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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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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0-24 18:03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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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공윤은 처음에 키론과 그런 대화를 한 걸 후회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키론이 그렇게 솔직하게 대답해준 적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 자신에 대해서.

 전에 건 그냥 폭주고.

 그녀는 얼마 되지 않는 연애 비슷한 경험을 떠올려보려고 했다. 상황을 나아지게 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중학교 때 같은 반 남자애에게서 느꼈던 간질간질한 기분, 그 애가 들려줬던 노래 제목을 물었을 때 받았던 느낌.

 웃으면서 대답해주는 목소리, 그녀를 향한 시선이 묘하게 다정했다. 그리고 사춘기 아이들은 결코 아무에게나 다정하게 대하지 않는다.

 이게 썸이라는 걸까. 뭔가 가슴이 살랑거렸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훨씬 따뜻하게 느껴졌다. 입술이 자기 멋대로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며칠 뒤에 그녀는 전학을 갔다. 공무원이었던 엄마가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게 그녀 애정사의 전부였다.

 고등학생 때는 도저히 연애를 할 상황도 처지도 되지 않았다. 부모님을 잃은 여자애가 미술을 공부하기란 정말이지 힘든 일이었다.

 당장 살아내기 바쁜데 연애 감정 느낄 틈이 어디 있어?

 ...... 비참하군. 그녀는 도움도 안 되는 과거 회상은 그만두고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몹시 의외였지만 키론은 별로 화난 것 같지 않았다. 그녀를 피하거나 도망가지도 않았다.

 평소처럼 저택의 업무를 알려주고 그들이 돌봐야할 생물에 대해 토로했다. 공윤은 그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들었다.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겠다는 말을 책임지고 싶었다.

 키론은 그녀의 말에 유심히 귀 기울였다. 가끔 공윤이 의견을 내면, 그녀의 제안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인정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공윤은 성취감 이상의 것을 느꼈다.

 “......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에 국한된 건 아니고, 그냥 피 자체에 포함된 성분을 필요로 하는 거예요. 예전에 연구를 좀 해봤는데, 인간 피가 아니어도 괜찮기는 해요. 치킨 대신 생닭을 먹는 정도의 차이랄까.”

 그녀를 겨냥한 비유에 공윤은 자기도 모르게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말았다. 치킨 대신 생닭이라니! 치킨을 못 먹다니!

 공윤은 물뿌리개를 기울이면서 물었다.

 “걔들이 잡식성 동물의 피를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도 그것 때문인가요?”

 “음...... 보다 풍부한 영양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어떤 생물이 본능적으로 원하는 것에는 생존상의 이유가 강하죠. 뱀파이어는 특히 그런 특성이 두드러지는 종이기도 하고.”

 “종......”

 그녀가 중얼거렸다. 이질적인 어감이었다.

 키론은 바람 나무를 쓰다듬었다. 공윤은 그것을 조금 부러운 눈초리로 봤다.

 그녀는 아직도 나무에게서 용서받지 못했던 것이다.

 “뱀파이어는 사망한 인간으로부터 파생된 존재가 아니라 엄연히 신체구조의 근본부터 다른 생물이에요. 뇌도 훨씬 많이, 오래 열려있고요. 외형적으로 비슷한 부분은 있지만.”

 “뇌요?”

 공윤은 저도 모르게 자기 머리를 두들겼다. 키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들이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 월등한 거예요. 뇌를 통해서 자기 신경과 근육을 조절할 수 있거든요. 강한 뱀파이어일수록 수면 시간도 적어지죠. 뇌가 각성된 상태라 잘 수가 없으니까.”

 공윤은 점점 흥미진진해졌다.

 “마늘은요?”

 “마늘은 고대부터 맹세에 동원되는 식물이죠. 뱀파이어는 천성적으로 어둠에 가까워서 그런지 거부반응을 강하게 일으키더군요. 일종의 알레르기 같은......”

 공윤은 갑자기 걱정스러워졌다.

 “서리가 먹으면 어떡해요?”

 당장 부엌에 있는 마늘을 모조리 내다버려야 되나?

 하지만 한국인 밥상에 마늘을 빼는 건 너무 힘든데.

 “그냥 알아서 토할 거예요. 그러면 곧 괜찮아져요. 다만 영양분도 같이 빠져나가죠. 그래서 오래 전에는 뱀파이어를 사냥할 때 힘을 고갈시키기 위해 마늘을 동원하기도 했어요. 같은 맥락으로, 릴리의 피도 싫어해요. 비슷한 맛이 나나 봐요.”

 그러고 보니 전에 깨물었다가 엄청 토했지...... 공윤은 그걸 닦아내야만 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어서, 청소라기보다는 사건 현장을 은폐하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어쨌든 함부로 단정 지을 순 없죠. 생존이든 번식이든, 흡혈이 뱀파이어에게 있어 필수적인 요소긴 하니까......”

