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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피너스의 축복
작가 : 다락
작품등록일 : 2019.9.1

루피너스 마을의 사랑스러운 소녀, 루루.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 파셔는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그녀의 담담하고도 사랑스러운 성장일기.

 
18화. The present
작성일 : 19-10-31 21:18     조회 : 211     추천 : 1     분량 : 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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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루피너스의 마을은 계절을 바꿀 준비가 끝난 듯했다.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긴 웃옷에 겉옷을 걸치고 오기 시작했고, 루루는 이제 바쁜 가게 일에도 땀이 흐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좀 있으면 겨울이 올 터였다. 이즈음이면 그녀는 감기에 걸리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난스레 옷을 껴입어야 했다. 얇은 니트에 가디건을 걸쳤고, 가디건과 비슷한 색의 긴바지를 함께 입었다. 야무지게 챙겨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덜 깬 잠을 깨려는 듯 기지개를 켜고 있는 섀넌이 보였다.

  “어머, 루루. 그렇게 입기에는 조금 덥지 않을까?”

  “감기에 걸릴까 봐 이렇게 입었어요. 좀 과한 감이 있게 입어야 감기를 피할 수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뭐.”

  이야기를 나누는 데 테사도 조용히 나왔다. 아직 이른 감이 있는 시간이었지만 쌀쌀한 공기에 잠에서 깬 모양이었다. 테사는 아직 얇은 반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에도 열이 많은 편이라 계절이 바뀌는 데 둔감해왔다. 그런 그녀를 보는 데도 익숙해진 루루였지만 왠지 조금 더 쌀쌀해지는 기분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이제 슬슬 따뜻한 음료를 낼 때가 되어가는구나.”

  테사가 말을 꺼내자 섀넌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터 음료를 추가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벌써 늦은 시간에는 바람이 꽤 차가운걸요.”

  “그래, 그렇다면 어떤 음료를 추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니?”

  테사가 묻자 섀넌도 잠시 생각에 빠지고 루루는 평소보다 일찍 깨어서 준비를 끝낸 탓에 뒤늦게 하품이 나오는 것을 속으로 삼켰다. 루루는 이렇게 차가운 바람이 돌 때면 파셔가 만들어주고는 했던 진저티(ginger tea, 생강차)가 떠올랐다. 루루는 딱히 가리는 음식 없이 잘 먹는 편이었기 때문에 파셔도 곧잘 여러 재료를 맛보여주고는 했다. 그런 루루에게 조금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 바로 진저였다. 진저는 특유의 향이 너무 강해서 차로 우려내어도 그 향이 과하게 담아져 나왔다. 싸한 바람도 한순간 잊을 만큼 따뜻하게 우려낸 차를 한 모금 마시면 콧구멍을 치고 나서 목구멍을 화하게 감싸도는 목넘김을, 그녀는 잊을 수 없었다. 유일하게 쓴 맛을 잘 참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꿀을 타주었던 파셔는 바뀌는 계절에 약한 루루가 메리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메리도 더운 바람이 가시고 찬 바람이 돌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기침 소리를 내며 골골대곤 했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 없이 자라온 파셔는 메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런 그녀에게 무얼 해주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하나씩 배워가며 어느새 아빠가 된 모양이었다. 루루는 그 때 생각이 떠올라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진저티는 어떨까요?”

  루루의 말에 섀넌은 여전히 곰곰이 생각했고, 테사는 흠,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샌드위치와 맛이 어울릴지 모르겠구나.”

  테사는 샌드위치와 함께 파는 음료이기 때문에 진저의 강한 맛이 그 어울림을 방해할까 봐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루루도 잠시 생각을 하다가 뭔가 생각난 듯 작게 박수를 쳤다.

  “아, 맞아요! 아빠한테 들었는데, 진저의 향은 껍질에서 나온다고 했어요. 향이 너무 강할까봐 걱정되신다면 껍질을 많이 벗겨내면 될 거에요.”

  루루의 이야기를 듣고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진저티를 준비하도록 하자. 건강에도 훨씬 좋을 테고 어차피 늙은이들만 오는 가게니 다들 좋아할 게다.”

