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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대망 : 아마쿠사의 신
작가 : 한연화
작품등록일 : 2019.9.20

"제가 원하는 것은 전국을 일통하고 강한 군주가 되어 백성들을 덕으로 교화하는 것입니다. 그 길에는 지독한 피비린내와 가시밭길만이 있겠지요. 이런 저라도 받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끝없는 전란이 이어지는 전국시대의 일본. 천하를 무로 덮는 운명을 타고났으나 누나에 의해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자, 히닌이 되어 쫓겨난 오와리국의 후계 유죠와 인간들의 전장에서 태어난 전쟁의 여신 아마쿠사미코토의 전국일통을 향한 일대기가 시작된다. 격랑의 역사 속, 그들의 삶과 사랑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

 
시대를 초월한 마음(3)
작성일 : 19-10-24 07:23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6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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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듬해 봄이 될 때까지 아마쿠사미코토는 아이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이 준 신관의 옷을 입은 날부터 아이는 마치 신관이라도 된 것처럼 신사의 곳곳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놓았고, 버려져 있던 향로를 주워와 얼마 남지 않은 향이나마 태워 올리며 기도를 바쳤다. 물론, 신관의 옷을 입었다 하여 히닌의 낙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까닭에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할 때마다 매를 맞는 것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전보다 더 많은 음식을 올리며 아이는 항상 감사드린다는 말을 매번 반복했다.

 

  “미친놈.”

 

  아무 의미 없이 욕설을 내뱉으며 아마쿠사미코토는 아이를 위해 직접 바늘을 들었다. 하루후사와 함께할 때 입었던 가타기누바카마를 아이의 몸에 맞게 줄이고 깨끗이 세탁해 다림질까지 해 하얀 타비와 새 조리와 함께 가져다두자 아이는 입을 함지박 만하게 벌리며 신상 앞에 쌍수례를 올렸다.

 

  “좋단다.”

 

  저깟 옷이 뭐라고. 아마쿠사미코토는 혀를 끌끌 차면서도 아이의 웃음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다음에는 포르투갈에서 들어온 사라사 옷감으로 옷을 지어서 줘볼까. 아니, 사라사 말고 모직물도 잘 어울릴 지도. 자꾸만 아이에게 어울리는 옷감을 상상하던 아마쿠사미코토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하루후사에게는 옷을 지어준 적이 없었는데. 왜 하루후사에게도 해주지 않았던 것을 저 아이에게 해주고 있단 말인가. 더구나 하루후사를 죽인 원수의 아들에게. 착잡한 마음에 한동안 담배만 태우던 아마쿠사미코토는 이윽고 검을 들고 신사를 나섰다. 이렇게 착잡한 마음이 들 때에는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신들을 베어내는 것이 최고였다.

 

  “케이코노미코토라 했던가.”

 

  이번에 아마쿠사미코토가 상대해야 할 신은 하급신과 중급신 여럿을 베고 아마츠카미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여신이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전장에서 태어났으나 본래 검이었던 사물신(事 物 神)인 그녀는 몸 자체가 무기였기에 다른 신들은 그녀를 상대하기마저도 꺼리고 있었다.

 

  “그대가 아마쿠사미코토인가요.”

  “그렇다.”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무척 잔인한 신이라지요. 하지만 오늘은 소녀가 그대의 자리를 빼앗아야겠습니다.”

 

  그러나 아마쿠사미코토는 오직 전쟁만을 위해 태어난 신이었다.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으로 변한 케이코노미코토의 공격을 막던 아마쿠사미코토는 일부러 검을 엉뚱한 곳으로 흘려 그녀의 주의를 돌리고 그 틈을 타, 그녀의 몸체를 한 손으로 단단히 움켜잡았다. 검으로 변한 케이코노미코토가 손 안에서 꿈틀거리며 그녀를 찌르려 했지만 아마쿠사미코토는 검날에 베여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절대로 검을 놓지 않고 진언을 외웠다.

 

  “소(燒)!”

 

  곧 아마쿠사미코토의 신력이 불의 형태를 취하며 검을 녹이기 시작했다. 신력을 여러 형태로 자유자재로 변하게 할 수 있는 아마쿠사미코토의 능력에 검으로 변한 케이코노미코토가 온몸이 녹아내리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사이, 아마쿠사미코토는 그녀를 찌르며 말했다.

