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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더럽(The Love)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나, 다른 사람 같이 좋아해도 돼?"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관계와 사랑
그것의 시작, 그리고 그 너머에 관하여.

#대학생 #캠퍼스물 #악의꽃 #섹슈얼리티 #조별과제 #폴리아모리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9)
작성일 : 19-10-31 19:31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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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저 멀리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직 보라가 되지 못한 남색의 하늘이 파도가 물결치듯 해를 저편 너머로 밀어내고 있었다.

 

  “저기 봐. 해 진다.”

 

  해가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게. 요즘엔 확실히 밤이 일찍 찾아오는 느낌이야.”

 

  “우리 오늘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내가 살게.”

 

  해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 그러곤 본인이 한 말에 본인이 신났는지 어깨를 마구 들썩거렸다.

 

  “뭐 사주게?”

 

  본래는 얼른 집에 들어가 못 다한 스토리 구상을 마무리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해의 저 신난 얼굴을 보니 차마 사양할 수가 없었다. 해는 이미 메뉴까지 다 생각해놓은 듯 보였다.

 

  “비싼 거 먹을까? 비싼 거 먹을래? 비싼 거?”

 

  “난 아무거나 상관없어. 너 먹고 싶은 걸로 먹어.”

 

  “아냐, 오늘은 네가 먹고 싶은 걸로 사줄게!”

 

  확실히 이유정교수의 선물이 기쁘긴 한 모양이었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데…… 그리고 너 이미 생각해둔 거 있지 않아?”

 

  해는 딱히 부인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재촉하는 걸 멈추지도 않았다.

 

  “그래도 네가 한 번 말해봐! 빨리 빨리!”

 

  “아…… 진짜 없다니까. 음…… 그럼 자장면?”

 

  “그런 거 말고! 비싼 거! 맛있는 거!”

 

  이미 앞장서 걷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답을 요구해오는 저 가당찮은 태도에 기가 막혔으나, 어쨌거나 가는 방향으로 추정컨대 쉬이 답을 맞힐 순 있을 것 같았다.

 

  “뭐 그럼…… 저기 밑에 철판 스테이크 가게나 갈까?”

 

  “스테이크? 괜찮아? 너 그거 먹고 싶어? 그럼 그거 먹으러갈까?”

 

  “좋지. 근데 좀 비싸지 않나?”

 

  “괜찮아, 괜찮아. 새로 나온 2인 세트에다 토핑 추가해서 먹으면 돼.”

 

  술술 나오는 걸 보니 심지어 세부메뉴까지 다 정해놓고 물어본 모양이었다.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눌러 참았다.

 

  “와…… 사람 많다.”

 

  하교시간이라 그런지 정문근처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저물어가는 하루의 아쉬움 때문인지, 일주일의 절반가량을 버텨낸대서 오는 희열 때문인지 모두들 들떠있는 것 같았다.

 

  “왠지 붕 떠있는 기분이야.”

 

  해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 사람들?”

 

  “또 나도. 좋은 일도 있었고, 날도 선선해서 그런지…… 왠지 그냥 좋은 것 같아. 기분이랑 날씨랑 오늘 하루가 다.”

 

  해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예쁘게 핀 싱그러운 미소였다.

 

  “하긴, 나도 오늘은 좀 기분이 괜찮은…….”

 

  그 순간 갑작스레 해의 얼굴이 묘하게 굳어졌던 까닭에, 나는 하던 말을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리로, 이리로 와.”

 

  말과 동시에 해가 내 팔을 확 잡아끌었다.

 

  “왜?”

 

  “잠시만. 이쪽으로 가자.”

 

  해는 대로에서 벗어나 골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으나 일단은 잠자코 따라주었다. 이유야 금방 알게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짐작은 곧바로 현실이 되었다. 누군가 저 뒤쪽에서 큰소리로 해의 이름을 불렀던 것이다.

 

  “잠깐만!”

 

  뛰어온 것은 한 남자였다.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왠지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해는 조금쯤 가라앉은 음성으로 그에게 인사했다.

 

  “나 못 봤어?”

 

  “응? 응…….”

 

  “어디가?”

 

  그의 물음에 해가 나를 슬쩍 곁눈질하더니, “친구랑 밥……” 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 남자가 나를 힐끔 쳐다보았는데, 나는 그제야 남자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해와 소개팅을 했던 바로 그 남자였다. 인상이 익숙했던 건 멀리서나마 그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리라.

 

  해와 그의 태도를 보아하니 대충 알만한 상황이었다. 해 쪽에서 슬슬 남자를 멀리하고 있던 중에 하필 우연찮게 딱 마주치게 된 것 같았다.

 

  나는 남자의 저 미묘한 시선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나 때문에 해를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자신과 소개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른 남자와 붙어 다닌다고 혹 오해라도 하는 건 아닐까?

 

  순간 나도 모르게 “우리 그냥 친구인데……”라고 중얼거리고 말았다. 하지만 목소리가 작았던 탓인지, 남자에게서도 또 해에게서도 이렇다 할 반응은 없었다.

