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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정체불명연애
작가 : 옛날통닭
작품등록일 : 2019.9.23

수녀원에서 행복하게 지냈던 서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쌍둥이 동생 때문에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언니 미안한데 나대신 내 행세좀 해줄래?" 외모는 똑같으나 성격은 180도 다른 쌍둥이 자매의 꼬이고 꼬이는 위장 연애담.

 
21.난 사랑에 빠졌죠.
작성일 : 19-10-27 09:55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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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미애는 아침부터 원치 않는 상담을 하고 있었다. 웬일로 민우에게 일찍 연락이 오나 싶었더니 그 주제는 데이트 준비였다.

 

 

 

 “그러니까 어제 찾아본 레스토랑이 한 50여 군데 되거든? 그런데 적당히 고급 지면서 부담이 없고 음식도 맛있는 그런 곳이 애매하네. 내 생각에는 여기와 여기가 최종 후본데…-이하 생략-”

 

 

 

 미애는 입사 이후로 민우가 사적인 일에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 모습이 처음 몇 분간은 재미있기도 했다. 그 준비가 서우와의 데이트 준비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하아. 그니까 후보지가 결국 23군데 정도로 줄여졌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 맞죠?”

 

 

 

 미애는 한숨을 쉬며 이메일에서 읽은 내용을 확인했다. 거래처라도 대접하는 자리인가 했더니 데이트라니.. 한 성격하는 미애는 당장이라도 따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사무실에서 둘만 있는 이 시간이 너무도 달콤했다.

 

 

 

 “응. 근데 거기서 도무지 줄일 수가 없네. 다 애매해. 어제 밤새도록 고민한 문제야”

 

 

 

 ‘아니.. 평소에 끼니에 그렇게 신경을 쓰시라고요’

 

 

 

 어느새 오전 내내 레스토랑 얘기만 들은 미애의 내면이 지루함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애는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그러엄…”

 

 

 

 미애는 특유의 애교를 선보이며 민우에게 다가갔다.

 

 

 

 “저와 함께 한번 가보시는 건 어때요”

 

 

 

 말을 마친 미애가 민우 곁에 걸 터 앉았다. 짧은 치마를 입은 미애의 다리가 아슬아슬하게 포개졌다.

 

 

 

 “좋은 제안이야”

 

 

 

 흑심이 전혀 없어 보이는 민우가 밝게 대답했다. 하지만 곧 의자에서 일어나서 뭔가 생각하려는 듯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내일이 당장 데이트라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 직접 방문해서 알아본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좋은 제안 고마워”

 

 

 

 미애는 한없이 밝기만 한 민우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평소에 눈치가 엄청 빠르신 분인데.. 이거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들떠서 제정신이 아닌 거야’

 

 

 

 “아.. 예”

 

 

 

 책상의 비스듬히 앉아있던 미애의 꼴이 우스워졌다. 미애는 책상에서 천천히 내려와 책상 앞 소파 위에 털썩 다시 앉았다. 민우는 그런 미애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사실 더 문제인 부분은 데이트 코스를 어떻게 짜나는 문제지. 건물 안에 있다 보면 분명히 바깥을 보고 싶을 텐데 식사를 하고 걷는 게 좋을지 아니면 걷고 나서 식욕을 돋운 뒤 가는 게 좋은지. 또 그렇다면 동선을 어떻게 짜면 좋은지..”

 

 

 

 ‘하아 아아…’

 

 

 

 들리지 않는 미애의 한숨이 길어졌다. 이런 분위기에선 유혹할 맘도 들지 않았다.

 

 

 

 “저기요, 근데..”

 

 

 

 “응?”

 

 

 

 “혹시 데이트 처음이세요?”

 

 

 

 초점 없는 눈으로 바닥만 응시하던 미애가 중얼거리듯 물었다. 지루함에 지친 미애가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을 놀리듯 던진 질문이었다.

 

 

 

 “…….”

 

 

 

 미애가 이상함을 눈치챈 건 침묵의 몇 십초가 흐른 뒤였다. 기세 좋게 떠들던 민우가 웬일로 오래 조용했다.

 

 

 

 “그거였어.”

 

 

 

 “…네?!”

 

 

 

 “생각해보니 제대로 된 데이트는 거의 처음인 거 같아. 내가 왜 이렇게 안절 부절하지 못하고 있는지 원인을 찾았어!”

 

 

 

 “아…네..”

 

 

 

 민우는 미애의 빈정거림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천진한 모습에 미애는 어느샌가 리액션을 해 줄 기운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저 기쁨이 나를 향한 거였으면 좋겠는데… 지켜보는 미애의 속이 쓰렸다.

