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세자마마의 은밀한 기녀생활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잘생긴 왕자?
아니, 이젠 예쁜 세자마마의 시대!

자신의 예악스승을 뵈러 기방을 방문한 세자 이안에게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겨버렸다?

3개월 남짓 펼쳐지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세자마마의
기이하고도 은밀한 기녀(妓女)생활!!

PS)
복장도착증(x)
성정체성혼란(x)
그냥변태(x)
아닙니다.

 
25. 기나긴 밤의 시작
작성일 : 19-10-22 21:26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12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네가 놀라는 모습은 오랜만인데?”

 

  …….

 

  “아닌 척 하긴.”

 

  세 살 무렵부터 봐왔던 표정이다. 달라진 반응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배운 대로 한 번 해봤는데 제법 괜찮게 된 모양이지?”

 

  씩 웃으며 고개를 젖히는 이안의 양 볼에는 선홍색의 연지가 선명히 찍혀있었다. 하얗게 분칠된 이마도, 검게 칠해진 눈썹도 그전엔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던가.”

 

  …….

 

  “흐음, 다 봤지?”

 

  그러곤 이안은 미리 챙겨둔 방립(方笠:방갓)을 푹 눌러썼다.

 

  “어쨌거나 오늘은 좀 더 서둘러야 돼. 더 조심해야 하고. 조금쯤 더 어두워도 좋으련만…….”

 

  유독 달 밝은 밤이었다. 여차하면 연지 밑에 숨긴 얼굴의 홍조마저 보일는지 모른다.

 

  “휴…….”

 

  이안은 천천히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도 흥취는 돋겠구나. 그자들이 시 한수 읊기는 하려나?”

 

  그렇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단단히 일어날 것만 같은 밤, 이안이 궁을 나섰다.

 

 

 

  ***

 

 

 

  “오, 오늘 온다구요!?”

 

  “기억하는가 보구나.”

 

  “그럼요! 어찌 기억이 나지 않겠어요, 그렇게나 예뻤는데!”

 

  “……얼굴까지 기억하느냐?”

 

  “당연하죠, 저는 기녀인걸요. 처음 본 얼굴도 웬만하면 까먹지 않죠. 기녀의 필수 덕목이잖아요!

 

  “……아직 정식기녀도 아닌 것이 무슨.”

 

  여옥은 뒷골 한 편이 은근히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어쨌거나 금(琴)을 연습하러 가기 전에 방 정리 단단히 해두고 나가거라. 잠시이긴 하지만 그…… 아이가 머물 것이니.”

 

  여옥의 말에 상화가 짧게 탄성을 내질렀다.

 

  “앗! 머문다고요? 그럼 자고 가나요?”

 

  “아니 그렇지는 않…….”

 

  “그땐 왜 말없이 가버렸을까…… 좁긴 해도 잘 만한데…… 오늘은 자고 가나요?”

 

  어쩐지 들은 척도 않는 기색이라 여옥은 별 수 없이 소리를 내질렀다.

 

  “쓸데없는 소리! 궁금해 할 것 없다. 어차피 너와 마주칠 일은 없을 테니까.”

 

  “……힝.”

 

  단 한번 짧게 마주쳤을 뿐인데도 기이할 정도로 실망감을 보이는 상화의 모습에 여옥은 순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출중한 외모라지만 이런 어린애까지도 꼬여든단 말인가…….’

 

  다시금 불안감이 도지는 여옥이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 말거라. 그냥 연습실에서 벗어나지 말라고만 해. 나중에 확인하러 갈 테니 혹여나 자리에 없는 이들은 각오하라고 전하고. 그리고 너도…… 행여나, 행여나 구경 올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힝, 네”

 

  어쩌면 여옥은 차라리 이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

 

 

  “정리를 해두라 일렀으니 오늘은 깨끗할 것입니다.”

 

  “뭘 그렇게까지 해요, 얼마나 있겠다고.”

 

  “마마께서 머무시는 자리입니다. 잠시라도 소홀히 할 순 없는 법이지요.”

 

  이어 몇 마디 당부의 말을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행랑채에 도착한 그들이었다.

 

  “누추하더라도 일단 여기서 대기하고 있으시지요. 별채에라도 자리를 마련해두려 했으나 언제 이 서리 패거리가 들이닥칠지 몰라…….”

 

  “알아요, 알아. 마음 쓰지 마세요. 저 혼자서 노는 거 잘해요.”

 

  그 말에 괜히 더 마음이 쓰이는 여옥이었다.

 

  “……예. 그들이 오든 안 오든 매 식경마다 한 번씩은 꼭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나 자주요? 시간 내실 수 있으세요? 전 괜찮은데…….”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게 죄송할 뿐입니다. 그리고 혹,, 그들이 오지 않을 수도 있으……,”

 

  “그래도 아마 오지 않겠어요? 단단히 기대하는 눈초리였는데.”

