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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위험한 실험7
작성일 : 19-10-25 09:09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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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혁아! 이번엔 봤어! 내 과거를 봤다고! 그리고 자꾸 어디론가 빨려 드는 느낌도 들었어!”

 

 박찬혁은 전혜경을 노려보며 침대로 다가갔다.

 

 “왜 그래?”

 

 박찬혁은 머리맡에 있던 아트로핀 주사기를 집어 던졌다.

 

 “너, 염화칼륨 양을 늘렸지?”

 

 전혜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찬혁은 침대 옆에 주저앉았다.

 

 “넌 약속을 깼어.”

 “어쩔 수 없었어. 실험이 이제 딱 한번 남았고 아무런 진전이 없으니까. 이렇게 끝내면 후회만 남을 거야.”

 “심박동이 분당 38회까지 떨어졌어. 그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알잖아?”

 “위험하지 않아. 난 단련됐어.”

 “무슨 단련?”

 “여러 번 심박동을 떨어뜨리면서 육체도 적응된 것 같아. 아주 조금만 양을 늘린 거야. 이 정도면 되겠다는 느낌이 왔어.”

 “느낌? 통계도 수치도 아니고 느낌?”

 “화내지 마. 실험은 이제 딱 한번 남았어. 더 이상 양을 늘리진 않을게.”

 “넌 중독됐어.”

 “난 프로포폴 따위에 중독되지 않아.”

 “넌 프로포폴이 아니라 죽음에 중독됐어.”

 

 전혜경이 고개를 떨궜다.

 박찬혁은 머리를 움켜쥐고 생각에 잠겼다.

 편두통이 시작되며 머리속에서 이상한 소음이 들렸다.

 

 이대론 안 된다. 이래선 안 된다. 이러다간 큰일 난다.

 누군가 이렇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전혜경이 말했다.

 

 “난 과거를 봤어.”

 “그 따위 듣고 싶지 않아.”

 “들어 봐. 널 떠올리자마자 그날로 갔어.”

 “어떤 날?”

 “그날 그 전봇대 아래.”

 

 전혜경은 두 사람이 처음 키스하던 시간으로 날아갔다. 전혜경의 자취방 앞이었다.

 

 “넌 순대국에 소주를 먹었잖아. 냄새가 많이 났어.”

 “그 기억을 어떤 식으로 체험한 거야?”

 “갑자기 주변이 확 바뀌면서 과거의 그 장소로 간 거야. 나는 우리 둘이 키스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어. 마치 연극을 보듯이 말이야.”

 

 전혜경의 경험은 임사체험자들의 증언과 일치했다.

 

 “넌 손을 좀 떨더라.”

 “긴장했으니까.”

 “근데 재밌는 게 있어.”

 “뭐가 재밌어?”

 

 혜경이가 다시 웃었다.

 

 “난 우리 둘의 모습뿐 아니라 생각까지 볼 수 있었어. 넌 키스하면서 계속 아랫도리가 불룩해진 게 들키지 않을까 걱정하더라.”

 

 박찬혁은 전혜경에게 그런 사실을 말한 적 없었다. 전혜경은 신이 나서 떠들었다.

 

 “그렇게 키스 장면을 보고 있다가 이 방으로 돌아 왔어. 네가 아트로핀 주사기를 들고 있더라. 널 걱정하면서도 조금만 더 높이 날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그 순간 천장을 지나고 아파트를 넘어서 높이 올라갔어. 밤하늘로 말이야. 계속 올라가다 보니 어디론가 빨려드는 느낌이 들었어. 근데 그게 불쾌한 느낌이 아니야. 날 부르는 곳으로 날아갈수록 행복해지는 거야. 그러다가 갑자기 몸으로 돌아왔어.”

 

 박찬혁은 서둘러 전혜경의 집을 빠져 나갔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1층 현관으로 나왔다.

