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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그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작성일 : 19-10-24 17:57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4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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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일어난 공윤은 낯선 냄새가 나는 시트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현실을 자각했다.

 나 오늘부터 입주 알바 시작이지.

 키론이 그녀에게 제공한 방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훨씬 좋았다.

 아이보리색 벽지에 화장대, 침대, 책상, 옷장이 빠짐없이 갖추어진 방은 원래 살던 곳보다 깨끗하고 튼튼하고 예뻤다.

 공윤은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나 이런 거 정말 해보고 싶었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공주들이 창문 활짝 여는 거.

 창문은 두 개가 나 있었는데, 하나같이 채광이 좋았다. 일조권이 보장되는 생활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공윤이 감격으로 몸을 떠는데 뭔가가 휙 날아왔다.

 그녀는 그걸 안면으로 받을 뻔했다. 간신히 손으로 잡고 보니 사과였다. 심지어 먹던 거였다.

 “일어났으면 눈곱부터 떼지 그래?”

 릴리였다.

 여긴 아침부터 개가 짖는구만.

 그녀가 뭐 던질 게 없나 하고 찾아보는 사이, 릴리는 가던 길을 마저 가버렸다. 공윤은 방에 돌이나 페인트나, 하여튼 뭔가 공격적인 물질을 놔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놈 면상에 엎어버릴 수 있게.

 그러나 릴리가 그녀의 기분을 완전히 망쳐놓지는 못했다. 일하러 가기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었으므로, 공윤은 스위스 뺨치는 풍경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깨끗한 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저택의 부지는 막연히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릴리가 본래의 어마어마한 크기로 몇 바퀴쯤 뒹굴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저택은 깎아지른 듯 형성된 절벽 위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짙푸른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공윤은 어쩌면 이 절벽 밑으로 저택의 지하와 호수가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윤은 그 호수에 긍정적인 기억은 없었지만, 막 떠오르는 햇살 아래에서 눈부신 빛을 흩뿌리는 수면을 보고 있자니 상당히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저기서 발을 담그거나 수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녀가 저택이라는 그림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서울보다 훨씬 공기가 맑아서 요양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공윤은 이 모든 것을 제공한 남자를 떠올렸다.

 그녀가 얼마 전에 고백한 남자.

 키론은 고백에 대답하기 전까지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 공윤은 솔직히 말해서, 그가 그런 요청을 했다는 점에서 놀랐다.

 그가 진지하게 생각해줄 줄은 몰랐던 탓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두루뭉술하게 피할 줄 알았다.

 ‘하긴 이런 사람이라서 좋아했지.’

 얼굴만큼이나 섬세한 사람(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공윤도 공연히 어색해지는 건 피하고 싶었다. 그녀가 이곳에서 장기 알바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키론이 이렇게 나오자 차라리 고맙기도 했다.

 그의 태도는 여전히 다정하고 세심했다. 어쩌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기도 했다.

 공윤은 그가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가자 서리가 혈색 좋은 얼굴로 초콜릿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뺨이 통통해져서 훨씬 귀여워보였다. 항상 멍했던 눈도 기분 탓인지 예전보다 초점이 또렷한 것 같았다.

 서리는 뭘 먹든지 간에(아마도 피를 제외하고) 초콜릿이 함유된 것만 섭취했다.

 그 외의 인간적인 음식에는 별 흥미가 없는 듯했다.

 공윤은 서리에게 먹고 나면 반드시 양치를 하라고 했다. 평범하고 정상적인 심신을 영위하고 있을 치과의사에게 뱀파이어의 충치를 치료해달라고 하는 것은 정말이지 달갑지 않은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서리가 그 처방을 제대로 지키는지는 늘 의문이었기 때문에, 뱀파이어의 이빨은 유독 튼튼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키론은 안경을 끼고 제목을 알기 힘든 원서를 읽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햇살에 비친 안경테가 금속성으로 반짝였다.

 으악, 안경 너무 잘 어울려.

 공윤은 빨라지는 심장을 토스트로 진정시켰다. 키론이 미리 구워놓은 것 같았다. 저택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것은 대개 키론이었다.

 접시에는 소시지와 계란프라이도 있었다. 그녀는 빵을 물고 마멀레이드 잼을 꺼내면서 새삼 지각했다.

 나 안경 잘 어울리는 남자가 취향이었구나......

 아니면 그냥 키론이 취향인 건지도.

 공윤이 식탁에 앉자 키론이 인사를 건넸다. 안경 너머로 길쭉한 눈매가 따뜻하게 휘어졌다.

 “잘 잤어요? 방은 괜찮았나요?”

 “좋았어요. 고마워요. 덕분에 엄청 편하게 잤어요.”

 공윤은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대답했다.

 “다행이네요.”

 키론은 싱긋 웃고는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윤은 그를 물끄러미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키론.”

 “네?”

 “그거 거꾸로 든 거 아니죠?”

 활자가 뒤집혀 보였던 것이다. 공윤이 제목을 알기 힘들었던 것은 그 탓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비틀어 내용을 일부 읽었다. ‘신은 죽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여버렸다.’

