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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희일비
작가 : 하늘새25
작품등록일 : 2019.8.17

우리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말을 비웃듯, 소수의 인간에게는 초능력이, 모든 인간에게는 마력이란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졌었다.

“바깥으로 나와서 뭐 하냐, 총 맞고 뒈지기나 하지.”

무슨 일이 없는 한 절대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과,

“Y 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자신의 판단 기준에, 가치란 말을 달고 사는 사람 간에 일희일비하는 이야기.

 
12화
작성일 : 19-10-29 15:18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4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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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며칠이 지나도, 이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칼을 날려서 표적을 쓰러뜨려도, 총을 쏴서 표적을 벌집으로 만들어도, 어딘가 한구석에서 저를 헐뜯으려고 합니다.

 이런 것을 느껴보지 못했는데,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말하는, 죄책감이란 것입니까?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생겨났습니까,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총을 내려놓습니다. 의자에 앉습니다.

 생각합시다. 인간이란 존재는,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73번이 말해줬습니다.

 Y 님을 이곳으로 데려와서?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그렇지만, 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명령. 해야만 하는 일과, 생각. 자기만의, 가치판단.

 머리가 아픕니다.

 결국에는 이런 것이겠지요. 여기에 계속 머물 때와 Y님과 계속 함께할 때와의 가치를 판단. 둘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

 아니, 낫다고 해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가.

 

  네 멋대로 행동해, Y 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떠오릅니다. 뒤통수를 만집니다. 그것이 느껴집니다. 네, 이것이 있는 한, Y 님께서 그런 명령을 내리고, 저를 이렇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어도, 저는 이것에 따라야만 합니다.

 

 ‘어떤 부탁이나, 설령 명령을 받았어도, 결국 판단은 네가 하는 거야.’

 

 당신이 73번이었나요. 리본을 묶었을 때가 제일 나았다고 평가받았던, 완벽에 가까웠던 여자아이. 그렇지만 점점 평가가 떨어지더니, 종래에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고, 실패해서, 백치가 되었고, 산 채로 표적이 되어서, 울면서 총알 세례를 받았습니다만.

 

 그때 교관님의 평가가 생각납니다. “154번, 명령에 아주 잘 따르는구나. 그게 당연한 일이란다, 저들이 틀린 것이야. 알았지?”

 

 어느 것이 맞는 말입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처음 여기에 들어왔을 때보다 나아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남을 따르고, 명령에 복종하고, 그렇게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삶. 얼마나 편합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계속 살아가는 게, 가치가 있습니까?

 -새 갑주가 나왔습니다.

 옆에서 로봇이 알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듯이 몸을 일으킵니다.

 어느 것이, 저에게 더 가치가 있습니까?

 

 

 붉은 방에, 탄약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언뜻 본 사람들은, 이것이 본디 검붉게 칠해진 곳이라 의심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하얀 벽에 흘러내리는 얼룩이, 그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1378번째 실험. 역시 실패다. 머리가 터져버렸다. 이제 슬슬 재료도 떨어져 가고 있다. 어디선가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를 또 만든다. 이것도 실패하면, 잠깐 잠을 청했다가 일어나자.

 

 머리에 손을 대려고 할 때, 갑자기 자물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나서, 황급히 공간을 찢고 아무렇게나 더미를 던져넣었다.

 문이 열리고, 상자를 든 B가 들어온다. 새로 받았는지, 어딘가 달라진 갑주를 입고 있다.

 B가 상자를 내려놓더니, 냄새를 맡고는 코를 막는다. 그래, 녀석이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겠지.

 

 “로봇을 불러서, 이곳을 청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고맙긴 한데, 언제 오는지는 알려주렴?

 

 “제가 나가고 나서 약 10분 뒤에 청소용 로봇이 올 것입니다. 그때 잠깐 자리를 비키시면 될 것입니다.”

 

 문득, 그때 도망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확신한다. E, 그놈은 머리에 단 것 하나만 믿고 이러고 있다고.

