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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10
작성일 : 19-10-26 17:32     조회 : 321     추천 : 0     분량 : 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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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실은 버스가 화개로 향했다. 각 반마다 1대씩 총 4대의 버스가 움직였는데 누가 보면 수학여행이라도 가는 것처럼 보였다. 화개장터의 뒤편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화개장터는 섬진강을 끼고 지리산 아래에 위치하는데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벚꽃이 절경이라 봄이면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화개장터 역시 봄이면 꽃구경으로 몰리는 인파에 원래부터 유명했던 이름인지라 차와 사람으로 가득 찼다. 결국 도사들을 위한 화개는 별도로 분리되어 떨어져 나왔다. 말이 떨어져 나온 거지 입구는 똑같다. 들어가면 갈리는 것이지.

 “얘들아 집중! 선생님 말 잘 들어! 화개장터 오른쪽 입구로 들어가야 해. 들어가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곳으로 들어갈 거야. 그래야 별도로 저잣거리가 나와.”

  담임의 말에 여기저기서 시끌시끌했다. 1초전에 오른쪽으로 들어가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왼쪽으로 가면 안 되냐. 다른 곳 구경하면 안 되냐며 담임의 기를 쏙쏙 빨아먹었다.

 “무조건 오른쪽으로 들어 가야하고 다른 곳 구경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와서 하렴.”

  내리기 직전까지 아이들을 붙들고 사정하다시피 말했지만 이미 들뜬 아이들의 귀에는 좀처럼 들리는 것 같지 않았다. 담임이 맨 앞에서 인솔하고 오후수업 없는 교과 선생님들도 따라 붙어 아이들을 통제했다. 일단 저잣거리로만 들어가면 된다는 하나의 목표였다. 이미 꽤 꽃피운 벚꽃나무가 아이들을 반겼다. 꽃을 보면 설레는 건 애나 어른이나 다를 게 없나보다. 아직 완전히 만개까진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이들은 벚꽃나무 아래에서 사진 찍기 바빴다. 그런 아이들을 겨우 어르고 달래 장터입구에 도달했다. 커다란 기둥이 세 개 세워져있어 입구가 둘로 나눠진 것처럼 보였다. 발 빠르게 선생님들은 양을 몰 듯 아이들을 오른쪽 입구로 몰았다. 매해 꼭 한 둘씩 왼쪽으로 빠져 저잣거리에 들어가지 못하고 홀로 진짜 화개장터를 뱅글뱅글 돌며 가시오가피니 호떡이니 사들고 왔다.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화개장터’ 비석이 보였다. 바로 그 옆에 건물 하나가 있었는데 오래된 등인지 해가 정수리에 있음에도 꽤나 어두컴컴했다. 앞의 친구만 졸졸 따라 걸으며 양 옆의 상점에 정신이 팔린 사이 주위가 다시 환해짐을 느꼈다.

  방금 전 어두컴컴했던 상점은 비할 것이 아니었다. 환하게 내리는 햇살을 받으며 여기저기 상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마치 사극 드라마에서나 보던 저잣거리와 진배없었다. 나간 곳이 중심거리인건지 넓은 길 양 옆으로 상점이 일렬로 늘어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물 하나가 있었는데. 야트막한 건물 사이로 약 3층은 되 보이는 한옥건물이 우뚝 서있었다.

 “저기가 그 유명한 은방도가야.”

  아영의 뒤에 선 민지가 말했다. 이미 잔뜩 신이 난 다은은 아영과 민지를 양 옆에 끼고 걸었다.

 “저기부터 가자!”

  은방도가라 하면 지물로 가장 유서 깊은 곳이었다. 오래되었음에도 언제나 다양한 지물을 준비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러니 아무리 몇몇 지물전문점이 생겼다 해도 은방도가의 명성에 가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아이들로 버글버글했다. 한옥으로 된 다층 건물 자체는 아늑하고 수수했지만 화려한 물건들이 가득해 사방이 반짝였다. 다들 홀린 듯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세상에 어디서부터 봐야해.”

 “진짜 통째로 들고 가고 싶다.”

  지물전문점이지만 한 켠에는 지물 장식품도 같이 팔았다.

 “장신구는 이따 보고 저쪽에 지물부터 보러가자.”

  지물은 종류별로 나뉘어 전시되어 있었다. 은장도, 비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중 역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한 건 다름 아닌 부채였다. 화려함에 눈이 멀 것 같은 지물도 있었지만 수수한 것들도 많았다. 옥비녀를 사겠다했던 민지는 개중에서 가장 예뻐 보이는 것을 집어 들었다. 옥비녀지만 금으로 장식되어 전등 빛에 별처럼 빛났다.

