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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장미와 달 그리고 황제를 위해
작가 : 크한
작품등록일 : 2019.9.17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공작 영애 로즈. 운명의 사랑을 믿는 저주 받은 마법사 크리센트. 소설에 빙의해 최애님을 행복하게 하겠다 말하는 황녀 프리지아.
각기 다른 이유와 목표를 가진, '사랑'이라는 것으로 묶인 이들의 이야기. 어쩌면 애달프고, 때로는 귀여운 이들의 사랑으로 가기 위한 복잡한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얽힌 가벼운 소설입니다.:)
[연하 남주/똑똑한 여주/삽질 많이/조금의 수위?/짜증은 가끔/아가씨/주인님/최애님/빙의/황좌 다툼]
가볍게 쓰는 습작입니다./작가 메일-bori_0415@naver.com

 
18장
작성일 : 19-10-29 00:26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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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장 - 사랑하는 주인에게

 

 

 

 

 결국, 마차를 타고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그에게 묻지 못했다.

 

 왜 달을 바라보면서 그리 슬픈 표정을 지었느냐고.

 

 잠을 자기 위해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불을 껐는데도 그의 표정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리움과 슬픔으로 젖은 그의 보라색 눈동자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과 똑 닮아서 그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결국, 나는 늦은 새벽, 모두가 잠든 밤 몰래 침대에서 나와 크리센트의 방으로 향했다.

 

 어둠과 적막이 가라앉은 복도는 내가 내딛는 발걸음 소리를 뱉어내며 비명을 질렀다.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들키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애매했기에 나는 더 조심히 조용히 걸었다.

 

 크리센트가 슬퍼 보여서 울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어 가본다고 하기에는 너무 밤이 깊었으니까.

 

 어느덧 도착한 그의 방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복도 곳곳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촛불 덕에 방문의 손잡이가 보였다.

 

 금속으로 된 그것은 손을 조금 올려보자 밤공기에 차갑게 식어있었다. 아무도 이곳에 드나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손을 떼고, 가볍게 숨을 몰아 내쉰 뒤에 그의 방문을 두 번 두드렸다.

 

 그리 크지 않게, 하지만 확실히 그가 들었으면 한다는 마음을 담아서.

 

 방문을 두드리고, 한동안 기다려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방안에서는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내가 움직이지 않는 복도는 이제 정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이 늦은 밤. 크리센트는 이미 잠에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같이, 크리센트가 깨어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온 것이 실수였다.

 

 한 번 더 문을 두드려볼까 하다가, 그가 밤에서 깰까 싶어서 걸음을 돌려 그만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등 뒤로 예고도 없이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렸던 발걸음을 다시 옮겨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주인님?”

 

 그때였다.

 

 등 뒤에 있던 문이 열리고 크리센트가 내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놀란 표정에 어딘가 기분이 좋은 듯 상기된 얼굴, 흐트러진 모습의 그에게서 알코올 냄새가 났다.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길래 자는 줄 알았는데, 술을 한잔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알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 크리센트는 맞았다.

 

 평소 깔끔하게 넘기고 다니던 그의 앞 머리카락이 그의 눈을 찌를 만큼 길게 내려와 있었고, 항상 깔끔하게 다려진 셔츠와 바지를 고수하던 그는 지금은 단추나 장식이 달리지 않은 헐렁하고 평범한 셔츠를 입고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분명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그만 시선을 빼앗겨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까먹고 말았다.

 

 정확히는 술에 취한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 당황한 것이 컸다. 그가 잘생겨서 시선을 빼앗긴 것은 그것보다 좀 더 적었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자 크리센트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나에게 얼굴을 들이밀자 그제야 생각이 났다.

 

 미미한 알코올의 냄새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코끝을 간지럽혔다.

 

 살짝 젖은 듯한 눈동자를 휘며 크리센트가 웃었다.

 

 왜 그리 슬픈 표정을 지었느냐고 물으러 왔었는데.

 

 도저히 지금의 크리센트에게는 물을 수 없었다.

 

 여전히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은 그를 상대로 무슨 말을 할까.

 

 술에 취한 사람을 상대로 정보를 캐내려 하는 첩자 같은 짓은 할 생각은 없었다. 더욱이 내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대충 둘러대고 그만 돌아가야 했다.

 

 “아. 잠이 안 와서, 산책 겸 걷고 있었어.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난 이제 자러 갈게.”

 

 어색하게 웃으며 괜히 왔다고 자책을 하는 마음으로 몇 걸음 물러났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색한 말투와 표정이었지만, 어두운 복도가 내 표정을 가려줄 거라 믿었고, 말만 다 마치면 잽싸게 방까지 뛰어서 도망칠 작정이었다.

 

 “마침 저도 잠이 안 오던 참이었는데, 같이 담소라도 나누시지 않겠습니까?”

 

 예상치 못하게 크리센트에게 초대를 받은 것이 문제면 문제였다.

 

 도망가려는 내 마음을 읽은 것인지 몰라도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자신의 방으로 초대했다. 말이 초대지, 크리센트가 내 손을 꼭 잡더니 놓아주지 않았다.

