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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14화 스타시 (5)
작성일 : 19-10-23 18:30     조회 : 59     추천 : 0     분량 : 7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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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들은 이미 마중 나온 것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의 거리는 약 3m 정도.

  생각보다 키가 나보다 훨씬 컸다. 2m는 되지 않을까. 그 정도의 장신들이 열 명이나 내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에 겁먹지는 않는다. 난 이보다도 더한 것을 오리진에서 경험했다. 사실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내가 가만히 올려다보고만 있자, 그 쪽에서 딱 봐도 대장격인 사람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는 약 2m 정도로 좁혀졌다.

  갈색빛의 얼굴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수많은 상흔들이 보였다. 이 중에서 제일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죽투구를 쓰고 있었고, 옷은 가죽을 여러 겹 덧대서 만든 것 같은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부족한 마을이었는지, 어깨까지 보호하는 제대로 된 가죽갑옷을 입고 있는 자는 이 자를 포함해서 세 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자만이 다리 전체를 감싸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바지는 딱히 방어력이 없어 보인다. 관절부분에만 가죽을 덧댔을 뿐이었다.

  현실적인 주먹다짐이라면, 나는 질 수밖에 없겠다.

  난 아직도, 처음에 입고 왔던 교복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갈아 입혀졌는지도 모를, 하얀 발팔 티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하얀 반팔 티에 얼룩하나 묻지 않았다. 물론 반바지에도. 그리고 이 곳에 와서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자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것도 꽤나 고급품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는, 원래 근육도 없었지만, 힘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여리여리한 몸을 가지게 됐다.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

  서로에 대한 관찰을 끝낸 것인지, 적의 대장으로 보이고 있는 그가 입을 열었다.

 "무슨 자신감이지? 설마 혼자서 우릴 전부 상대하겠다는 건 아니겠고."

 "아니, 맞아. 나 혼자서 상대할거야."

  나를 떠보려는 그에 말에, 난 단호하게 강수를 두었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며, 한쪽의 입꼬리만 올리는 이상한 웃음을 지었다.

 "호오?"

  그 말과 동시에 왼손에 들고 있던, 아니 언제부터 들고 있었지, 시커먼 연기를 내는 것 같은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며, 거침없이 내리치는 일격.

  나는 간신히 왼쪽으로 피했지만, 검이 바닥에 파여 들어갈 정도의 일격이 내는 바람에 몸이 살짝 휘청거렸다. 난 혹시라도 다음 공격이 바로 올 것을 대비해, 몸의 밸런스를 빠르게 맞춘다음 뒤로 뛰어 다시 거리를 두었다.

 "반응속도는 나쁘지 않구나."

  끈적임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 약간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역시 다시 검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분명히, 오래됐지만 관리를 잘한 것 같은 철검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검은 이 자의 순수한 기력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카르의 갑옷처럼?

 "두 번째는 놓치지 않는다!"

  어느새 다시 생겨난 검을 두 손으로 맞잡고 내게 뛰어들었다. 나는 재빨리 기력식을 읊었다.

 '순환 2식. 확산, 응용 2식. 고정.'

  기력방어막과 같은 수순의 기력식이지만, 나는 기력방어막을 만들 생각이 없다. 방어만 해선 이길 수 없다. 오로지 공격뿐이다.

  내 주변으로 나의 기력이 섞인 기력들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기력들은 퍼져나간 그 자리에서 깔끔하게 고정되었다.

  그 순간 첫 번째 공격이 가해졌다.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빠르게 내려치는 일검, 그 자리에서 곧바로 딜레이 없이 위로 올라오는 눕혀진 사선으로 올려베기. 그리고 검끝을 돌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수평베기. 검끝을 곤두세우고 전방으로 밀어넣어버리는 엄청난 속도의 찌르기.

  이 모든 공격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났다.

  나는 뒤로 물러나며, 그 공격들을 하나 둘 피했지만, 마지막에 들어온 찌르기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오른쪽 어깨에 정확히 파고들었다.

 "으윽."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 찾아왔다. 그 공격은 심장을 노린 것 같았지만, 내가 몸을 틀어서 피하려 하자, 목표를 바꿔서 오른쪽 어깨 관절부분에 정확히 찔러 넣었다.

