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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13
작성일 : 19-10-27 19:12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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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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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또 빠르게 흘러간다. 죽은 아이를 묻고, 모두가 눈물을 흘린 일이 며칠 전이었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고통이었지만, 매화는 애써 덮었다. 그들 모두 아이의 죽음을 덮고 있었다. 상처를 또 덮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매화는 하루 빨리 자신이 궁으로 가는 일을 기대하고 있다. 매화는 우정국에 들려 서신을 보내고, 이안과 왕모에게서 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황제의 비는 총 3명입니다."

 "3명이요? 생각보다 수가 적네요."

 "아마 태후가 황제가 미쳐가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아했던 모양이에요. 3명의 비들 다 모두 태자 시절부터 있던 비들입니다."

 

  종이 하나를 쫙 편 왕모가 붓을 들어 천천히 글을 썼다. 자란(紫蘭) 황후. 화비 륜씨. 숙비 오씨. 붓을 내려놓으며 왕모가 말했다.

 

 "세 명의 비는 생각보다 유명합니다. 특히 자란 황후는 꽤나 똑똑하고 이성적인 황후라 알려져 있어요. 오죽하면 폐하보다 유명할 정도입니다."

 

  자란황후. 똑똑하고 이성적이며 황후로써의 몫을 제대로 해내는, 수 가문의 딸이다. 명문 가문에서 태어난, 둘뿐인 딸이라 그런가, 부모님의 애정이 딸들에게 가득했다고 전해진다. 오죽하면 후계 싸움으로 투닥거리는 형제들마저 자란에게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져주었다고 한다. 그런 딸이 태자비가 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모두 펄쩍 뛰며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란 황후가 반대를 뿌리치고 황후가 되었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거죠?"

 "음. 듣기로는 최고 자리에 오르고 싶었다고 해요. 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냉정하고 폐하께 대한 모습을 보고 퍼진 소문으로는 무성애자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별에 별 소문을 다 듣는다. 설령 그녀가 무성애자라고 해도 소문이 퍼지다니 불쾌할 텐데. 매화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으로 그는 화비 륜씨를 가리켰다.

 

 "가장 조심해야 할 분입니다."

 "왜죠? 황후도 아니고 화비일 뿐인데요."

 "아, 그녀를 조심하라는 건 가문의 힘이나 권력, 이런 게 아니라 사랑에 빠진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아."

 

  사랑에 빠진 여자는 그 누구보다 강해진다. 그리고 어떤 면으로는 누구보다 추해진다. 그녀는 광증의 황제를 사랑하고 있었다. 황후 자리에 앉은 자란도 꼴 보기 싫다고 대놓고 표현할 정도로 막무가내의 여자였다. 가문이나 위치가 빵빵한 자란에게 발톱을 드러내는 고양이라니. 사랑이란 정말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걸까.

 

 "황제를 너무 좋아하다 못해 사랑해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황제의 총애를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그녀의 눈에 들 일이 없을 것 같은데요."

 "모르죠. 아주 조금만 그런 모습이 보여도 길길이 날뛴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번 후궁 뽑는 일에도 가장 반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숙비 오씨를 가리켰다. 왕모는 쩝-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합니다. 같은 편이 되면 나쁠 건 없을 거 같지만, 굳이 그러진 않아도 될 듯 합니다."

 "흐음. 가문이 강한 편인가요?"

 "대가문이죠. 수 가문과 비등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추천한 모양입니다만, 보시다시피 성격이 유약한 편이라 적응을 잘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가문이면 편으로 만들어도 나쁠 건 없었다. 오히려 대가문이니까 자신에게 물어주는 정보도 많을지 모르겠다. 마음 여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대충 정보는 알아낸 편인가. 매화는 고맙다고 인사하며 웃었다.

 

 "그런데 안 될 수도 있다고 하던데, 너무 괘념치 마시고…."

 "아니요. 전 꼭 될 겁니다."

 

  그 말에 왕모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표정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꼭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 모습을 안타까워 해야 하는지 자신감 있어서 좋다고 해야할지 몰라 왕모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며칠 후, 황궁의 서신이 도착했다. 시험 끝에 후궁을 뽑겠다는 내용으로, 꼭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왕모는 입을 떡 벌렸다. 예언이라도 했나. 그건 백하만 할 줄 아는 거 아니었어?

 

 "매화."

 "아, 백하."

 "몸 조심히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한참 기침 후 창백해진 얼굴로 다가온 백하가 말했다. 매화는 본인의 몸이나 잘 신경 쓰라며 그녀의 등을 쓸어내려주었다. 기침이 좀 가시는지 맑은 얼굴로 웃은 백하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매화에게 말했다.

 

 "그래도 그곳에 가신다면 꼭 무언가를 이뤄내실 수 있으실 거예요."

 "몸도 약한 사람이 왜 예언을 보고 그래요."

 "제 일인 걸요. 제 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고, 또 매화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타인과 가까운 자에게 이러한 신뢰와 애정이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애정이 크고 넓어서 매화는 항상 고마울 뿐이었다. 누가 이렇게까지 애정을 줄까. 자신의 부모 외에는 본 적이 없었다. 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몸 건강히 오겠습니다. 그동안 백하의 몸도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

 "네. 그렇게 할게요."

 

  이안과 눈이 마주쳤다. 매화는 백하에게 웃어주고는 그에게도 살짝 눈인사를 했다. 끝까지 반대했던 오라버니에게 다가가 그녀는 손을 잡았다. 걱정에 일렁이는 눈과 마주했다.