 “역시 비싼 값한다. 얘들아 이거 얼마 게?”

 “와 빛나는 거 봐라.”

 “한 20?”

 “야 금붙이 붙은 걸 봐. 더 써.”

  아이들은 신이나 이것저것 고르기에 바빴다. 민지와 다은과 같이 보던 아영은 부채를 보러 자리를 옮겼다. 가장 기본적인 합죽선에 디자인만 달리해서 나열되어있었다.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공작의 꽁지깃으로 만든 부채를 시작으로 한껏 화려한 부채가 저마다 뽐내듯 진열되어 있다. 좀 더 오른쪽으로 향하면 ‘초심자 부채’라 적힌 종이가 있었다. 앞서 봤던 화려한 여느 부채와는 달리 아무런 장식도 없어 한눈에 봐도 밋밋한 부채가 늘어져 있었다. 말 그대로 늘어져 있었다. 수많은 손님만큼 많은 직원들이 비싼 지물에 붙어 관리하고 보여주고 다룰 수 있게 도와주는 반면 이 초심자 부채는 화려한 지물에 치여 누구하나 쉽게 관심 받지 못했다. 심지어 이 곳의 직원에게 조차. 휑한 주변과 달리 그래도 누군간 들어보았던 건지 꽤나 흐트러져있었다. 아영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부채 몇 개를 들어 올바로 놓았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들어 펼쳐 보았다. 새 하얀 한지가 시야에 들어찼다.

 “그거 사게?”

  어느새 다가온 민지와 다은이 아영 옆으로 섰다. 민지는 부채를 하나 집어 들어 펼쳤다. 아까와 달리 눈빛엔 흥미가 없었다.

 “와 다른 거 보고 났더니 이건 눈에 안차. 이거 팔리긴 하나.”

 “야. 내가 장담하는데 여기 있는 애들 80프로 이상이 이 부채 사간다.”

 “에이 설마.”

 “진짜. 내 손목을 걸지.”

 “하긴. 나도 엄마가 성인되기 전에는 초심자 부채 쓰라고 했었어.”

  다은과 민지는 이것저것 들어보며 바람을 펄럭였다. 그래봤자 초심자 부채는 디자인이 거기서 거기일 뿐이었다. 부채 한쪽마다 롤링페이퍼처럼 한마디씩 적어주자 그림을 그려주자 여러 대화가 오가는 사이 마침 은호무리도 안으로 들어왔다. 귀신같이 제일 먼저 알아챈 민지가 다은과 아영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야야야야.”

 “왜, 뭔데.”

 “쟤 왔다. 한결.”

  귀신같은 건 민지만이 아닌지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결은 마침 고개를 든 아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쟤 지금 아영이 보는 거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야 쟤 웃는 거 봐라. 저렇게 좋을까.”

  씨익, 미소 짓는 결에 반응이 온 건 아영이 아닌 민지와 다은이었다. 한껏 치켜 올라간 광대를 주체하지 못하겠다며 콧평수를 늘렸다. 세상에서 제일 음흉한 표정을 본 것 같다며 고개를 젓는 다은이었지만 그의 광대 역시 민지 못지않았다. 둘이 한창 킁킁 거릴 사이 언제 온 건지 은호를 포함한 세 명은 꽤나 가까이 왔다.

 “오이~ 반장안녕~ 민지 다은 안녕~”

  사교성 빼면 시체일 도형이 제일 먼저 인사를 건넸다. 여자아이들과도 두루두루 친한 도형인지라 결을 통해 알게 된 아영을 제외하고도 민지와 다은 역시 이미 오래전에 절친 먹었다. 누가 봐도 서글서글한 성격에 여자애들에겐 더 다감한지라, 다들 입을 모아 ‘쟤는 백프로 누나 있다. 손목 걸어.’ 과감한 내기를 했고 그렇게 날라 간 손모가지가 63빌딩과 맞먹었다.

 “은방도가를 이제야 왔냐?”

 “우리 옆에 사가방부터 다녀왔거든.”

  사가방이라 하면 은방도가에 비해 규모도 작고 최근에 생겨 역사도 짧다. 하지만 은방도가가 역사와 규모로 압도한다면 사가방은 20-30대의 장인들이 모여 젊은 감각으로 승부하는 곳이었다. 실질적으로 판매량이나 여러 방면에서 은방도가에 댈 것이 못되나 몇 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기시작하면서 무섭게 성장하는 곳이었다. 젊은 애들이 뭐? 그렇게 ‘힙’할 수가 없다나 뭐라나.

