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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11
작성일 : 19-10-29 21:49     조회 : 350     추천 : 0     분량 : 7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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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증 보여주세요.”

  본인확인을 마친 은호는 행정실 직원이 내미는 종이에 이름을 적었다. 부모님이 무얼 보낸다 소리도 없었는데. 받아든 은호는 운송장을 확인했다.

 “할머니가 보내셨네.”

  들고 올라가며 부모님께 연락을 남겼다. 그리기 무섭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 안 봤어. 지금 받아서 올라가느라.”

  덤덤한 목소리로 응, 응. 대답할 뿐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른 은호는 버튼을 꾹 눌렀다.

 “뭐 딱히. 지낼만해요. 진학반? 글쎄. 굳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곧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층 버튼을 누르고 기대섰다.

 “할머니께는 내가 연락할게.”

  띵-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천천히 내린 은호는 복도를 걸었다. 층 로비에 모여 티비를 보거나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네. 알겠어요.”

  전화를 끊을 때 마침 방 앞에 도착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띠링- 소리와 함께 잠금해제가 됐다.

 “왔냐~”

  이미 방 안에는 먼저 올라간 룸메이트 도형과 결도 와있었다.

 “좀 있다가 저녁 먹으러 가자. 택배는. 그거야?”

  도형은 생각보다 작은 택배를 가리켰다.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였다.

 “응. 할머니가 보내셨더라고.”

 “할머니께서?”

 “뭐 홍삼, 공진단 이런 거 아니냐.”

 “그럴 수도 있겠다.”

  책상에 올려놓은 은호는 뒤적거리며 칼을 찾았다.

 “칼 내 책상에 있는 거 써.”

  본인의 책상 대신 도형의 책상에서 칼을 집었다. 꼼꼼히 테이핑된 박스를 잘라냈다. 할머니가 보내신 작은 박스가 궁금한지 뭐냐며 도형과 결도 은호의 옆으로 섰다.

 “오, 뽁뽁이 장난 아닌데?”

  박스를 열었어도 버블캡에 칭칭 감겨있는 무언가는 모습이 안보였다. 박스에서 꺼내드는 은호를 보며 결이 말했다.

 “저거 지물 아니야?”

 “엥? 저게?”

 “기운이 지물인데?”

 “갑자기요? 야 은호야 얼른 뜯어봐.”

  버블캡에 감겨있는 건 부채였다.

 “헐, 진짜 지물이네.”

  착- 소리와 함께 펼친 부채와 함께 닫힌 실내에 바람이 살랑 일었다. 그리고 사실 셋 중에서 가장 먼저 이것이 지물일 것이라 알아챈 이는 다름 아닌 은호였다. 주인은 알아보는 법이었으니.

 

 -

 

 “남북정상회담은 오늘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2007년 이후 십 여 년 만으로,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조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늘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티비뿐만이 아니었다. 인터넷, 신문, 시내 곳곳에 남북정상회담 이야기로 가득했다. 얼마 만에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인가. 모두가 그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에 집중했다. 마치 당장 내일 종전이 되고 내일 모레 통일이 될 것만 같은 축제 분위기였다. 천지인이라고 달랐으랴. 수업이 시작되기 전후로 심지어 수업 중에도 이러다 통일되는 거 아니냐며 떠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개마고원과 백두산 천지를 꿈꿨다.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통일을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염원하지만 감히 꿈꾸지 못하는 자도 있었고, 염원은커녕 코웃음 치는 자도 있었다.

  도사판의 분위기 중심은 역시나 화개라, 이런저런 소식들이 터질 때마다 말하기 좋아하는 중장년층 도사들은 어슬렁어슬렁 장에 나갔다.

 “그래서, 박도사가 보기엔 어때? 통일 하겠어?”

 “아니 뭐, 내가 어떻게 아는가. 나도 고향이 이북이라 얼른 통일해서 죽기 전에 고향이나 한번 가봤음 좋겠네.”

 “분위기 봐선 통일할 것 같지 않으네? 그 뫼시는 신령님은 암말 없으셔?”

 “꿈 깨라하디.”

 “하긴 뭐 그 빌어먹을 집단이 있는데 쉽게 하갔어? 통일은 못해도 이산가족상봉이라도 했음 좋갔네.”

 “아이고 김씨 말 조심해. 그들이 듣는 귀가 여긴들 없겠어?”