 

  “이제 소멸할 시간이다.”

 

  케이코노미코토를 죽이고 이번에는 누구와 관계를 맺을까 고민하며 길을 걷던 아마쿠사미코토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앉은 두 명의 노인과 마주쳤다.

 

  “자네, 그 이야기 들었는가?”

  “응? 무슨 이야기 말인가?”

  “얼마 전부터 오와리국 전체에 역병이 돌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말일세. 게다가 카이히메의 하타모토(사무라이 계층 중에서 쇼군이나 다이묘를 누군가를 통하지 않고 직접 뵐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직속 사무라이들 중의 하나)들이 지행지에서 백성들을 착취하며 과중한 세금을 거두는 바람에 잇키(민중봉기 혹은 정토진종이나 일련종 등 불교 승려 및 신자들의 분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네.”

  “그게 사실인가?”

  “사실이고말고. 세상 사람들은 이게 다 카이히메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아 그녀를 비난하더군.”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던 아마쿠사미코토는 피식 웃어버렸다. 아무리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이 인간이라 하나 세상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다니. 이시다가의 당주, 오와리국의 다이묘 카이히메가 자신이 아는 마사토부의 딸이 맞다면 그녀는 지금쯤 이번 일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세상에 내보일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었다.

 

  “이러니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가.”

 

  아마쿠사미코토는 높이 올려 묶은 머리카락에 꽂은 금장식을 빼내 머리를 긁적였다. 이 금장식은 케이코노미코토가 하고 있던 것이 탐이 나 그녀를 죽일 때 따로 빼둔 것이었다. 머리를 풀어내려 머리끈으로 반쯤 틀어 올리고 금장식을 꽂은 아마쿠사미코토는 노인들에게 다가갔다. 금빛 자수가 놓인 진한 청색 고소데를 입고 금으로 만든 머리장식을 꽂은 아마쿠사미코토는 무척 아름다웠다.

 

  “누구시오?”

 

  짤랑거리며 울리는 청아한 소리를 내며 나타난 아마쿠사미코토를 본 노인들이 황홀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우아한 손동작으로 바둑돌을 하나 집어 판 위에 올려놓았다. 탁,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노인들의 눈이 일제히 아마쿠사미코토의 손가락으로 향했다.

 

  늘 저녁이 되면 달을 가만히 올려다봐

  그곳에는 당신이 있을까

  달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당신을 찾아

 

  당신은 천녀(天 女)

  나는 인간

 

  나는 당신을 찾아갈 수도 없어

  당신을 찾아

  달을 가만히 올려다볼 수밖에 없어

 

  당신이 있는 달에 닿을 것만 같은

  당신이 있는 달에 가까운 산에 올라

  천녀의 옷을 불태우네

 

  당신을 찾아 달을 가만히 올려다보기 싫어

  당신이 남긴 천녀의 옷을 불태운 곳이

  당신과 가장 가까운 곳

  나는 왜 당신을 찾아 달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걸까

 

  당신을 찾아 달을 가만히 올려다보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 주위에는 달맞이꽃이 피어 있네

 

  왜 나는 당신을 찾아 달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걸까

  왜 나는 당신이 있는 달과 가까운 곳에 있는 걸까

 

  달맞이꽃을 내 가슴에 품어

  달맞이꽃을 버릴 생각은 차마 할 수 없네

 

  나는 왜 달맞이꽃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어쩌면 내가 달맞이꽃일지도 모르지

  늘 저녁이 되면 달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달맞이꽃처럼

  나도 늘 저녁이 되면 달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또 하나의 달맞이꽃일지도 모르겠네

 

  나는 오늘도 저녁이 되면

  당신을 찾아

  달을 가만히 올려다보겠지

 

  어쩌면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나는 늘 저녁이 되면

  당신을 찾아

  달을 가만히 올려다보겠지

  늘 저녁이 되면 달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또 하나의 달맞이꽃이 되어……

 

  아마쿠사미코토의 미성이 노인들의 귓가를 울렸다. 바둑판을 악기 삼아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들기며 장단을 맞춰 노래하는 아마쿠사미코토의 모습은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계, 타계(他 界)의 신 그 자체였다.