  은호도 부채를 펄럭이며 이것저것 보기 시작했다. 사가방에서 도형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이거 미쳤다 저거 도랐다’를 외치며 다닐 동안 은호는 어찌 마음에 드는 게 하나 없었다. 심드렁한 그의 표정에 도형은 ‘이 멋진 것들을 보고도 심장이 떨리지 않니?’라 물었지만 진짜 말 그대로 그의 심장은 하나도 반응하지 않았다.

 “우와! 야 은호야 저거 보러 가자.”

  벽에 걸린 번쩍이는 사인검에 흥분한 도형이 은호를 끌고 갔다. 다은과 민지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어머~ 저건 뭘까?’하더니 서로 팔짱을 끼고 삐걱거리며 사라졌다. 그러든 말든 부채나 뒤적거리던 아영은 옆에서 같이 뒤적이는 결에 한마디 했다.

 “너도 사게?”

 "응.."

  느릿한 대답과 달리 손은 여전히 이리 저리 열심히 움직였다.

 "왜? 너 있잖아. 본가 가서 받아오는 거 아니야?"

 “그건 스무 살부터 쓰려고... 이거 살 거야?”

  아영은 쪽빛의 합죽선을 하나 들고 있었다. 그리고 똑같은 쪽빛 합죽선이 결의 손에도 들려있었다. 결은 아영이 대답할 때 까지 빤히 아영의 눈을 맞췄다.

 "그럼 나도 이거 사야지."

 

  이 무리는 다시 은방도가 앞에서 헤어졌다. 은근슬쩍 아영과 한결을 따로 묶어 보내려던 민지와 다은은 눈치라고는 국 끓여먹은 도형과 은호에 한숨을 내쉬었다.

 “야. 매작과나 먹으러 가자.”

 “올~ 매작과~”

  둘이 보낸다고 순순히 갈 아영도 아니었지만.

  은호네는 큰 길로 나왔다. 역시나 큰 길은 가장 사람도 많고 호객행위도 대단했다.

 “자자~ 날마다 오는 게 아니야~ 이게 바로 뭐냐! 도력을 높여주는 신비의 가락지~”

 “아유~ 괜찮습니다.”

 “왜! 사내라고 가락지는 좀 그런가? 그렇담 팔찌도 있지~”

  사람으로 가득 차 낑기는 와중에 자신을 붙드는 손이 있었다. 상인은 도력을 높여준다는 가락지며 팔찌며 도형에게 들이밀었다. 도력은커녕 누가 봐도 효과라고는 아무 것도 없을 것에 도형은 성격 좋게 거절하며 겨우 빠져나왔다. 한숨을 돌리며 본인의 친구들을 찾는데, 자신의 뒤에 있어야할 결이 본인 대신 아까 그 상인에게 붙들려 있었다. 예예- 건성의 대답으로 빠져나온 본인과 달리 아주 좌판을 쓸어 담을 기세였다.

 “미쳤나벼..”

  아무리 똑똑해도 사기는 한순간이라더니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결의 뒤를 따라오던 은호가 연행 뺨치듯 그를 데리고 나왔다.

 “너는 도사집안인 애가 그걸 왜 보고 있어?”

 “예쁘길래..”

  차마 전생에 까마귀였냐 말은 못하고 눈빛만 쏘았다. 아직 지물을 사지 못한 은호와 더 구경하고 싶은 도형, 그리고 아직 살게 남았다고 하는 결은 각자 집합장소로 바로 모이기로 했다. 사실 도형이야 은호나 결 둘 중 하나를 따라가려 했으나, 지물은 이제 흥미를 잃은지 오래요, 장신구를 산다는 결에도 흥미가 없는 것은 매한가지인지라. 지나가던 다른 아이들 무리에 끼어 먹고 놀러 떠났다.

  도형은 이리저리 돌며 장신구를 구경했다. 딱히 어떤 장신구를 사야겠다 정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사는 것 또한 탐탁지 않았다. 화개 거리를 여기저기 쏘다니며 구경하다, 작은 좌판 하나를 발견했다. 값비싼 보석이 박힌 것도, 대단한 장인의 손길이 닿은 것도 아니었다. 수수하게 예뻤다. 그 중에서 이것저것 들어보며 구경하며 무엇이 어울릴지 꽤나 심도 있게 고민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건 좌판 상인만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여기 매작과 맛있네?”

 “거봐, 여기 매작과 맛있댔지?”

 “나 목말라. 마실 거 사러가자.”