 키론은 멍하게 자기가 든 책을 쳐다보더니, 얼굴을 붉히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잠깐 착각해서...... 아미한테 다녀올게요. 잘 있는지 좀 봐야겠네요.”

 그는 슬리퍼가 벗겨질 정도로 허둥거렸다. 공윤은 토스트를 한 입 더 베어 물며 생각했다.

 어떡하지.

 너무 귀여운데.

 저러면 진짜로 포기하기 힘들잖아.

 

 ***

 

 공윤은 퀼트 이불을 꿰맬 실을 찾다가 키론을 발견했다. 핑계가 아니었는지 그는 정말로 아미와 함께 있었다.

 벗는 걸 깜박한 모양으로, 여전히 안경을 쓰고 있었다.

 아미의 방은 특이했다. 곳곳에 색과 형상이 가득했다. 그러나 정신 사나운 느낌은 아니었고, 다만 빛처럼 여러 색들의 집합체를 자연스럽게 걸어놓은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이불도 아미를 위한 것인 것 같았다. 이불치고는 유독 여러 색깔이 조각보처럼 붙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미는 건강한 것 같았지만 조금 침울해보였다. 키론은 아미의 곁에 주저앉아 뭐라고 말을 걸고 있었다.

 그는 방문 너머로 공윤을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공윤이 물었다.

 “아미는 어때요?”

 “글쎄요...... 몸은 더할 나위 없이 괜찮아요. 다만 좀 외로워하죠.”

 “외롭다고요?”

 공윤은 금방이라도 구슬픈 소리를 낼 것처럼 축 처진 아미의 코를 봤다. 아미의 가죽은 시들해진 화초 같은 색깔로 얼룩덜룩했다.

 방 안에는 아미의 발자국 밖에 없었다. 그 오롯한 자취가 새삼 눈에 들어왔다.

 “불가사리는 멸종되기 직전의 개체거든요. 아미가 제 저택에 오는 걸 거부하고 떠돌아다녔던 것도 자기 동족을 찾기 위해서예요. 저번에 갔을 때 데려오려고 했지만 끝내 거절하더군요.”

 공윤은 릴리와 얘기하던 도중 갑자기 나타났던 키론을 떠올렸다. 그때 아미를 데리러 간 거였나?

 “그런데 이렇게 됐네요.”

 공윤은 입맛이 썼다.

 “아미는 어떻게 하고 싶어 하는데요?”

 “글쎄요, 이번 일에 꽤 충격을 받은 것 같은데...... 동족을 찾고 싶다는 갈망은 변함없지만 허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해야 하나...... 휴식을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아미가 원하는 만큼은 이곳에 머무르게 하려고요.”

 안경 너머로 아미를 보는 그의 시선은 복잡해 보였다.

 “자신과 비슷한 존재가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는 건 비참한 거예요.”

 그는 중얼거렸다. 공윤은 충동적으로 물었다.

 “키론도 찾고 싶나요? 아미처럼?”

 키론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명확한 사실을 다시 확인하듯이.

 “나와 비슷한 사람은 없어요. 나는.”

 “키론이니까?”

 그는 입술을 오므렸다.

 “하지만 키론,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사람은 달라요.”

 “그런 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좀 단순하게 보면 안 돼요? 무슨 생각이 그렇게 복잡해요?”

 공윤은 투덜거렸지만, 이성적으로 말하려고 애썼다.

 “키론, 제가 세상을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자기를 완전히 이해해주는 타인이 있을 수 없다는 건 알아요. 결국 남인걸.”

 키론은 그녀를 봤다. 공윤은 이불을 말아 쥐었다.

 “하지만 노력은 할 수 있겠죠. 그것만으로는 안 되나요?”

 “누가요? 공윤 씨, 누가 그럴 수 있을까요?”

 키론은 서글프게 물었다.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처음이었다. 답해주기 어려운 질문에 매달리는 어린애 같기도 했다.

 “제가요.”

 “공윤 씨가, 왜요?”

 공윤은 마침내 짜증스럽게 외쳤다.

 “좋아하니까요!”

 키론은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그는 순간적으로 반박할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린 듯 했다.

 “내가 말했잖아요, 당신을 좋아한다고! 좋아하니까,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근데 왜 그렇게 따져요?”

 공윤이 씩씩거리는 소리를 제외하면 복도는 지나칠 정도로 조용했다. 아미마저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공윤의 숨소리까지 가라앉자 침묵이 잠깐 머물렀다.

 공윤이 너무 저돌적이었나 싶어 후회하려는 찰나 키론이 속삭였다.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의심이 많고, 당신보다 불완전하니까.”

 키론은 주저하듯 손을 올렸다가, 빠져나온 공윤의 잔머리를 조심스럽게 넘겨주었다.

 그의 손가락이 공윤의 관자놀이 살갗을 스쳤다. 그 온기는 실제라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따스했다.

 그는 공윤에게서 이불을 가져갔다.

 “이건 내가 마무리할게요. 가서 쉬어요.”

 그는 아미의 방 안으로 사라지기 전에 지독한 번민이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고마워요, 공윤 씨. 진심으로.”

 
작가의 말
 

 귀여운 게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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