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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그도 질투를 한다
작성일 : 19-10-28 03:01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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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쯤 쇼핑은 끝났다.

 공윤을 뺀 일행의 얼굴은 핏기가 싹 가셔있었지만, 차림새만큼은 근사했다.

 서리는 ‘Kill the Wolf’라는, 다소 살벌한 문구가 새겨진 후드티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뒷면에는 사자 캐릭터가 날카로운 이빨을 뽐내고 있었다.

 그 애는 잔뜩 지친 채로도 그 옷을 입고 돌아가기를 고집했다.

 릴리는 힘든 나머지 서리를 한 대 쥐어박을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정신 사납게 잘린 머리칼을 감추기 위해 공윤이 억지로 씌운 비니가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

 공윤이 두상이 작아서 잘 어울린다느니, 얼굴선이 돋보인다느니 하는 말을 지껄인 후에야 그의 손은 얌전해졌다.

 공윤은 드디어 달라진 그의 복장이 감격스러웠다. 키론만큼의 센스를 바라지는 않으니, 지금 산 옷을 돌려 입어주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어떻게 볼 때마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느냔 말이다.

 그나마 키론의 안색이 가장 괜찮아보였다. 그가 공윤에게 비교적 덜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녀의 마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으므로, 그는 평소의 얌전하고 단정한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패션을 선보이고 있었다.

 공윤은 그가 훨씬 현대적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꼈다.

 공윤은 멋진 좀비 같은 세 남자를 보고 ‘귀여운 여인’의 에드워드 루이스처럼 뿌듯하게 웃었다.

 패완얼은 만고불변의 진리임이 틀림없었다.

 그들은 양손 가득 짐을 주렁주렁 들고 상가를 나왔다. 옷을 포장하는 점원의 얼굴은 내내 싱글벙글했다.

 그 함박웃음을 보고 있노라니 공윤은 영수증을 확인하기가 조금 두려워졌다.

 “아, 먹을 거 사야 되는데.”

 가장 중요한 목적을 깜박 잊고 있었다.

 그러나 릴리와 서리는 또 뭘 사러 돌아다녀야한다는 걸 떠올리는 것만으로 완전히 질려보였다. 조만간 힘들어죽겠다며 바닥에 드러누울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둘만 먼저 저택에 보내기로 했다. 평소였다면 반항했을 서리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윤은 좀 미안해졌다. 아무래도 초콜릿을 좀 사다줘야 될 것 같았다.

 이 근처에 진짜 유명한 제과점이 있다고 했는데. 누텔라 마카롱에 가나슈 홀 케이크면 좋아하겠지?

 릴리는 한 손에는 옷 가방을, 다른 손에는 서리를 들고 키론이 열어준 공간으로 사라졌다. 공윤은 뒤에서 손을 흔들어줬다.

 어......

 공윤은 퍼뜩 깨달았다.

 어쩌다보니 둘만 남았다.

 “공윤 씨는 안 힘들어요? 저 혼자 사도 되는데.”

 “하나도 안 힘든데. 저 쇼핑 완전 좋아해요. 평소에 잘 못 사서 그렇지.”

 “그럼 앞으로 많이 사러 와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공윤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키론이랑?”

 “원한다면요.”

 “뭐든?”

 “뭐든.”

 공윤은 씩 웃었다. 그녀는 방금 무제한 데이트권을 획득했다. 이걸 어떻게 잘 써먹지?

 키론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릴리가 그런 게 어울릴 줄은 몰랐는데, 공윤 씨 센스가 좋은 것 같아요.”

 “원래 목 위에 있는 게 퀄리티가 좋으면 다 해먹어요.”

 공윤은 순간적으로 주희와 있을 때처럼 말했다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 설공윤...... 제발......

 키론은 이게 무슨 말인지 잠깐 생각하는 것 같더니, 엄청나게 웃어댔다. 그녀가 저택을 하숙집이라고 표현했을 때도 저 정도로 웃지는 않았는데.

 그의 뺨이 숨이 차서 달아올랐다. 오렌지빛이 어스름하게 스며든 햇살과 그의 피부색이 섞여 장미 크림 같은 색깔을 만들어냈다. 음......

 공윤은 약간 넋을 놓고 봤다.

 예쁘니까 됐지 뭐.

 “공윤 씨는 진짜......”

 공윤은 내심 그 뒤에 무슨 말이 나올지 좀 기대했다. 예쁘다? 좋다? 귀엽다?

 “웃겨요.”

 그녀가 상상하던 모든 형용사가 단숨에 박살이 났다. 공윤은 키론을 외면하고 걸음을 박찼다.

