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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17
작성일 : 19-10-31 21:36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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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후궁 둘이 뽑혔다. 그들은 낮은 품계를 받았으나, 엄연히 황제의 여인으로 존중 받고 명예를 가지게 되었다. 소재인과 설재인에 대한 이야기를 뒤늦게 서신으로 본 황제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부인들이 뽑혔다, 라."

 "……."

 "우습지 않느냐, 무영아. 어머니는 언제까지 제멋대로 하실까."

 

  서신을 가볍게 구겨버린 그가 불구덩이로 그것을 집어넣었다. 화르륵. 타닥타닥. 가볍게 타오르는 서신을 보며 훤이 중얼거렸다.

 

 "그래봤자다."

 "…폐하."

 "어머니가 아무리 발악해봤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란 말이다."

 

  푸른 눈이 번뜩였다. 무영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

 

 

  품계를 받은 후궁은 매번 같은 시간에 태후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가야한다. 이번엔 품계를 받았으니 그에 대한 감사로 태후에게로 가야했다. 둘은 동시에 받은 첩지이기에 같이 가기로 결정되었다.

  마차 안에 같이 있는 둘의 모습은 상당히 상반되어 있었다. 예리는 긴장되는지 틀어올린 머리를 만지작거리다 손가락을 괴롭히는 등의 행동을 취했다. 매화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진정하세요."

 "아, 매화님."

 "그리 부르지 마세요. 이제 같은 품계의 후궁 아닙니까. 설재인이라고 부르세요."

 "그,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저도 그리 불러도 되겠습니까, 소재인."

 

  그 말에 예리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리의 곱게 다려진 노란 옷이 살랑거렸다. 매화의 붉은 옷과 다른 느낌이 드는 옷이었다. 지금 그들은 태후가 있는 전경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매화는 들고 있던 부채로 조심스레 입을 가렸다. 우리는 황후가 뽑은 후궁이었다. 어쨌든 태후의 손으로 뽑힌 자들은 아니었다. 태후에게 조금이라도 밉보이면 비틀릴 것이다. 아직은 사려야 했다.

  매화는 분노가 차오르는 눈동자를 애써 숨기며 싱긋 웃었다. 그녀의 웃음을 본 예리 또한 방긋 웃었다.

  마차에서 천천히 내렸다. 예리는 입을 떡 벌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네요."

 "……."

 

  과연. 주변국의 피를 집어삼킨 궁은 휘황찬란하고 아름다웠다. 누구보다 화려한 금색으로 도배된 궁을 보며 매화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정원 곳곳에는 비싼 꽃들로 꽂혀져 있었다.

  천천히 궁 안으로 들어갔다. 들떠있는 예리와 다르게 매화의 표정은 점점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이 수많은 비싼 장식들, 반짝거리는 진상품들. 그게 다 자신의 종족을 죽이고 얻어낸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올라왔다. 애써 손을 꽉 쥐며 그녀는 자신의 분노를 다스렸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태후의 방으로 온 그녀들은 상궁의 말에 한참 기다려야 했다. 매화는 부채를 팔랑였다. 우습기 짝이 없는 텃세였다. 미리 기를 꺾어놓겠다는 심산이겠지.

  매화는 아무렇지 않게 참아냈지만, 예리는 힘든지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매화는 조심스럽게 뒤로 손을 뻗어 그녀의 발을 주물렀다. 그러자 예리는 몸을 떨며 화들짝 놀란 얼굴로 매화를 바라봤다. 매화는 웃는 얼굴을 숨기며 꾹꾹 눌러주었다. 전기 통한 쥐처럼 파드득 떠는 꼴이 솔직히 웃겼다.

  그때 안쪽에서 문이 열렸다. 태후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상궁이었다. 매화는 손을 떼며 입가를 가렸다. 그리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태후마마께서 들어오시랍니다."

 

  천천히 일어나 안으로 들어섰다. 예리는 아까 매화의 손길 덕분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예리는 힐끔 매화를 바라봤다.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주무르지 않은 매화는 괜찮은 걸까? 예리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하지만 예리의 시선에도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홍복을 누리소서. 태후 마마를 뵙습니다."

 "태후 마마를 뵙습니다."

 

  드디어 만났다. 매화는 세차게 뛰는 심장이 가려지길 바랐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면 당신이 보이겠지.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지금 당장 손톱을 꺼내 그녀의 목에 박고 싶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녀의 사지를 찢어 일을 그르칠 수 없었다. 고대했던 순간인만큼 그녀는 인내해야했다. 아직 아니었다. 매화와 예리는 인사를 한 후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간드러지는 고운 목소리가 그들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만 고개를 드시게."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붉은 머리카락의 화려한 미인이 눈에 보였다. 주름이 졌으나 여전히 아름다운 피부, 빛나는 붉은 눈동자, 윤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붉은 머리, 화려한 장신구와 금칠이 되어있는 비단옷으로 꾸며진 여인. 누구보다 화려하고 강렬했다.

