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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피너스의 축복
작가 : 다락
작품등록일 : 2019.9.1

루피너스 마을의 사랑스러운 소녀, 루루.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 파셔는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그녀의 담담하고도 사랑스러운 성장일기.

 
20화. Continuing their,and someone's story
작성일 : 19-10-31 21:27     조회 : 296     추천 : 1     분량 : 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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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루는 그날 밤 그녀를 기다리다 잠들어버린 테사에게 아침부터 혼나야 했고, 섀넌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었고,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만남이 이를 해결해 줄 것 같았다.

  “다음부터 말을 하지 않고 나가면 외출금지를 해버릴 테니 각오하거라.”

  테사는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이 정도는 각오했었지만,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 루루에게 실망해버린 그녀를 보자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루루는 다음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꼭, 테사에게 말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디라고 했었지?”

  “이쯤 이었던 것 같아.”

  브래디는 그날 밤 파셔가 전하고자 하는 물건들을 보관해둔 곳을 알려주었다. 과연 그가 이 물건들을 어떻게 두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테사 디쉬의 뒤뜰 화단에서 작은 상자를 찾을 수 있었다. 라이는 손이 여린 루루를 대신해 상자를 덮고 있던 이끼와 가시덤불을 치워내 주었다.

  “고마워, 라이.”

  “천만에. 어서 열어봐.”

  그녀는 마른 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상자를 열었다. 오랜 시간 입을 닫고 있었던 상자는 녹슨 쇳소리를 내며 속을 보였다. 상자 안에는 두툼한 편지봉투 하나와 익숙한 회중시계, 반지 하나가 보였다. 루루는 편지봉투를 열어 두툼한 편지들을 펼쳐 제일 앞 장을 읽었다.

  「1XXX년 XX월 XX일, 아직 어린 너지만 매일 이렇게 한 장씩 적어본다. 나는 아직 모자란 아빠이지만 너는 내 숱한 실수와 실패를 보란 듯이 덮으며 너무도 잘 커가는구나. 어른이 된 네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네 어린 아빠의 일기 같은 이 편지들이 우습게 느껴질지도, 귀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구나. 만약 그때까지 내가 네 곁에 있어줄 수 없다면 아마도 이 글들은 네가 날 추억하는 이유로 읽혀지겠지?

  어떤 편지를 네게 전해주게 될지 몰라 매 편지에 네게 주고 싶은 것들에 대한 설명을 짧게나마 쓰고 있어. 네게 직접 전해주지 못했다면 편지와 동봉하게 될 반지는 네가 아직 어려 전해주지 못한 메이의 반지일 것이고, 회중시계는 내 어린 시절을 함께한 시간이란다. 작고 여린 너에게 어울리는 선물은 아니지만 너를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해주고 싶었지만 일찍 떠나게 된 두 사람의 마음이니 받아주겠니? 너는 나를 살도록 한 이유이자 내 전부란다, 루루.

  언제나 사랑하지만, 만약 네가 이 편지를 홀로 읽고 있다면 네게 다시 없을 실수를 했다는 말이니 못난 아빠를 용서해주렴. 사랑한다, 루루. 내가 어디에 있든, 네가 어디에 있든. - 루피너스의 축복이 함께하길 빌며, 파셔 루커」

  “오....”

  루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많은 종이에 눌러 담았을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도 없었고,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도 없었다. 그녀가 편지를 읽는 동안 대강 편지의 내용을 짐작한 라이는 잠자코 옆에서 루루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루루는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고 편지를 소중히 접어 봉투에 넣었다.

  “나머지는.. 천천히 읽어봐야겠어.”

  루루의 눈물이 목소리에도 묻어나와 라이는 괜히 마음이 뭉클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녀는 문득 이 많은 것을 함께해 준 사람이 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새로운 마을에 이사 온 그녀가 혼자 지내야 했다면, 혼자 기차를 타야 했다면, 없어져버린 집을, 그리고 벽이 비춰진 브래디를 혼자 보아야 했다면. 만약 라이가 그녀의 용기, 호루라기를 전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수많은 질문이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라이, 고마워.”

  “뭐가?”

  “그냥. 그냥 고마워.”

  라이는 그저 웃었다.

 

  “루루, 조금 더 세게 밀어보렴.”

  올해 루피너스의 마을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루루의 무릎 정도까지 쌓여버린 눈은 테사 디쉬의 앞마당을 다 차지해버렸기 때문에 눈을 치워내야 했다. 섀넌과 루루는 입김을 불며 매일 아침 힘을 썼다. 섀넌은 아구구, 소리를 내며 허리를 폈다. 섀넌을 따라 잠시 허리를 펴던 루루는 눈이 그친 하늘이 정말 새파랗다는 생각을 했다.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은 새빨개졌지만, 그녀는 손끝부터 얼어붙는 감각을 좋아했다.

  “이쪽은 대강 치워진 것 같구나.”

  “네. 이제 문 앞을 정리할까요?”

  “그러도록 하자.”

  섀넌과 루루는 어기적거리며 눈 위를 걸었다. 뽀드득 소리를 내며 그들의 발걸음을 받아들여주는 눈은 항상 웃는 표정인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라이는 어디로 사라졌니?”

  “뒷마당을 치운다고 했어요. 뒷마당은 손님들이 들어오지를 않아서 내버려뒀더니 많이 쌓여버린 모양이에요.”