 

  여옥 역시 말을 하면서도 그리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 서리는 집요한 자다. 한 번 노린 먹잇감은 결코 놓지 않는다. 그것이 관직이 되었든, 기생이 되었든, 혹은…… 적이 되었든.

 

  “이 곳은 특히나 더 외곽에 위치해 있는지라, 기본적으로 해시(亥時:21~23시)가 시작될 무렵에서야 객들의 방문이 시작됩니다. 그즈음부터 기방이 시끌시끌해질 수도 있으니 당황하실 것 없습니다. 그리고 이 서리 패는 이제껏 자시(子時:23시~1시) 이전엔 이곳을 찾지 않았으나…… 그래도 혹 모르니 해시가 넘어갈 즈음부턴 준비를 하고 계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해시라…… 알겠어요.”

 

  “담장도구는 함 안에 비치되어 있고 기녀복은 따로 벽에 걸어두었습니다. 본래는 최대한 수수해 보이는 것으로 몇 벌 마련했었으나…… 혹, 기명(妓名)을 염두에 두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푸른색 의복도 구해는 놓았사오니 마음에 드시는 걸 택해 입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하, 내가 청화(靑華)라서?”

 

  이안은 뭐가 그리도 우스운지 한참을 깔깔댔다.

 

  “마음 써줘서 고마워요, 방주님.”

 

  “마마께서 저와 기방을 위해 해주신 것의 만분지일(萬分之一:만의 하나)이나 되겠습니까.”

 

  “뭘요. 그럼 이제…… 혼자 놀고 있을게요, 이따 봬요.”

 

  “예, 곧 다시 상황보고를 위해 올 터이니 잠시만…….”

 

  그때였다.

 

  “방주님! 방주님!? 여기 계세요?”

 

  멀찍이서 다급히 여옥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선이? 왜 그러느냐?”

 

  허겁지겁 여옥의 앞으로 뛰어온 이는 키가 조막만한 어느 기생이었다.

 

  “그게…… 이상환 서리께서 빨리 방주님을 찾아오라 이른 까닭에…….”

 

  “뭐, 뭣!? 벌써?”

 

  아직 해시도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각이었다.

 

  당혹감으로 물든 여옥의 눈이 기생과 그 옆에 서있던 이안을 이리저리 왕복했다.

 

  “이, 일단…… 일단 가서 내가 곧 가겠다 말하거라. 안채로 모셔드리도록 하고.”

 

  “예, 예.”

 

  그러고 황급히 뒤돌아 뛰어가는 기녀를 슬쩍 확인한 뒤, 여옥이 재빨리 이안을 데리고 행랑채 안 미화들의 쪽방으로 들어갔다.

 

  “마마, 방금 들으셨다시피…….”

 

  “그러게요…… 이리도 깨끗이 치워놨는데 아쉽게도 머무를 시간이 그리 많지 않겠군요.”

 

  방 안을 둘러보며 이안이 씩 웃었다.

 

  “먼저 가서 시간을 좀 벌고 있겠습니다. 의복을 갈아입고 담장을 마무리하신 뒤, 천천히 별채 쪽으로 돌아 나오십시오. 제가 데리러 가겠습니다.”

 

  “네. 어서가세요, 저도 서두를 테니.”

 

  이안의 재촉어린 말에도 여옥은 제자리에서 잠시간 멈칫거렸다.

 

  “후…… 이것이 아마도 마지막 당부의 말이 될 듯싶습니다. 이제는 정말 실전이옵니다. 이상환 서리와 그 무리들이 어떻게 나올지, 어떤 식으로 마마를 대할지 알 수 없사옵니다. 존중을 가지고 대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혹,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으면 뒤는 생각지 마시고 곧장 방 안을 뛰쳐나오도록 하십시오. 수습은 제가 할 터이니. 그럼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간에 제가 방을 나가게 되더라도 이후 마마를 도울 이가 뒤이어 들어갈 것이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가지시옵고 또한…….”

 

  “방주님…… 저 괜찮아요. 숨 쉬세요, 숨.”

 

  “……아.”

 

  어느새 또 혼자 파랗게 질려버렸던 모양이다. 여옥은 잠깐 동안 스스로에 대해 반성했다.

 

  “……제가 괜히 또 수선을…… 고맙습니다, 마마.”

 

  이어 여옥이 두어 차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안의 말이 맞다. 가장 먼저 진정해야 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저들을 아무렇지 않은 듯 맞이하고, 안내하고…… 또 이안이 준비를 끝낼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질 않는가. 평정심은 필수이다.

