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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밀리가 연애하지 않는 이유
작가 : 정민
작품등록일 : 2019.10.6

농땡이 하녀, 상식과 권위가 통하지 않는 붉은나무 저택에 입성하다. *표지 커미션 : 꽃 작가님(@flo_ai_wer)

 
수상한 손님맞이 (6)
작성일 : 19-10-23 23:21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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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 수상한 손님맞이

 

 

  아스타인 제1의 권세를 누리는 시네프리드 공작가문. 현 공작에게는 본래 아들이 둘이나 있었다. 그러나 마법의 힘을 축복처럼 타고 난 첫째 아들은 (대외적으로는 사고사라고 하지만) 피살되었고, 이듬해 둘째 아들까지 실종되었다. 그게 비비안이 태어나기 4년 전의 일이었다.

 

  사람들은 시네프리드 공작이 감히 마법을 정치에 이용하려 들다가 저주를 받은 거라고 수군댔다. 이미 비극을 겪은 시네프리드 공작은 그런 소문에 아주 태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둘째 아들을 되찾았을 때, 그는 아들의 신분을 숨기고 믿을 만한 측근에게 양육을 위탁했다. 그리고 아들의 장례식을 치렀다.

 

  이후 그 아들은 여러 개의 신분으로 살아오다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되돌아왔다. 가문 유일의 후계자가 아니라 외동딸의 사설경호원이란 직책으로. 그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은 좀 더 보류하기로 했다. 공작가문에 대한 견제가 더 잦아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즉, 현재 비비안을 호위하는 녹스 헌더드는 그녀의 오라비이자 시네프리드 공작의 하나 남은 아들이었으며, 마땅한 때가 되었다 판단하면 후계를 이어받아 차기 공작이 될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방에 침입해 보란 듯이 짐을 뒤지고 있는 에밀리는… 그냥 에밀리였다. 아무것도 아닌.

 

  “도둑고양이라뇨!”

  “틀렸습니까?”

  “그럼 맞게요? 어디 사람을 고양이 취급을 해요?”

  “요는 고양이가 아니라 도둑… 하. 그냥 손에 든 거나 내놔.”

 

  녹스가 신사적 대응을 포기하자, 에밀리는 입을 떡 벌렸다.

 

  “왜 말을 까?”

  “…그러는 너는?”

  “니가 먼저 깠잖아!”

  “수준 맞춰서 상대하는 버릇이 있어서.”

  “와, 이거 무서운 사람이네!”

 

  ‘이거’와 함께 날아오는 삿대질에 녹스는 대체 이 여자가 진짜 무서움을 알기는 하는 존재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에게는 점잖게 사람을 대하고자 노력하는 한계치가 있었다. 대체로 강자에게는 적당히 낮고, 여성과 노인, 아이와 같은 약자에게는 자애로우리만치 높은. 에밀리는 놀랍게도 후자이면서 녹스의 그 높은 한계치마저 부숴버린 놀라운 인재였다.

 

  그래놓고 내가 더 어이없다는 듯한 저 표정이란.

 

  “내가 뭘 발견한지나 알아요?”

  “대단한 거 없을 텐데.”

 

  어제 마주쳤을 때 입고 있던 옷이며 무기라면 진작 다 버리고 왔다. 혹자는 아깝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문제의 불씨가 될지 모르는 것들을 처리하는 건 그의 일상이었다.

 

  에밀리는 코웃음을 치고는 제 손에 들린 물건을 높이 꺼내 보였다.

 

  “…마법과 권력의 지속불가능한 관계.”

 

  책방에서 에밀리가 들고 있던 책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책은 아니었다. 그건 에밀리가 사갔으니까. 이건 똑같은 책이었다.

 

  “이거 어제 쳐다봤잖아요? 근데 마침 그쪽 행장에 있네?”

  “내 책이니 내게 있지. 군인이 책 읽어서 이상한가?”

  “하필 비슷한 시기에, 하필 똑 닮은 두 사람이, 유명하지도 않은 책에 관심 있다는 게 우연치고는 이상하다는 거죠.”

 

  녹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에밀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진짜 수상한 거 알죠?”

  “글쎄.”

  “나랑 좀 마주친 게 뭐 대수라고 이렇게까지 부정하지?”

  “우리 간밤에 처음 봤습니다만.”

 

  이거 완전 지 좋을 때만 말 높이잖아. 에밀리가 기막히다는 듯이 쳐다봤다.

 

  녹스는 녹스대로 생각했다. 이상한 데서 눈썰미가 좋군. 그리고 쓸데없이 집요하고.

 

  두 사람은 잠시간 서로를 째려봤다. 그러다 에밀리가 별안간 벌떡 일어났다. 녹스에게로 다가갔고, 그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눈동자가 잘 보이도록. 녹스는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그녀가 하는 대로 놔뒀다.

