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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Off Side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19.9.26

세계적인 축구 스타와의 로맨스,
실종된 아빠를 둘러싼 미스터리,
시간을 매개로 한 반전의 판타지!
페어 플레이 룰을 비웃듯 반칙이 난무하는 그라운드 위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자기만의 경기를 뛰고 있는 중이다.
그 앞에 공을 차 주며,
나도 함께 뛰고 있다고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이 어려운 경기를 멋지게 이겨 보자고, 응원하는 목소리를 글에 담았다.

운명의 파트너, 시온과 정원이 펼치는 인생 최고의 경기!
휘슬은 불렸다. 원더골(Wondergoal)을 향해 함께 달려 보자, 내일이 없는 것처럼!

 
Seat Number 591 (1)
작성일 : 19-10-26 16:14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5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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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9월 12일┃

 

 

  “아빠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

  외삼촌의 그 질문 한 번에 모든 게 바뀌었다.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자 안쓰러운 시선이 뒤따랐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실종. 엄마가 죽던 날, 아빠마저 세상에서 감쪽같이 지워졌다. 정원 남매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특히 정원이 그랬다.

  죽음은 차라리 쉬웠다. 무책임하게 감아버린 두 눈, 차갑게 식은 손, 점점 파래지는 입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유체가 있었다. 그러나 실종은, 그 이유도 알 수 없는 헤어짐은 좀처럼 납득할 수가 없었다.

  왜?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했어? 아님, 우리를 버리고 도망이라도 간 거야? 가슴을 아프게 하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날 근우는 분명 병원에 왔었다. 목격자가 있다고 했다. 그중 한 명은 정원도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국가대표 정재신의 동생, 정시온.

  청준의 집으로 간 후, 정원은 완벽한 불량 소녀가 되었다. 식사도 거부하고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고 다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선희가 결국 폭발했다.

  “그래, 굶어! 굶어서 확 죽어버려!” 그녀는 정원의 앞에 놓인 밥그릇을 뺏어다가 싱크대에 확 던졌다.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아주 돌아버리겠어! 불쌍해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내가 널 언제까지 참아줘야 하는데? 축구밖에 모르는 인간이랑 살면서 딱 하나 마음에 든 게 시부모 안 모셔도 되는 거였는데 이건 뭐, 시집살이가 따로 없잖아!”

  선희의 말은 아이를 상대하는 것치고 직설적이었다. 흥분한 탓에 배려란 단어를 잊었다. 자기 감정에 눈이 멀어 그녀는 정원을 긴장과 불안 속으로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고아원에 보냈어야 했어. 남의 눈이 뭐가 무섭다고, 내 몸 편한 게 먼저지. 남의 애 키우는 게 보통 일이냐고 글쎄, 것도 둘씩이나!”

  고아원. 정원의 마음에 두려움이 깃들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여기서 산다고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가족이었다. 고아원에 간다는 건, 그건 정말 버려지는 것이었다.

  선희는 여전히 밥상 앞에서 꽁한 얼굴로 앉아 있는 정원을 보자 분통이 터졌다. “얘! 너 방으로 들어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때였다. 정원이 젓가락을 집었다. 콩나물이며 시금치며,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물 반찬을 입에 꾸역꾸역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선희는 하, 하고 짧게 숨을 뱉더니 싱크대에 던졌던 밥그릇을 가져와 정원의 앞에 다시 올려놨다. “왜 더 반항해 보시지, 나 편한 꼴은 죽어도 못 보겠니?” 그러고는 부엌을 나가버렸다.

  혼자 남은 정원은 입안 가득 찬 음식물을 힘겹게 씹어 넘겼다. 진득한 슬픔과 괴로움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울음이 터지진 않았다. 볼에 난 흐릿한 물줄기를 타고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을 뿐.

  먹어야 한다. 이젠 말도 잘 듣고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 안 그럼 고아원으로 쫓겨난다. 어린 동생과 함께 세상에 버려진다!

  그 후로 5년을 쥐 죽은 듯이 지냈다.