 

  “그럼…… 이따 뵙도록 하지요.”

 

  “금방 따라 갈게요.”

 

  여옥이 자리를 떠난 뒤, 이안은 서둘러 의복을 갈아입었다. 그가 택한 건 은은한 청색저고리와 소색치마로 조합된 기녀복이었다. 그리 화려하진 않으나 그의 기명과 제법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청화(靑華)니까…….’

 

  물론, 옷이 화려하지 않다고 해서 그를 입은 이 또한 그럴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후…….”

 

  여옥에겐 드러내지 않았으나 실은 이안 역시도 조금쯤 심장의 뻐근함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단순한 여흥에 불과한 일이 아니질 않는가. 혹여나 일이 잘못되었다간 왕가의 존엄을 떨어뜨렸다는 명목 하에 그 자신의 안위뿐 아니라, 멋모르는 주변인들까지 다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겁먹고 앉아있을 순 없지. 언제나 신중히, 그러나 대범하게.’

 

  언젠가 상악이 귀띔해준 삶의 방식이었다. 우러러 보이는 자는 그를 우러러 봐주는 뭇 이들의 귀감이 되어야한다. 그들의 시선을 잡아먹으면서 말이다. 그래, 마치 대호처럼.

 

  “그럼…… 가볼까.”

 

  방문을 나서는 청색저고리 기녀의 자태는 단정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딘가 모르게 범접하기 힘든 기품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차분한 걸음으로 사라지는 기녀의 뒤로 하얀 달빛이 괴괴히 가라앉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0 40. 무얼 숨기겠습니까, 청화홍월이라 하옵니… 2019 / 11 / 10 231 0 3131   
39 39. 저것이 왕의 핏줄이라는 걸까? 2019 / 11 / 10 225 0 4092   
38 38. 너희들 설마 우릴 구경왔던 거야? 2019 / 11 / 10 223 0 3164   
37 37. 적당히 할 걸 그랬나? 2019 / 11 / 9 222 0 3905   
36 36. 한 잔 따라주시지요 2019 / 11 / 9 218 0 3306   
35 35. 이번엔 확실히 지켜드릴게요! 2019 / 11 / 8 236 0 2802   
34 34. ……옆으로 오라고? 2019 / 11 / 8 216 0 3400   
33 33. 홍월 등장! 2019 / 11 / 7 228 0 3083   
32 32. 어찌하여 기생이 되었느냐 2019 / 11 / 7 223 0 2815   
31 31. 어서 서두르지 않고! 2019 / 11 / 6 236 0 2946   
30 30. 혹, 사내를 즐겁게 하는 법을 알고 있느냐? 2019 / 11 / 6 235 0 3413   
29 29. 한 잔 따라보겠느냐? 2019 / 11 / 5 220 0 3429   
28 28. 이 아이 하나면 충분하지 싶은데 2019 / 11 / 4 205 0 2923   
27 27. 벌써부터 재미없는데 큰일 났네? 2019 / 10 / 31 232 0 3185   
26 26. 저 앞까지만 구경가볼래? 2019 / 10 / 25 216 0 2429   
25 25. 기나긴 밤의 시작 2019 / 10 / 22 227 0 4123   
24 24. 까짓 3개월쯤…… 해보죠 뭐 2019 / 10 / 18 223 0 3386   
23 23. 혹, 다시 한 번 기녀가 되어보겠느냐? 2019 / 10 / 16 227 0 3311   
22 22. 청화(靑花), 청화라 하옵니다 2019 / 10 / 14 211 0 2612   
21 21. 작은 스승님 거기 계신가요? 2019 / 10 / 10 231 0 2246   
20 20. 에? 안 마신다구요? 2019 / 10 / 7 233 0 3722   
19 19. 아니, 방주님이 하신다고요!? 2019 / 10 / 4 234 0 4040   
18 18. 우리가 손님하고 마마께서 기생 하시는 걸… 2019 / 10 / 3 218 0 2613   
17 17. 혹, 당장 두 번째 수업이 급하신 것 아니겠… 2019 / 10 / 1 245 0 3262   
16 16. 기생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2019 / 9 / 26 233 0 3227   
15 15. 저도 질문 하나 해도 되나요? 2019 / 9 / 25 237 0 2918   
14 14. 첫 만남 2019 / 9 / 24 233 0 4439   
13 13. 달리 뭘 하겠느냐, 기녀수업이다 2019 / 9 / 20 211 0 4337   
12 12. 홍월, 홍월이라 하옵니다 2019 / 9 / 19 222 0 3166   
11 11. 떠오르는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2019 / 9 / 18 229 0 3126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겨우살이왕
지놓
더럽(The Love)
지놓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