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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피너스의 축복
작가 : 다락
작품등록일 : 2019.9.1

루피너스 마을의 사랑스러운 소녀, 루루.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 파셔는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그녀의 담담하고도 사랑스러운 성장일기.

 
15화. Back to the home
작성일 : 19-10-31 21:10     조회 : 221     추천 : 1     분량 : 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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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회색 하늘은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엉엉 울었다. 어린 루루는 정신없이 집을 뛰쳐나오느라 옷을 하나도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 애나는 루루에게 미안하다며 결국 아이에게는 조금 큰 검은 셔츠원피스를 입혀서 허리띠를 매어주었다. 너무 많이 신어서 보풀이 생겨버린 검은 양말과 급하게 빌려온 헤어진 검은 구두를 신은 어린 루루가 보였다. 하얀 피부와 붉은 머리칼이 온통 어두운 옷가지와 대비되어 기괴하게 보였다. 마치 죽어가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는 듯하기도 했다.

  -이제 나가볼까, 루루야?

  나갈 준비를 모두 끝낸 애나는 루루의 작은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루루는 뭐가 미안한지, 그녀가 왜 미안해야 하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두고 왔던 아빠가 걱정될 뿐이었다. 어린 루루는 애나에게 묻는다. 고모, 아빠는 괜찮은거죠? 애나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루루는 그런 애나를 한참을 올려다봤고, 애나는 한참을 끄윽거리며 울음을 참아본다. 그러고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눈물을 루루의 이마 위에 떨어뜨리며 루루에게 말한다.

  -지금 아빠를 보러 가는 것이란다.

  그 후로 기억나는 장면은 수많은 어른들이 하나같이 얼굴을 검은 천과 손수건으로 가리고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모습, 파셔가 누워있던 작은 관, 비를 맞으며 뚜껑을 덮어 올리던 아저씨들, 그리고 그 위로 쏟아지는 젖은 흙. 어린 루루는 어쩌면 알았을지도 모른다. 아빠는 괜찮지 않아. 하지만 루루는 울지 않았던 것 같다. 하늘이 대신 울어주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슬프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파셔가 싫어하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루루가 좋아하는 비내리는 날이었다. 하지만 어린 루루는 이상하리만치 차분한 마음으로 애나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자신의 온기가 차갑기만한 애나의 손에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애나는 그 날 너무도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루루가 기억하는 그녀의 아빠, 파셔의 장례식이었다.

  케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온 날 밤, 루루는 어쩐지 파셔가 떠올랐다. 어른들은, 그리고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녀가 알아버리기에는 아직 참혹할지도 모르는 현실이었지만 루루는 어쩐지 담담했다.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 남아있는 사람에게는 슬플지도 모르지만, 이는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퍼해도 되지만, 조금은 덜 슬퍼하고 싶었다. 란은 그녀에게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렇게 그녀를 좋은 기억만으로 추억하는 것이, 란과 함께했던 시간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지 않을까, 라고 루루는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따라 밤하늘에는 잿빛 구름이 가득했다. 빛나는 별들도 그 뒤에서 자취를 감추고 쉬어간다. 그녀는 오늘만큼은 파셔를 떠올리며 잠에 들기로 했다.

 

  “이러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루루는 고집스레 짐을 챙겨주는 로라의 손을 밀어냈다. 그녀는 로라를 이기지 못할 것을 눈치챘지만, 그래도 이렇게 받아가는 것은 영 마음에 걸렸다. 로라는 이 소년, 소녀가 조금이나마 행복했으면 했지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옷 몇 벌이 전부였기에 이거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이들이 평소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로라가 처음 마주한 둘은 마치 진흙탕에 담궜다 뺀 듯한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둘은 너무나 아름다운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고, 아직 더 예쁠 나이였기에 자신이 줄 수 있는 작은 축복과 함께 조금이나마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임을 여러번 설명했다. 루루는 그 마음을 이해는 했지만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마음이 여전히 불편해하고 있었다.

  “루루, 제발 들고가줘. 어차피 이 집에 두면 다시 입지도 못하고 버리는 옷감이 되어버리는 걸.”

