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저로 접속

　조끼 접속기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접속자 신체 정보 확인 중.

　확인결과: 일반 인가자, 라이언 킹스타.

　캐릭터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1개의 캐릭터만 존재합니다.

　캐릭터 메타나킹스타로 접속합니다.

　접속지점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1. 최종 로그아웃 지점 2. 직접 선택. ]

　“2. 블로네 성 동남부 상가 부활 지점.”

　[엔들리스 월드는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블로네성 동남부 상가 부활 지점으로 로그인합니다.

　즐거운 게임 되시길.]

　집안 광경이 투영되던 헤드셋이 컴컴해지더니 잠시 환한 빛의 세계로 접어든다. 어둠에서 동공확장이 되었다가 빛에 잠시 부적응 상태가 되었다. 헤드셋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캡슐을 사용해야 이런 부작용이 없다.

　잠시 가만히 있었더니 다음 접속자를 위해 뒤쪽에서 인간형 밀대쿠션이 나를 밀어낸다. 서서히 앞으로 걸어가며 감각을 익혔다. 확실히 현실감각보다는 떨어지는 느낌이다.

　신체 감각과 게임 캐릭터 반응에 딜레이 타임 0.1초 정도. 상당히 민감한 사항이다. 생명을 걸고 싸우는 입장에서는. 지구에서는 고급형 캡슐에서나 이 딜레이 타임을 거의 없앴었다. 주먹을 쥐어보고 스트레칭을 해보며 감각 적응을 한 후 한 바퀴 둘러봤다.

　저 위쪽에 달보다 커 보이는 천공의 섬 같은 것이 있다.

　바로 ‘엔들리스 스테이션’이다. 유저들의 실질적 거주 공간으로 넓이가 중국 땅덩어리 크기에 인구가 10억. 지상 5㎞에 떠 있다고 한다. 게임으로 이루어지는 이 행성 자체는 지구 지름보다 두 배이니 넓이는 네 배, 10억 인구로는 턱없이 넓은 지역이다. 그 나머지를 몬스터와 NPC들이 채운다.

　뭐 라이언의 기억이니 그렇다고 쳐야지.

　대충 블로네 성을 다시 살펴보았다. 튜토리얼에서 알랭 솔로스타로 살펴본 적은 있지만 유저로서 바로 보니 몇 가지 정보가 추가되었다.

　잠시 살피고 있는데 들려오는 메시지.

　[ <게일이간다>님이 <메타나킹스타>, <다내꺼다>, <무예를아십니까>님을 채팅방으로 초대합니다. ]

　다내꺼다는 로제의 캐릭터, 무예를아십니까는 왕양의 캐릭터다. 모두 들어오자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는 게일.

　다내꺼다.

　“괜찮아, 라이언?”

　“응. 그깟 번개쯤이야.”

　무예를아십니까.

　“괜찮긴. 나쁜 놈들. 제품을 어떻게 만들었길래. 내가 가서 다 패주까? 오빠.”

　으. 어린 고향 여동생이지만 역시 폭력 무도가다.

　“괜찮아. 타협을 괜찮게 봤거든.”

　다시 나서기 좋아하는 게일이 타협안에 대해 장황히 설명하자 집에서 보자며 대화는 종료되었다.

　“상태창.”

　[캐릭터: 메타나킹스타 Lv 25

　-아바타 형태: 기본형 인간.

　-명성: 240, 성향: 약한 선.

　-국적: 사이더스 왕국.

　-신분: 유저 주민, 일반등급.

　-직업: 전사 Lv20, 마법사 Lv19. 금속고철수집가 Lv30

　-능력:

　생명력 680 마나 1330

　체력 68 힘 110 민첩 99 지혜 133 마력 138

　투지: 16, 냉정: 24, 전투시야 10.

　타격저항 0.5%

　전기 친화도 20%

　-특이 사항:

　칭호 역사에 없는 초보 마법사 적용중.

　칭호 초급 피버타임 최초 정복자 적용중.

　마나 재생 속도 25% 향상

　마법 재사용대기시간 25% 감소.]

