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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약속의 향기
작가 : 살리에르
작품등록일 : 2019.10.3

향기를 잃어 절망에 빠진 여자

사랑을 잃어 슬픔에 잠긴 남자

사랑은 자신에게 사치라는 여자

영원한 사랑은 존재한다는 남자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향긋한 아로마 향기처럼 다가오는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오늘도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의 향기를 느낀다.

 
약속의 향기 - #25. 봄의 끝자락, 그녀의 결혼식
작성일 : 19-10-28 18:23     조회 : 341     추천 : 0     분량 : 8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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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의 향기 - #25. 봄의 끝자락, 그녀의 결혼식

 

 

 누군가 이야기한 적이 있다.

 

 봄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만큼 짧기 때문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봄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고, 점점 봄은 짧아지고 있었다.

 

 ‘Café de Sou’의 시간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봄의 끝자락 5월의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있었다.

 

 카페 사람들은 평소와 다르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내일이 카페 옆에서 네일아트 숍을 운영했던 소담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카페 사람들은 지금까지 만든 커피들의 향을 맡으며 답례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희와 순신은 답례품에 사용할 병에 스티커를 붙이고, 박스를 접고 있었고, 동은과 성원은 커피를 스티커가 붙은 병으로 하나하나 옮겨 담고 있었다.

 

 종현은 그런 병을 밀봉 처리하고 마른 수건으로 깨끗이 닦고 있었다.

 

 다 같이 답례품을 준비하고 있으니 새벽은 책을 보면서 눈치가 보였다.

 

 모두가 다 같이 모여서 일을 하고 있는데 자신만 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 새벽은 이 카페에 손님으로 온 것이 확실한데, 가족 같은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그냥 앉아 있는 것이 불편했다.

 

 새벽은 조용히 일어나 사람들 곁으로 갔다.

 

 그리고 종현이 깨끗하게 닦은 병을 박스에 담아 포장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괜찮아요. 손님이 이런 걸 하면 안 되죠. 우리가 할 테니까 그냥 두세요.”

 

 동은은 급하게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저도 같이 하면 더 빨리 끝날 것 같은데요. 저도 이런 거 좋아해요.”

 

 새벽은 환하게 웃으면서 박스를 접어 커피를 담았다.

 

 그때, 새벽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자신이 만든 향수의 샘플을 만들 때였다.

 

 정말 좋은 향수 샘플을 만들어 박스에 넣을 때, 박스의 종이 냄새가 심해 기분이 상했던 것을 생각했다.

 

 새벽은 박스에 조심스럽게 코를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아무런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새벽의 행동을 보고 종현이 조심스럽게 박스를 가지고 가 냄새를 맡았다.

 

 분명 약간 역한 종이 냄새가 나는 건 분명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새벽은 종현을 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냄새 많이 나죠?”

 

 종현은 괜히 옆에 사람들 눈치를 보는 척하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새벽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새벽의 가방에는 새벽이 가장 좋아하는 향수가 있었다.

 

 새벽은 가방에 있던 향수를 가지고 다시 포장하는 자리로 돌아왔고, 커피를 포장하기 전에 그 향수를 한 번씩 뿌려 포장을 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향긋한 향이 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어 새벽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너무 과하지 않게, 하지만 분명히 은은한 향기가 났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내려가 새벽 일찍 일어나 숲에 들어갔을 때, 그리고 그곳에 있는 작은 들국화의 향기를 맡아을 때, 은은하지만 주변 냄새와 함께 뇌리에 오랫동안 기억나는 그런 향기가 났던 것이다.

 

 향기라는 것이 이렇게 신기한 것이었다.

 

 새벽이 그곳에서 향수를 한번 뿌리고 포장을 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내일 저 커피를 받을 수많은 사람들도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카페 사람들은 다 같이 기분 좋은 향기를 느끼며 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드디어 그녀의 결혼식 날이 밝았다.

 

 하늘도 축복한다는 말이 이럴 때 사용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따뜻한 봄날이었다.

 

 새벽도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결혼식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제대로 자신을 꾸미고 정장을 입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화장을 하면서 새벽은 본인 스스로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새벽은 결혼식이 신부를 위한 날이란 걸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하얀색 계열은 피해서 코디를 했다.

 

 새벽은 가장 무난하게 약간 어두운 브라운 개통의 원피스와 간단한 액세서리를 하고, 머리는 뒤로 묶었다.