  로라의 애처로운 눈빛에 루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었다. 라이는 그런 루루를 보더니 결국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루루는 어쩔 수 없이 짐을 받아들어야 했다. 그제야 표정이 밝아진 로라는 웃으며 짐을 무겁게 해서 어떻게 해, 하고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라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둘은 그런 라이를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조심해서 가렴. 섀넌에게 안부도 전해주고.”

  “네, 로라 아주머니. 잊지 못할 기억들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루루는 발뒤꿈치를 들어 로라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고, 로라는 그런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나게 된 것은 아마 누군가의 칭찬이고, 선물이겠지. 잘살아가고 있었구나, 로라, 스스로 생각하며 웃었다. 로라는 두 아이가 길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 후로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어휴, 로라 주접은.”

  섀넌은 로라가 챙겨보낸 루루의 옷가지와 섀넌에게 보내온 작은 선물을 뜯어보았다. 작은 선물상자에는 짧은 편지도 들어있었는데, 대강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너도 잘 지내라는 내용인 듯했다. 로라는 케이에게서 마지막 쿠키를 샀다. 어쩌면 슬프지만,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로라 아주머니께서 정말 잘 챙겨주셨어요.”

  “그래, 내가 믿는 구석이 있다고 하지 않았니.”

  “섀넌 아주머니 정말 감사해요. 아주머니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날 수 없었을 거예요.”

  루루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섀넌은 손사레를 치며 이렇게 안해도 된다고 조금 화를 냈다. 하지만 섀넌은 내심 자신의 아이처럼 아이들을 무사히 잘 보살펴준 친구 로라와 잘 돌아와준 두 아이가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섀넌은 편지 종이를 다시 접어서 과자상자에 넣었다.

  “피곤하지 않니? 내일부터 일을 다시 시작할테니 일찍 자두는 것이 좋을걸?”

  “네. 테사 할머니께 인사만 드리고 올라갈게요.”

  긴 여행을 다녀와 잊어버릴 만도 한데, 자신을 걱정할 테사를 챙기는 루루의 생각 씀씀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섀넌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루루는 종종걸음으로 테사의 방문 앞으로 가서 똑똑, 노크를 했다.

  “루루에요, 할머니.”

  “들어오거라.”

  테사는 여전히 손에서 뜨개질바늘을 놓지 않고 있었다. 눈은 매듭에 향해있었고, 입은 집중한 채로 오물거렸다. 루루는 하마터면 귀여운 할머니의 모습에 웃을뻔했지만, 엄한 부분도 있는 테사였기에 간신히 웃음을 참아내고서 말을 건넸다.

  “조심히 잘 다녀와서 인사드리려고 들어왔어요.”

  “그러느냐.”

  테사는 여전히 루루를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밝아진 듯한 루루의 목소리를 듣고 안심하는 눈치였다.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만큼의 미소를 조금 머금은 그녀는 뜨개질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얼른 루루를 내보냈다.

  “그럼 올라가 볼게요. 내일 뵈어요!”

  루루가 조심히 방문을 닫는 것을 본 섀넌은 넌지시 물었다.

  “너 여행가기 전이랑 똑같은 실이지?”

  “네... 몇 번이나 다시 풀고 짜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둘은 그렇게 조용히 쿡쿡 웃었다. 테사는 두 사람이 본인의 뜨개질 실력을 두고 웃는 것을 절대 알지 못할 테지만 말이다.

 

  “오, 테사의 샌드위치가 그리웠단 말이지!”

  “조용히 하고 처먹어, 이 늙은 밤탱이들아.”

  루피너스 마을의 여름은 언제나 그렇듯 금방 풀이 죽는다. 몹시 더운 며칠만을 빼면 금방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테사 디쉬는 다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며칠밖에 쉬지 않았지만, 항상 찾아오는 많은 손님들은 테사가 그리웠다며 농담을 해댔고, 테사는 더욱 호되게 욕을 했지만 손님들은 그저 즐거워했다.