  오른쪽 팔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연결부위가 다 잘려나간 것 같았다. 하지만 고통은 확실히 찾아왔고,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괴로웠다.

 "원래 이미 죽었어야 하지만, 정말 잘 피하는 군. 하지만 더 이상 오른 팔은 못쓸거다. 내 기력이 신경을 방해하고 있거든."

  그의 말을 들으니, 왠지 불쾌한 감각까지 일어나는 것 같다. 오른쪽 팔을 완전히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정신 차리자, 왜 멀쩡한 오른쪽 팔을 자를 생각을 하는 건가. 저 녀석을 죽이면, 이 마음도 사라지겠지. 다 저 녀석이 풍기고 있는 기분 나쁜 시커먼 기력 때문일 것이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려고 애쓰며 입을 열었다.

 "흐흥.. 이 정도 쯤이야. 가뿐하다고."

 "재밌군, 아직도 정신이 붙어있는 건가."

  확실하다. 이건 저 녀석의 기력 때문이다. 아마도 저 녀석의 재능은 상대방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쪽의 정신계 계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나는 고통만 참아내면 충분히 멀쩡해 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젠, 내 차례다.

 '순수기 0식. 연결.'

  뒤로 밀려나며, 공격을 피한 덕분에 저 녀석은 내가 아까 고정시켜둔 기력 주변에 서있게 되었다.

 "이걸로 끝이다."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는 자세를 취했다. 오른쪽 아래로 검끝을 눕히고 몸을 저자세로 낮췄다. 처음 보는 것 같은 자세였지만, 너무나도 흠 없는 깔끔한 자세였다. 이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너도 끝이야."

  조금의 시간이라도 끌기를 바라며 이 말을 던졌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 볼 뿐이었다.

 '순환 2식. 확산. 응용 2식. 고정.'

  내 주변으로 아까와 똑같이 기력이 퍼져나갔다.

 "죽어라!"

  그 순간, 모든 준비가 마쳤는지, 그 녀석의 발돋움이 시작됐다. 난 이 때를 노렸다.

 '응용 4식. 열구.'

  나는 뒤로 재빠르게 뛰었다. 내 등에 가볍게 부딪치는 느낌이 났다. 이젠 더 이상 물러 날 곳이 없다.

  내 앞까지 뛴 그 녀석의 몸이 갑작스레 멈췄다. 그리고 이번엔 이 녀석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으아아악!"

  가죽 갑옷부터 시작해서 그의 바지와 관절부위에 덧댄 가죽, 그리고 드러난 근육질의 팔뚝에서 뜨거운 연기가 올라오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몸이 녹아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눈빛만은 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내가 설명해 줄 의무는 없다. 억울하면 더 머리를 굴려보든지.

  나의 공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공격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떻게 그 고통을 참아내는지, 아무런 대답 없이 쳐다보기만 하던 나에게 정말 마지막 힘을 짜낸 공격을 가하듯, 검을 상단으로 높이 치켜 올렸다.

 "길동무라도 삼아주마!"

  그의 검이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옆으로 피하기엔 늦었고, 뒤에 벽이 있는 이상 더 이상 물러 날 곳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괜찮겠어? 머리를 조금 더 굴려보는 게 어떨까."

  나는 이미 그 다음 기력식을 읊고 있었다.

 '응용 3식. 폭발.'

  아까 내가 있던 자리에, 지금은 그 녀석이 있었다. 그 자리는 내가 이미 확산된 기력을 고정시켜둔 자리다.

  그의 공격은 내 머리 직전에서 멈췄다. 그리고 바로 폭발의 여파로 몸의 여러 곳이 사라지며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나도 그 충격파로 벽에 세게 부딪쳐서 넘어졌지만, 괜찮다. 예상하고 있던 범위였다.

