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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야밤의 총성
작성일 : 19-10-28 03:04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2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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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윤은 계산하다가 벽에 붙은 블록버스터 영화 포스터를 봤다. 배우들이 분장한 채 비장한 눈빛으로 근사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개봉한 지 나흘째였다.

 눈이 번쩍 뜨인 그녀는 당장 키론을 붙잡았다.

 “키론.”

 “네?”

 그는 계산한 식료품을 챙기며 대꾸했다.

 “우리 영화 보고 가요.”

 “영화요?”

 “네, 저거.”

 공윤은 열렬하게 말했다.

 “저 시리즈는 꼭 봐야 돼요. 키론은 이 영화 몰라요? 엄청 유명하고 인기 있는 건데. 완전 우리 세대의 스*워즈라고요."

 키론은 민망하게 웃었다.

 "제가 마지막으로 봤던 영화는 '노스페라투'였어요."

 "설마 백 년 전에 개봉했던 그건 아니겠죠?"

 그건 영화라기보다는 활동사진......

 그녀는 명작이긴 했지만, 너무나 오래된 영화를 떠올리며 설마 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설마는 사람을 잡았다.

 "맞아요."

 세상에, 공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영화를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사람은 진짜......

 얼굴만 젊다 뿐이지, 완전 노인네였다. 소접 같은 말투를 구사하지 않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그럼 이번 기회에 현대 문화에 대한 소양을 좀 높여요. 나랑 영화 보기로 했잖아요?"

 마침 근처에 영화관이 있었다. 공윤은 키론을 끌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그녀의 말대로 인기 있는 영화였지만, 심야 시간대에 평일이라 좌석이 남아있었다.

 직원이 키론과 함께 들어온 공윤을 슬쩍 보더니, 상냥하게 물었다.

 "커플 좌석에 앉으시면 스낵 전 종류를 무료로 사이즈 업 해드리는데, 어떡하시겠어요?"

 진짜? 공윤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걸로 주세요."

 그 말을 하면서 공윤은 내심 감격에 찼다. 내가 살다보니 ‘커플’ 어쩌고가 붙은 걸 해보는 날도 오는구나.

 공윤은 커다란 통에 담긴 카라멜 팝콘과 나초와 콜라와 티켓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귀환했다. 키론은 사람들 몰래 공간을 열고 구매했던 식료품들을 쑤셔 넣고 있었다.

 그녀는 점점 즐거워졌다.

 그는 공윤에게서 간식을 가져갔다. 그는 빨대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하트 모양이네요."

 "이런 게 진짜로 귀여운 거죠."

 "그건 아니......"

 "네네, 빨리 들어가요. 시간 다 됐으니까."

 공윤은 반박하려는 키론의 말을 재빨리 자른 뒤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속닥였다.

 “이런데서 애정행각하면 욕 먹어요. 그런 건 우리끼리 있을 때 해요.”

 “그 정도로 쑥스러워하는 거예요?”

 키론은 공윤이 잡은 손을 보더니, 깍지를 꼈다. 그의 손가락이 피부의 틈새를 간지럽게 파고 들어서 공윤은 움찔했다.

 “난 공윤 씨가 솔직하게 구는 게 좋던데.”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키론의 눈이 호박색으로 물들었다. 그는 공윤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공윤 씨는 내가 그러면 별로예요?”

 미친, 공윤은 혀를 깨물 뻔했다.

 그런 눈빛으로 보시면 싫어도 좋다는 말이 나올 것 같은데요.

 키론의 얼굴은 다른 의미로 깡패였다. 이미지로 뇌를 두들겨 패서 원하는 반응이 나오도록 하는.

 “아뇨, 좋아요. 엄청 좋은데......”

 공윤은 쉽게 굴복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냥 때와 장소를 구분해보자, 뭐 그런 거죠.”

 마침 에스컬레이터 구간이 끝났기 때문에 공윤은 재빨리 상영관 안으로 도망갔다. 그 와중에 깍지가 풀리지 않아서 키론이 질질 딸려왔다.

 사실 작정하고 버티고 섰다면야 그녀가 키론을 끌고 갈 수 있겠느냐만은, 그는 그냥 순순히 끌려갔다.

 그의 입술에는 릴리가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갔다며 욕했을 게 분명한 미소가 매달려 있었다.

 그걸 미처 보지 못한 공윤은 힘겹게 심장을 다스리면서 생각했다.

 너무 잘생겨도 감당이 안 되네.

 

 ***

 

 키론과 있을 때 좋은 점 추가.

 심야 영화를 봐도 언제든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야간을 틈타 엄청나게 비싸진 택시를 타지 않고도.

 물론 키론이야 그런 비용쯤 얼마든지 낼 수 있겠지만, 소시민인 공윤은 아까웠다.

 그들은 잠깐 산책을 하고 저택에 돌아가기로 했다. 키론도 현시대의 문물에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그의 감수성은 주인의 얼굴처럼 변함없는 젊음과 풍부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참았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대체 키론이 이 모든 것들을 궁금해서 어떻게 참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공윤은 빠르게 쏟아지는 키론의 질문에 힘겹게 대답하면서 과거의 자신을 반성했다. 다시는 따발총처럼 다다다 질문하지 말아야지.

 항상 키론에게 질문을 하던 입장이었는데, 그가 자신에게 물어보고 대답을 기다린다는 게 좀 신기하기도 했다.

 공윤은 문득 물었다.

 "그런데 이게 시리즈물이라, 전작을 안 보면 잘 모를 텐데. 괜찮았어요?"

 "그냥...... 신기해서, 쭉 보게 되더라고요. 공윤 씨가 좋아하는 게 뭔지 궁금하기도 했고. 공윤 씨만 노력하게 둘 순 없으니까요."

 공윤은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가, 곧 얼굴을 붉혔다.

 아, 어떡하지.

 나 정말로, 이 사람이......

 탕-!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크고 날카로운 파공음이 모든 생각을 산산조각 냈다. 공윤은 멍해졌다.

 그녀는 처음에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민간인 여성은 딱히 들어볼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그건 총소리였다.

 
작가의 말
 

 누가 총소리를 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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