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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어떤 뱀의 충고
작성일 : 19-10-28 02:57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3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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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윤은 꽤 신이 나 있었기 때문에 딱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소접의 동굴에 가는 것도 감수할 수 있었다.

 그녀는 최초로 들어갔던 방법과 다른, 훨씬 정상적인 경로로 방에 들어갔다. 그녀가 문을 열자마자 진줏빛과 연한 녹색이 감도는 동굴이 드러났다.

 공윤은 보다 안전을 추구하기 위해, 육성으로도 방문을 알렸다.

 “소접, 나 들어갈게요.”

 그녀는 호수 안에서 또 뱀의 비늘을 목격할까봐 긴장했지만, 깨끗한 인간의 음성이 대꾸했다.

 “오냐.”

 고개를 돌려보니 은발의 앳된 청년이 의자처럼 형성된 석순 위에 앉아있었다. 동공이 길게 선 노란 눈이 습기로 촉촉하게 반짝였다.

 그녀는 들고 왔던 1리터짜리 생수병과 향초를 내려놓았다.

 “부탁했던 건 가져 왔어요. 더 필요한 건 없어요?”

 “없다. 이거면 충분해.”

 소접은 천천히 내려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따라서 흔들렸다.

 공윤은 내심 바비 인형의 가발 같은 그의 머리카락을 땋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사람 모습으로 있어요? 불편하지 않아요?”

 릴리가 말하기를, 인간의 형체를 취하는 것은 한여름에 인형 탈을 쓰고 팝핀을 추는 것만큼 불편하다고 했다.

 “네가 내 비늘을 두려워하는 것 같기에.”

 소접은 평이하게 대꾸했으나, 그 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배려심이 담겨 있었다.

 택배 기사님이 맨얼굴을 보면 놀랄까봐 풀 메이크업을 장착하고 물건을 받으러나가는 것과 비슷한 종류인 듯 했다.

 공윤은 머쓱하게 웃었다.

 “하하...... 제가 파충류에 좀 약해요.”

 “이해한다. 인간 중에는 특정한 것에 유독 경기를 일으키는 자들이 있더군.”

 소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페트병의 뚜껑을 열었다. 그의 손톱은 조금 길었다.

 그는 생수를 몇 모금 마시더니, 나머지는 자기 머리 위로 들이 부었다.

 그는, 당연한 일이지만, 홀딱 젖었다. 옷이 달라붙어 살이 비쳤다. 군데군데 비늘이 돋아있었다.

 그는 물의 촉감을 느끼듯 눈을 감더니 중얼거렸다.

 “저택에 머무르기로 한 모양이로구나.”

 “네. 저번에 들었던 조언이 꽤 뼈아팠거든요.”

 소접은 그녀의 빈정거림을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는 슬쩍 미소 지었다. 공윤은 똑같이 공모한 작자들이었어도, 릴리보다는 소접이 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는 뭐랄까, 약간 할아버지 같았다. 오래 살아서 현명해진 할아버지.

 어쩌면 지독하리만큼 고리타분한 말투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느냐? 들뜬 것 같은데.”

 “누구랑 놀기로 했는데, 그게 기대가 돼서요.”

 키론은 공윤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상당히 엉겁결이긴 했지만 수락은 수락이었다.

 소접이 대뜸 물었다.

 “사내냐?”

 “네.”

 그 말을 하면서 공윤은 자기도 모르게 꿈꾸듯 미소 지었다. 말하니까 또 보고 싶네.

 “그 놈을 사랑하느냐?”

 “사랑......”

 공윤은 고개를 기울였다.

 “좋아하는 건 확실해요.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고, 닿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피하고 싶지 않고......”

 소접은 눈을 뜨고 그녀를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다.

 “신중함은 누구에게나 훌륭한 덕목이지.”

 우와, 저러니까 진짜 할아버지 같아. 공윤은 팔짱을 꼈다.

 “내가 알았던 이가 떠오르는구나. 다만 그 애는......”

 그는 말을 다하지 않았다.

 소접은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그리듯 동굴 벽 어딘가를 응시했다. 그의 은빛 속눈썹이 아래로 깔렸다.

 그 분위기는 어딘가 키론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아해야,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네 생을 온전히 바치기에는 너무나 절박하고 얄팍한 가치란다.”

 음...... 공윤은 인상을 찌푸렸다. 되게 어렵게 말하네.

 소접은 흐릿하게 웃었다.

 “너는 다를 수도 있겠지. 그러길 바라마.”

 “하하, 응원 고마워요.”

 응원 맞겠지? 공윤은 꺼림칙하게 웃었다. 소접은 젖은 손으로 향초를 집어 들었다.

 “그만 가 보거라. 가져오느라 수고했다.”

 “네에. 여기에만 있지 말고 가끔 식사하러 나오기도 하세요. 알았죠?”

