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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실버 불릿(Silver Bullet)
작성일 : 19-10-28 03:10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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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론은 잠깐 비틀거렸다.

 그가 상체를 구부리고 옆구리를 짚었다. 셔츠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반경은 점점 넓어졌다.

 그의 피는 언젠가 의심했던 것처럼 파란색이나 금색이 아닌, 선명한 붉은색이었다.

 그 광경은 지독하게 비현실적이었다. 심지어 라미아나 소접보다도 더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즉각적인 패닉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셔츠 너머로 새어나온 새빨간 핏물이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 축축하게 빛났다.

 공윤은 문득 저건 아미의 연기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손을 저었지만, 그리고 공윤도 공간이 벌어지기를 기대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평범한 광경 그대로였다.

 “Merde(젠장)!”

 키론이 씹어 뱉듯이 중얼거렸다.

 정말 그러려고 했다는 게 믿기 힘들지만, 공윤이 지금 욕한 거냐고 묻기 위해 입을 벌리는 순간 키론이 그녀를 덮치듯 끌어안았다.

 공윤이 그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휘청거리는 사이 총소리가 연달아 났다.

 그의 몸이 짧게 요동쳤다. 뿌득, 그가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무는 소리가 귓가로 들렸다. 그의 턱관절이 도드라졌다.

 그 피비린내를 들이킨 공윤은 마침내 멍한 상태에서 깨어났다.

 공윤은 당장 키론에게서 벗어나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키론은 그녀를 꽉 끌어안은 채 놔주지 않았다.

 멀쩡할 때 그가 이렇게 안아주었다면 너무나 로맨틱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로맨스가 아니라 스릴러에 가까웠다.

 그것도 유혈이 낭자한.

 키론은 헐떡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공윤은 부르짖는 대신 119를 부르려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그가 막았다.

 그는 휴대폰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의 손이 피범벅이었기 때문에 휴대폰에도 핏자국이 잔뜩 남았다.

 공윤이 흠칫 떨자 그가 중얼거렸다.

 "미안해요."

 지금 그게 중요해? 공윤은 속에서 천불이 날 것 같았다. 그는 멀쩡한 쪽 옆구리에 공윤을 끼우다시피 하고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그가 어찌나 세게 껴안았던지 공윤의 발이 이따금 바닥에서 붕붕 뜰 지경이었다.

 "지금 뭐예요? 어디 가는 거예요? 아니, 그 전에 일단 치료부터 해요, 제발."

 공윤은 그가 함부로 걸을 때마다 불안해 죽을 것 같았다. 저렇게 휙휙 움직여도 돼?

 키론은 그녀를 끌고 어느 불 꺼진 건물로 갔다. 고층 빌딩이었다.

 그가 문을 잡아당기려고 하자 공윤은 재빨리 속삭였다.

 "벌써 잠겼을 거......"

 덜컹.

 문은 지금이 낮인 것처럼 평범하게 열렸다. 공윤은 입을 다물었다. 그래, 이런 일이 어디 원 투데이냐.

 키론은 그녀를 이끌고 계단을 통해 몇 층 올라가더니, 직원휴게실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 방에는 창문이 없었다.

 그는 낮게 신음하면서 소파에 주저앉았다. 공윤은 그에게 껴안긴 채 불안하게 중얼거렸다.

 “키론, 키론...... 제발 대답 좀 해요. 괜찮아요? 설마 총 같은 거 맞은 건...... 아니죠?”

 그는 금방 대답하지 않았다. 옆에서 그가 잘게 움찔거리는 기척이 느껴졌다.

 공윤은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키론의 손을 붙잡았다. 그의 손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공윤은 예민해진 귀로 키론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을 들었다.

 달그랑.

 금속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몇 번 더 울렸다.

 키론이 마침내 그녀를 불렀다.

 “공윤 씨.”

 키론이 속삭였다.

 “불 켜지 말고...... 휴대폰으로 나 좀 비춰볼래요?”