 

  “타케토리모노가타리요?”

 

  노인 하나가 물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바람에 머리끈이 팔랑거리고, 머리장식에 달린 얇은 금으로 만든 판들이 서로 부딪치며 짤랑거리는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지. 본래, 월궁의 천녀였던 카구야히메와 천황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노인의 말에 아마쿠사미코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기소데를 펄럭이며 검을 들고 춤을 추었다. 아마쿠사미코토의 춤을 보던 노인들이 일제히 그녀의 발밑에 돈을 던졌다.

 

  “그대를 보아하니 이리저리 떠돌며 몸을 파는 유녀 같구려.”

 

  또다른 노인이 말을 걸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연회의 흥을 돋우고 몸을 파는 유녀의 몸을 싼값에 사려는 수작이 빤히 엿보여 아마쿠사미코토는 고개를 외로 꼬고 앉아 노래를 불렀다.

 

  이 몸은 타계의 신

  그대들은 신을 접한 성혼의 상대

  그러니 나는 그대들의 마츠라 사요히메가 아니라네

 

  노래를 부르는 내내 아마쿠사미코토의 손에 들린 검날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빛났다. 한 번의 사랑으로 끝나는 신과의 성혼에는 전설적인 유녀 마츠라 사요히메처럼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당신들만을 기다리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니 합당한 대가를 내놓으라는 반 협박이 담긴 노래였다. 아마쿠사미코토는 머리를 좌우로 살짝살짝 흔들며 머리장식이 짤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얼마면 되겠소?”

 

  노인들이 물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잠시 노인들에게 받을 새전에 대해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지금 이것은 신이 인간의 성혼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니 화대가 아닌 새전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자신은 아마츠카미로서의 체면에 걸맞은 돈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유죠.”

 

  아마쿠사미코토는 입 속으로 그 아이의 이름을 웅얼거렸다. 왜 이 순간에 그 아이가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으나 더 이상 음식을 구걸하다 사람들에게 얻어맞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보였다.

 

  “금전 다섯 문.”

 

  그 돈이면 당분간 그 아이가 음식을 구걸하러 다니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하얀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싫으면 말고. 이 몸이 워낙에 아름다워 금전 다섯 문이 아니라 금전 오십 문, 오백 문에도 이 몸과 성혼을 맺을 사람들이 널려있다. 여느 유녀들보다 아름답고, 여느 유녀들보다 더한 방중술로 그대들을 극락으로 인도할 자신이 있지. 그래도 싫은가?”

 

  노인들이 한동안 저희들끼리 의논하더니 아마쿠사미코토의 오비를 쓰다듬으며 옷깃 속에 금전을 찔러주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머리장식을 빼고 머리끈을 풀어 내렸다. 스르륵, 하고 비단옷감 위에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삼단 같은 머릿결이 모습을 드러냈다.

 

  “참으로 아름다운 머릿결이구려.”

 

  노인들이 황홀한 표정으로 아마쿠사미코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감았다. 아마쿠사미코토는 눈꼬리를 휘어 웃으며 말했다.

 

  “한 번에 한 사람씩이다. 누가 먼저 할 거지?”

 

  노인들이 다시 한 번 저희들끼리 의논하더니 드디어 순번을 정했는지 한 노인이 먼저 아마쿠사미코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주름살과 검버섯이 가득한 버석하고 쪼글쪼글한 손이 아마쿠사미코토의 크고 긴 눈이며 얄쌍하게 빠진 높고 오똑한 코, 앵두같이 붉고 도톰한 입술을 쓰다듬고 하얀 볼을 쓰다듬었다.