 집 앞엔 여전히 검은색 밴이 서 있었다.

 박찬혁이 다가가자 밴이 갑자기 시동을 걸었다.

 박찬혁은 뛰어가 차창을 두드렸다.

 

 차창이 천천히 내려갔다.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덩치가 크고 머리를 짧게 깎은 저 사내들이 대정그룹의 경호원일 거라고 박찬혁은 생각했다.

 운전석의 남자가 물었다.

 

 “왜요?”

 

 박찬혁은 창틀을 붙들고 말했다.

 

 “당신들이 왜 우릴 따라다니는지, 어디까지 아는지 그런 건 궁금하지 않아요. 내가 궁금한 건 딱 하나예요.”

 “뭔데요?”

 “대정그룹 기획조정실인가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저리 비켜요.”

 

 박찬혁은 차를 놔주었다.

 기획조정실이냐고 물었을 때 남자의 얼굴이 움찔거렸다.

 그거면 됐다.

 

 **

 대정그룹 기획조정실장 전이수는 백발이었다.

 숱 많은 백발이 자랑스러워 염색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2016년 7월9일 박찬혁은 소파에 앉아 실장실을 둘러보았다.

 운동장만큼이나 넓고 대정그룹 세계지사들의 사진이 벽면을 메우고 있었다.

 실장실을 반만 잘라 직원들 족구장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실장과 독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당 정치인이나 특수부 검사 쯤 돼야 실장과 약속을 잡을 수 있다고 연구원들이 말했다.

 그러나 박찬혁에겐 쉬웠다.

 실장 비서실에 연락처를 남겼을 뿐인데 한 시간 뒤 약속을 잡아줬다.

 박찬혁이 오길 기다린 듯 했다.

 전 실장은 책상에서 내려와 박찬혁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사무실이 넓죠? 이런 사무실을 얻어내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어요. 목숨을 건 전쟁이었죠.”

 

 실장은 자신의 백발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난 이제 예순 둘이요. 언제부터 백발이 됐는 줄 아세요?”

 “글쎄요.”

 “마흔 살. 고작 마흔 살에 백발이 됐어요. 그때 감옥에 3년 있었어요. 그 전에 검찰청에서 밤샘 조사를 6번 받았죠. 한 마디도 입을 놀리지 않고 버텼죠. 3년 살고 나오니까 백발이 돼 있습디다.”

 

 전 실장은 입을 벌리고 형광등을 보았다. 자신의 이야기에 감동한 표정이었다.

 

 “실장님께 말씀 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알아요. 친목모임 하자고 오진 않았겠죠.”

 

 전 실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전혜경이라고 아십니까? 임사체험 연구팀 연구원입니다.”

 

 전 실장이 이마를 찌푸렸다.

 

 “글쎄요. 제가 연구원들 이름을 다 기억할 순 없어요.”

 

 능구렁이 영감이었다.

 박찬혁은 전 실장이 전혜경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실장은 회장의 명을 받아 프시케 연구팀을 통제하며 시시콜콜한 일까지 보고받았다.

 전혜경을 감시하라고 지시한 것도 실장일 것이다.

 무엇보다 실장은 너무 쉽게 박찬혁과의 면담 약속을 잡았다.

 

 “전혜경 연구원이 실험실의 약품을 빼돌렸습니다. 프로포폴과 염화칼륨이죠. 프로포폴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고 염화칼륨은 독극물입니다.”

 

 실장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똑똑 두드렸다.

 

 “그런 일이라면 그룹 본사가 아니라 연구팀에 먼저 보고를 하셔야죠. 그리고 당신은 이미 퇴사한 분 아닌가요? 퇴사한 사람이 이런 저런 말을 흘리는 건 좋지 않아요.”

 

 박찬혁은 실장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전혜경의 비위를 지적하자마자 실장이 맞장구를 치며 즉각 나설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박찬혁은 실장의 의도가 궁금했다.