 

 처음만큼 얼굴이 붉지 않은 것이, 어느 정도 정신이 든 것 같았는데 크리센트는 나를 자신의 응접실로 데려갈 때까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방에 딸린 작은 응접실로 안내된 나는 응접실 안에 난 커다란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크리센트는 마실 것을 가지러 간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응접실을 떠난 뒤였다.

 

 멍하니 하늘을 눈에 담으려니, 창문의 한가운데 떡하니 떠 있는 초승달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아까 황궁에서 보았던 그달은 여전히 예쁜 초승달의 모습이었고, 까만 밤하늘에 뜬 모습은 유독 더 밝아 보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초승달 특유의 빛을 뿜어내며 모두를 매료시켰다.

 

 “뭐하고 계셨습니까?”

 

 실내복인 것 같았던 셔츠와 바지 대신 그는 평소 입는 옷과 비슷한 것으로 옷을 갈아입고 왔다.

 

 나를 기다리게 하기 미안했는지 급하게 입은 티가 날 정도로 단추를 많이 풀어놓은 탓에 그가 다과를 챙겨 온 쟁반을 탁자에 올려놓은 때라던가 소파에 앉을 때 살짝 씩 그의 속살이 보였다.

 

 나는 최대한 보지 않으려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렸다.

 

 다행히 그가 소파에 앉아 단추를 채웠기에 나는 가벼운 헛기침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제 방에 있는 게 얼그레이 뿐이라서, 괜찮으십니까?”

 

 단추를 다 채우고, 자신의 옷을 한번 손본 크리센트는 더이상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직 그의 얼굴에는 열기가 남아있었지만, 그의 눈은 맑았다.

 

 크리센트가 찻잔에 홍차를 따르자 홍차 특유의 향이 응접실 안을 가득 채웠다.

 

 “응, 좋아하는 차야. 고마워.”

 

 내 말에 크리센트가 입꼬리만 올려 웃어 보였다.

 

 “그래서, 제게 무슨 궁금한 점이 있으셔서 이 늦은 밤 저를 찾아온 것입니까?”

 

 찻잔을 내 앞으로 밀어주며 크리센트가 넌지시 물었다.

 

 “하하, 들켜버렸네.”

 

 이미 내가 찾아온 이유는 다 알고 있다는 듯,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무엇을 물어보든 전부 대답해 줄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크리센트. 슬퍼?"

 

 "지금 말입니까?"

 

 내 질문에 그가 다시 물었다.

 

 `지금`이냐고.

 

 지금 슬프단 것일까, 아니면 그 전에 슬펐다는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가 슬플 것이라는 걸까.

 

 크리센트의 그 마음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얼마나 슬프고 아프고, 힘든지 감히 내가 헤아릴 수 있을까.

 

 "지금은 슬퍼?"

 

 "지금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수많은 순간 중 지금은 행복하다는 그의 말에 나는 기뻐해야 하는 걸까.

 

 나와 함께 있는 이 순간 그가 행복하다는 것에 기뻐하기에 그가 혼자 슬퍼한 시간이 더 길 것 같아서 마음이 아렸다.

 

 “오늘, 네가 달을 너무 슬픈 표정으로 올려다보던 그 표정이 잊히지 않아. 나도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어. 그냥, 그냥 네가 날 위로해주었던 적이 많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얘기를 듣고 너를 위로해 주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그건, 제가 신경이 쓰였다는 겁니까?”

 

  “뭐…. 그렇지? 맞아. 계속 신경 쓰여서 잠도 못 자고 온 거야.”

 

 작게 한숨까지 쉬어 보이자 크리센트가 낮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내가 자신을 신경 썼다는 것이 기쁘다는 듯 웃는 크리센트의 표정은 너무 맑았다. 밤하늘 덩그러니 떠 있는 달빛만큼 맑고 밝았다.

 

 부러 웃음을 찾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그의 낮은 웃음소리에 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기분이 안 좋은 날이었는데, 분명 안 좋았는데…. 주인이 절 신경 써주었다는 말 한마디에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된 것 같습니다.”

 

  “크리센트...”

 

  “제가 주인을 위로해 준건, 주인께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도 있지만, 제가 주인을 미치도록 사랑해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는데, 사랑을 해버리니까 그런 게 소용이 없네요. 그저, 주인께서도 절 한 번 더 바라보고, 절 생각해준다면 좋겠다고 바래버릴 정도니까요.”

 

 낯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한 크리센트는 적당히 식은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성공했네. 축하해.”

 

 그리고 난 그를 향해 말했다.

 

 “네가 나한테 잘 해주는 거, 그게 전부 내가 널 신경 쓰게 만들고 싶었던 거라면 훌륭하게 성공했다고. 난 그것 때문에 이 늦은 저녁에 너한테 찾아온 거니까.”

 

  “그게, 무슨….”

 

  “그래서, 왜 오늘이 기분이 안 좋은 날인지, 말해 줄 수 있어?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난 기다릴 수 있어 크리센트.”

 

 내 말에 그는 몇 번 망설이는가 싶더니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이야기, 누구한테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역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고 마나 봅니다.”

 

 조금은 슬픈 듯, 그리고 조금은 그리운 듯.

 

 크리센트는 입을 열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크리센트의 보라색 눈동자가 그의 눈꺼풀에 묻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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