 

 

 

 “아 그래서 이렇게 결정을 못 하고 헤매고 있었구나. 평소 나 답지 않게…”

 

 

 

 미애는 잠시 자신이 투명 인간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런 건 그냥 집에서 혼자 얘기하시라고요’

 

 

 

 좋지도 않은 상황에 내면의 독백이라니… 미애는 눈을 굴려 시계를 쳐다봤다. 민우의 말을 들은 지 정확히 4시간째였다. 다행히 곧 점심시간이라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 음.. 대표님. 곧 점심시간이네요”

 

 

 

 민우의 끝나지 않을 독백을 그만두게 할 겸 미애는 곧 점심시간이라는 사실을 어필했다. 평소에 휴식시간을 칼같이 지켜주는 민우였기에 곧 탈출하리란 기대에 부풀었다.

 

 

 

 “아. 그렇네. 그럼 점심 먹으면서 마저 얘기하죠.”

 

 

 

 서둘러 옷을 챙기면서 나가는 민우의 모습에 미애는 예상과 다른 결과에 주춤거렸다. 하지만 곧 체념한 듯 겉옷을 들고 민우를 따라나섰다.

 

 

 

 

 .

 

 .

 

 .

 

 .

 

 .

 

 하루 종일 고민한 문제의 결론이 나지 않았다. 민우의 머릿속은 데이트로 가득 차서 폭발 직전이었다.

 

 

 

 서우와 우여 곡절 끝에 갖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서로 꼬이는 일이 많은 만큼 민우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길 수밖에 없었다. 민우는 이 상황을 그대로 지켜보는 것보단 준비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해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결론이 쉽게 나지 않네’

 

 

 

 오히려 일로 고민할 때가 훨씬 쉽다는 생각을 하며 민우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비서와 함께 하루 종일 고민했지만 정해진 것이 없어 야근까지 할 판이었다. 다행히 민우는 점점 굳어가는 미애의 표정을 캐치할 수 있었다. 이제 사무실에는 민우뿐이었다.

 

 

 

 ‘사람의 맘을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는 배워 본 적이 없어서’

 

 

 

 항상 인기가 많은 민우였다. 외모와 능력 때문에 일찌감치 대학교 내에 소문이 퍼져 민우 옆에는 여자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우의 관심사는 일 그 자체였다.

 

 

 

 민우의 기본적인 매너는 주위의 여자들을 착각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예의뿐이었던 민우의 반응에 떨어져 나가는 여자들도 많았다. 그리고 민우에게는 바람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민우는 이제 자신의 곁을 아쉽게 떠돌던 여자들의 맘을 약간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지금 민우에게는 잡히지 않는 서우의 맘이 너무나도 간절했다.

 

 

 

 ‘이런 감정이 사람을 대상으로 생길 거라곤 생각 안 했는데..’

 

 

 

 떠오르는 서우의 모습에 민우는 조용히 혼자 미소를 지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항상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는 서우의 모습은 아기 고양이 같았다. 지켜보고 있으면 계속 쓰다듬고 싶어졌다.

 

 

 

 간간이 보이는 서우의 날선 모습은 어느 정도 자기방어적이었다. 민우는 그런 서우의 모습을 볼 때면 지켜주고 싶어졌다. 물론 생각과 다른게 말은 날카롭게 나가긴 했지만..

 

 

 

 ‘공주님처럼 대해주면 나에게 어느 정도 마음의 자리를 허락해주진 않을까’

 

 

 

 일주일 전, 자신의 위에 걸 터 앉아 자신을 내려보던 서우의 빨개진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그대로 확 잡아서 품에 가두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서우를 생각하면 한없이 순수해지는 마음과 나만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다.

 

 

 

 ‘눈을 마주치며 서우의 볼을 만져보면 어떤 기분일까’

 

 

 

 민우는 지금 몇 시간째 데이트 스케줄을 고민하다가 상상의 나래에 빠지다가 다시 내면을 찾아가는 일을 반복하며 제대로 집중을 못 하고 있었다. 민우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아 안돼!! 집중.’

 

 

 

 이러다간 사무실에서 밤을 새울 것 같았다. 서우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선 오늘 밤부터 준비를 마쳐야 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우의 반한 모습이 벌써부터 민우의 앞에 아른거렸다.

 

 

 

 ‘내 모습에 너무 푹 빠져서 계속 유혹하면 어떻게 하지’

 

 

 

 객관적으로 민우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첫 데이트의 설레감과 기대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민우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의논해 본 적이 없었다. 어쩌다 보니 미애에게 상담하게 되었지만 미애도 업무의 일환으로 참여해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민우는 자신이 얼마나 경험이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회가 부족했다.

 

 

 

 계속된 고민과 기대감, 환상에 들떠서 민우는 지금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 첫 데이트를 빵집에서… ‘

 

 

 

 그 덕분에 민우는 지금 자신이 어떤 정보를 찾고 있는 건지 전혀 인식을 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자신이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했어야 됐던 민우의 성격 문제인 것도 있었다.

 

 

 

 ‘일단 화려한 정장을 입고 나가서…’

 

 

 

 알 수 없는 정보들 속에 민우는 푹 빠져있었다. 이 모습을 서우가 봤다면 당장 뜯어말렸을 그런 정보들에.

 
작가의 말
 

 잘생겨서 몰랐겠지만 민우는 모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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