  “꿀을 넣으면 젊은 사람도 좋아할 거에요.”

  섀넌도 시름을 덜었다며 콧노래를 불렀다. 테사는 이런 생각을 해낸 루루가 기특하면서도 점점 자신의 기대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내는, 많이 커버린 그녀를 보며 이름모를 감정을 느꼈다.

 

  진저티는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 테사는 가게 오픈 전에 생강을 다듬어야 한다며 서둘러 움직였고 다행히 영업이 시작하기 전에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뜨거운 물을 얇게 저민 생강에 붓자 생강 특유의 향이 알싸하게 코를 적셨다. 그 향에 손님들은 취한 듯 진저티를 함께 주문했고, 진저는 금방 동이 났다. 다 팔 수 있을지 걱정했었지만 남기는커녕 손님들이 주문하는 데 진저가 다 떨어졌다며 미안해하는 섀넌을 보며 루루는 신기했지만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내일은 진저를 더 많이 준비해두어야겠구나.”

  어느새 밤이 찾아오고 테사는 마감을 위해 가게로 내려왔다. 섀넌은 가게 유리문을 닫고 잠그며 허리가 아픈지 아구구, 소리를 냈다.

  “그러게요. 다섯 박스 정도 쟁여두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주접떨지 말아라, 섀넌.”

  섀넌의 설렘에 차갑게 응하는 테사였지만, 그녀도 내심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오늘 장사는 우리 가게 막내 덕이구나.”

  그녀는 기분 좋게 웃으며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루루는 표현에 약했던 그녀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던가, 곰곰이 생각했다. 사람은 모두 변하는 법이니, 루루는 생각을 멈추고 그녀의 따스한 손에 머리칼이 흩뜨려지는 것을 느꼈다.

 

  “오늘은 편지구나, 루루.”

  섀넌은 대문을 잠그고 돌아오겠다며 나가더니 우편함을 확인하고 온 모양이었다. 그녀는 손바닥정도 크기의 작은 편지를 루루에게 건넸다. 하얀 편지 봉투에는 루루에게, 라고 작게 적혀있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씻고 나서 읽어봐야겠어요. 이제 애나 고모도 이 마을에 계시니 편지가 올 곳이 없을 텐데...”

  “또 모르지, 가게를 오가는 말썽꾸러기들이 우편함에 넣어놓았을지도?”

  섀넌의 표정은 장난기가 가득했고, 루루는 그런 그녀를 보며 푸하하, 웃어버렸다. 장난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섀넌은 루루가 정말 예쁜 아이라고 생각했다. 성격탓에 대놓고 말하거나 칭찬해본 적은 없었지만, 동그랗고 큰 눈과 작은 얼굴, 오목조목한 코까지. 게다가 흔히 볼 수 없는 붉은 머리칼을 가진 루루를 처음 본 사람은 그냥 지나치려 하다가도 한 번 더 돌아서 그녀의 뒷모습을 보기도 했다. 루루는 스스로의 아름다움보다는 남의 아름다움을 먼저 알아볼 줄 아는 아이였다. 그런 탓에 어린 나이부터 자신이 더 들어야 할 칭찬을 남에게 하며 살아온 소녀를, 섀넌은 못말린다는 듯 가끔 보고는 했다.

  “저는 테사 할머니께 가볼게요. 아직 주무시지는 않겠죠?”

  “아직은 깨어 있을 거다. 들어가 봐.”

  루루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편지를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똑똑

  “루루냐?”

  오늘은 먼저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루루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저에요.”

  빼꼼 고개를 내밀자 테사는 들어오라며 손짓했다. 테사는 이미 잘 준비를 마친 듯 침대에 반쯤 누워있었지만, 아마도 자신을 찾아올 루루를 기다린 듯 잠이 쏟아지는 눈을 꿈뻑거리고 있었다. 루루는 졸려보이는 테사를 보고는 조금 웃으며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조금 더 일찍 들어올 걸 그랬어요. 마무리 정리를 하느라...”

  “아니다, 너무 일찍 잠들면 내일 또 빨리 깨버릴 거야.”

  “오늘도 바빴어서 좋았네요.”