 

 그때 새벽의 전화벨이 울렸다.

 

 새벽은 누구에게 전화가 왔는지 확인하고 씨익하고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어디야?”

 

 “나 이제 준비 다 하고 나가려고. 넌?”

 

 “나도 지금 가는 길. 내가 지금 거길 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야. 그럼 나 혼자 보내려고? 나도 거기 아는 사람 없이 가는 거란 말야.”

 

 “그러니까. 알지도 못하면서 거길 네가 왜가냐?”

 

 “야~ 그럼 그렇게 부탁하는데 어떻게 하냐. 그래도 결혼식인데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줘야지.”

 

 “오지랖. 오지랖 어쩌면 좋을까. 암튼 알겠어. 나 거의 다 왔으니까 빨리 와. 나 혼자 두지 말고.”

 

 “알겠어. 빨리 갈 테니까 가서 조금만 기다려. 거기 가면 카페 사람들 아마 와있을 거야.”

 

 “응. 알겠어. 이따가 봐.”

 

 새벽과 전화를 끊자 택시는 부드럽게 결혼식이 열리는 곳에 도착했다.

 

 오늘 결혼식이 열리는 곳은 일반적인 결혼식장이 아니었다.

 

 야외에 넓은 마당과 예쁘게 꾸며져 있는 야외 오픈 스튜디오였다.

 

 이미 결혼식을 앞두고 사람들이 조금 북적거리고 있었다.

 

 민아는 택시에서 내려 휠체어에 앉아 입구를 향해 천천히 갔다.

 

 입구를 보니 약간 높은 계단으로 되어 있는 곳이었다.

 

 민아는 작게 한숨을 쉬고 입구에서 약간 옆으로 가서 새벽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런 불편함이 민아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자신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현실이 되는 순간들이었다.

 

 민아는 마냥 새벽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람이 없는 쪽으로 이동하려고 휠체어를 입구 반대편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그 앞에는 멋지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누가 봐도 참 멋지다고 생각할 남자.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단정한 정장에 머리도 깔끔하게 손질한 모습에 민아는 살짝 넋을 잃고 바라봤다.

 

 그 남자는 순신이었다.

 

 순신은 민아를 보며 약간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혼식장은 뒤쪽인데 어디 급하게 갈 곳 있어요?”

 

 “아.. 아니요. 새벽이 오면 같이 가려고 좀 기다리려고요.”

 

 순신은 민아의 이야기를 듣고 입구 쪽을 확인했다.

 

 역시나 입구는 계단으로만 되어 있었다.

 

 민아 혼자 올라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순신은 민아의 뒤로 가서 조심스럽게 휠체어를 잡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밀기 시작했다.

 

 “아. 아니에요. 새벽이 오면 새벽이 한테 해달라고 하면 돼요.”

 

 “새벽 씨는 무슨 원더우먼인가요. 저 계단은 나도 민아 씨 들고 못 올라가요. 여기 뒤로 가면 바로 스튜디오로 들어갈 수 있는 길 있으니까 그리로 가요.”

 

 순신은 그렇게 말하며 민아의 휠체어를 조심스럽게 밀기 시작했다.

 

 민아도 그냥 가만히 그렇게 순신과 함께 가기 시작했다.

 

 민아는 갑자기 희형과 있었던 그 호텔방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순신의 모습이 생각났다.

 

 분명 희형과의 그런 시간이 싫었던 것은 아닌데 순신이 떠올랐을 때가 생각나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민아는 새벽과 했던 통화를 기억했다.

 

 분명 순신에게 자신이 실수를 한 거라면 순신은 자신에게 또 한 번 상처를 받은 거기 때문이다.

 

 오르막길을 지나 코너를 돌아서 가고 있을 때 민아가 순신에게 말했다.

 

 “저. 그때 일은 제가 사과할게요. 그때 제가 그렇게 무턱대고 화내는 게 아니었는데…”

 

 민아는 용기를 내서 순신에게 사과를 했다.

 

 순신은 민아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그리고 순신은 살짝 웃으며 민아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오해했나 봐요. 제가 잘못 봤을 거예요. 확실하지도 않은데 제가 괜한 이야기를 해서 죄송해요. 나라도 누군가 민아 씨에 대해서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화가 났을 거예요.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민아는 가만히 순신의 이야기를 들었다.

