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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문을 열어드립니다
작가 : 반루아
작품등록일 : 2019.9.3

[미스터리 판타지]
완벽주의자 프로파일러 피아와 귀차니즘 마신이 인간계와 마계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서스펜스

 
21. 왜 이러세요
작성일 : 19-10-25 16:18     조회 : 363     추천 : 2     분량 : 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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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리암 모습은 그녀가 이질적으로 느낄 정도로 평소와 달랐다. 복잡한 마음을 억누른 피아는 침대에 걸터 앉아 그를 올려봤다.

 

 “악귀가 사람을 해쳤나요?"

 

 “나도 몰라.”

 

 마신과 마왕은 인간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그렇기에 악귀가 인간계에서 날뛰기 전에 잡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즉 마신이 직접 나서야 하는 큰 사건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극도의 피로감으로 멍한 표정을 유지하던 리암이 게슴츠레한 눈을 깜박였다.

 

 "네가 원하는 대로…."

 

  리암이 뒷말을 흐린 채 잠이 들어버렸다. 그로 인해 그들 사이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적이 흘렀다. 처음엔 리암이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러나 싶었는데 피아가 보기에 그의 태도는 방금 전과도 묘하게 달랐다. 의뭉스러운 공기가 방 안을 가득 메우자 이든이 그들 사이를 막아섰다.

 

 “리암님, 여기서 왜 이러고 계십니까?”

 

 지겨운 잔소리에 눈을 뜬 리암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떠한 설명도 없이 강제로 끌려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피아는 그 자리에 서서 꼼작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악귀를 소멸시켜서 싫어?"

 

 “그들을 천계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럼 됐어.”

 

 악귀에게도 아픔이 있다는 걸 알게된 피아는 그들을 좌시할 수 없었다. 단지 그녀는 악귀보단 사람을 지키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되니까. 인간계로 갈 준비를 마친 리암이 피아의 손을 거머 쥐었다.

 

 “모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진 내 손 놓지 마.”

 

 "악귀가 처리될 때까지는 상관 없다고…."

 

 "악귀 세 마리가 인간계에 남아 있는 걸 잊지마."

 

  자신을 찌른 악귀가 어떤 사람에게 씐 것인지 피아는 밝혀내지 못 했다. 작은 단서 조차 찾지 못 했기에 그녀는 헤이해진 자신을 돌아보며 자책했다.

 

 "저기."

 

  마신이 잘못된 정보를 발설하자 이든은 그것을 정정해 주기 위해 그들 앞에 섰다. 그가 입을 열려던 순간 마신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인간인 그녀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마력이 담긴 그 시선에 이든은 오금이 져려왔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그가 신중히 표정을 굳혔다.

 

 "이젠 가죠."

 

 진중해진 피아가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생소한 온기에 의미 모를 뿌듯함을 느낀 리암이 피아보다 한 발 앞장서서 나아갔다.

 

 "골치 아프게 됐군."

 

 홀로 남겨진 이든은 이미 사라진 문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번엔 장기전이 될지도 모르기에 마신은 꽤 오랜 시간 인간계에 머물러야 한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는데도 리암은 그녀의 손을 잡고 놓치 않았다. 타인과 손을 잡고 이동할 때 더 많은 마력이 소진된다는 걸 알면서도. 안경을 추어올린 이든이 표정을 굳힌 채 집무실로 돌아갔다.

 

 *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무겁고 탁한 공기가 그녀의 가슴이 답답하게 만들었다. 예전과 달라진 인간계의 공기에 피아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도대체 몇 달이 흐른 거죠?”

 

 “2달.”

 

 아무리 생각해봐도 2달이 흘렀다고 공기의 흐름까지 바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정확한 이유까지는 알 수 없으나 경계가 틀어지는 바람에 마계 공기가 인간계로 유입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마계와 인간계의 경계가 흐트러졌나 보군요.”

 

 그녀의 말에 리암은 입을 벌릴 듯하면서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구구절절 마계 상황에 대해 알려줄 수 없었나 보다.

 

 "잠시만요."

 

 

 피아는 인간계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요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라진 그녀를 찾기 위해 전국을 뒤지고 다녔던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발끈 소리쳤다.

 

 “너 도대체!”