  오른쪽 팔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처는 그대로이고 피는 계속 흐르고 있었지만, 아까와 같이 팔을 잘라내고 싶을 정도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다시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쩡한 상태는 아니지만, 가볍게 먼지를 털어내며, 아무렇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남아있는 적들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자, 너희는 어떻게 할래. 여기 쓰러진 너희 대장처럼 충분히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웃음 섞인 도발에 적들은 움찔하며, 표정을 일그러뜨렸지만, 그 누구도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다행이다. 지금 바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이대로 물러가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대치 상태도 좋지 않다. 나서지는 않았지만, 아무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지금의 내 기력이라면 두 세 번이 한계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제대로 된 가죽옷을 입고 있는 나머지 두 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머니에 여분으로 넣어둔, 기력이 담긴 돌멩이 두 개를 꺼내 응용 3식인 폭발을 지우고, 순환 2식인 확산을 입힌 뒤, 그 두 녀석을 향해 가볍게 던졌다.

  곧바로 대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날라 온 돌은 맞은 그 녀석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당연히, 지금은 기력방어막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뿐이다.

  돌멩이가 마찰을 일으켜, 모아두었던 기력이 순식간에 그들 주변으로 확산됐다. 난 곧바로 순수기 0식을 사용하여 주변에 떠다니는 기력을 그들의 보이지 않는 기력방어막에 연결시켰다. 그 뒤 내가 읊을 기력식은, 극적인 효과를 위한.

 '응용 3식. 폭발.'

  그들의 갑옷과 하나가 된 내 기력이 터져나감과 동시에, 그들의 몸에 커다란 상해를 입혔다. 그 둘은 억지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으며, 나를 째려보았지만, 더 이상 그들의 눈에는 전의가 없었다.

  아까와 거의 비슷한 폭발의 장면이었지만, 이번엔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깨달아 나머지 적도 마찬가지로 멍하니 서있을 뿐, 이미 모든 걸 상실한 눈이었다.

  이제 마무리다.

 "가라. 그리고 더 이상 쳐들어 올 생각조차 하지 마. 그냥 여기서 끝내. 그러면 딱히 쳐들어가진 않겠어."

  주춤거리며,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는지 서로 주변을 계속 둘러보기만 했다. 아마도 누가 먼저 움직이는 것인지를 보려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운 동료들을 욕보이지 않기 위해.

  하지만 이래서는 끝나지 않는다. 나는 손수, 그들은 제 발로 도망가게 하기 위해서 주머니 얼마 남지 않은 기력이 담긴 돌멩이를 꺼내서 그들에게 보였다.

  그리고 위로 던졌다가 다시 받는 행위를 반복하며 그들을 째려보았다.

 "안갈 거야?"

 "죄,죄송합니다!"

  먼저 몸을 움직인 건, 돌멩이 기력콤보를 맞은 앞의 정예 같은 두 명이었다. 그 뒤를 따라, 이것을 기다렸다는 듯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왔던 길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천천히 열 맞춰서 걸어왔다가, 지금은 여러 방향으로 산개해서 일정한 규칙 없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전부 보이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한 후, 나는 몸을 돌렸다.

 "와아아아아! 시은님 만세!"

  벽 뒤에서 나를 믿고 지켜봐 준, 벤토와 센비가 눈물까지 글썽여가며 나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나는 이제야, 아직도 흐르고 있는 오른쪽 어깨의 피를 왼손으로 꾹 눌러가며 희미하게 웃어주었다.

  그건 그렇고, 어느새 씨에서 님으로 격상된 거지.

 

 

 "이제 끝인가."

  나는 다시 시야카가 있는 정문으로 걸어갔다.

  이미 내 상처는 순수기로 연결시켜 지혈은 해둔 상태이다. 한 번에 많은 기력을 소비해서 지금은 지혈까지가 한계다. 회복이 되면 마저 연결시켜야겠지.

  그래도 어제부터 계속 기력을 다루는 연습을 해서 그런지 확실히 더 많이 기력을 효율적으로 운용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싸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센비가 있던 곳으로 돌아오고 나서, 그들에게 상황을 들어보니, 내가 싸우는 동안에 정문 쪽과 나머지 다른 쪽도 적이 쳐들어왔다는 신호가 전해졌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정문 쪽도 그렇고 나머지 다른 쪽도 가볍게 내가 알려준 방법대로, 다가오기 전에 전부 해치웠다고 내 전투가 끝날 때쯤, 기력신호가 들려왔다고 얘기했다.

