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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위험한 실험7
작성일 : 19-10-28 09:14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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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실험을 시작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심박동은 분당 42회를 2분 동안 유지하다가 조금씩 상승했다.

 염화칼륨의 양은 정확했다.

 박찬혁은 전혜경이 몰래 농도를 높일 여지를 주지 않았다.

 

 박찬혁은 창문을 열었다.

 검은 밴이 보이지 않았다.

 박찬혁이 눈치 챈 뒤부터 밴 운전자는 창문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주차하는 것 같았다.

 박찬혁은 등을 돌려 다시 심박동을 체크했다.

 

 뭔가 이상했다.

 분당 65회를 회복한 심박동이 다시 급격하게 떨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38회까지 떨어졌다.

 박찬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염화칼륨이 문제가 아니었다.

 염화칼륨은 심박동을 42회까지만 늦추고 분해됐을 것이다.

 심박동이 정상을 회복한 뒤에 다시 떨어지는 건 뭔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이번엔 망설이지 않았다.

 박찬혁은 전혜경의 팔뚝에서 링거바늘을 뽑고 아트로핀을 주사했다.

 그러나 심박동은 더 빨리 떨어졌다.

 분당 30회, 분당 25회, 갑자기 심전도기가 삐 소리를 냈다.

 심박동 그래프가 평탄하게 이어졌다.

 

 심정지가 왔다.

 박찬혁은 전혜경 위에 올라탔다.

 전혜경의 가슴을 누르며 입을 벌려 호흡을 불어 넣었다.

 전혜경의 갈비뼈가 부러지며 우드득 작은 소리를 냈다.

 박찬혁은 소리쳤다.

 

 “안 돼, 혜경아. 안 돼!”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박찬혁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전혜경의 가슴에 떨어졌다.

 

 “안 돼!”

 

 박찬혁은 심폐소생술을 계속 했다.

 심박동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찬혁은 한 손으로 전혜경의 가슴을 압박하면서 다른 손으로 119에 신고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

 

 “그만 해. 하지 마.”

 

 허공에서 전혜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공기의 파동이 아니라 가슴으로 전해져 오는 전파 같은 것이었다.

 박찬혁은 위를 보았다.

 전혜경이 거기에 있었다.

 소름끼치도록 분명하게, 레지던스가 연기로 가득 찼던 그날처럼, 박찬혁은 전혜경의 영혼을 느꼈다.

 그 순간 박찬혁은 심폐소생술도, 119 신고도 부질 없는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전혜경은 떠나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의 의지로 육체를 끊어냈다.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 왔다.

 

 “난 거기에 가고 싶어.”

 

 박찬혁은 울부짖었다.

 

 “가지 마!”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해?”

 “내가 있잖아. 내가 네 옆에 있잖아.”

 

 전혜경의 영혼이 박찬혁을 안았다.

 박찬혁은 그녀를 느꼈다.

 한없이 포근하고 따뜻했다.

 

 “고마워.”

 

 전혜경의 영혼이 말했다.

 

 “난 평생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했어. 삶은 내게 굴레였어.”

 

 전혜경의 기억이 박찬혁에게 전해졌다.

 교수로 일하는 아버지가 떠민 의대, 의학 공부가 싫어 아침마다 울던 나날들, 탈출구로 생각하고 들어간 문학회,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했던 인턴 생활, 열심히 해야 했기 때문에 좋아할 수 없었던 그 많은 일들, 그런 기억들이 영화의 장면처럼 지나갔다.

 

 “난 이제 자유를 얻었어.”

 

 그 말을 끝으로 전혜경의 영혼이 사라졌다.

 가슴으로 전해오던 속삭임이 끊겨버렸다.

 박찬혁은 외롭고 무서웠다.

 

 전혜경이 떠났다.

 박찬혁 앞에는 시체만 남았다.

 인간의 껍데기. 물과 단백질. 아무것도 아닌 것.

 박찬혁은 전혜경이 떠나간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사랑해.”

 

 울음이 나오지도 않았다.

 뭔가가 거대한 압력으로 박찬혁을 짓누르며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게 막고 있었다.

 말렸어야 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빌어먹을 실험을 말렸어야 했다.

 박찬혁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예상하면서도 막지 못했다.

 

 박찬혁은 전혜경의 몸에서 내려왔다.

 전혜경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보였다.

 박찬혁은 서랍을 뒤져 주사기를 꺼냈다.

 혈관에 치사량의 염화칼륨을 주입하는 광경을 박찬혁은 떠올렸다.

 염화칼륨이 방울방울 정맥 속으로 들어가고 피의 순환에 밀려 심장에 도착하는 순간 박찬혁은 전혜경처럼 떠오를 것이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

 박찬혁은 주사기를 든 채 침대 모서리에 앉았다.

 초인종 소리가 끊임없이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박찬혁은 귀를 막고 머리를 무릎 사이에 처박았다.

 초인종을 누르는 누군가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초인종이 수십 번 울린 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박찬혁은 눈을 감아 버렸다.

 남자들의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방과 거실에 울렸다.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고하는 소리도 들렸다.

 

 “네. 네. 어떻게 할까요?”

 

 누군가가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잠시 뒤 크고 거친 손이 박찬혁의 등을 두드렸다.

 박찬혁은 고개를 들었다.

 검은 밴에 타고 있던 남자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박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헛기침을 한 뒤 말을 이었다.