  외삼촌은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다. 외숙모와 마주치는 것이 거북해, 하교 후엔 될 수 있는 한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왔다. 집에 돌아오면 일거리가 산더미였다. 밥값을 해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설거지나 빨래, 걸레질은 온전히 정원의 몫이 되어 있었다.

 누나와 달리 남생은 붙임성이 좋은 아이였다. 선희의 어깨를 주무르거나 함께 장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그는 청준과의 사이도 좋았다. 몸 쓰는 일엔 영 소질이 없는 미성을 대신해 남생이 그의 운동 파트너가 되었다. 단단하게 자리 잡은 그의 근육을 보고 청준은 “네가 유근우 아들이긴 한가 보다”라고 떨떠름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자기 아들은 재수없게 외탁을 했다고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정원은 고아원에 보내겠단 협박을 들은 후로 제법 순종적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말수가 적었다. 선희는 틈만 나면 전화를 붙들고 친구에게 신세한탄을 했는데, 그중의 8할은 정원에 대한 불만이었다.

  “난 딸 좋은지 잘 모르겠더라. 조카딸이라고 하나 있는 게 우리 미성이만도 못해. 사근사근한 맛도 없고, 완전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라니까?”

  6월 25일. 어머니의 기일이자 아버지가 실종된 날. 꿋꿋이 버티던 정원도 이 날만큼은 슬픔을 억누르지 못했다. 집에 있다간 선희에게 우는 모습을 들킬 게 뻔했다. 그래서 집 앞 놀이터로 갔다.

  미끄럼틀 안에 숨어 가슴을 들썩이며 울었다. 제어 안 되는 횡격막 때문에 끄억, 하는 소리가 중간중간 튀어나왔다. 천식 약은 끊은 지 오래였다. 선희는 그 비싼 약과 흡입기를 대줄 인사가 못 되었다. 정원 남매가 축 내는 쌀 값도 아까워 죽는 여자였다.

 호흡이 가빠졌다. 그만 진정을 하려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손에 든 가족사진은 보려고 가져온 게 아니라, 가만히 쥐고 있으려고 챙겨온 것이었다. 그리운 부모님과 맞닿아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나와.” 그때 청준이 미끄럼틀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정원은 깜짝 놀랐다. 예상 못한 일이었다. 부모님 때문에 우는 정원을 찾아내는 건 언제나 미성이었으니까.

  “아빠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

  청준이 정원에게 굳이 아빠가 보고 싶냐고 물은 건, 죽음이 갖는 단절의 힘이 컸기 때문이리라. 죽은 서연은 다시 볼 방법이 없었지만, 근우는 아직 희망이란 게 있었다. 언젠가 만날 수도 있을 거라는.

  근우에게 가족 다음으로 소중했던 축구를 보며 정원이 그리움을 달래기 바랐던 것일까. 아님, 근우라면 정원에게 이리 했을 거란 생각에 딴에는 아비 노릇을 하려고 그런 것일까. 청준은 이후 정원을 경기장에 데리고 다녔다.

  여태 경찰도 찾지 못하는 근우를 청준이 어디선가 데려올 리 만무했지만, 그를 따라가면 어쩐지 아빠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정원은 아무 말 않고 외삼촌이 시키는 대로 했다. 당시 청준은 한 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을 맡고 있었는데, 매제인 근우가 5년 전에 이미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뒤처져도 한참 뒤처진 것이었다. 청준이 그에게 열등감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외삼촌이 선수들을 지도하는 동안 정원은 관중석에 있었다. 90분은 생각보다 짧았다. 어릴 땐 그렇게 축구가 싫더니, 막상 와서 보니 재미가 있었다. 어쩌면 축구가 싫었다기보단 아빠와의 시간을 빼앗기는 게 싫었을지도.

  청준이 의도했든 안 했든, 경기장을 찾는 건 정원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원은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남몰래 축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뭣 모르고 볼 때보다 경기 규칙을 익히고 보는 축구가 더 재미있었다. 공부하는 건 힘들지 않았다. 아버지의 세계를 이해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설레기까지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 무렵, 사건이 벌어졌다.