 “뭐 들으라 하지. 내 틀린 말 했는가?”

 “오늘따라 이씨가 왜 이리 조용해? 이씨는 어떻게 생각해? 한마디 혀봐~”

 이씨라 불린 자가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몇몇의 도사들과 눈을 마주쳤다. 이내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요, 다 때가 되면 하겠지요.”

  그리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바쁜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사라지는 이씨를 남은 이들이 이상한 듯 쳐다봤다. 이씨가 왜 저런댜. 무슨 일 있는가? 이씨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오갔지만 곧 다시 통일이 되냐 마냐로 돌아갔다. 자리를 뜬 이씨는 사람들 틈바구니로 섞였다. 그리고 후미진 골목으로 사라졌다. 그가 들어간 곳은 막다른 길이었으며 그 대신 댓잎이 놓여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박물관 천존고-

 

  웬 갑자기 문체부 산하 박물관? 일반인에게 도사청 산하 박물관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도사학당은 천지인이요, 박물관은 천존고요. 여기도 저기도 천이 들어가는지라 도사가 뭐 하늘의 존재요? 그런 생각도 들겠지만 예로부터 하늘을 숭상했던 역사는 길었으니 그의 전통이라 하겠다. 더구나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하늘의 힘을 선망한 도사였으니 여기고 저기고 하늘이 들어가는 게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닐지라. 근데 뜬금없이 박물관 이야기냐.

  요즘 들어 완화된 남북분위기를 박물관도 놓칠 리 없었다. 물론 박물관은 비영리기관이라 하지만 그래도 전시 올리고 도록 찍는 돈이 한두푼 드는 게 아니잖아요. 또 기왕 학예사들 갈고 갈아 올리는 전시인데 흥행되면 보람도 있고 기분도 좋고 돈도 호로록. 여하튼 이 분위기 속에서 ‘금강전’을 눈치 빠르게 낚아챈 것이 천존고 되시겠다.

  평일 낮 관람객이 적어 조용한 천존고 안, 한 관람객이 금강전도를 보다 이상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림이 움직이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관람객은 유리 앞으로 바짝 붙어 섰다. 코딱지만 한 사람이 움직이고 그 사람 주위로 연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요새 전시기법이 참 좋아졌네 싶었다. 입장하며 빌린 오디오 기기를 재생시켰다.

 “본 금강전도는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이번 특별전시에는 진품이...”

  진품? 근데 왜 움직여. 귀에 꽂은 이어폰 한쪽을 뽑으며 다시 그림에 가까이 다가갔다. 움직이던 사람이 일순간 사라졌다. 사라져? 여전히 의아한 얼굴이 가득한 관람객 뒤로 한 남자가 소리를 죽인 채 걸어왔다. 한 걸음 한 걸음 가볍지만 빠르게 등 뒤에 다가왔다. 발걸음은 숨겼지만 숨기지 못한 게 하나 있었으니. 갑자기 어디선가 풍기는 고기 냄새에 관람객이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을 때, 소리도 없이 걸어온 남자가 관람객의 눈을 가렸고 관람객은 무언 갈 깨닫기도 전에 그대로 잠에 빠졌다.

  그 시각 도사청장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고.

 “야이 전우치!!! 아니 뭔 미친놈이 금강전도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냐!!”

  그날 도사청장의 절규를 시작으로 직속 비서실과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파견된 민원과 1,2팀은 살얼음판이었다. 한나를 포함한 민원과 사람들은 투덜거리며 박물관 사무실로 향했다.

 “제일 만만한 게 우리지 우리야.”

 “우리는 과 이름이 잘못된 것 같지 않아요. 한나씨?”

 “예?”

 “우리는 민원과가 아니라 뒤처리과야. 뒤치다꺼리.”

 “어우 주무관님 말 거의 과훈 아닌가요. 진짜.”

 “아니 근데, 어느 미친놈이 진짜 겁 대가리도 없이 금강전도에 쳐들어가서 고기를 구워먹어.”

 “주무관님 그거 전우치래요.”

 “헐, 선배님 전우치요?”

 “진우씨도 전우치 알아요?”

 “전우치 영화로도 나왔잖아요! 저 그거 봤는데. 완전 대박이던데.”

 “영화 전우치는 얼굴이 대박이었지. 강동원이잖아요.”