 “왜요?”

 공윤이 순진하게 물었다.

 “그건......”

 키론은 대답하려다가 멈칫했다.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요.”

 “알았어요.”

 공윤은 순순히 넘어갔다. 그녀는 때로는 키론의 말을 듣는 게 더 낫다는 것을 뼈아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그나저나 얘는 도대체 언제쯤 날 용서해줄까요?”

 공윤은 슬쩍 나무를 쓰다듬으려다가, 천에 찰싹 소리가 나도록 얼굴을 얻어맞고 부루퉁하게 물었다.

 키론은 달래듯 천을 다독거렸다.

 “나무의 원한은 오래 가죠. 체감 시간이 다르니까요. 이 애는 아직 하루도 안 지난 것처럼 느낄 거예요.”

 키론은 신중하게 말했다.

 “그들의 시간은 우리보다 느리게 흘러가요. 그런 대상에게는 충분한 존중을 보이는 게 좋아요.”

 공윤은 조금 겁먹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얘도 나한테 그런 원한 품은 거야?

 그녀의 걱정을 알아챈 것처럼 키론이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조금 있으면 풀릴 것 같으니까.”

 그는 나무가 볼 수 있기라도 한 듯이, 공윤에게 몰래 윙크했다. 위...... 윙크?

 공윤은 잠깐 머리가 띵했지만, 곧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뱃속에서 나비가 팔락거리는 것 같았다.

 

 ***

 

 “키론, 서리가 좀 큰 것 같지 않아요?”

 공윤은 한라향을 따며 물었다. 키론은 그녀의 기울어진 모자챙을 똑바로 씌워주었다.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윤 씨가 서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네요. 서리가 자라고 있는 거예요. 더 자라야하고요. 지금도 나이에 비해서는 성장이 더딘 편이라서.”

 공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웅크리고 있는 서리를 봤다. 그 애는 새하얀 자태를 자랑하며 평화롭게 지저귀는 새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서리는 아홉 살 정도로 보였다. 옷이 작아져 발목과 허리가 조금 드러났다.

 서리는 숨을 죽이고 새를 뚫어져라 봤다. 마치 첫 사냥을 앞둔 새끼 동물 같았다. 그 애는 새를 주시하며 손가락을 구부렸다.

 서리가 이를 드러내고 새를 덮쳤다.

 가엾은 새는 자태와는 달리 몹시 우아하지 못한 꽥 소리를 내더니 하얀 솜 덩어리로 변했다. 솜은 하늘로 둥실둥실 날아가 버렸다.

 그걸 목격한 릴리가 뭐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서리는 못 들은 척 했다.

 짜증이 난 그는 서리의 목덜미를 잡더니 뒤로 홱 던져버렸다. 서리는 공중에서 균형을 되찾고 민첩하게 착지했다.

 그 애는 릴리의 정강이에 돌을 던졌다.

 서로 으르렁대는 개와 고양이를 보는 것 같았다.

 싸워라, 그래. 이기는 편 내 편.

 그 소모적이고도 살풍경한 작태는 너무나 많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이미 익숙해진 공윤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서리 옷을 좀 사야겠어요. 옷이 죄다 짧아.”

 “조만간 식료품도 사야 하는데, 그때 갈까요?”

 그녀가 한라향이 잔뜩 든 바구니를 들려는데, 키론이 자연스럽게 그걸 가져갔다.

 공윤은 한라향의 껍질을 깠다. 새콤한 냄새가 확 풍겼다. 그녀는 한라향 조각을 키론의 입에 넣어주고 자기도 하나 먹었다.

 그녀는 과육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음, 이거 맛있다.

 “서리도 데려가야 돼요. 그래야 사이즈를 맞춰보지.”

 “공윤 씨도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요.”

 “티파니나 샤넬이라도?”

 공윤이 심술궂게 웃었다. 그러나 키론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약간 겁날 정도로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할 거면 좋은 걸 골라야죠.”

 이게 부자의 위엄인가.

 부럽네, 정말.

 “됐어요. 제가 그렇게 뻔뻔하진 않거든요.”

 공윤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는 보다 사소한 사심을 충족하기로 했다.

 “사고 싶은 건 됐고, 하고 싶은 건 있는데.”

 “뭔데요? 말해 봐요.”

 “저랑 영화 보고 꽃구경 가요.”

 키론은 눈을 깜박거렸다.

 “미리 말하는데, 데이트 신청하는 거예요.”

 공윤은 생긋 웃었다.

 “받아줄래요?”

 

 
작가의 말
 

 이야 진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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