 

 “전혜경씨는 혼자 실험을 하다 돌아가신 겁니다. 당신이 개입한 흔적은 저희가 처리하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안전한 곳에 계세요.”

 

 박찬혁은 고개를 저었다.

 남자도 고개를 저었다.

 

 “믿으세요. 저희는 당신을 도우려는 겁니다.”

 

 남자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박찬혁을 일으켜 세웠다.

 박찬혁은 남자들에게 질질 끌려 집 밖으로 나갔다.

 검은 밴이 시동을 건 채 대기하고 있었다.

 박찬혁은 검은 밴의 뒷좌석에 처박혀 한밤의 도로를 달렸다.

 

 박찬혁은 의지력을 잃었다.

 밴이 어디로 가는지 상관하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끌려 다녔다.

 차는 서울을 벗어나 몇 개의 거대한 터널을 지났다.

 두세 시간 쯤 달리자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차창에 흙먼지가 날렸다.

 박찬혁은 멍하니 도로가에 웅크린 바위들과 산봉우리가 이고 있는 하얀 반달을 보았다.

 

 차에서 내렸을 때 산속의 차가운 공기가 다가왔다.

 그들은 잡초가 무성한 공터에 서 있었다.

 둥근 공터 한 구석에 나무벤치가 있고 그 뒤 녹슨 철제 가로등이 창백한 빛을 던졌다.

 관리를 받지 못한 조경수들이 비죽비죽 서서 못생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정면에는 낡은 여관이 서 있었다.

 5층 정도 돼 보이는 여관 건물은 외벽 타일마다 검은 이끼가 잔뜩 껴 더러운 회색빛을 띠었다.

 현관의 전등 달린 간판에 ‘금성장’이라는 궁서체 글씨가 보였다.

 

 그들은 현관으로 들어갔다.

 안내데스크에서 뽀글뽀글 파마를 한 할머니가 졸았다.

 그 할머니 뒤로 광복일에 휘날렸을 법한 낡은 태극기가 액자에 걸려 있었다.

 대정그룹 직원이 열쇠를 받아 박찬혁을 3층으로 안내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카펫 하나 깔리지 않은 시멘트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연두색 페인트를 칠한 복도에는 두툼한 자물쇠를 단 나무문들이 늘어서 있었다.

 

 박찬혁은 방안으로 들어갔다.

 온돌방에 이불 한 채가 놓인 작은 방이었다.

 먼지를 뒤집어 쓴 LG 브라운관 TV가 있고 벽에 걸린 에어컨은 이제 사라져버린 대우 상표를 달고 있었다.

 조금 뒤 창밖에서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대정그룹 직원들이 서울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박찬혁은 화장실로 가는 미닫이문을 열었다.

 타일 바닥에 고무호스가 달린 수도꼭지와 플라스틱 대야가 있었다.

 80년대 가정집에서나 보던 화장실 풍경이었다.

 박찬혁은 대야에 찬물을 담아 얼굴과 머리에 끼얹으며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려보려고 애썼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박찬혁은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닦고 화장실을 나왔다.

 도솔선사가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는 실험실에서와 똑같은 사파리 점퍼를 입고 눈가에 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밀었다.

 박찬혁은 그 손을 외면하고 자리에 앉았다.

 

 “여기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도솔선사가 끙 소리를 내며 맞은편에 앉았다.

 

 “마음에 들고 안 들고 상관있습니까? 갈 데가 없는데요.”

 “달리 모실 데가 없어서 이리로 오라고 했습니다.”

 

 박찬혁은 고개를 들어 도솔선사를 노려보았다.

 도솔선사는 여전히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대정그룹과 도솔선사님은 줄곧 저희를 감시하고 계셨습니까?”

 “위험한 실험을 하셨더군요.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요.”

 “왜 말리지 않으셨어요?”

 “그건 그분의 선택이니까요.”

 “그럼 선택에 맡기지 왜 저를 이리로 데려오셨어요?”

 “저희를 오해하지 마십시오. 찬혁씨까지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습니다. 당신을 보호하려고 한 겁니다.”

 

 박찬혁은 할 말이 없었다.

 박찬혁의 미래는 도솔선사와 대정그룹의 악력에 틀어 잡혔다.

 박찬혁은 고개를 떨궈 방바닥을 보았다.

 

 “지금 한바탕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죠?”

 “네.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솔선사는 엉뚱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욕망, 기억, 환상 이런 것들은 모두 육체에 속한 것들이죠. 영혼은 이것들을 초월한 존재입니다. 생명은 왜 꿈을 꿀까요? 현대 과학의 미스터리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꿈은 무의식이 만드는 거죠. 현실에서 억압된 욕망을 꿈으로 해소하는 겁니다.”

 “프로이트 얘기군요. 헛소리에요. 꿈은 영혼이 죽음을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죽음을 연습씩이나 합니까?”

 “그래요. 육체가 잠든 동안 영혼은 죽음을 연습합니다. 육체가 만들어낸 온갖 기억과 환상을 극복해야 죽음의 세계로 갈 수 있으니까요.”

 

 박찬혁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꾸할 말도 없었다.

 

 “저는 수없이 유체이탈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영혼이 최종적으로 가는 곳, 죽음 이후의 세계를 보려고 시도했죠. 하지만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끝장난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포기하기 싫어요.”

 “죽음 이후의 세계, 그러니까 천국 같은 곳은 어디에 있나요?”

 

 노인이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머리를 짜내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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