  “내가 저 욕을 들어먹으려고 테사 디쉬에 오는 거라고.”

  루루는 이렇게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았다. 저마다의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법이라고 파셔가 그녀에게 가르쳐주었지만, 대부분은 그 아픔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의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로서는 알 길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또는 테사 디쉬에서 웃음을 얻어가는 시간만큼은 모두가 순수한 마음으로 즐거워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얻어먹을 게 없으면 오지마. 아무도 안 잡아.”

  테사는 오랜만에 일을 나와서인지 조금 신난 듯했지만, 그럴수록 말은 거칠어지는 것을 이 마을에서 테사만 빼고 다 알고 있는 듯했다. 루루는 익숙한 듯 시끌벅적한 말장난들을 들으며 마지막 접시를 닦고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았다. 섀넌은 밀려버린 주문의 마지막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루루, 이제 다시 주문받아줄래?”

  이렇게 가끔 쉬다가 가게를 열면, 여느 때보다 더 바쁜 감이 있어 집중하지 않으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대부분 실수를 하나쯤하고는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루루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쁜 일도 거뜬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마도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네!”

 

  “악덕 업주로 신고해야 해.”

  라이는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일을 시킨 테사에게 불만이 가득해서는 입술을 삐죽거렸고, 루루는 연신 괜찮다며 라이를 달래야 했다.

  “네가 괜찮은 건 그렇다 쳐도, 그럼 난 다시 혼자 놀아야 하잖아.”

  “오, 라이. 그래서 내가 일이 끝나자마자 이렇게 나왔잖아.”

  라이는 여전히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테사와 섀넌 욕을 조금 더 하고 나서야 얌전해졌다.

  “그러고 보니 너 로라 아주머니께서 주신 옷을 입고 있구나? 마음에 들었나 봐.”

  “뭐, 내가 가진 옷이라고 해봤자 별 볼 일 없는 너덜너덜한 옷들인걸. 새 옷이 몇 벌 생겼으니 열심히 입어보려고.”

  라이의 금색 머리칼은 로라가 직접 재단해서 만들었다는 황토색 셔츠, 어두운색 멜빵 반바지와 더 잘 어울렸다. 어두운 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칼은 별처럼 빛났고, 루루도 시원한 바람에 잠시 눈을 감았다.

  “라이.”

  루루는 조용한 목소리로 라이를 불렀다. 그녀를 따라 눈을 감고 있었던 라이는 감은 눈을 살짝 떴다. 그녀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고, 땋은 머릿결이 바람에 날렸다. 라이는 루루의 속눈썹도 조금 붉은빛을 띤다는 것을 발견했다.

  “힘들었을텐데 나와 함께해줘서 고마워.”

  그녀는 여행하는 도중, 가끔씩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라이를 쳐다보게 되었고, 고마우면서도 신경쓰였다. 친구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옆에 있어줬기 때문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에이, 아냐. 나도 즐거웠어. 덕분에 옆 마을도 가봤잖아?”

  라이는 그녀가 아직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채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루루는 그러다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번쩍 눈을 떴다.

  “라이가 기차를 타보지 않았다거나 다른 마을에 가보지 않았다는 것은 좀 의외였어.”

  “그래?”

  루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나보다 조금 더 자유로워 보였거든. 언제든 어디론가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래서 섀넌 아주머니도 불안해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

  “나는 모두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유롭지도, 아무 생각 없이 살지도 않아. 난 아직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녀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루루. 나 내일부터 며칠간 저번에 말했던 나무 다루는 일을 배우러 가. 그래서 밤에 방앗간을 와도 없을거야.”

  “어디로 가는데?”

  “이 마을 안이야. 아는 형인데, 테사 디쉬로부터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3일 정도는 못 볼 것 같아.”

  그는 말을 하면서 뒷머리를 간질었다. 며칠간 루루와 떨어져 있는 시간 없이 함께 보내었더니 더더욱 그녀와 떨어지기 힘든 그였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루는 눈을 반짝이며 좋은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라이는 친구로서 그를 응원해주는 그녀를 보며 그저 그러게, 하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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