　유저로서의 상태창이 표시된다. 검술, 마법 10레벨 때 초보 등급 전직시에 또 기록을 깼더니 보너스가 마법 스탯쪽으로 왕창 주어졌다. 전사등급 20레벨이라 또 전직 시험을 칠 수 있지만 나중에 마법과 함께 전직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다른 거야 일주일간 전투를 빡세게 치르며 올라간 거지만 전기 친화도와 전투 시야라는 특수 스탯이 생겼다. 전기친화도야 현실에서 전기 먹은 게 반영된 거겠고.

　“전투시야 정보확인”

　[특수 스탯 : 전투 시야

　- 스탯 투자 불가, 패시브 스탯.

　- 다수 적군과 싸울 때 시야를 확장시키고 시야 방해 요소를 감소시켜준다. 자연현상, 마법, 아이템 등으로 시야가 줄어들 때 그 효과를 경감시키거나 무효화시킨다. 시야에 잡히는 적들의 행동이 명확히 인식된다.

　- 조건 충족 시 전쟁시야로 진화.]

　대놓고 전쟁에 써먹으란 스탯이다. 몬스터의 공격 패턴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했더니 생긴 모양이다.

　하단에 렙업시 보너스로 받은 여유 스탯이 24 쌓여 있군. 30렙 이전엔 렙업마다 보너스 스탯이 1씩 주어진다. 이건 좀 투자를 유보해야겠다. 나중에 어떤 스탯이 생길지 모르니.

　“스킬 목록.”

　스킬 변화를 확인했다.

　-대분류: 검술 Lv20

　베기 Lv20, 찌르기Lv19. 검막기 Lv19. 회전베기 Lv9. 검찍기 Lv9.

　-대분류: 곤봉술 Lv2

　내려찍기 Lv2. 마구 패기 Lv2

　-대분류: 아크로바틱 Lv8.

　회전술 Lv8. 공중제비 Lv7. 순간 기동Lv8.

　-대분류: 마법 Lv19

　디그 Lv13. 일렉트릭 스파크 Lv19. ······]

　모든 스킬은 30레벨마다 상위등급 판정을 받는다. 30레벨까지는 기본기 다지는 기간이고 30레벨부터 하급으로, 60레벨부터 중급으로, 90레벨부터 고급으로···. 그 등급에 따라 배울 수 있는 스킬에 제한이 있다. 나중에 스킬이 늘어나면 목록 표시항목을 좀 정리해야 할 거 같다.

　정보를 살피는 데 다시 뜨는 메시지.

　[조건 달성. 히든 퀘스트 2가 생성됩니다.]

　[ 히든 퀘스트 2

　< 기사 또는 동급의 자격 획득 >

　그대는 선택된 자. 히든 게이머. 신이 내리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사 또는 그에 상응하는 자격을 취득해야 합니다. 각 왕국이나 교단, 조직 등에서 신뢰도를 쌓아 기사와 같은 등급의 자격을 획득하십시오.

　퀘스트 성공 보상: 다음 퀘스트 연계, 히든 게이머용 히든 아이템 1개

　퀘스트 실패시: ???

　제한기한: 2년. ]

　흠. 신이라는 존재가 내리는 퀘스트가 수준이 높은 연계 퀘스트인 모양. 이걸 해야 하나 고민된다. 나를 이렇게 어리둥절한 상태로 만든 걸 보면 뒤통수 제대로 때리는 스타일 일 듯. 나도 준비를 해야겠지. 이런 꼴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전에 보상으로 받았다는 아이템이나 확인하자.

　“인벤토리.”

　소유 물품에 대한 정보가 뜬다. 잡다한 물품이 가득하다. 라이언이 퀘스트나 수집 활동을 하며 모았던 물건과 여행필수품 등. 히든 아이템이라. 끝에 반지가 있군. 위치는 왼쪽 바지 주머니라.

　반지를 꺼내 살펴본다. 전체가 티타늄 도금 반지 같은 느낌. 별로 비싸 보이지도 않는다.

　“아이템 정보”

　[아이템: 절대 위장의 반지

　- 분류: 악세사리, 반지

　- 등급: 신급

　- 신이 히든 게이머에게 선사한 반지. 임무 수행에 꼭 필요하다. 정체가 탄로나선 절대 안된다. 알아서 위장하라. 착용자의 해제 또는 신급의 감지마법으로만 위장해제 가능. 로그인하는 캐릭터로 자동 이동 착용됨. 위장 내용 변경 전까지 위장상태가 유지됨.