 그는 그제야 웃는 걸 멈추고 그녀를 따라왔다.

 “공윤 씨, 같이 가요.”

 “사장님이 빨리 오면 되잖아요.”

 그는 설마 하는 어조로 물었다.

 “혹시 삐졌어요?”

 “아닌데요?”

 “맞는 것 같은데.”

 “안 삐졌어요. 정말로, 진짜로, 절대로.”

 푸핫. 그는 또 웃었다. 공윤이 슬슬 짜증을 내려는 참이었다. 내가 무슨 헬륨가스도 아니고, 나만 보면 폐에 바람이 왕창 들어가나?

 “진짜 귀엽네요.”

 공윤은 그만 우뚝 멈추고 말았다. 그녀는 잠깐 그 상태로 정지해 있다가, 같은 방향의 손발이 동시에 나가는 오작동을 일으켰다.

 키론은 웃음기가 남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렇게 이상하게 걸어요?”

 “키론이 이상한 말을 해서요.”

 공윤은 뻣뻣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뻔뻔하게 대꾸했다.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했잖아요, 방금.”

 “내가 뭐라고 했는데요?”

 “귀, 귀, 귀엽다고.”

 이번에는 공윤이 새빨개질 차례였다. 그녀는 오글거리는 바람에 혀가 꼬이는 것을 참느라 끙끙거렸다.

 물론 공윤이 그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한 적은 골백번도 넘지만, 그걸 저렇게 태연하게 입 밖으로 내뱉는 건 좀 다른 문제였다.

 고백까지 해놓고 이런 데서 앓는 게 웃기긴 했어도.

 “사실인데 그게 왜 이상한 말이에요?”

 너무나 당연한 진리라도 말하는 태도였다. 거의 천진해보일 지경이었다.

 공윤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눈 밑으로 소년 같은 애교살이 도톰하게 반짝거렸다.

 이 사람...... 사실은 선수 아냐?

 여태 순진하다고 생각했던 건 그녀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몰랐다. 공윤은 침을 꼴깍 삼키며 생각했다. 키론은 쉽지 않은 상대였다. 어느 쪽으로든.

 

 ***

 

 키론이 뜬금없는 말을 내뱉은 것은 공윤이 아보카도를 살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럼 공윤 씨는 릴리가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공윤은 불시의 습격을 받은 사람처럼, 굉장히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키론을 뒤돌아봤다. 카트기를 끌고 오던 키론이 그녀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게 무슨 개...... 아니, 릴리 같은 소리죠?”

 그녀는 애써 말을 순화했다.

 “아까 목 위에 있는 게 퀄리티가 좋으면 다 해먹는다고 했잖아요. 그런 뜻 아니에요?”

 공윤은 자기 대사가 키론에 의해 다시 읊조려지자 창피해 죽을 것 같았다.

 그녀는 생수, 빵, 쌀, 주스, 생선, 소고기, 딸기 등등이 가득 담긴 카트기로 포장된 아보카도를 던져 넣으면서 물었다. 릴리에게 몰래 먹여볼 심산이었다.

 “키론은 라미아한테 어떤 감정이 있어요?”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전혀요.”

 “왜요? 예쁘던데요. 이국적이고.”

 하반신이 뱀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 타입이 아니에요.”

 “난 키론이 내 타입이라서.”

 키론은 눈을 깜박였다. 공윤은 재차 강조했다.

 “릴리가 잘생긴 게 사실이어도, 난 키론을 좋아한다고요. 걔한텐 아무 느낌 없어요. 그냥 잘생긴 싸가지 정도?”

 이쯤 말했으면 머리에 인이 박히겠다.

 ‘설공윤은 키론을 좋아함’ 이라고.

 “그렇군요. 잘생긴 싸가지.”

 키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제발 내 말 따라하지 마요...... 공윤은 쪽팔림에 몸서리치다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키론.”

 “네?”

 “방금 그거, 질투한 거예요?”

 키론의 눈이 신기한 것을 들었다는 듯 동그래졌다.

 “내가요?”

 “아니면 말고.”

 “질투......”

 그가 중얼거렸다. 키론은 카트기를 만지작거렸다.

 “맞는 것 같아요. 너무 오랜만이라서 잘 몰랐는데.”

 그가 새로운 걸 발견한 강아지처럼 웃었다.

 “아무래도 나, 질투했나 봐요. 공윤 씨 때문에.”

 질투했던 사람치고는 너무 환하게 웃긴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어쨌든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게다가 자기가 질투했다고 저렇게 좋아하는데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하기도 뭣했다.

 
작가의 말
 

 강아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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