  테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무언가 결심한 듯 루루에게 말을 건넸다.

  “루루, 너는 크면 뭘 할 생각이니?”

  뜬금없는 질문에 그녀는 조금 놀랐다. 테사가 자신의 미래에 관심이 있으리라고는 한반도 생각해보지 못한 그녀였기에 예상치 못한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되려 자신을 평소에도 생각해 준 그녀의 마음을 몰랐던 것이 아닐까, 루루는 금세 반성하고 말았다.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어요. 고민한다고 나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테사 디쉬에서 정식으로 일해 보는 것은 어떠냐?”

  “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친자식도 없고, 이 가게를 맡길 사람이 마땅히 없다. 섀넌 혼자 이 일들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고, 나는 늙었지. 너도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니 큰 일을 감당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물어보는 것이니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테사는 담담하고도 진지하게 제안했다. 루루는 어릴 때부터 해온 일이기 때문에 테사 디쉬의 일이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한 끼 음식을 팔며 행복을 더해주는 것도, 그 행복에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그녀는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테사의 젊은 시절 열정이 담긴 이 가게를 그녀가 받아도 되는 것일까. 그녀의 시간이 일궈낸 사람들, 행복과 많은 것들을. 이것들이 과분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녀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하고만 싶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그녀에게 꺼내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을 테사의 마음을 무시할 수 없었다. 테사는 이제는 정말 많이 늙었다. 루루가 처음 테사를 만났을 때 보았던 몇 뭉텅이의 검은 머리칼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고, 하얗게 새버린 눈썹처럼 그녀는 이제 많이 지쳐보였다. 여전히 자신의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즐거워했지만 그 즐거움을 감당하기에는 몸이 늙어버린 듯했다. 루루는 잠깐의 생각을 한 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해볼게요.”

  “그렇다고 너무 책임감을 느끼지는 않아도 된다. 어차피 섀넌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테니. 머지않아 새 식구를 한 명 더 들이마.”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해요, 테사 할머니.”

  테사는 민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나가보라며 루루를 쫓아냈다. 루루는 세월과 시간 그 경계에 서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테사의 모든 준비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 어느 날 테사가 별이 되어 하늘 자리 주인 옆자리에 앉아 농담 따먹기를 하는 소리가 들려와도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져놓겠다고 다짐했다. 테사의 재촉에 루루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다 침대에 앉아 그녀가 나가기를 기다리며 앉아있는 어쩌면 조금 작은 노인의 이마에 작은 키스를 해주었다. 테사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

 

  「찬 바람이 불고 보름달이 뜨는 날 밤 9시가 되면,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카드에는 마을 사람들이 심심풀이로 보는 점괘 종이에 쓰여 있을 것만 같은 이유 없이 웅장한 말이 적혀있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면 내일 밤일 텐데, 그녀는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내일이면 완전히 찰, 조금 덜 찬 달이 밤하늘 어딘가에서 기우뚱거리고 있었다.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이 어딘가에 적혀있을까 하는 생각에 작은 카드를 꺼내고 난 하얀 편지 봉투도 괜히 뒤적여보고, 카드도 뒤집어 보았다.

 

  「라이의 방앗간」

 

  카드 뒤편에는 마치 카드를 쓴 사람이 이곳으로 오라고 적어놓은 듯, 장소가 적혀있었다. 루루는 라이가 보여줄 것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괜스레 카드의 근엄한 말투가 우스워졌다. 루피너스 마을은 계절이 바뀌는 데에 적응할 시간을 많이 주지 않았다. 마치 부지런히 적응해 나가라는 듯, 한 발 더 빨리 나아갔다. 루루는 자신의 향이 담뿍 묻어있는 푸근한 침대에 들어가 턱 끝까지 이불을 덮었다. 내일은 더 열심히 불어댈 거라며 힘찬 기합을 넣는 듯 바람 소리가 슈웅, 들려왔고, 루루는 자신의 온기가 따스하게 퍼진 이불에 감싸져서 천천히, 조금씩 그렇게 고요히 잠들었다. 모두가 잠든 마을에는 잠든 이의 행복한 숨소리가 울려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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