 

 “경감님 미안해요. 그럴 만한 사정이….”

 

 상황을 설명하는 그녀에게서 핸드폰을 뺏어 든 리암이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피아가 항의하기도 전에 리암은 핸드폰을 자기 바지 주머니에 감췄다. 전화벨이 다시 울리자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전원을 꺼버렸다.

 

 “도대체 왜 이러세요?”

 

 “몰라, 기분이 나빠졌어."

 

 어이가 없어진 피아는 우두커니 서서 그를 바라봤다. 느긋하게 하늘에 떠 있는 붉은 달을 주시하던 리암이 그녀를 잡아당겼다. 얼떨결에 그에게 끌려가면서도 피아는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다. 애초에 타당한 이유가 있어도 분노를 터트리는 그녀도 아니었지만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싫지 않았다.

 

 “나 피곤해.”

 

 무거운 추라도 매단 사람마냥 리암은 발까지 질질 끌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그의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피아는 이 부근에 위치한 한적한 공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공원이 나와요.”

 

 늘어지게 하품하던 그는 공원을 찾아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생각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공원이 위치해 있자 리암은 전봇대에 기대서서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여기서 잠이 드시면 안 돼요.”

 

 마계와 달리 잘생긴 남자가 길거리에서 잠이 든다면 꽃거지로 주목받을 수 있다. 물론 그가 이런 일에 신경쓰지 않는 게 문제였지만. 안 그래도 피아에게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려있는 지금, 그녀는 핸드백에서 모자를 꺼내 깊숙이 눌러썼다.

 

 “날 진심으로 위하는 존재가 없어.”

 

 신음과 함께 들려온 중얼거림에 피아는 입을 다물었다. 터무니없는 잠꼬대였으나 그녀는 쉽게 외면할 수 없었다. 보육 시설에서 자란 피아로선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고아라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받아왔던 그녀는 이유 없이 상처 입는 게 두려워 마음을 닫아 버렸으니까.

 

 "저 남자 잘생겼다."

 

 피아가 과거를 떠올리고 있을 때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리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마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된다면 악귀들이 눈치채고 도망갈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좋을 게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만큼은 막기 위해 그녀는 리암을 흔들어 깨웠다.

 

 “마신님, 잠시만 일어나 주세요.”

 

 “가까운 곳으로 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던 리암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바닥에 앉았다. 축 늘어진 그가 피아를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일으켜 줘."

 

 어린 아이와 같은 행동이었으나 그녀는 외면하기 힘들었다. 한숨을 깊게 내쉰 피아가 그의 양 팔에 손을 끼운 채 일으켜 세웠다. 피아에게 완전히 기대선 리암이 위태롭게 걸어 나갔다.

 

 “5 발자국만 더 가면 돼요.”

 

 피아에게 이끌려 공원 벤치에 도착한 그들이 의자에 착석했다. 성인 남자를 끌고 온 그녀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가요.”

 

 피아 음성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다. 얼굴 위로 흘러내린 몇 올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준 피아의 입가에 포근한 미소가 걸쳐졌다.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신의 외로움이 사라질 때까지는 이 손 놓지 않을게요.”

 

 진심 어린 음성이 들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그의 얼굴에도 잔잔한 평화가 깃들었다. 수면의 나락에 빠진 그에게 전염이라도 된 듯 피아도 어깨에 기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진짜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이다.”

 

 한적한 공원이었으나 한 폭의 그림 같은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개인 SNS에 올렸다.

 

 “저 여자, 프로파일러 피아 아냐?”

 

 “어? 정말!”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 리암은 잠이 든 피아 때문에 꼼작도 못하고 눈만 껌벅거렸다. 그들 곁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짜증 서린 그의 시선에 놀라 슬금슬금 자리에서 벗어난다.

 

 “쳇, 왜 나한테 기대서 잠들고 난리야.”

 

 짜증 섞인 말과 달리 그의 몸짓은 조심스러웠다. 소란스러운 인간들 때문에 그녀의 단잠이 방해할까 걱정되었는지 리암은 피아 귀에 귀마개를 씌워줬다.

 

 "내가 왜 여기서…."