 

 순신의 차분한 이야기를 들으며 안도를 하던 민아는 문뜩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 대해서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면 화를 냈다는 말은, 순신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민아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긴 한 것이기 때문이다.

 

 민아가 희형에게 그랬듯이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스튜디오로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올해의 마지막 봄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야외 스튜디오는 너무 예쁜 결혼식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낮고 하얀 나무들로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는 정원에는 두 사람을 위한 하얀 버진 로드와 그 끝에는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꽃 구조물이 완성되어 있었다.

 

 버진 로드를 중심으로 양쪽에는 하객들이 결혼식과 식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테이블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테이블마다 각각 다른 모습의 신랑 신부의 사진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스튜디오 내부에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고, 가장 예쁜 룸에 신부를 위한 룸이 만들어져 있었다.

 

 카페 사람들은 입구 옆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사람들에게 나눠줄 답례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성원은 결혼식을 기념할 수 있는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신랑 신부의 모습, 그들을 축하하는 사람들, 부모님, 친구, 그리고 그날의 감정과 행복한 모습들까지 담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던 성원은 한 곳에 카메라 플레임을 멈추게 되었다.

 

 바로 결혼식장 입구로 들어오는 한 여자를 봤다.

 

 새벽이었다.

 

 성원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카메라의 사각 프레임을 통해서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뒤로 묶은 머리는 그녀의 미모를 더욱 빛나게 해줬고, 그녀의 작은 귀에 찰랑 거리는 귀걸이, 그리고 어떻게 저 작은 곳에 눈코입이 다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밀조밀 예쁜 얼굴, 그리고 잘 어울리는 정장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새벽은 입구에서 카페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들어오다가 성원을 발견했다.

 

 성원을 바라보는 새벽이 환하게 웃자 성원은 자신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성원은 민망했는지 카메라를 눈에서 떼고 새벽에게 작게 목례를 했다.

 

 새벽도 성원에게 약하게 목례를 하고 성원 뒤에 있는 민아를 발견하고 민아에게로 다가갔다.

 

 새벽이 성원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성원은 새벽에게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하는 향을 느꼈다.

 

 약간 산뜻한 레몬향과 비슷한 느낌, 분명 기분이 좋아지고, 그녀가 더 또렷하게 보이는 향기였다.

 

 성원은 코끝을 살짝 만지면서 자신이 느꼈던 향기가 무엇인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때 신부 측 친구 한 명이 성원을 불렀다.

 

 “저기 저희 신부랑 사진 좀 찍으려고 하는데 찍어주시면 안 돼요?”

 

 “아.. 네. 가시죠.”

 

 성원은 새벽의 웃는 모습을 뒤로하고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신부 대기실에서는 신부가 몇 안 되는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성원이 들어오자 소담은 친구들에게 자랑하듯이 말했다.

 

 “봤지? 진짜 유명하신 포토그래퍼신데 우리 찍어주시러 오신 거야. 너희들 오늘 복받았다.”

 

 소담은 친구들과 함께 꺄르르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때, 누군가 급하게 뛰어 들어와 소담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전했다.

 

 그러자 소담이 갑자기 ‘꺄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성원은 놀라서 소담에게 다가갔고, 친구들도 다들 소담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그때 밖에서 비명소리를 들은 카페 사람들과 순신이 뛰어 들어왔다.

 

 소담은 울 듯 말 듯 한 표정을 하고선 말했다.

 

 “어떻게 해요. 오늘 축가 불러주기로 한 친구가 사고가 나서 못 올 거 같다고. 진짜 내가 그래서 택시 타고 오라니까. 흐흑.”

 

 소담이 울려고 하자 친구들은 화장이 지워진다면서 소담을 진정시켰다.

 

 “흐흑. 내가 정말 결혼식을 위해서 명품까지 사주면서 섭외한 친구인데. 흐흑. 어떻게 해요. 사람들한테 자랑이란 자랑은 다했는데. 흐흑.”

 

 카페 사람들과 친구들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소담을 우선 달래고 있었다.

 

 그때, 가장 뒤에서 멀뚱멀뚱 서 있던 종현이 갑자기 손을 번쩍 들었다.

 

 “저기요.”

 

 사람들은 일제히 종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종현은 사람들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집중되자 손을 엉거주춤 내리며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가 알기로 이 친구가 노래를 참 잘합니다. 거의 가수 수준입니다.”

 

 종현이 가리킨 사람은 다름 아닌 순신이었다.