 “또 마실 거 하면 여기에 기가 막힌 곳이 있거든. 저쪽으로 가면, 어? 저거 한결 아님?”

 “어디?”

 “저기! 좌판 앞에.”

  그들의 눈에도 장신구 좌판 앞에서 곰곰이 고민하는 모습의 결이 보였다.

 “맞네! 한결. 근데 저거 여자 장신구 파는 거 아니냐?”

 “맞는 거 같은데?”

 “아영이꺼 사나?”

 “에이. 아닐 거야 얘들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쟤가 선물 사줄 애가 너 말고 또 있냐?”

 “야 민지 말 인정. 완전 인정.”

  좌판 뒤쪽으로 꽤나 떨어져 숙덕이는 셋에 한결은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그의 관심사는 지금 무얼 사야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아주 좌판으로 빨려 들어가겠다.”

  마침내 한결은 결정을 마쳤는지 개중 하나를 골라 값을 치루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기 무섭게 다은과 민지는 아영을 끼고 그 좌판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방금 그 남자애 뭐 사갔어요?”

  민지의 질문에 상인이 가리킨 건 수수한 팔찌였다. 솔직히 개중에 가장 예뻤다. 매일 끼기 부담스럽지 않고, 이들이 입는 교복에도 튀지 않았다. 다은과 민지는 이 팔찌가 아영의 손목에 끼워지는 거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의도치 않게 내심 기대가 되는 오후였다.

  아이들과 헤어진 은호도 크고 작은 가게 할 것 없이 지물을 찾아 돌아다녔다. 색다른 지물을 쓰겠다 큰소리치던 도형도 결국은 초심자 부채를 샀고, 가문의 지물을 이어받는 결도 아영을 따라 같은 부채를 샀다. 자신도 처음엔 그러려 했다. 그저 처음 사는 초심자 부채는 그냥 거부감만 없으면 만사 오케이라며 하나 둘 흰색이니 검정색이니 각자 골라 사라졌다. 그래서 그도 들었다. 흰색이며 검정색이며, 심지어 꽃무늬도.

 ‘오, 하나같이 별론데?’

  이렇게까지 기분이 구릴 수가 있나. 마치 옷에 붙은 네임택이 목뒤를 까실거리는 느낌이었고, 침대에 누웠더니 등짝에 뭉친 이불이 배기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설명했을 때, 같이 있던 결도 도형도 당최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니 뭐 당사자가 그렇다니 그렇구나 할 수 밖에.

 ‘다 네 것이 아닌가보지.’

 ‘근데 넌 아무렇지 않냐?’

 ‘나? 왜?’

 ‘넌 진짜 지물이 따로 있잖아.’

 ‘나? 난 괜찮은데?’

  오히려 결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쪽빛 부채를 부치니 은호는 더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아니 안 맞으려면 결이 거부감을 느껴야하는 거 아닌가. 넓고 다양한 모든 이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심자 부채가 맞지 않는 다면 대체 뭘 쓰라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화개장터 구석에 자리한 한 가게에 들어갔다. 얼마나 구석진 지 주변에 가게도 별로 없거니와 있어도 문을 닫았거나 폐점 상태였다. 어디까지 흘러들어온 거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자그만 가게는 뭐라 설명하기 어렵게 복잡하고 약간 조잡했다. 이건 뭐. 골동품 가게인가. 마침 지잉- 울리는 핸드폰에 확인하면 도형으로부터 문자가 와있었다.

 -어디야? 모임 시간까지 10분 남음~!-

  작은 한숨과 함께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마침 가게 주인도 안 계시고 마땅한 지물도 없어 보여 은호는 발길을 돌렸다.

 “한숨에 우리 가게가 꺼지겠구만.”

  갑작스런 말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언제 나온 건지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서있었다. 본인 쪽을 향해 시선이 향해있음에도 미묘하게 시선이 어긋났다. 그런데도 대단했다. 무엇이?

 “앞이 안보이지만 시선은 아주 강렬하게 느껴지는구만.”

 “아, 죄송합니다.”

  그제야 가게 주인이 앞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묘한 시선이 어긋난 이유도. 잠시간이었음에도 속내가 훤히 뚫리는 기분이었다. 분명히 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을 아는데도 말이다.

 “자넬 위한 지물은 여기에 없어. 돌아가게나. 이미 자네를 기다리고 있을 걸세.”

 “네?”

  쉬운 말이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는 말해줄 생각이 없는지 그는 쿨럭 쿨럭 기침을 뱉으며 안으로 사라졌다.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다시 가게 안에는 은호 혼자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은호에게 문자 한통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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