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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16
작성일 : 19-10-30 19:19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4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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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과회는 그 뒤로 실없는 이야기들만 오갔다. 서로의 교양과 세상 이야기만 하고 끝났다. 끝난 후, 황후가 제일 먼저 나갔다. 그리고 달라진 시선을 매화에게 둔 그녀들이 빠르게 나갔다. 매화는 어째 씁쓸함까지 느껴졌다. 참 사람이 빠르게 바뀌는 구나. 자신의 자리가 위협 당할 것 같으니 저렇게 구는 건가.

 

 "저, 매화님."

 "네. 예리님."

 

  그러나 나간 두 명과 다르게 천천히 몸을 일으킨 예리가 그녀를 불렀다. 매화 또한 몸을 일으키며 그녀의 부름에 대답했다. 입술을 달싹이던 그녀가 매화에게 물었다.

 

 "폐하가 차가운 성정이라 사랑을 주실 수 없는 분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황후 마마는 그렇게 말씀하셨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사랑을 갈구하면 안 되는 걸까요?"

 

  그녀의 말에 매화는 예리를 쳐다봤다. 예리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비록 제가 뭘 바꾸겠다 하는 건 아니지만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도 괜찮은 거 아닐까요? 서로 사랑을 하며 살아가면 안 되는 걸까요?"

 "……."

 

  때묻지 않은 밝음은 어둠마저 덮는다. 분명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도 밝아서 할 말을 잃었다. 그래, 그래도 나쁘지 않다. 분명 좋을 수도 있다. 그가 돌아설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사랑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황후 마마께 말씀 드리세요."

 "네?"

 "자신의 생각이 이렇다고 말씀 드리세요. 멋진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매화님."

 "아까 그렇게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매화의 말에 예리는 환하게 웃었다. 순수하고 밝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정말 후궁으로 들어와도 괜찮은 걸까 싶을 정도로. 아니지.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알아서 할 터였다. 지금 복수해도 모자랄 판에 남을 걱정하는 자신의 모습이 좀 웃기기도 했다.

 

 "그럼 저 지금 당장 다시 황후 마마를 뵈러 갈래요."

 "지금 당장이요?"

 "네. 생각이 들 때 제 이야기를 말씀 드릴래요."

 

  그렇게 말하며 바로 나가는 예리를 보며 매화는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행동력이 빠른 사람이다 싶었다. 매화 또한 밖으로 나갔고, 다과회 장소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

 

 

  자란은 아까 찾아와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하던 예리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밝고 착한 아이.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후궁으로 만드는 일이 꺼려졌다. 그래서 자란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대는 참 착하고 고운 사람이야.'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걱정이 되는 군. 이 세상은 그런 생각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들어.'

 

  미쳐가는 황제는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다. 직접 죽인 적은 없지만 벌써 처형된 수만 두 자리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는 그에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사람이든 죽였다.

  자란은 살아남은 화비가 항상 신기했다. 남에게는 함부로 대하며 난리를 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죽지 않는 게 신기했었다. 알고 보니 화비는 사랑하는 그의 눈치를 최대한 보면서 살아왔다.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미움 받고 싶지 않아 사리고 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참 대단한 여자였다.

  화비는 그런 사람이었다. 냉정한 궁 안, 그런 사람들 속, 예리가 버틸 수 있을까. 자란은 매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마마, 감사합니다.'

 '고맙다?'

 '네, 마마. 저를 걱정해주신 거 아닙니까. 하지만 저라고 모르는 거 아닙니다.'

 '…….'

 '잘 해낼 수 있습니다, 마마. 저를 믿어주십시오.'

 

  웃으면서 하는 말에는 생각보다 깊은 뼈가 있었다.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었나. 밝음 속 어둠을 알고 빛내고 있는 자였을까. 자란은 고민스러웠다. 둘 다 지식이나 총명으로 치면 비슷했다. 하지만 순수하고 맑은 예리인가, 깊고 날카로운 매화인가. 고를 수 없는 전제를 앞에 둔 기분이었다.

 

 "마마, 소녀가 감히 마마께 말씀을 드리자면…."

 "무엇이냐."

 "둘 중 꼭 하나를 골라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안 그래도 수가 부족하여 힘드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자란은 그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랬다. 내명부에는 사람이 너무 부족했다. 천위제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몇 달 남지 않았어. 둘을 뽑는 것이 오히려 이익일 수도 있었다. 자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굳이 한 명만 할 필요는 없지. 태후 마마께 정중히 말해보겠다."

 "모든 게 마마의 뜻대로 되실 것이옵니다."