 

 순신은 종현과 사람들을 번갈아 가며 보면서 당황스럽게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에요. 저 노래 못해요. 형 왜 그래요. 진짜.”

 

 “너 저번에 가게 뒤에서 노래 부르는 거 들었는데 복면가왕 뺨치던데. 내가 분명히 들었어. 너였어.”

 

 종현은 해맑게 순신을 보면서 말했다.

 

 순신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계속 손사래만 쳤다.

 

 그때 소담이 벌떡 일어나더니 순신을 향해 엎어지듯 뛰었다.

 

 그리고 순신이 손사래를 치는 손을 잡고 말했다.

 

 “제발요. 순신 씨 제발요. 한 번만 저 좀 살려주세요.”

 

 “아.. 아니.. 저 정말 축가를 불러드릴 정도의 실력은 없어요.”

 

 “아니에요. 지금 부를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제발 순신 씨가 불러주세요. 저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축가 없이 지나가는 건 말도 안되는 거 같아요.”

 

 순신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을 둘러봤다.

 

 사람들은 모두 순신이 불러주길 바라는 눈치고 안 불러주면 미움까지 받을 분위기였다.

 

 순신은 어쩔 줄 모르며 가만히 서 있었다.

 

 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은 거행되었다.

 

 호텔이나 교회처럼 웅장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결혼식도 나름의 분위기가 있었다.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웃고 두 사람을 위한 축복의 말들을 해주었다.

 

 두 사람은 따로 주례가 없이 두 사람이 함께 결혼 선언문을 읽었고, 커플링으로 보이는 간소한 반지를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그리고 사회자가 두 사람의 결혼이 성사되었다고 말하며 결혼식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사회자는 목을 가다듬더니 내빈들에게 말했다.

 

 “오늘 원래 축가를 진행하려고 했던 분이 작은 사고로 인해 참여를 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이제 시작하는 두 사람을 위해서 축가를 해주시겠다는 분이 있어서, 그분의 축가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큰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버진 로드 뒤 쪽에서 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쭈뼜거리는 걸음으로 버진 로드를 통해 결혼식장 앞으로 걸어왔다.

 

 새벽과 민아는 그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남자는 바로 순신이었다.

 

 아까부터 순신이 안 보여서 어디 간 거지?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깜짝 축가를 부르는 사람이 순신일 거라곤 생각치도 못 했던 것이다.

 

 뒤쪽에서는 카페 사람들이 입으로 환호를 보내며 순신에게 기운을 주고 있었다.

 

 순신은 무대 앞에 서고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아.. 제가 누군가의 축가를 해보는 게 처음인 것 같네요. 제가 생각보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이런 자리를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는 게 그 사람에게 기쁨이 된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순신은 그 말을 하며 앞에 신랑 신부를 바라보고, 살짝 민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순신은 말을 이어갔다.

 

 “여기 계신 이제 시작하는 두 사람에게 우선 축하한다는 말씀드릴게요. 정말 행복한 날만 가득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합니다. 제가 축가를 부를 거니까요.”

 

 내빈석에서는 웃음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순신은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저는 이제 두 분을 위해서 노래를 부를 겁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 계신 내빈분들에게 부탁드릴 게 있어요. 사실은 지금 여기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도 함께 와 있거든요. “

 

 순신은 사람들이 눈치 못 챌 정도로 민아를 살짝 봤고, 민아도 그런 순신의 시선을 정확하게 봤다.

 

 새벽은 희미하게 웃으며 순신과 새벽을 번갈아 봤다.

 

 “그 사람은 아마 절 안 좋아할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들에게 그리고 앞에 있는 신랑신부에게 조금만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제가 120% 열심히 노래를 부를 테니까요, 10%의 마음만 그녀를 위해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 정도는 이해해 주실 거죠?”

 

 순신의 말을 듣고 모두 박수를 쳐주며 격려해주었다.

 

 박수소리가 작아지자 결혼식은 조용해졌다.

 

 그리고 조용한 전주가 시작되었다.