 “왜~ 한나씨 진짜 전우치도 얼굴은 잘생겼잖아요.”

 “그쵸 그분도 얼굴은 대박이시지만, 사고 스케일이 더 대박이시라... 근데 얼굴도 못생겼는데 사고를 그렇게 치고 다니셨다면, 청장님보다 제가 먼저 뚝배기를 깨버렸을 것...”

  천존고에 도착한 이들은 사태파악을 하고 수습하기 시작했다. 다행이도 천존고가 도사청 산하 기관인지라 처리하는 게 수월했다. 직원들도 애시당초 천지인 출신이니. 일단은 혹시 모르니 cctv부터 지우고, 관람객이 누워있는 보건실로 향했다. 때마침 깨어난 관람객의 앞에 앉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관람객이 자리에 앉으며 ‘어떻게 된 거죠...?’ 라며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대사를 뱉었고. 이에 무섭게 숙련된 민원과 직원이 속사포로 요즘 건강상태에 물으며 팔자에도 없는 건강 상담과 조언을 어언 15분쯤 했다. 민원과 직원이 웃으며 ‘그럼 남은 전시 관람 잘 하시고 조심히 돌아가세요.’를 끝으로 관람객의 머릿속엔 더 이상 그림 속 움직이던 인물도, 일렁이던 연기도, 코끝을 맴돌던 고기냄새도 싸그리 사라졌다.

 “수고하셨슴다.”

 “저희 바로 퇴근하나요. 선배님?”

 “안 시켜주면 퇴사할거에요. 주무관님!!!!”

 “어~ 한나씨. 오늘 안으로 보고서 청장님께 바로 올리래요.”

 “...도사청 돌아가요?”

 “저희 아직 퇴근까지 2시간이나 남았는걸요.”

  이에 한나는 작게 퇴사할거라며 꿍얼거렸고 눈치 없이 진우씨는 진짜요? 반문했다.

 “할부 13개월 남아서 못합니다.”

  진우씨가 얼타고 있는 중에 1팀 직원이 물었다. 그래서 전우치는 어떻게 되냐고. 그에 주무관이 말하길.

 “글쎄요? 천지인 간다는 것 같던데?”

 

 -처분서-

 ...도사 전우치는 상기 내용에 따라 3달 감봉, 1달 천지인 대체업무를 처분함...

 

  그렇게 도사 전우치가 천지인에 입성하게 되었다.

 

 -

 

 

 “자자 얘들아. 조금만 집중하자.”

  5교시에 역사수업은 누가 봐도 잠자라고 등 떠미는 시간 아닌가. 아이들은 꾸벅꾸벅 인사도 잘했다. 그 인사가 곧 책상과 하나 되려고 해서 문제지. 5교시에 역사 수업 넣는 사람 진짜 중앙연못에 이무기 밥으로 던져버려. 역사 선생은 한숨이 훅훅 나왔다.

 “얘들아 창문 좀 열고. 정신 좀 차려보자.”

  드르륵드르륵, 여기저기 창문이 열리며 시원한 바람이 교실을 훑었다. 겨우 교실 분위기가 환기되는 듯 했다.

 “너네가 생각하기에 도사의 전성기는 언제라고 생각하니.”

  지금? 지금 아닌가? 여기저기서 저이들끼리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맞아. 지금도 지금이지만 우리 지난 시간에 배웠던 숙종부터 정조까지라고 볼수 있어. 꽤 길지. 그렇담 가장 암흑기는 언제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누가 뭐래도 단 한가지다.

 “맞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야. 일제강점기에 도사들도 두 갈래로 나뉘어. 독립운동을 돕기도 하고 매국노의 인생을 살기도 해. 그 때 독립운동을 한 도사들은 많이 죽었고. 살아남았다 한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또 많이 죽게 돼. 오늘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도사들에 대해서 배워 볼 거야. 얘들아 그럼 매국노의 인생을 산 도사들은 어떠했을까?”

  어떠하긴, 그 누구보다 잘 먹고 잘살았다. 도력으로 독립 운동가를 찾아내기도 하고, 잡으러가기도 하고. 떵떵거리고 살았다. 한 집안에서도 독립운동과 매국을 하는 인물이 둘 다 나오기도 해서 서로에게 부채를 겨누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역사 선생의 질문에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새로운 질문으로 갈무리했다.