 

  잠에서 깬 그녀는 민망함에 붉게 물든 얼굴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졸지에 그도 여자 화장실까지 함께 들어왔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연연해할 리암이 아니기에 그녀가 세수를 하는 모습을 태평하게지켜봤다. 안 그래도 흉흉한 사건이 일어나는 지금 남자가 여자 화장실에 서 있자 화장실에 들어오던 여자들은 부리나케 도망치듯 달려 나갔다.

 

 “여기는 여자 화장실이라 마신님은 들어오시면 안 돼요.”

 

 “네가 손을 안 놨잖아.”

 

 한 손으로 세수를 한 피아가 자기 귀에 쓰인 귀마개를 보곤 웃음이 부서져 내렸다. 그녀가 귀마개를 리암에게 건네자 그것을 받아든 그가 제 목에 걸었다.

 

 “나가자.”

 

 당당하게 여자 화장실에서 나서는 리암과 달리 피아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온몸이 불에 타는 듯 뜨거워졌다.

 

 "손은 계속 잡고 있어야 하나요?"

 

 "나라고 좋아서 이러고 있는줄 알아?"

 

 이제부터 샤워를 하거나 급한 일을 볼 때에도 손을 놓을 수 없으니 피아는 난감해져 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던 피아가 눈썹을 찡그렸다.

 

 “이곳에는 왜 영혼이 없지?”

 

 공원에서 벗어난 그들이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길을 걸어가는 동안에도 영혼 하나 보이지 않았다. 원한을 품은 영혼 또한 마신의 기운에 눌려 몸을 숨긴 것 같진 않았다. 예전에 그와 함께 길을 걸어갈 때 원혼들도 자유롭게 돌아다녔으니까.

 

 “악독한 악귀들은 자기 힘을 키우기 위해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도 씹어 삼켜.”

 

 이곳에 남겨진 영혼들은 원한이나 미련 때문에 스스로 천계에 올라가는 걸 포기한 자들이었고 강한 집념은 악귀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그녀는 차분하게 마계에서 읽었던 책 내용을 상기시켰다.

 

 “천계에 올라가는 걸 거부한 영혼들은 추후에 악귀가 되겠군요.”

 

 “집에나 빨리 가자.”

 

 딱히 심오한 대화를 주고 받는 게 싫었던 리암이 말을 돌렸다. 대화를 단절시킨 그에게 잠시 서운함을 느꼈으나 피아는 묵묵히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의도치 않은 정적이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가운데 한 여성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저기, 프로파일러 피아씨 맞죠?”

 

 “무슨 일이시죠?”

 

 처음 보는 여성과 딱히 대화를 나누고 싶진 않았으나 피아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예초에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을 싫어했던 리암은 집에 가자고 피아에게 눈치를 보냈다.

 

 “제발, 목요일 강간범 좀 잡아주세요.”

 

 이곳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마계에 있었던 피아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문뜩 마계에 가기전 일어났던 사건이 생각난 피아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녀가 망설인다고 오해한 여성이 피아 손을 덥석 잡았다.

 

 “모든 국민들이 당신의 복귀를 원하고 있어요.”

 

 “그 손 놔.”

 

 빨리 집에서 쉬고 싶었던 리암은 눈을 껌벅거리며 웅얼거렸다. 온 신경을 피아에게 집중하고 있었던 여자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채 팔목에 매달렸다. 계속 방해꾼이 나타나자 끓어 오른 짜증에 리암이 그 손을 툭 쳐넸다.

 

 “나 진짜 피곤하거든?”

 

 인간계에 직접 오진 못했으나 그녀가 이곳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정도는 그도 알고 있었다. 단지 리암은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을 뿐이다. 서류에 파묻히는 것은 딱 싫었으니까. 또다시 마력이 터져 나오는 일 만큼은 막기 위해 피아는 정중히 그녀를 향해 사과했다.

 

 “수사기관 요청이 없는 경우 제가 프로파일링하는 건 어렵습니다.”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그녀가 리암을 끌고 그곳을 벗어나 집으로 향했다. 기분 나빠 보이는 그를 달랠 길이 없어 난감해하던 피아는 집 앞에서 기다리는 한 남자로 인해 또다른 난관에 부닥쳤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야월 19-11-10 20:01
 
피아 카리스마가! 대단해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반루아 19-11-10 21:42
 
재미있게 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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