  분노로 떨리는 손을 애써 숨기며 매화는 웃었다. 누구보다 환하게.

 

 "태후마마를 뵙습니다. 신첩, 이번에 품계를 받게 된 재인, 소 예리라 하옵니다."

 "재인, 설 매화라 하옵니다. 태후마마를 뵙게 되어 무한 영광이옵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반드시 당신의 심장에 칼을 찔러 넣을 것이다. 지금처럼 화려하게 튀는 붉은 피를 보게 될 거야. 그 생각을 하자 그녀는 짜릿한 감정을 숨기지 못 했다. 웃으며 입가를 가리는 매화를 쳐다본 태후는 진한 웃음을 지었다.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왔군. 그대들이 폐하를 잘 보필하고 아기씨 생산에 힘을 쓸 것을 믿네."

 "마마의 말씀 받듭니다."

 

  매화가 유연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예리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고 독한 애들이 왔구나. 태후의 시선이 매화에게 꽂혔다.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아름답게 웃는다. 특히 저 계집. 태후는 들고 있던 붉은 부채로 입을 가렸다. 만만치 않겠구나.

 

 "앞에서 고생했네. 이만 물러가도 좋다."

 "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동시에 대답한 둘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태후에게 들렸으니 폐하께 들릴 차례였다. 하지만 매화는 회의적이었다. 광증이 돋아난 황제가 과연 우리 둘을 만나줄까. 게다가 황후가 멋대로 뽑은 두 명의 여인들을? 부인이랍시고 봐주면 다행이었다. 예리는 기쁜 얼굴을 감추며 말했다.

 

 "저희 드디어 폐하를 보러 가는 건가요?"

 "기대되나 봅니다."

 "아니, 뵐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만…."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기대하게 되면 그만큼 실망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 말을 숨기며 매화는 앞서갔다. 예리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 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황제는 그들을 만나주려고 하지 않았다. 이건 텃세와는 다른 거였다. 버티고 버텨보지만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예리는 이미 거의 정신마저 잃은 모습이었다. 정말 너무하는 군. 매화의 눈이 분노로 빛났다. 그때 안쪽에서 문이 열렸다. 무사로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그만 돌아가시오."

 "……."

 "폐하께서 정무로 인해 바쁘시다고 하셨소."

 

  매화는 그 말에 몸을 일으켰다. 정신을 잃고 거의 기절 직전이었던 예리는 매화가 몸을 일으키자 따라 일으키려고 했다. 허나 체력이 떨어진 그녀는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매화가 궁녀에게 말했다.

 

 "소재인을 보필하라."

 "네, 마마."

 

  두 궁녀가 천천히 예리를 일으켰다. 그리고 매화는 궁녀에게 반드시 황후마마께 소재인이 아파서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리라 했다. 고개를 끄덕인 궁녀가 후다닥 밖으로 걸어갔다. 둘만 남은 상황에서 무영이 들어가려고 했으나 매화가 그를 불러세웠다.

 

 "잠깐 기다려."

 "……."

 "건방지게 무사따위가 감히 날 무시하는가."

 

  거센 손길이 그의 뺨으로 날아갔다. 매화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말했다. 여자가 때리는 것 치고 상당한 악력에 무영이 비틀거렸다. 부채를 들어 쫙 핀 매화가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폐하의 호위무사라고 하나 엄연히 나보다 낮은 신분과 직위. 예의를 갖추게."

 "…죄송합니다, 마마."

 "그대가 폐하의 대리인으로 나왔다고 할지언정 무례는 용서하지 못 한다. 다음에도 이런 행동을 보일지 지켜보겠네."

 

  가볍게 몸을 돌려 걸어가는 매화를 한참 바라보던 무영은 안으로 들어섰다. 훤은 곰방대를 빨아들이며 무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붉어진 뺨에 시선을 고정한 후, 연기를 내뱉은 그가 말했다.

 

 "뺨이 붉구나."

 "제 무례 때문입니다."

 "왜. 내가 후궁을 죽이기라도 할 것 같은가."

 

  그 말에 감히 맞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무영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뻐끔. 벌려진 입 사이로 하얀 연기가 둥둥 떠오른다. 그 연기를 가만 보던 황제가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맹랭한 계집 아닌가."

 "……."

 "나의 대리인인 널 때리다니. 용감하다고 해야할지, 무모하다고 해야할지."

 

  그러다 그의 표정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그는 곰방대를 바닥으로 던졌다. 부딪히는 소리에도 무영은 변함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푸른 눈이 번쩍 이채가 떴다.

 

 "그 계집을 만나야겠다."

 "폐하."

 "네가 걱정할 건 없다. 난 내 손을 더럽힐 생각이 없어."

 

  그는 곧 나른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댔다. 그러나 눈만큼은 번쩍이고 있었다.

 

 "대단한 자신감 아닌가. 자신이 죽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라도 든 모양이지."

 "……."

 "궁녀를 불러라, 무영. 널 때린 그녀의 궁으로 가봐야겠어."

 

  무영은 그 말에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 조용히 밖에 서있는 궁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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