 “얘들아 요새 어때? 통일할 것 같아?”

  너도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를 봐. 누가 봐도 당장 통일 협의 문서에 도장 찍고 사진 찍고 내년에 금강산이랑 개마고원에 분원 내게 생겼다니까.

 “우리가 통일을 할 수 있을까?”

  저 선생 뭐야. 매국노 아니야? 찬물 붓기 오졌다. 나름 작게들 속삭인다고 속삭였지만 도사인 선생이 그걸 못들을 리가. 역사 선생은 아이들을 둘러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참 어렵고 힘든 일일 거야. 얘들아. 왜인지는 이제 우리가 배울 거니까. 집중하자.”

  뒤를 돌아 칠판에 판서를 시작하는 역사 선생에, 아이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뭔 소리야?

 

 -

 

  매끈한 높은 건물들이 서로 뽐내는 곳. 그 중에서 가장 반짝이는 빌딩의 가장 높은 층. 서울을 자신의 발아래에 두고 사는 이가 위치한 곳. 외관은 가장 호화스럽지만 그의 업무실은 깔끔하다 못해 서늘할 정도다. 색이라곤 창밖의 하늘색이 전부인 곳.

  이 방의 주인이 창가에 서 서울의 한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낮은 굽의 정장 구두. 몸 어디 곡선 하나 강조 되지 않은 수트핏. 컵을 든 손 끝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짧은 손톱. 어깨에 닿지 않는 짧은 머리. 수수하다고 한다면 수수하다고 할 깔끔한 메이크업까지. 하지만 누가 그의 눈빛을 보고 감히 수수하다 하겠는가.

  그리고 그런 그의 책상 위에는 남북정상회담이 1면에 실린 신문이 올려져 있었다. 도사를 대상으로 발간하는 신문이었음에도 남북정상회담이 1면에 실린 이유는 있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는 익지 선생의 아들인 한성태 이사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는 정계에 진출한지 ...’

  삑- 소리와 함께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회의실 준비되었습니다.”

  비서의 목소리가 끊기고, 그는 뒤를 돌아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자켓을 입었다. 그가 문을 열기 무섭게 비서가 옆으로 따라 붙었다.

 “회의실로 모시겠습니다.”

  고작 몇 층 아래의 회의실임에도 비서는 이곳에 처음 오신 손님을 모시는 양 극진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난 뒤 비서가 입을 열었다.

 “자유미래당 원내 대표 포함 13명, 하나민주당 원내 대표 포함 7명을 비롯해 야당 인사 25명, 이외 K기업 이사, P기업 이사를 비롯해 기업인까지 포함 총 32명 모였습니다.”

  비서의 말에 그는 미동 없이 그저 앞만 보고 있었다.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걸음을 옮겼다. 그가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에 등장하자, 미리 회의실 앞에 서있던 다른 비서가 문을 열고 말했다.

 “대표님 도착하셨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그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넓게 뻗은 회의실. 넓은 자리에 각자가 자리 하나씩 꿰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정중앙, 가장 상석은 비어있었다. 그 자리는 방금 들어온 그의 자리였다. 비서가 옆에서 겉옷을 받아들고 의자를 빼 그가 앉는 것을 도왔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켜 그가 말하기 편하게 조정했다. 켜진 마이크였지만 비서가 제 자리에 다시 위치하기까지 잠시간 회의실 안은 정적으로 가득 찼다. 내로라하는 이들이 모인 자리지만 누구 하나 쉽게 말을 꺼내기는커녕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긴장감이었다. 그 긴장을 풀 수 있는 이는 단연 정중앙 상석에 위치한 그 하나였다. 그에게 집중된, 그리고 긴장감이 최고조로 오른 이 순간, 그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한수현입니다.”

  하지만 그의 인사에 풀린 긴장도 잠시였다.

 “여러분들이 일을 참 재밌게 하셔서, 반갑지는 않네요.”

  그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 얼음 끝 같은 눈초리가 회의실 내 인물을 하나하나 훑었다. 찰나처럼 스친 눈빛이지만 뜨거운 불에 데인 듯, 칼날에 베인 듯. 움츠리게 만들었다.

 “이러다 통일 하겠습니다? 저야 그렇다 쳐도, 통일되면 곤란하실 분들이 왜들 이러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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