  그날은 날씨가 꽤 쌀쌀했다. 환절기에 접어들어 옷 입기가 매우 난처했다. 정원은 가장 아끼는 빨간색 가디건을 챙겨 입고 나왔다. 청준은 이미 운전석에 타고 있었다. 미성은 시험 공부에 여념이 없었고, 남생은 친구들과 놀러 간다고 아침 일찍 나갔다. 선희는 사람 많은 덴 질색이라며 따라 나서지 않았다.

  상암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마포 구청에 주차를 했다. 경기장 내 주차장은 이용료도 내야 했지만, 북적이는 인파로 차를 대기도 빼기도 어려웠다. 경기장까진 도보로 5분. 거리는 이미 붉은 악마 복장을 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두들 대한민국과 시리아의 올림픽 최종 예선 3차전을 보러 온 것이었다.

  청준은 티켓을 확인했다. E구역 1등석 자리였다. 정원은 앞서 걷는 청준의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입구에서 표를 보여주고 두 사람은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구청 주차장 자리를 선점하려고 일찍 출발한 탓에 관중석엔 아직 빈자리가 많았다. 선수들은 미리 나와 공을 돌리고 있었다. 주심과 부심도 경기장 중앙을 왔다 갔다 하며 몸을 풀었다.

  “혼자 찾아갈 수 있지? 잠깐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먼저 자리로 가 있어라.”

  홀로 남겨진 정원은 티켓에 적힌 좌석 번호를 확인한 후 계단을 내려갔다. 45열의 29번 자리였다.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가던 정원이 의미 없이 던진 시선에 이상한 광경이 포착됐다. 29번 자리의 의자가 핀 조명을 받은 듯 환히 빛나고 있었다! 두 눈을 의심하며 정원은 자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비둘기색 의자 등받이 부분에 ‘591’이라고 적혀 있었다. 잘못 표기된 건가?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아무도 이 의자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그것 또한 이상했다. ‘이 요상한 빛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지?’ 의자 주변을 요리조리 살펴보아도 조명 같은 건 없었다. 그녀는 일단 등받이 부분을 손으로 툭툭 건드려 보았다. 괜찮았다. 정원은 반으로 접힌 의자를 온전히 펼친 뒤 그 위에 조심스레 엉덩이를 걸쳤다.

  그 순간! 정원의 몸이 한없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너무 놀라 눈을 꼭 감았다. 마치 일정 높이에 다다른 뒤 급격히 하강하는 롤러코스터에 탄 기분이었다. 관성의 법칙 때문인지, 심장이 가슴을 비워둔 채 얼굴 쪽으로 붕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하-. 롤러코스터가 멈췄다. 밑으로 밑으로 계속 떨어지기만 했으니, 이곳은 지옥일까. 정원은 쉬이 눈을 뜨지 못했다. 그러자 청각이 예민해졌다. 삑, 하고 휘슬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뒤이어 관중들의 환호 소리도 들렸다.

  정원은 파르르 떨며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다행히, 눈 감기 전의 장소 그대로였다. 지옥에서도 축구 경기를 하는 게 아니라면, 여기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 맞았다.

  십년감수한 정원이 후, 하고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근데 경기가 언제 시작했지? 정원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외삼촌을 찾았다. 그의 자리에 청준 대신 웬 청년이 앉아 있었다. ‘가만, 여긴…….’ 정원의 눈에 그제야 좀 전 상황과의 차이점이 들어왔다. 우선 자리가 달랐다. 선수들 벤치가 보이는 걸로 봐서 아까 있었던 E구역의 맞은편, W구역임이 틀림없다. 황망하여, 좌우를 번갈아 보던 정원이 전광판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경기가 막 시작해 2분을 겨우 넘기고 있었다. 8시 경기였으니, 지금은 밤 8시 2분 7초.

  시공간이 뒤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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