　- 용도: 착용자의 노출되는 정보를 임의로 조정 가능.

　- 내구도: 임무 수행 중 무한.]

　헉. 이건 정말 신급이군. 초반부터 이런 대박 위장 아이템을 준다는 건. 이 퀘스트가 절대 쉽지 않다는 건데. 거절 방법도 없는 강제 퀘스트라 찝찝하다. 하여간 착용해 보았다..

　왼손 중지에 끼워보니 손가락에 알아서 맞춰 들어가 모습이 사라졌다. 오른손으로 만져봐도 느낌조차 없다. 손가락과 융화된 것이다.

　메시지.

　[신분 위장, 능력 위장, 스킬 위장이 가능합니다. 위장할 내용이 있으면 해당 항목을 외치시면 됩니다. 위장 항목 변경은 하루 한 번만 가능. 위장 전체 해제, 부분해제도 변경 횟수에 포함됩니다.]

　“능력 위장”

　[현재 능력치 노출 내용을 착용자의 희망에 따라 변경합니다. 위장 내용을 설명해 주세요.]

　“모든 능력을 해당 레벨 유저 평균치로 위장.”

　[모든 능력치에 대해 외부 스캔 값이 해당 레벨 유저 평균치로 표시되게 합니다. 띠링. 능력 위장 완료.]

　자, 일단 눈에 띄지 않게 한 것까지는 좋은데. 기사작위 획득이라. 왕국 공헌도를 올리거나 귀족 호감도를 쌓아야한다. 결국 퀘스트 위주로 가야한다는 건데.

　“퀘스트 목록”

　라이언이 진행한 퀘스트가 죽 펼쳐진다. 진행 중인 퀘스트는 자세하게 앞에 표시하고, 완료한 목록은 간결하게 아래로 나열되어 있다. 동시 진행 가능한 5개 퀘스트 중 현재는 2개.

　[퀘스트 명: 고철 두더지 퇴치

　최근 사막과 접한 초원 변두리 마을에 고철 두더지가 자주 침입해 주민들의 금속 가재도구 및 농기구를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고철 두더지를 20마리 이상 퇴치하십시오.

　의뢰자: 파르테 마을 촌장.

　보상: 명성 3. 300코인, 보리 씨앗을 담은 주머니.

　진행율: 7/20 ]

　[퀘스트 명: 고철 및 마나핵 수집

　최근 사막 고철수집가가 줄어들며 고철 공급량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파인리소스사에서 일정량 고철 수집에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합니다. 더욱이 수요량이 늘고 있는 몬스터 마나핵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의 보너스가 지급됩니다.

　고철 1톤, 마나핵 고철두더지 기준 50개. 한 가지만 완수해도 완료로 봄.

　의뢰자: 파인리소스사 블로네성 지부.

　보상: 명성 5(한 종류만 완료시 명성 2), 고철과 마나핵 정상 매입가의 30% 추가 금액 지불.

　진행률: 고철 670/1000, 마나핵 23/50.]

　사막 수집가 생활이 삭막하긴 하지. 하여간 두더지를 때려잡아 그놈들이 가진 마나핵 27개만 수집하면 되겠다.

　열심히 파르테 마을 가는 마차 하나를 얻어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다른 유저들이 파티를 이루어 사냥하는 곳을 지나쳐 사막 약간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한 명임을 확인한 고철 두더지들이 모래 속에서 튀어나와 덤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스파크 마법으로 3마리씩 경직시키고 단단한 철검으로 슥삭 슥삭. 고철 늑대 보다 약한 고철 두더지 잡기야 이제는 누워서 떡 먹기다.

　10곳 정도를 돌아다니니 마나핵 수집과 두더지 퀘스트까지 완료되었다.