  “또 농땡이 부리고 있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힘을 쓸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던 집에서 눈을 치우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했다. 루루는 이렇게 도와주는 그가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다 들려요, 섀넌!”

  뒷마당 쪽에서 라이가 소리지르는 것이 들렸다. 섀넌은 입을 삐쭉 내밀었고, 루루는 푸흐흐 웃어버렸다. 테사는 창문을 통해 눈이 차차 치워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아마 그녀는 몇 살만 더 젊었더라도 자기가 다 치워버렸을 거라고, 요즘 젊은이들은 답답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었다. 섀넌은 조금 덜 말린 채로 올려묶은 머리칼이 살짝 얼어서 뻣ᄈᅠᆺ해진 것을 느꼈다. 목덜미에 와닿는 머리칼이 차가웠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올해는 감기에도 안 걸리고 어째 잘 버티는구나?”

  - 에에취이

  섀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루루는 재채기를 해버렸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둘은 마주보고서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너 일부러 그런 거지?”

  “아니에요. 눈을 치우느라 찬 바람을 많이 맞아서 그런 거예요.”

  “루루 너 많이 컸다?”

  “아니에요, 섀넌 아주머니~”

  루루는 장난을 거는 섀넌이 이렇게 기분 좋게 웃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뒷마당 다 치웠어요!”

  라이는 제 허리만큼 오는 삽을 질질끌며 걸어왔다. 코와 볼까지 빨개진 라이는 조금 우습게 생겨서, 섀넌은 깔깔대며 웃었고, 라이는 귀까지 빨개져서는 웃지말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섀넌은 정말 나랑 안 맞아!”

  “누구는 너랑 맞는다니?”

  섀넌은 그러고도 한참을 더 웃고는 웃기도 힘들다며 삽을 고쳐잡았다. 찬바람이 루루의 가슴속 깊이까지 들어와 겨울을 불러들였다.

 

  직원을 한 명 더 들일 거라던 테사는 섀넌과 루루가 일하는 것이 미더웠는지 딱히 말이 없었고, 가끔 가게에 내려와 손님인 양 샌드위치를 얻어먹고는 했다. 그럴 때면 테사의 오목조목 뜯어보는 눈길에 더 긴장하고는 하는 루루였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뭐라고 한 적 없는 그녀였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스스로 말하곤 했다.

  “진저티요. 혓바닥이 데일 만큼 뜨겁게.”

  “네, 알겠습니다.”

  테사 디쉬에는 여전히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댔다. 루루의 아이디어로 내었던 진저티도 날씨가 추워지면서 더 잘팔렸고, 테사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둘은 더 열심히 일했다. 손님들은 테사가 이제 일을 쉰다는 것을 알았지만, 맛이 바뀌었다거나 하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 적어지지 않는 손님들의 수가 매일 밤 루루를 안심시켰다.

  “어서오세요, 테사 디쉬입니다.”

  “애나왔어요~”

  “고모!”

  애나는 배가 불러오기 전에 결혼식을 올리겠다며 서둘러 토미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모두의 축복 속에 낳은 아이는 벌써 4살이 되었다. 애나는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을 함께 보고 싶다며 자주 가게에 들렀다. 토미는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인상으로 웃으며 함께 들어왔다. 아이는 애나의 맑게 트인 눈과 토미의 오똑한 코를 빼닮았다. 루루는 어릴 적 그녀의 안에서 보았던 이름 모를 불안감들이 더 이상 애나에게 보이지 않음을 깨달았다.

  “어떤 것을 드시겠어요?”

  애나는 내년이면 스무 살이 되는 조카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다며 여행을 추천해 주었다. 더 넓은 세계를 보라고, 자신도 토미와 여러 곳을 여행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다며. 아직 새로운 것에는 어색한 루루였기에 고민해보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녀는 루피너스의 마을과 테사와 섀넌과 라이와 마을 사람들이 좋았다. 애나도 여행을 꺼려하는 루루의 마음을 대강 눈치채서인지,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저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고민하지 말고 말해달라며, 애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루루는 여전히 예쁜 미소로 네 그럴게요, 대답했다.

 

 -

 

  “준비됐지?”

  “응.”

  보름달이 뜨는 추운 겨울의 밤, 둘은 잘 다독여 동그란 모양으로 만든 건초 위에 헌 담요를 덮고, 그 위에 호루라기를 얹었다. 곧 라이의 시계가 정각을 알려줄 터였다.

  -똑딱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루와 라이는 웃으며 그를 맞았다.

  “꼬마 신사 숙녀, 잘 지냈니?”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루피너스의 축복> 저자 다락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시간동안 이 글을 연재하게 되었는데요. 어느 여름 밤의 꿈에서 시작하게 된 이 이야기는 그 누구보다 생각이 깊고, 사랑스러운 소녀인 루루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하여 아쉬운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가 몇명에게라도 더 다가갔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미숙한 저의 첫 작품을 봐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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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식빵 19-11-06 20:39
 
수고하셨습니다:) 순수하고 밝은 아이들을 보면서 미소짓기도 하고, 밝은 모습 뒤에 감추어진 슬픔을 보며 마음아파하기도 하고.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결국은 마음이 따스해져오는, 아주 따뜻한 이야기였어요.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앞으로도 원하는 글 잔뜩 쓰셔서 찾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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