 

 네가 없이 웃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눈물이나

 힘든 시간 날 지켜준 사람

 이제는 내가 그댈 지킬 테니

 너의 품은 항상 따뜻했어

 고단했던 나의 하루에

 유일한 휴식처

 나는 너 하나로 충분해

 긴 말 안 해도 눈빛으로 다 아니깐

 한 송이의 꽃이 피고 지는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

 햇살처럼 빛나고 있었지

 나를 보는 네 눈빛은

 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 모든 순간은 눈부셨다

 불안했던 나의 고된 삶에

 한줄기 빛처럼 다가와

 날 웃게 해준 너

 나는 너 하나로 충분해

 긴 말 안 해도 눈빛으로 다 아니깐

 한 송이의 꽃이 피고 지는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

 알 수 없는 미래지만

 네 품속에 있는 지금 순간 순간이

 영원 했으면 해

 갈게 바람이 좋은 날에

 햇살 눈부신 어떤 날에 너에게로

 처음 내게 왔던 그날처럼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

 

 

 노래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랑과 신부도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으로 순신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순신은 그런 시선들과 박수를 뒤로하고 민아를 바라봤다.

 

 민아도 그런 순신을 보면서 고개를 약간 숙였다.

 

 성원과 새벽은 그런 두 사람의 시선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길었던 결혼식의 마지막 사진 촬영만 남겨두게 되었다.

 

 사람들은 전부 모여서 사진을 찍었고, 마지막으로 친구들이 모여 사진을 찍게 되었다.

 

 성원은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순신과 새벽, 민아가 함께 있었다.

 

 그때 소담이 순신과 새벽을 보며 손짓을 했다.

 

 새벽과 순신은 모두 손사래를 쳤지만 소담은 직접 와서 새벽의 손을 끌고 사진을 찍으러 갔다.

 

 민아도 함께 가자는걸, 민아가 불편해하자 두 사람만 데리고 간 것이다.

 

 순신과 어색하게 신부 측 친구들 틈에 서서 사진을 찍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소담의 친구 중 한 명이 부케를 받으러 나왔다.

 

 드디어 사진을 찍을 준비를 끝내고 하나, 둘 셋이 외쳐지는 순간,

 

 소담은 자신의 드레스를 밟고 넘어지며 부케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남편은 소담을 잡으려고 손을 뻗고, 친구는 부케를 받으러 반대 방향으로 뛰고 모두들 부케로 시선이 가는 이상한 사진이 찍힌 것이다.

 

 그리고 그 부케는 천천히 날아와 성원 옆에서 앉아 있던 민아의 무릎 위에 ‘툭’ 하고 떨어졌다.

 

 민아는 너무 놀라서 새벽을 바라봤고, 새벽도 놀랐지만 웃으면서 민아를 바라봤다.

 

 모두에게 잊지 못할 결혼식이 되는 순간이었고, 그렇게 봄은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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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약속의 향기 - #22.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019 / 10 / 24 362 0 5812   
22 약속의 향기 - #21. 진심이 오해받는 순간들 2019 / 10 / 23 359 0 7461   
21 약속의 향기 - #20. 진실을 외면하는 방법. 2019 / 10 / 22 359 0 7799   
20 약속의 향기 - #19. 벚꽃 엔딩 (3) 2019 / 10 / 21 388 0 6491   
19 약속의 향기 - #18. 벚꽃 엔딩 (2) 2019 / 10 / 20 393 0 6999   
18 약속의 향기 - #17. 벚꽃 엔딩 (1) 2019 / 10 / 19 398 0 5934   
17 약속의 향기 - #16. 뜻밖에 여정, 그리고 (2) 2019 / 10 / 18 388 0 7336   
16 약속의 향기 - #15. 뜻밖에 여정, 그리고 (1) 2019 / 10 / 17 374 0 6039   
15 약속의 향기 - #14. 사과를 하는 가장 좋은 방… 2019 / 10 / 16 401 0 6318   
14 약속의 향기 - #13. 저마다의 사정은 존재한다. 2019 / 10 / 15 390 0 5156   
13 약속의 향기 - #12. 우리는 결국 이기적이다. 2019 / 10 / 14 394 0 7336   
12 약속의 향기 - #11. 혀는 때때로 칼보다 날카롭… 2019 / 10 / 13 411 0 6587   
11 약속의 향기 - #10. 사람마다 고민의 무게는 다… 2019 / 10 / 12 393 0 5918   
10 약속의 향기 - #9. 걸어가는 두 사람, 하나의 … 2019 / 10 / 11 391 0 7775   
9 약속의 향기 - #8. 사랑을 다시 믿어보게 만드… 2019 / 10 / 10 387 0 7360   
8 약속의 향기 - #7. 우린 때때로 너무 많은 오해… 2019 / 10 / 9 400 0 6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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