 

 그래, 그것이 대단한 것이긴 하다. 나를 천몇백 번씩이나 물먹게 하다니. 그렇지만 그러면서 계속 무언가를 얻고 있고, 결국에는 내가 이길 것이다.

 B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나에게 작게 말한다.

 

 “그때, 이곳에서 나갑시다.”

 

 잠깐, 생각이 멎었다.

 그러니까, 여기로 나를 끌고 온 장본인이, 이제는 이곳에서 나가자고 한다. 어떻게 대해 줘야 할까. 목숨을 걸고 무언가 결론을 스스로 내렸으니, 잘했다고 해줘야 할까, 아니면 욕을 퍼부어야 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소위 말하는 ‘명령권자’를 욕해야 할까.

 

 걸음 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걷는 존재는, B와 E뿐이다. 그래서, B를 밀쳐내며 이렇게 소리쳤다.

 

 “꺼져, 날 시험하는 게냐!”

 

 B라면, 10분 뒤 이곳으로 오리라. 그것을 믿었다.

 B는, 일어나서 별수 없다는 듯 총알을 챙겼다. 그리고는 나갔다.

 

 신기하게도, 저 말을 하자마자 머리가 쉴새 없이, 그렇게 대한 내가 잘못되었다고 소리를 질러댄다. 그렇지만, 나는 인정할 수 없다. 내가 옳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았다.

 E가 들어왔다. 여기로 와서 E가 하는 일은 별거 없다. 그저 나를 조롱하고, 욕하고, 때린다. 그렇게 붉은 바닥을 더 두껍게 만들어준다.

 

 문이 잠긴다. 이제야 혼자가 되었다.

 저쪽에 감시카메라가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은 들키지 않을 것이다. 녀석이 아무리 내가 마법을 쓰는 존재라고 예상했어도, 기계까지 속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겠지. 뭐, 그래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실험을 해올 수 있었던 거지만.

 

 사방을 뒤덮은 피? 총알 만들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대충 말했다. 그러더니 통했다. 놈은 마법에는 문외한이니까.

 

 그러면 계속해볼까. 더미를 다시 꺼낸다. 제발 실험하는 데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들키면 끝장인 것은 둘째치고, 집중을 깨는 게 그렇게도 싫더라, 나는.

 

 머리에 손을 얹는다. 기다린다.

 터지지 않는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드디어, 1379번만에, 성공했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터뜨렸다. 살점과 피가 사방으로 퍼진다. 물론 나에게도 묻어서, 내 몸은 이미 붉다.

 이제, 내 머리에 손을 얹는다.

 그다음은, 살아있는 것에 할 차례인가?

 

 

 청소용 로봇이 왔다.

 놀라울 정도로 작은 그것은, 정말 놀랍게도 딱딱하게 굳은 피를, 한 번에 쓸고 지나가서 없앴다. 1구역의 기술력을 새삼 체감한다.

 그것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가는 동안 – 누워 있으면 청소용 로봇이 나도 깨끗하게 해주지 않을까 – 무슨 생각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이제 다 끝나서? 아니면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청소용 로봇이 저 멀리 지나간다. 팔을 본다. 깨끗하다. 내 생각이 맞았다. 대단하다, 이 정도면. 뭐 자주 쓰지는 못하겠지만.

 

 뚜벅뚜벅, 가벼운 걸음 소리가 들린다. 지금같이 열렸을 때 빼고는 여기서는 뭘 볼 수 없으니, 이렇게 소리에만 예민해진다.

 앞을 보자, 예상대로 B가 있었다.

 그래, 갈 거면 빨리 가자.

 가까이 오라고 했다. 그리고 문을 닫고, 말했다, 지금부터 네 머릿속에 있는 것을 무력화시킬 건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B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머리에 손을 얹었다.

 

 “!”