 

  “내가 추측한 거 다 얘기해도 돼요?”

  “한번 들어보지.”

  “당신은 마법사인 거예요.”

 

  시작부터 터무니없는 단어가 나와서 녹스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이 바뀌었잖아요. 하루 만에. 마법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래요. 마침 당신은 마법 관련된 책도 가지고 있고. 아, 물론 유흥 삼아서 읽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당신 책 좋아하게는 안 생겼어요.”

  “…….”

  “골목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것도 이상했어요. 그냥 큰길로 뛰어든 줄로만 알았는데 발자국이 끊겨 있었다고요. 무슨 담 넘는 고양이도 아니고.”

 

  에밀리의 얘기는 거기서 끊겼다. 녹스는 차분하게 되물었다.

 

  “그래서 내가 마법사다?”

  “네. 고양이는 아니니까요.”

  “할 얘기 끝났지?”

 

  녹스는 제 뺨을 감싸 쥔 에밀리의 손을 똑같이 감싸서 떼어냈다. 에밀리는 순순히 놔주면서도 불만스럽게 그를 쳐다봤다. 얼렁뚱땅 넘어가지 말라는 듯이.

 

  “내가 마법사라고 치자. 그 다음엔 어쩌려고 했는데?”

  “나한테도 마법 가르쳐줘요. 안 그럼 백작님한테 이를 거예요.”

 

  그러면서 그녀는 ‘마법은 위험을 몰고 온다’는 속설에 대해 종알거렸다. 미신 좋아하는 우리 집주인에게 이르면 당신 당장에 쫓겨날 거라고.

 

  녹스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에밀리의 어깨를 돌려 그대로 방문 쪽으로 떠밀었다. 에밀리는 떠밀려가는 내내 종알거렸다.

 

  “당신 주인도 이 사실을 알아요? 아니면 아예 한패?”

 

  녹스는 픽 웃었다. 비비안과 자신이 ‘한패’라.

 

  “직접 물어보시지. 나와 한패냐고.”

 

  ‘그래도 돼요?’ 하고 묻는 에밀리를 녹스는 결국 방 밖으로 밀어내버렸다. 그대로 문고리를 걸어잠그니 밖에서 조금 소란스럽다가 이내 그녀가 누군가에게 질질 끌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홍당무 머리를 한 그 하녀장이리라.

 

  녹스는 아까 에밀리가 내려놓은 책을 집어 들었다. 속표지가 조금 찢어져 있었다. 쯧, 하고 혀를 찬 그가 찢어진 부분을 어루만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종이는 감쪽같이 붙어있었다.

 

 ***

 

  에밀리는 그 뒤로 자신이 예고했던 일들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크리스토퍼 백작에게 저 경호원이 마법사더라고 이르는 것이라든지. 비비안 공녀에게 한패냐고 묻는다든지. 대신 저택에서 녹스를 마주치면 꼭 입모양을 뻥긋했다.

 

  ‘마.법.가.르.쳐.줘.요.’

 

  물론 녹스는 철저히 무시로 일관했다. 남들이 있을 땐 못 본 체했고, 없을 땐 그냥 쌩깠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조금 흘렀다.

 

  처음 한동안 비비안 공녀는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몸도 약한데 여독이 겹친 탓이었을 것이다. 그녀를 괜히 경계하던 한나는 별일 없다며 금방 나가떨어졌고, 목욕시중 정도를 제외하면 핀이 거의 보필했다.

 

  그에 따라 녹스도 꽤 한가해 보였다. 경호가 주 업무인 그는 비비안이 저택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는 대체로 혼자 시간을 보냈다.

 

  자선사업에 참여하는 백작은 겨울에 특히 할 일이 많아 저택에 일찍 들어오는 날이 없었다. 조용해진 저택에서 식솔들은 이따금씩 모여 떠들었다.

 

  “뭔 일 일어날 줄 알았는데.”

  “그러게. 뭔 일이라도 일으킬 사람 같았는데.”

  “우리가 사람을 잘못 봤나봐요.”

 

  그간 비비안을 돌봤던 핀이 슬쩍 말했다. 하지만 옆에서 가넷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비비안의 첫인상을 기억하니까. 절대 평범한 귀족은 아닐 거라고, 13년 4개월의 하녀 경력이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일주일 후, 마침내 기운을 회복한 비비안이 침실에서 나왔다. 당장 무슨 일이라도 벌일 듯, 아주 개운한 얼굴로.

 

 

 
작가의 말
 

 1) 소제목 '수상한 손님맞이'가 끝났습니다!

 2) 전개가 루즈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해서 최대한 노력 중이에요..ㅎㅎㅎ 근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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