 

  “먼 옛날, 이자나기미코토와 이자나미미코토께서도 서로 간의 교합을 통해 일본을 낳지 않으셨소. 그러니 그대의 말처럼 그대와 우리의 교합도 충분히 신성한 것이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문턱을 넘을 힘만 있으면 색(色)을 찾는 것이 사내의 본능이라 하나 다 늙어 쪼글쪼글해진 몸으로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탐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인지 노인이 이자나기미코토와 이자나미미코토의 국토 탄생 설화를 이야기하며 아마쿠사미코토의 눈길을 피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피식 웃으며 호소오비를 풀고 진한 청색 고소데를 벗었다. 안에 입은 황금색 고소데와 흰색 고소데를 벗을 때마다 노인의 손길이 자신의 목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느끼며 아마쿠사미코토는 자신의 벗은 옷 위에 노인의 등을 끌어안고 누웠다.

 

  “이름이 무엇이오?”

 

  노인이 물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대답했다.

 

  “한 번의 인연에 이름을 알 필요는 없지 않나.”

 

  노인의 혀가 아마쿠사미코토의 입 안을 파고들었다. 혀에서 느껴지는 씁쓸한 맛과 죽음의 냄새에 아마쿠사미코토는 잠시 얼굴을 찡그렸다. 한동안 노인의 애무를 받아낸 아마쿠사미코토는 노인의 쪼그라든 성기가 자신의 몸을 파고드는 것을 느끼다 노인이 정사를 끝내고 나자 잠시 담배를 한 대 태웠다.

 

  “잠시 기다려라.”

 

  또다른 노인이 아마쿠사미코토에게 다가들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노인에게 담배연기를 후, 하고 내뿜었다. 노인이 아마쿠사미코토에게 입을 맞추고 담배연기를 빨아들였다.

 

  “항상 담배를 가지고 다니시오?”

 

  노인이 물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담배 한 대를 다 태우고서야 노인을 향해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조금 전 한 번의 정사를 마친 뒤라 고소데를 여미지 않고 걸치고만 있어서 그런지 보일 듯 말 듯한 아마쿠사미코토의 하얀 나신이 노인의 눈길을 붙잡고 있었다.

 

  “이제 이리 오거라.”

 

  아마쿠사미코토가 어깨 아래로 옷을 떨어뜨렸다. 후두둑, 하고 천이 떨어지는 소리에 노인이 아마쿠사미코토에게 달려들어 무조건 자신의 몸을 밀어 넣으려 했다.

 

  “생각보다 욕심이 많구나.”

 

  아마쿠사미코토는 웃으며 속삭였다. 노인이 헉헉, 하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던데.”

 

  농담을 던지며 노인을 상대한 아마쿠사미코토는 옷을 꿰어 입고 머리를 다시 묶어 올리고 머리장식을 꽂았다.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노인들을 바라보며 담뱃대에 담뱃잎을 채우던 아마쿠사미코토는 문득, 그 아이를 떠올렸다.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구에 강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눈빛, 그리고 강인한 느낌을 주는 턱과, 얼굴에 찍힌 히닌의 낙인을 떠올리던 아마쿠사미코토는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하아.”

 

  일순간, 아마쿠사미코토는 하루후사가 죽고 지금까지 아무 사내하고나 몸을 섞었던 것이 의미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허무함과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가슴 속의 허함을 달래기 위해, 하루후사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덜 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내를 찾던 지금까지의 일들을 떠올리던 아마쿠사미코토는 담배를 피우다 말고 노인들을 차례로 노려보았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감정이, 조금 다른 살인충동이 올라와 아마쿠사미코토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검을 들고 노인들에게 다가갔다. 아마쿠사미코토의 진한 청색 기모노에 놓인 황금빛 자수와 금으로 만든 머리장식, 그리고 칼날이 햇빛을 받아 일제히 빛나며 신비롭고도 아찔한 느낌을 주었다.

 

  “컥. 커걱.”

 

  노인들이 일제히 피가 솟구치는 목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노인들의 목을 순식간에 그어버린 아마쿠사미코토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눈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노인들의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던 아마쿠사미코토는 노인들이 준 돈과 노인들의 나머지 돈을 가지고 걸음을 옮겼다. 이 정도 돈이면 그 아이가 번듯한 옷 몇 벌은 해 입을 수 있을 것이었다.

 
작가의 말
 

 일본은 성(聖)과 성(姓)이 같은 나라입니다 하여 유녀와의 결합은 신과의 성혼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화는 그러한 관점을 드러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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