 

 B가 입을 앙다문다. 눈이 크게 뜨인다. 으으, 하고 신음이 새어 나온다. 그것조차 E에게 들키면 안 돼서, 다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것 자체는 순식간일 텐데, 한참 동안 그러면서 고통스러운 듯 몸을 이리저리 꼬더니, 그대로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나에게 한 것과 다른 종류인가? 아냐, 실험에 사용한 더미는 B의 것을 기반으로 했어, 분명히 되어야 정상이야. 그러면 뭐가 문제지?

 모르겠다. 일단, 여기서 도망치자.

 

 의식을 잃은 B를 든다. 보통 이럴 때면 안아 들겠지만, 그것보다 더 효율적인 들기 방식이 많이 있다. 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나는 힘이 약해서, 마법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문을 연다. 앞에 유리가 보인다. 저것을 깨고, 나가자.

 마법식을 세운다. 유리를 깰 정도의 압력을 가하는 식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청소 로봇이 청소를 완료했다.

 로봇이 밖으로 나감과 동시에, 그저 자연스럽게 걸어가서 식을 발동시켰다. 쨍그랑, 하고 유리가 깨져나가고, 밑으로 저 멀리 땅이 보였다.

 

 이 정도 높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그런데 그것보다도, E가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음이 더 두렵다. 그놈이라면 뒤끝이 장난 아닌데, 왜 아무렇지도 않게 날 내보내는 걸까.

 모르겠다. 이렇게 궁상이나 떨고 있어 봐야, 아무것도 안 된다.

 

 뛰어내리자.

 지금 두 손을 다 쓰고 있어서 마법식을 작성할 수는 없다. 그러니, 말해야겠지.

 

 “무지한 양을 허공에 걷게 하소서.”

 

 이렇게 말하면, 능력 있는 마법사라면 그것대로 된다. 봐라, 나도 지금 허공에서 걷고 있지 않은가.

 뒤를 돌아본다.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왠지 무너뜨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맞다, 여기는 1구역이다. 괜히 소란을 피웠다간, 어느 구역보다도 빠르게 그 일을 처리하는 곳이다. 조심, 또 조심해서 도망가자.

 

 

 예상대로, 리모컨은 작동하지 않았다.

 Y와 B를 붙여놨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그렇지만 정말로 1구역의 것을 해체할 것이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놈의 호기심과 능력을 더 상향 조정해야겠다.

 

 그것보다도, 역시 진작에 B를 폐기했어야 했어, 역시 사람은 믿을 게 못 돼. 로봇이 일 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대체 누가 사람을 무기로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담.

 

 여기에 신입 교관으로 들어왔을 때 일어났던, 아이들의 반란. 지금 생각하면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은 그저 작은 반항이었지만, 총을 들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훈련받았기에 개개인이 위협적이었다. 실제로 거기서 교관 대부분이 죽어 나갔으니까.

 

 뭐, 결론이야 간단하다. 죄다 죽였다. 뒤늦게, 그들에게 제어장치를 심어놨음을 깨닫고, 그들을 백치로 만들었다.

 살아남은 교관은 한 명. 그 교관은 이 건물을 차지해, 아이, 아니 무기들을 믿지 못해 무리한 명령을 내렸고, 당연히 그들은 죽어 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로봇을 개발해왔고, 그 결정체는 지금 자신이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꾸역꾸역 살아남은 것이 154번, B여서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곤란했다.

 처음에는 당장 달려나가서 녀석들을 곤죽으로 만들까 생각도 해 보지만, 1구역은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다. 나조차 순식간에 잡히고 말 것이다.

 

 이참에 잘 됐다. 한 번에 엮어서, 모두 잡아 버리자.

  전화를 건다. 오래 지나지 않아 받는다. 어디냐고 묻자, 2구역이란다. 거기까지 갔어? 그것들, Y에 대한 집착은 남다르다.

 Y의 위치 정보를 알려 주겠다고 하자, 미쳐서 날뛰는 게 전화기로도 들린다. 7구역 사람들은, 여전히 이렇군.

 물론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지. 한참 동안 그것에 대해 논의하다가, 타협을 봤다.

 

 “3구역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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