 그가 의구심을 가지고 전혜경을 감시한다면 실험을 막는 일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전혜경을 고소해주십시오.”

 “곤란하군요. 일단 상황을 파악한 후에 생각해 보겠습니다.”

 “고소로 문제를 일으키기 싫으시면 그룹 자체 조사라도 해 주십시오. 대정병원 관계자가 전혜경을 면담하는 것도 좋겠네요.”

 “왜 그러시죠? 정의감인가요? 아니면 개인적인 원한?”

 “둘 다 아닙니다. 말씀드릴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 실장은 빠른 속도로 질문을 던졌다.

 저렇게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놓으면 부하들도 답변을 꾸며내지 못할 거라고 박찬혁은 생각했다.

 

 “혹시 전혜경 연구원이 빼돌린 약품으로 뭘 하려는지 아시나요?”

 “실험 같은 걸 하려는 것 같습니다.”

 “실험이요? 어떤 실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실험에 대해 얘기를 좀 더 듣고 싶군요. 가끔 저한테 연락 주시지 않겠어요? 전혜경 연구원이 어떤 실험을 하는지, 실험 결과는 어떻게 나오는지 말이에요. 약품 절도에 대해선 그 이후에 논의해 봅시다.”

 

 전 실장의 말을 듣는 순간 박찬혁은 깨달았다.

 실장은 전혜경이 실험을 계속 진행하길 바라고 있었다.

 박찬혁은 아무 소득 없이 실장실을 나왔다.

 

 **

 2017년 7월13일 마지막 실험이 다가왔다.

 전혜경은 그날따라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얼굴도 창백했다.

 

 “또 통증이 도진 거야?”

 “응. 조금.”

 “실험 때문인가?”

 “아냐. 실험에 사용하는 약물은 관련 없어.”

 

 전혜경이 끙 소리를 내며 일어나 앉았다. 박찬혁은 전혜경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마지막 실험이야.”

 “그래. 마지막 8번째 실험.”

 

 전혜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찬혁은 그녀가 미덥지 않아 자꾸 확인을 했다.

 그때마다 전혜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실험을 위해 박찬혁은 염화칼륨 희석 과정부터 감시했다.

 전혜경은 박찬혁이 보는 앞에서 염화칼륨을 정해진 농도로 맞춰야 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박찬혁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 박찬혁은 전혜경에게 물었다.

 

 “실험도 다 끝났는데 이제 뭐 할 거야?”

 “병가도 끝나가니까 병원으로 돌아가야지.”

 “괜찮겠어?”

 

 전혜경이 웃었다.

 

 “잊었어? 난 뭐든지 열심히 해.”

 

 박찬혁이 물었다.

 

 “우리는 어떻게 될까?”

 

 전혜경이 되물었다.

 

 “어떡하면 좋겠어?”

 “난 도망가지 않을 거야.”

 “뭐한테서?”

 “너한테서.”

 

 전혜경이 두 팔을 벌렸다.

 

 “찬혁아. 이리 와.”

 

 박찬혁은 전혜경에게 다가갔다.

 전혜경이 박찬혁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를 했다.

 가벼운 키스였다.

 박찬혁은 그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을 빨아 들였다.

 

 “유체이탈로 병이 사라졌으면 좋겠어. 이탈 때문에 병이 왔다면 이탈로 가버릴 수도 있잖아.”

 

 박찬혁은 전혜경의 등을 문질렀다.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낡은 반팔 티셔츠 위로 그녀의 등뼈를 어루만졌다.

 신입생 시절보다 많이 말라서, 세게 잡으면 부서질 것 같은 연약한 등이었다.

 전혜경은 박찬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박찬혁의 뻣뻣한 머리카락이 전혜경의 가는 손가락 사이로 들어가고 빠져나왔다.

 전혜경은 엄마가 아이를 씻기듯 그렇게 한참 동안 박찬혁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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