것처럼, 아쉬움에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럼 기쁘지요.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 하였습니다.

 소마주님과 혼인을 하면 좋은 이유 하나 가, 또 추가되는 것이지요.

 원 부인께서 살아 계실 때, 대행수께서 그분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셨는지,

 궁에 있는, 나인들한테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두 분을 보며 부부간의 사랑은, 다 동지애(同志愛)다.

 라고 생각하였는데, 말입니다.

 전, 대행수님을 보며 혼인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뭬야?”

 

 모을의 부러지는 말투에 기가 막혔으나 류 대감과 정경부인이 서로 쳐다보다 피식 웃고 말았다.

 부부애든, 동지애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여식이 소마주원 부인이 되는데 말이다.

 

 

 “아버지!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갑자기 혼인이라니요?”

 “그래도, 놀라셨을 건데, 잘 참으셨습니다.”

 

 보현각으로 돌아온 위온이 대행수가 마주 앉아 있었다.

 

 “원래 궁의 혼사가 그렇습니다. 당사자의 마음이나, 의견보다는 궁을 지키기 위해,

 수단으로 이용될 때가 있어요. 제가 이렇게 돌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소마주님도 이제 아이가 아니시니, 사실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혼인이 부담스러우신 건, 알고 있습니다. 대마주께서 소마주님과 한 마디 말씀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셨으니, 서운도 하시겠지요.

 하지만... 류모을 소저는 소마주께서, 마음에 두고 계신 것 아니었습니까?“

 

 위온은 대행수의 말에 누가 절구로 내리찍는 것 같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아신 건가...

 

 “저번에 숨비도에 오셨을 때, 소마주님 마음을 제가 눈치를 챘습니다.

 모을 소저를 볼 때마다, 얼굴이 상기되고, 눈빛이 꿈을 꾸시는 듯한데,

 어찌 그걸 눈치 못 챈단 말입니까?“

 “아아~”

 

 대행수의 말을 듣자, 웃음이 나왔다.

 그동안 문 시중이, 숨비도에서 모을과 함께 있는 자신을 보며, 계속 빙그레 한 웃음을 보였던 게, 이 때문이었다.

 모을에 대한 마음을 다 숨기지 못했던 것이다. 다른 이 들이 옆에서 알아챌 만큼...

 

 “그럼,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하셨습니까?”

 “........”

 

 위온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강요나 수단 때문에, 어머님과 혼인하셨습니까?”

 

 한 번도, 입에 내거나 찾지 않았던 의선의 이야기를 묻고 있었다.

 어릴 때도, 한 번도 찾지 않던 어미였다.

 위온은 자신을 살리고 간 의선을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듯했다.

 그것을 보며, 사람들은 그리 알고 있었다.

 어미의 희생도 모르는 냉정한 아이라고.

 그러나, 대행수는 알고 있었다.

 남 몰래 숨죽이며, 우는 아들이, 얼마나 의선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의선이 그렇게 되고, 위온을 탐라로 보낸 뒤에 자신은 미국에 계속 남아, 다시 오지 않으려 했었다.

 하지만, 돌아왔다.

 사랑하는 의선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고 살린 아이를 위해...

 

 ‘평생 그 고통의 순간에서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나의 아들...’

 “첫 번째 질문도 맞고, 두 번째 질문도 맞습니다.

 대마주님의 명에 따라, 혼인하였으나,

 아비가 많이 사랑하였습니다. 아니 함께, 서로를 사랑하였지요.

 소마주님이 사랑하는 이와 혼인 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런데, 소마주님께서 모을 소저를 마음에 두고 계시니, 아비는 참으로, 기쁩니다.“

 

 부모님이 서로, 사랑했었다니... 다행이었고, 기뻤다.

 어릴 적, 부모님의 모습은, 항상 행복해 보였다.

 미국에서 숨어 지냈던, 그날들 마저도 위온에게는 의선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었다.

 그런데, 종수의 모친인 배지선 현합(賢閤).

 어머니보다 먼저, 아버지가 사랑한 여인.

 아버지는 그 여인을 두고, 왜 어머니와 혼인하였을까... 의문이 들었다.

 어느 날 부모님의 혼인 과정에 있었던 일들과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를 알았을 때, 위온은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지금까지 보고 있었던 건 다 거짓으로 보였다.

 할아버지가 미웠고,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지금 대행수가 자신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무엇을 지키기 위해선 자신을 희생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그때 포기하는 게 아닌 선택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

 어릴 땐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제는 이해하고 싶었다.

 그 상황에서 분명, 그들 또한 최선의 선택을 하였을 테니...

 

 그런데, 모을은, 왜 자신과 혼인하고자 하는가...

 종수가 반지까지 준비하여 혼인하려고 한 여인이다.

 그녀도, 그를 마음에 두었던 게.. 아니었던가...

 종수를 생각하면... 모을과의 혼인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위온의 심장이 모을을 봤던 그 순간부터 미친 듯 뛰고 있었다.

 

 모을은 대마주의 배려로, 탐라 궁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하늘은 찌르는 위세 높은 수많은 전각들, 누각, 연못, 하나같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한번 둘러보고, 네 처소로 쓸 당(堂)의 위치도 보거라.

 맘에 드는 게 없다면, 얘기하거라.

 새로이 지어주마..’

 대마주의 예외적인 대우에 모을 뿐, 아니라 류 대감도 깜짝 놀랐다.

 그러다, 흐뭇하게 웃었다.