 

  그리고 자란은 태후를 찾아가 자신의 생각을 올린다. 태후는 그래도 된다고 허락한다. 이로써 소재인과 설재인이 뽑히게 된다. 운명의 흐름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훌쩍훌쩍. 보리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눈을 닦았다. 자신이 후궁이 되지 못 했다는 사실이 어지간히도 충격인 모양이었다. 반면에 지선은 덤덤하게 짐을 싸라고 일렀다. 아, 그리고 듣기로는 노비와 잘 맞아 황후의 은혜로 자신의 노비로 데리고 간다고 한다. 그것만으로 그녀는 건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으허엉. 큰 소리로 울던 보리는 결국 원망을 꺼내 놓았다.

 

 "왜 제가 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무서운 쥐도 다 견뎠는데. 분명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 그런 확신을 가지는 것도 웃깁니다."

 

  지선은 부채를 들어 자신의 입을 가리며 말했다. 정말 웃긴 건지 눈매를 확 휘며 웃고 있었다. 그녀의 비웃는 말에 보리는 눈물을 뚝 그쳤다. 뭐라고요? 사납게 씩씩거리며 하는 말에 지선이 말했다.

 

 "당신이 나만 싫어하는 걸 모를 것 같았습니까?"

 "무, 무슨 말입니까."

 "뒤에서 얘기하면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분명 졸부가 어쨌느니 저쨌느니 욕했겠지요. 뻔한 패턴입니다."

 

  지선은 생각보다 이런 일을 넌덜머리 나게 당했는지 몸까지 부르르 떨었다. 뒷담이 들킨 보리의 얼굴이 차게 질렸다. 그걸 보며 매화는 차를 마셨다. 음. 모를 리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저리도 당당히 말하다니. 대단하다 싶었다.

  예리만 안절부절 그들을 살펴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었다.

 

 "나한테만 시비 터는 것도, 기분 나쁘다고 인상 찌푸리는 것도 참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알 정도면 황후 마마라면 모른다고 생각합니까?"

 "……."

 "당신의 인덕이 부족해서 떨어지는 거니 조용히 하십시오."

 

  열등감인지, 아니면 정말 자신보다 낮다고 느끼고 있는 건지. 어느 쪽이든 보리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티를 냈다. 칠거지악 중 시기와 질투는 있어서 안 된다. 물론 그걸 지키는 후궁은 몇 없지만, 뿌리부터 그런 감정을 가진 자를 마냥 가만히 둘 황후도 아니었다. 보리가 더 큰 소리로 울었다. 매화가 물었다.

 

 "지선님은 후궁이 되고 싶었던 것 아닙니까."

 "네. 되고 싶었지요. 졸부니 어쩌니 소리 듣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미련이 없어 보입니다."

 "미련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좀 질리더군요. 쥐 시체를 견디는 것도, 무시무시한 화비의 눈치를 보는 것도 말입니다."

 

  화비의 얘기를 하며 지선은 힐끔 매화를 쳐다봤다. 아, 그때 그녀도 깨어있었나보군. 자신의 방을 두들긴 게 아니라서 가만히 넘길 생각이었던 게 틀림없었다. 막 깬 매화는 그것도 모르고 밖으로 나왔던 거다.

 

 "참 대단하더이다. 어떻게 화비 마마의 그 매서운 말들을 견디셨습니까?"

 "견딘 건 아닙니다. 마마의 은혜를 받았을 뿐이지요."

 "당신은 정말 무서운 사람입니다. 아마 이 궁에서 잘 지내겠지요. 저는 성정이 약한 지라 그런 거 버티고 살기 싫습니다."

 

  짐을 다 쌌는지 노비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노비는 금국의 사람이었다. 짙은 노란빛 눈동자가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잘 했다고 칭찬하며 그녀에게 다과 하나를 쥐어준 지선이 벌떡 일어났다. 매화가 웃으며 말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언젠가 놀러 오십시오."

 "흥. 됐습니다. 무서운 궁, 오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가 저희 영지로 놀러 오시지요. 맑고 좋은 곳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지선은 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짐을 들어올린 노비가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이 안에서는 우는 보리와 난감해하는 예리, 아무렇지도 않은 매화만이 남았다. 예리가 보리의 등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만 우세요. 고운 얼굴 버립니다."

 

  허나 바짝 독이 오른 그녀가 그 손길을 얌전히 받을 리 없었다. 차갑게 쳐낸 그녀가 예리를 확 노려보며 말했다.

 

 "그대야 후궁이 되서 좋겠지요."

 "네? 보리님."

 "같잖은 위로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후궁이 된 당신은 제 마음 따위 모르지 않습니까."

 

  노비가 그녀의 짐을 다 쌌다고 일렀다. 보리의 잔뜩 찌푸린 얼굴이 추해보였다. 엄한 데서 뺨 맞고 화풀이라. 마냥 좋아보이는 성품도 아니었지만, 마지막까지 실망을 주는 성품이었다.

 

 "분명 여기에 남은 걸 후회하게 될 겁니다."

 "……."

 

  저주하듯 말을 남긴 보리가 밖으로 나갔다. 예리는 황당하다는 듯 보리를 쳐다보다 매화를 바라봤다. 매화는 차만 마시며 아무런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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