 공윤은 재빨리 휴대폰 플래시를 켰다. 그녀는 참혹한 꼴을 볼 각오를 단단히 하고, 휴대폰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만큼 고어한 광경은 펼쳐져 있지 않았다.

 심지어 제일 처음에 다친 것 같았던 옆구리도 멀쩡했다. 키론이 엄청나게 창백해 보이고, 식은땀을 잔뜩 흘리고 있긴 했지만.

 새로 산 레터링 셔츠에 동그란 구멍이 몇 개 뚫려있었고, 그 주위가 약간 그을려 있었다.

 안으로 보이는 피부는 멀쩡하고 매끈했다. 피가 철철 나고 있지도 않았다. 다만 날개뼈 아래가 안 좋았다.

 “손이 안 닿아서...... 뺄 수 있겠어요?”

 공윤은 살이 움푹 파고든 것처럼 보이는 구멍을 멍하니 봤다. 그에게서 유일하게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처였다. 그 안에서 언뜻 은빛으로 반짝이는 게 보였다.

 설마 저거, 총알......

 공윤은 빨라지는 호흡을 다잡으려고 노력했다. 지금 기절하면 진짜 죽여 버릴 거야, 설공윤.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살벌한 다짐을 보낸 뒤 휴게실 안에 있던 세면대로 가 손을 박박 문질러 씻었다.

 이차 감염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손부터 씻어야 했다.

 공윤은 벌벌 떨리려는 손을 힘주어 맞잡았다.

 “괜찮아요, 공윤 씨. 침착하게 하면 돼요.”

 키론은 그녀를 다독였다. 이를 악물고 말해서 발음이 딱딱했다.

 “네.”

 공윤은 긴장해서 짧게 대답했다. 그녀는 입으로만 숨을 쉬면서, 벌어진 틈 사이로 손가락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키론의 등 근육이 저항하듯 움찔거렸다.

 불빛 아래 음영이 질 정도로 두드러진 견갑골 사이로 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피 냄새가 너무 진해서 쇳조각을 한가득 깨문 것 같았다.

 뱀파이어는 어떻게 이 냄새를 달콤하다고 느낄 수 있는 걸까...... 서리라면 이 냄새를 좋아했을까?

 그의 안은 뜨겁고 축축하고 미끌거렸다. 공윤은 손가락에 닿는 촉감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더듬거렸다.

 총알이 너무 깊게 박혀 있어서, 이 정도로 손을 집어넣어도 되나 겁이 날 지경이었다.

 조금만 더 깊게 넣으면 총알을 찾아도 그게 진짜 총알인지 아니면 그의 뼈인지 구분하지 못할 것 같았다.

 마침내 총알을 빼낸 공윤은 키론의 피가 온통 묻는 것도 개의치 않고 소파에 축 늘어졌다.

 달그랑.

 그녀의 손에서 총알이 떨어졌다. 너무 긴장했던 터라 머리가 욱신거렸다.

 “키론, 괜찮......”

 그녀는 멈칫했다.

 그렇게 지독하던 피비린내가 완벽하게 가셔있었다. 너무 오래 맡아서 후각이 마비된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피범벅이던 키론의 상처는 말끔해져 있었다.

 아니, 그냥 상처 자체가...... 없었다. 상처가 사라져 있었다.

 그의 등은 오래 전의 것으로 보이는 긴 흉터를 제외하면 여전히 하얗고 매끄러웠다.

 공윤은 수전증 환자처럼 떨리는 손을 살펴봤다. 손이 깨끗했다.

 그녀의 손에 잔뜩 묻어 있었던 피가 모두 사라져 있었다. 말라붙은 핏자국이나, 손톱 사이로 스며든 핏기도 없었다.

 마치 어딘가로 빨려간 듯이.

 바닥에 떨어진 총알은 한 번도 육신에 박힌 적이 없는 것처럼 티 없는 은색이었다.

 공윤은 멍한 눈을 들어 키론을 봤다. 그의 창백한 피부는 어둠 속에서도 약간 빛나는 것 같았다.

 키론은 언제나 그랬듯이, 온전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하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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