 모을을 대하는, 처우는 자신을 향한, 대마주의 예우였기 때문이었다.

 

 지밀상궁의 안내를 받으며 궁 정문을 향해 가는 모을의 눈에,

 대행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위온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마 숨비도로 나가는 대행수를, 배웅하는 듯 보였다.

 모을이 위온 쪽으로 가까워지자 고개를 돌린, 위온과 눈이 마주쳤다.

 모을은 몇 걸음 더 나아가 위온에게 예를 갖추었다.

 그런데, 위온은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더니, 외면하고 다시 대행수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닌가..

 잠깐 마주 친 눈빛은 모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차가웠다.

 

 “그럼, 그때 다시 들어오겠습니다.”

 

 대행수는 위온에게 인사를 하고, 류 대감 쪽으로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마차에 올라탔다.

 위온도 류 대감 일행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마차에 오르려는데,

 모을이 위온 앞을 막아섰다.

 위온은 흠칫하며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고, 지밀상궁과 문 시중이 모을의 앞을 막아섰다.

 

 “송구하옵니다. 여식이... 아직 법도를 잘 몰라 실수 한 것이오니,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

 아무리 혼인을 허락받은 사이지만, 이렇게 여인이 사내 앞을 막는 법은 없다.”

 

 정경부인이 모을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럼...”

 

 위온은, 할 이야기가 있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모을에게 끝까지 눈길을 주지 않고,

 마차에 올랐다.

 

 “여인이 너무 완벽해도, 남자들은 부담을 가지는 것이다.

 네가 어떤 여인인지 잘 몰라 저러시는 것이니, 더욱 조신하게 행동하거라.

 너답지 않게 경솔하였다.

 올해, 열여섯이시니, 남자 나이로는 아직 어리시다.

 그저, 편안하게 대해 드리거라.“

 

 정경부인은 자신이 잡았던 딸의 손목을 놓으며 멀어져 가는 마차를 야속하게 쳐다보았다.

 모을에게는 그리 얘기하였지만 한 씨도 속으로는 자신의 딸이

 혼인하고도 소마주에게 이런 대접을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며 좋았던 기분이 다 날아가 버렸다.

 

 “오르십시오.”

 

 지밀상궁이 가리키는 곳에, 고급 진 비단과 각종의 보석들로 네 마리 말을 말치레 한,

 화려한 마차 한 대가 섰다.

 금으로 된 말방울이 말이 머리를 흔들 때마다 청량한 소리를 내었다.

 

 “모을 소저의 신분이 달라지셨으니, 지금부터는 그에 대한 대우를 받으실 겁니다.”

 “네에? 이것을, 저희가 타고 갑니까??”

 

 한 씨가 자신들이 타고 온 마차와 비교되는 화려함에 놀라, 지밀상궁을 눈이 휘둥그레져

 쳐다보았다.

 

 “모을 소저만 오르실 수 있습니다.“

 차분하게 딱 잘라 말하는 상궁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 류 대감과 한씨는 딸인 모을을 다시 쳐다 보았다.

 그랬다.

 이제 모을은 자신들의 그저 귀여운 딸이 아니었다.

 

 모을이 상궁과 나인이 조아리며 내어주는 길을 따라 마차에 올랐다.

 

 

 모을은, 위온의 매몰찬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을 정경부인까지, 느낄 정도였으니...

 부모님이 계신데, 어떻게 그렇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가 버린단 말인가...?

 얼마 전, 숨비도에서 자신을 애틋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그가 맞단 말인가?

 아니면... 그의 마음이 바뀐 건가..

 모을은, 위온의 싸늘했던 행동이 계속 생각이나, 머릿속에서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기분이 상당히 불쾌해졌다.

 여인인, 자신이 먼저 혼인을 청하였다.

 그럼, 이제 다가오는 쪽은 위온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편전에서부터, 자신을 향해 웃음기 없는 매서운 눈빛으로 한번 쳐다본 것이 다였다.

 위온의 표정이 너무 어두워, 처음 듣는 혼담에 놀라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위온은 어쩐지, 자신에게 화가 난 사람 같았다.

 왜... 대체 왜.........

 

 “아가씨!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나가실 때는, 하늘을 밟고 다니시는 것 같이 훤하시던 고운 얼굴이, 어찌 이리 굳어있으십니까?

 

 정민은, 모을의 머리에서 오늘 더욱 정성스레 얹었던 배씨댕기와 뒤꽂이를 빼내며,

 그녀의 낯빛을 계속 살폈다.

 

 “오늘은 피곤하니, 일찍 자야겠다. 오면서, 생각에 너무 집중하였더니,

 머리가 아프구나.”

 “많이 아프시면, 약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아니, 되었다. 불은 내가 자기 전에 끌 터이니, 너는 그만 쉬도록 해라.“

 

 모을은 혼자 있고 싶어, 서둘러 정민을 내보냈다.

 모을은 불을 끄고, 정민이 봐둔 이부자리에 누웠다.

 그러다 불편하여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러기를 몇 번 되풀이하다,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앉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서책을 읽을까.. 불을 환하게 밝히고, 책을 펼쳤다.

 집중은 잘되지 않았으나, 글자 한자 한자 종이가 뚫어지게 쳐다보며,

 씹어 먹듯 입으로 되뇌며 읽어댔다.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 읽던 서책을 덮었다.

 이젠 잠이 올듯 싶었다.

 다시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모을의 움직임이 없으니, 바깥 풀벌레 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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