　양이 많은 두더지 사체를 배낭을 변형시킨 큰 포대에 담아 질질 끌고 마을로 보상을 받으러 갔다. 수십 마리 고철 두더지 사체를 끌고 마을로 들어서니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촌장

　“내가 의뢰를 맡겼던 촌장인데, 이걸 그대가 다 잡은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일주일은 지난 거 같은데 너무 늦게 처리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사막 고철두더지야 잡아도 또 생기니 그건 문제가 아닌데. 요즘은 마을로 금속을 훔치러 오는 횟수가 잦아져서 문제였지. 하여간 고맙네. 여기 보수일세.”

　보수를 받아드니 완료 메시지가 뜬다.

　[파르테 마을의 두더지 퇴치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명성이 3 오릅니다. 파르테 마을 주민들의 신뢰도가 3%가 됩니다.]

　그때 마을의 건장한 중년 남성이 푸념을 담아 중얼거린다.

　“그런데 이제 우리 어쩌지? 두더지를 퇴치해도 이놈들이 우리 농기구를 다 갈아먹어서 여름 농사지을 도구들이 없는데.”

　촌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 블로네 성에서 대출을 받아야지. 백작님이 이곳에 두더지 울타리만 세워줘도 좋겠는데.”

　그 소리를 듣고 주민들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마침 잘됐군. 이 고철두더지를 어떻게 옮겨가나 고민 중이었는데.

　“그럼 이 고철 두더지를 이 마을에서 처리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제가 이걸 수송하려 해도 돈이 드니 여러분이 이걸 녹여 농기구를 마련하시면요. 지금 제게는 필요치 않은 두더지입니다.”

　촌장.

　“어, 그래도 되겠나? 자네가 목숨 걸고 잡은 몬스터인데.”

　“무슨 물건이든 더 유용하게 쓰이면 좋은 법이지요. 그리고 두더지를 잡다가 잡다한 악세사리들이 나오더군요. 마을 주민들 것 같은 데 배낭 칸만 차지해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배낭에서 이것저것 잡다한 금속제 악세사리를 꺼냈다. 시골 마을 주민들 물건이라 값진 것도 아니고 인벤토리를 차지하는 놈들. 그 잡템을 늘어놓으니 아이들과 여자들이 환호성을 지으며 다가온다. 반지를 이리저리 살피던 여자아이가 기대에 찬 눈으로 묻는다.

　“와, 이거 내 반지였는데. 정말 두더지가 물고 갔었네. 오빠, 이거 정말 가져도 되요?”

　“그래. 네 거면 가져가. 다른 분들도 본인 물건 가져가세요.”

　그러자 주민들이 달려들며 잃어버렸던 물건들을 찾아간다.

　촌장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정말 이래도 되나? 자네가 정당하게 사냥해서 얻은 물건을 우리가 뺏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닙니다. 제가 저것들을 경매에 팔아도 큰돈이 될 거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에게는 그만큼 소중한 것이겠지요. 마음 쓰지 마세요. 전 배낭에 값 나가는 걸로 채우지요.”

　“고맙네. 메타나킹스타 군.”

　그렇게 주민들과 작별하고 마나핵과 쓸만한 아이템만 가지고는 마을을 떠났다. 지금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데 잡템과 고철에 시간을 쏟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물론 비싼 거라면 생각이 달라졌겠지만. 시간 대비 효용성 문제다.

　그런데 터벅터벅 다음 교통 마차가 정차할 곳으로 가는데, 메시지가 떠올랐다.

　[파르테 마을 주민들이 당신을 크나큰 은인으로 생각합니다. 주민들의 소중한 물건들을 찾아주고 농기구 부족 문제에 도움을 준 당신은 언제라도 마을 주민들에게 환영받을 것입니다.

　명성이 추가로 10 상승합니다. 파르테 마을 주민 신뢰도가 30%가 되었습니다.]

　시간 아끼려고 쓸데없는 아이템을 버리는 데도 명성과 신뢰도가 쌓인다. 세상 살기 이렇게 쉬울 수가. 현실도 이러면 정말 좋은데.

　이후 파인리소스사에서도 보상을 받은 후 수집가 프리랜서를 완전 자유 형태로 변환했다. 다른 지역의 파인 리소스사 지부에도 마음 놓고 고철을 가져갈 수 있지만, 계약직일 때보다 10% 손해를 보게 된다. 그거야 더 잘 쳐주는 사람들을 찾으면 그만.

　이제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용병 등록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