 그는 대답하지 않고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니까 정말 할아버지 같았다. 공윤은 찰박거리며 동굴을 빠져나갔다.

 그녀는 문을 닫기 전 소접을 봤다. 그는 공윤이 가져온 향초를 놓고 있었다.

 수백, 혹은 수천 개는 될 듯한 향초는 동굴의 결을 따라 놓여 있었다. 모두 불이 붙어있진 않았고, 몇 개는 꺼져 있었다.

 수련을 한다더니, 방법이 좀 독특하네.

 공윤은 문을 닫았다.

 

 ***

 

 서리는 조금 뚱해보였다. 그 애는 새 옷을 사는데 있어 일반적인 인간 남자애들과 동일한 정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한마디로 별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귀찮아 보이기까지 했다.

 어쩌면 공윤의 열렬한 반응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다만 공윤이 이것저것 들이댈 때 피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그녀에 대한 애정이 서리로 하여금 인내심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 같았다.

 공윤은 시큰둥한 표정의 고양이 캐릭터 핀을 서리의 앞머리에 꽂더니, 표정이 똑같다며 웃어댔다.

 릴리는 짜증스럽게 아이스티를 빨아마셨다. 저 여자는 뭐가 저렇게 좋은 건지.

 열정적으로 빛나는 갈색 눈만큼은 꽤 볼 만 했다. 오, 인간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좋은 점은 바로 열정일 것이다......

 공윤이 그를 끌고 나온 이유가 그를 고문하고 싶어서라면 거의 성공적이었다고 봐도 좋았다.

 상가는 애완동물 출입 금지였기 때문에, 그는 개의 모습으로 올 수 없었다.

 그는 차라리 네 발로 걷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릴리는 초조하게 목을 만지작거렸다.

 키론, 저 배알도 없는 놈은 설공윤이 하는 모든 행동에 집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시선의 경로를 저 여자로 설정해놓은 것 같았다. 어디로 가든, 어디를 보든 자동적으로 설공윤을 향하도록.

 누군가와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내면, 그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릴리는 키론의 미소가 몹시도 못마땅했다.

 소꿉친구가 이성에게 홀딱 빠져선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예전에도 꽤 한심하긴 했지만 저 정도로 얼빠진 인간은 아니었는데.

 릴리가 그런 생각을 하느라 멍하니 서 있던 건 실수였다.

 공윤이 한창 서리의 몸에 맞는 세일러복을 고르다가 갑자기 타깃을 변경했던 것이다. 가장 높이 올라가 있는 머리통이 당첨되었다.

 그의 죄라면 그냥 가장 키가 컸고, 그래서 가장 눈에 잘 띄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패션 센스가 거의 극악무도한 수준이었다는 점도 포함되었다.

 “릴리, 거기 서 있지만 말고 이리 와서 옷 좀 입어봐. 그 거지 같은 옷 좀 내버리고.”

 “내 옷이 어때서.”

 릴리는 교복을 입은 여자애가 볼을 붉히면서 휴대폰을 들이대는 것을 보고 멀찍이 피하며 중얼거렸다.

 “몰라서 물어? 완전 탄광 작업복 같아. 너 그 바지 몇 번 빨긴 했니?”

 공윤은 릴리에게 다가오더니 옷 몇 벌을 품에 안겨주었다.

 얼떨결에 옷 꾸러미를 끌어안은 릴리는 도움을 요청하듯 키론을 봤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릴리는 배신감에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젠장. 이놈이고 저놈이고.

 “빨랑 가서 입어보고 와. 온 김에 사야지.”

 공윤은 커다랗고 유순한 눈매로 그를 올려다봤다. 그 눈빛은 그녀의 본성을 완벽하게 감춰주고 있었다.

 릴리는 자기도 모르게 순순히 몸을 돌렸다.

 순간순간 열이 뻗치긴 했으나, 그는 결국 공윤의 말을 들어주고 말았다.

 난 왜 저 쬐끄만 여자한테 반항을 못 하겠지?

 한때는 그녀를 집어던질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릴리는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떠올리며 아래를 내려다봤다가, 너덜너덜한 바짓단을 목격했다. 언제 산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마 좀 오래 전에 키론이 사왔던 것을 대충 주워 입었던 것 같은데.

 공윤이 말하고 보니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 그래, 갈아입긴 해야겠지.

 결국 릴리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키론은 릴리가 남긴 아이스티를 마시다가 공윤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키론은 전혀 그의 취향이 아닐 것만 같은, 그러나 상당히 잘 어울리는 레터링 셔츠를 입어야만 했다.

 심지어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주장하는 공윤과 사진도 찍었다.

 서리는 체크무늬 멜빵바지를 입은 채 그 사이에 끼었다. 한동안 복숭앗빛을 띄고 있었던 그 애의 뺨은 지친 모양인지 약간 창백했다.

 공윤은 실로 다양한 방법으로 강력하고 비현실적인 존재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작가의 말
 

 더블 데이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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