  아마도 내가 싸운 녀석이 선봉대장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겠지. 나름대로의 양동작전이었을 것이다. 동서남북으로 따지면, 하나의 방향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 정신을 못차리게 공격한 다음, 기력탐지에도 걸리지 않는 그들의 엘리트 부대가 방어를 뚫어버린다는 생각.

  하지만, 생각보다 기마병들을 일찍 눈치채버려서 섬멸시켜 버리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자기들이 시선을 끌고, 다른 쪽에서 양동을 시작했던 것 같다. 이미 다 무너져버렸지만.

  그렇긴 해도, 시야카가 고전했다는 상대가 정말 이 녀석이었을까. 어젯밤에 잠에 들기 전에 잠깐 나누었던 이야기에 자신과 대등 혹은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검사가 있다고 했는데, 내가 만난 그 녀석은 공격력이나 속도 면에서는 상상이상으로 강력했지만, 기술적으로는 그렇게 절묘하지 않았다. 그냥 단순히 여러 휘두르기를 조합한 공격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마지막 필살기 같은 찌르기는 깜짝 놀랄 정도의 완성도이긴 했지만, 이거 하나로 시야카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제 새벽에 벽에 관한 설명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시야카가 혼자 검을 들고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았다.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따라붙어서 아닌 척하고 흘깃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조용하지만 한적한 공터에서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슥 둘러보곤, 없다고 확신했는지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는 그대로 검을 내리치는 연습을 시작했다.

  정면으로 백번, 사선으로 각각 백번, 올려베기 백번 등 누구나 한 번 보고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베기를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여가며 했다. 그 하나의 단순한 기술에서 나오는 자세가, 웬만한 공격보다 무섭게 느껴졌다. 무거웠고 빨랐고 정확했다.

  기본적인 연습이 끝난 뒤에는, 잠시 숨을 고르고 여러 연속기를 연습했다.

  검에 대해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는 내가 보아도, 그 기술들은 이미 시야카의 몸과 확실하게 동화되어 보이지 않는 가상의 적을 착실하게 베어나가고 있었다.

  그 정도의 검기를 가진 시야카랑 대등한 상대, 아니 조금 더 위일지도 모른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그 녀석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아직 끝이 아닌 걸까.

  시야카가 있는 곳에 가까워지니, 그녀도 나를 발견했는지, 손을 하늘에서 붕붕 흔들며 나를 반겼다.

 "시은아!"

  해맑게 웃는 모습이 정말 그 나이 때에 맞는 귀여운 웃음이었다. 물론 나도 아직 많이 어리지만, 나는 저렇게 웃어본지 한참이나 된 것 같았다.

  그래도 나도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무 일 없었어?"

  아까 대기하던 위치에 도착한 나는 가시지 않은 미지의 적에 대한 불안감으로 정면을 포함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 일 있었지. 하지만 시은이가 알려준 방법대로 다 막았어."

  시야카는 여전히 나를 완전한 신뢰의 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살면서 한 번도 보기 힘든 유명한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눈빛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왠지 모르게 너무 쉽게 끝난 것 같은 기분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시야카. 혹시 네가 만났다던, 그 검사는 못 봤어?"

  나의 말의 의도를 한 번에 파악한 시야카는 급속도로 얼굴이 진지해지며 말했다.

 "응, 그러고 보니 나는 못 봤어. 시은이는?"

 "꽤 강한 검사 한 명을 보기는 했는데, 검술 실력으로만 따지면 시야카랑 비교가 되지 않았어."

 "아직 끝나지 않은 걸까."

  나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는지, 그 진지한 모습을 그대로 한 채, 벽에다가 기력 신호를 보냈다. 기력에 생각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아마 시야카의 마음은 닿았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은 무섭게도 들어맞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나설 걸 그랬군."

  아무것도 없던 정문에서 2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아무런 전조도 없이, 한 사내가 갑자기 나타났다.

 
작가의 말
 

 계속해서 봐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 계신다면, 댓글이라도 달아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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