 

 "오라버니, 죄송해요."

 "매화야."

 "부모님 속도 지금 말이 아니시겠지요. 그러니 빠른 시간 안에 오겠습니다."

 

  매화의 말에 하문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무능하고 무력했다. 그게 하문의 마음을 제일 아프게 했다. 천천히 걸어간 그녀는 앞에 멈춰있는 마차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타는 순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타야 한다. 마부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매화는 한 발짝씩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이제부터 그녀는 암살자이자 세작이었다. 또한 후궁이기도 했다. 매화는 빙글 웃었다. 제게 안 되는 건 없었다.

 

 

 *

 

 

  넓은 황궁, 그 중에서도 자란황후가 머무른다는 월난궁. 그녀의 이름을 본 따서 -그녀의 이름은 자색 난초라는 뜻이다- 만든 보랏빛과 청빛이 감도는 궁은 그 어떤 곳보다 웅장하고 고결한 곳이었다.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라야 했을까. 애써 차갑게 굳어가는 눈을 감추며 매화는 궁녀를 따라 걸었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아름답고 고운 황후가 그들을 맞이했다. 과연 대가문 수 가의 딸이자 명실상부 통일된 대국의 황후다운 모습이었다. 청아하고 고왔다. 손짓 하나에 우아함과 예의가 깃들어져 있었다. 매화는 뒷줄에 천천히 앉았다.

  지루한 자기소개가 시작되고 매화는 하품을 감출 수 없었다. 사실 그녀에게 우아한 척 호호 웃는 짓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었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후궁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알랑방귀라도 뀌어야 할 운명이었다.

 

 "후궁이 되기 위함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가?"

 

  황후의 말에 누군가 손을 번쩍 든다. 아까 제일 먼저 소개했단 소 가문의 예리라는 여자였다. 소 가문. 들어본 적 있다. 설 가문과 다르게 문관 귀족으로 그 또한 지방 귀족이었다. 연화로 올라오는 일이 드물다고 알고 있었는데 말이지. 천천히 그녀를 훑어보던 매화가 방긋 웃었다. 아무래도 가장 적극성 있고 눈에 띄는 아이로 보였다.

 

 "그래, 말해보게."

 "황후 마마, 비록 소견이 짧은 소녀가 말씀을 올리자면…."

 

  자신을 낮추고 황후를 올린다. 아부에 능력이 있는 여자군. 매화는 예상치 못한 여자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무래도 그녀는 아부에는 능력이 없었다. 저런 모습은 확실히 그녀보다 나았다.

 

 "덕과 아름다움을 갖추며, 또한 후의 미래를 위해 폐하를 보필하고, 원자를 생산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오호라, 틀린 말은 아니다. 생각이 깊구나."

 

  그녀의 말에 자란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예리는 기뻐하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멍청아. 틀린 말이 아니라고 했지, 옳은 말이라고 하지 않았다. 매화는 둘은 모른다며 속으로 혀를 찼다.

  자란 황후의 눈빛이 변했다. 모두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허나 이 곳에서는 아니다."

 "네?"

 "폐하의 후궁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각박한 시험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자란은 옥녀에게 무언가를 가져오라 일렀다. 무엇이지. 날카로운 눈빛으로 옥녀를 살폈지만, 매화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 했다. 종종 걸음으로 밖으로 나간 옥녀가 곧 손에 무언가를 들고 왔다.

 

 "이 곳은 아무리 싫은 것이 있어도 티를 내지 않고 유연하게 넘겨야 하는 법."

 "……."

 "모든 것이 살벌하고 각박할 것이다. 옥녀야, 끈을 풀러라."

 

  옥녀는 끈으로 동동 묶인 무언가를 천천히 풀어냈다. 그리고 천이 떨어지며 드러난 모습에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매화는 그걸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갈갈이 찢긴 쥐였다. 그 모습은 가히 역겨울 정도여서 모두들 창백한 표정으로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여인은 고개를 돌리고 구역질을 했다. 자란은 냉정한 표정으로 쥐를 바라보다 말했다.

 

 "저 두 여인을 돌려보내라."

 "네, 마마."

 

  아까 비명을 질렀던 여인과 구역질 하는 여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순식간에 두 명이 떨어졌다. 떨어진 두 명이 허탈한 얼굴로 억울하다는 듯 황후를 보고 있었지만, 자란은 굳건한 얼굴로 그들을 돌려보냈다.

 

 "보다시피 매우 잔인하고 징그러운 장면이다."

 "……."

 "그러나 궁에서는 이보다 더 잔인하고 힘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걸 견딜 수 있는 자만이 후궁으로 남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두려우면 돌아가도록 해라. 황후의 말에도 네 명의 여인은 대답이 없었다. 매화야 저 모습에 아무렇지 않다고 쳐도, 생각보다 잘 견디는 세 여인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그리도 후궁이 되고 싶은가. 황후의 말에도 아무도 대답이 없자 자란이 웃었다.

 

 "고생했네. 오늘은 각자 배정된 방에서 푹 쉬게나."

 

  그 말과 동시에 옥녀가 쥐 시체를 천으로 덮었다. 그제야 숨을 몰아쉬며 다들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는 건 매화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매화를 본 자란은 놀랐다. 생각보다 독한 여인이로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들고 있던 부채로 입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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