 

  잠시 침묵하던 남자가 “저기……” 하고 말을 꺼내려는데 해가 먼저 선수를 쳤다.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때마침 뒤쪽에서 남자를 찾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더라면 질식할 정도의 긴장감에 내가 먼저 숨이 막혔을지도 모른다.

 

  가만 침묵하고 있던 그는 이윽고 ‘연락해’란 한마디만을 남긴 채 뒤돌아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그 뒤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앞만 보며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을 뿐이다. 그러다 신호등에 이르러 잠깐 걸음을 멈췄을 때, 해가 한숨을 푹 내쉬며 우울하다고 말했다.

 

  “그 소개팅 남이지?”

 

  “응.”

 

  “네가 피하는 중이야?”

 

  “응…… 근데 자꾸 연락이 와.”

 

  “싫다고 말했어?”

 

  “부담스럽다고는 했는데…….”

 

  “그냥 우리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내 스타일 아니라고 말해버려.”

 

  그러자 해가 스윽 고갤 들어 나를 보더니 이내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처음부터 하지 말 걸 그랬어. 아! 괜히 네가 한 번 해보라는 바람에.”

 

  “뭐야…… 왜 갑자기 남 탓?”

 

  “뭐, 맞잖아! 네가 해보라고 그랬잖아!”

 

  “난 네가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그런 건데.”

 

  “아닌데.”

 

  그러고는 또 서로 말이 없었다. 음식점까지의 거리가 제법 남아있었기에 나는 지금의 침묵이 꽤나 길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나, 다행히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해가 금방 다시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근데 아까 왜 ’우리 그냥 친구인데’라고 말했어?”

 

  “어?”

 

  “아까 네가 그랬잖아.”

 

  반응은 없었지만 들리긴 들렸던 모양이다.

 

  “아, 그건 그냥…… 걔가 너 오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 자기랑 소개팅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금세 다른 남자랑 붙어 다닌다고 생각할까 싶어서…….”

 

  내 대답에 해는 별다른 대꾸 없이 다만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러다 가는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쪽으로 가” 하고 말하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음식점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빠르되 시끌벅적한 대로였고 다른 하나는 조금 돌아가긴 하나 인적이 드문 고요한 거리였다.

 

  우리는 두 번째 길로 들어섰다.

 

  “걔도 너 알걸?”

 

  문득, 해가 입을 열었다.

 

  “나? 나를 어떻게 알아.”

 

  “내가 말해서.”

 

  “……뭐라고 했는데?”

 

  “그냥. 남자인 친구 있다고, 한 명. 몇 번인가 말했어.”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러고 지나가는 투로 얘기하는 것이었다. 딱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나는 그저 묵묵히 걸음만 옮겼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하늘은 이제 보라를 지나 완연한 검정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길 양 옆에 세워진 가로등 불빛이 환히 빛났다.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오직 해와 나, 둘 뿐이었다. 주위가 무척이나 고요했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남자친구 생겼다고 해, 걔한테.”

 

  해가 픽 웃었다.

 

  “뭐래…… 그게 너라고?”

 

  “일단 그렇게만 말하면 자기가 알아서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뭘 그렇게까지 해. 그리고 그러면 네가 오해할까봐 했다는 그 말도 의미가 없어지는 거 아냐? 그냥 친구라는 말.”

 

  “……그렇긴 하네.”

 

  골목을 돌자 멀리 스테이크 가게가 보였다. 아담한 크기에, 처마 밑의 오렌지색 조명이 왠지 모를 아늑함을 주는 장소였다. 맛도 좋아서 해와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서로 맛있다며 탄성을 내질렀던 곳이기도 했다.

 

  “헷, 저기 보인다! 신나!”

 

  슬금슬금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 해의 얼굴을 보자 당시 스테이크를 입에 물고 지었던 해의 함박웃음이 어렴풋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그렇게나 환한 것이어서, 심장이 덜커덩 내려앉은 것도 모른 채 한참동안이나 그것을 바라보게 만들 정도였다. 그래, 꼭 지금과 같이 말이다.

 

  “아니면…….”

 

  나지막한 내 음성에 해가 귀를 쫑긋 세우는 게 느껴졌다. 아마 입은 오므리고 눈은 치켜떴을 것이다. 귀를 기울일 때에 해는 항상 그랬으니까.

 

  “진짜로 그러던가.”

 

  “응? 뭐를?”

 

  그전까지 나는 내가 조금 붕 떠있다고 느끼긴 했으나 그다지 별다를 건 없는 상태라 생각하고 있었다. 특별했던 건 그날, 그 순간의, 그곳이었다.

 

  계속해서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고, 주위는 고요했으며, 가로등의 백색 조명이 우리를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두근거림이 멎어 있었다. 나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조차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로 해에게 물었다.

 

  “내가 너 남자친구 할까?”

 

  해가 고개를 들고 내게 눈을 맞춰왔는지 어땠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가 계속 걷고 있었는지, 아니면 멈춰 서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딱 하나 기억나는 건, 내가 줄곧 정면의 그 스테이크 집만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어쩌면 겁이나 고개를 돌리지 못한 게 아니었을까. 그즈음 해는 침묵하고 있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영원 같은 순간이 흘렀다.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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