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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희일비
작가 : 하늘새25
작품등록일 : 2019.8.17

우리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 말을 비웃듯, 소수의 인간에게는 초능력이, 모든 인간에게는 마력이란 것이 생겨났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졌었다.

“바깥으로 나와서 뭐 하냐, 총 맞고 뒈지기나 하지.”

무슨 일이 없는 한 절대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과,

“Y 님,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자신의 판단 기준에, 가치란 말을 달고 사는 사람 간에 일희일비하는 이야기.

 
10화
작성일 : 19-10-22 19:28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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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6구역의 밤은, 여전히 밝다. 덕분에 위에서 보면, 그 아름다운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것을 보기 위해, 그리고 B에게 보여주기 위해 – 그 기계 같은 것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 함께 걸어간다.

 

  “형씨, 여자 옷도 갖고 있었어? 완전 글러 먹었네.”

 

 뒤에서 누가 툭 친다. X, 그놈밖에 더 있을까. 반갑게 맞이하려는데, 말이 영 이상하다. 뭐? 뭐가 글러 먹었어?

 

 “내가 짜낸 옷이야, 인마.”

 “형씨가 옷도 지을 줄 알았나?”

 “그냥 기억해 둔 것을 바탕으로, 겉에 덮어씌운 것뿐인걸.”

 

 이렇게 정성스럽게 대답해 줬더니만, X의 표정이 더 이상해진다.

 

  “진성 변태다. 덮어씌웠단 말은, 그 전 상태에서 그렇게 했다는 뜻이잖아?”

 

 뭐가 어째?

 

 “나도 사람이야! 이 녀석을 세워두고 했겠냐, 당연히 더미로 했지!”

 “형씨가 만들어내는 더미는 뇌 주름 하나까지 똑같잖아.”

 “맞는 말이지만, 어쨌거나 더미는 죽은 거잖아, 시체라고, 고깃덩어리, 단백질!”

 

 그러고는 반격.

 

 “너, 설마 그런 취향 있었어? 지인짜 큰일 날 놈이네.”

 

 이 말을 들은 X는 콧방귀를 뀌더니, 이렇게 말했다.

 

 “형씨, 그냥 우리 둘 다 글러 먹은 거로 결론 내리자. 입만 아프다.”

 “그래. 이 마당에,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놈이 있겠냐.”

 

 신은 없다고 하지, 기도도 소용없지, 사람은 죽어 나가지. 국가는 파괴된 지 오래고, 뭐 1구역 크기가 작은 국가이긴 하지만.

 그 자리에 앉는 X와 헤어져서, 위로 계속 걷는다. 문득, 어떻게 반응할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물어봤다.

 

 “저쪽으로 가 볼까?”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Y 님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저는 결정권이 없습니다.”

 

 내 선택에 달렸다. 그렇다는 건 자신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그러고는 남의 명령이나 받아먹는 인간 아닌 존재일 뿐인가.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녀석이 말하는 명령은, 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머리가 어지러우니, 갖가지 생각이 다 드나 보다.

 

 “꼭 명령해야 하나? 조금만 융통성 있게, 유연하게 생각하자고, 그러다 인생 부러져.”

 “유념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저쪽으로 가 볼까?”

 

 침묵.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없다. 이 정도면, 뭔가가 억지로,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을 막는 수준이다.

 

 “왜 말을 하지 않는 건데?”

 “제게 선택권이 주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합니까?”

 

 이 멍청이가!

 순간 짜증이 확 치밀어서,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이런 경우가 반드시 이번뿐일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동안 남의 명령이나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 하더라도, 언젠가 남의 선택을 바랄 수 없을 때가 올 거야. 그땐 오로지 너, 자신만의 판단을 해야 해. 어떻게 해야 더 나은 결론이 나올까? 이렇게 하는 게 나을까? 네가 잘하는 가치판단.”

 “저도 타인에게, 제 판단을 바탕으로 권유를 합니다.”

 “권유는 이러이러한 게 좋겠다는 거잖아. 그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서 스스로 움직이는 거 말야.”

 “긴급상황에는,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명령을 받아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

 

  가뜩이나 머리 아프고 싫어하는 논리 따지기 대화를 하자, 싫증도 제대로 났겠다, 되는 대로 저 녀석이 그토록 좋아하는 명령을 하도록 하자.

 

 “명령을 내리겠다. 이것은 앞으로 내 명령권이 소멸할 때까지 내릴 모든 명령에 우선하며, 명령권이 소멸했을 때도 기억하고, 참고해서 네가 소위 말하는 가치판단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그건 또 재깍 알아듣는다. 정말 뭐 같다.

 

 “이 시간 이후로, 나는 너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너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해라. 나에게 질문하거나, 남에게 자문해서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서 네 행동을 규제할 거란 기대는 하지 마라.”

 “요약하자면, ‘네 멋대로 행동해라.’ 이것입니까?”

  “잘 알고 있네.”

 “친구한테서 들은 말입니다.”

 “얼마나 그렇게 행동했으면, 그런 충고까지 했을까.”

 

 대답이 없다. 그래도 계속 말을 잇는다.

 

 “지금 1구역으로 뛰어가든, 아니면 내 몸뚱어리에 총알을 박든, 물론 그러려 하면, 나는 그러지 말라고 필사적으로 말리고, 설득하겠지, 심지어는 협박할 수도 있어, 그래도 최종 판단은 모두 네가 저울질, 즉 네가 좋아하는 가치판단을 해야 해.”

 “……. 알겠, 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지만,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아무거나 하나 해 볼까?”

 

 뒤를 돌아본다. 다 올라왔다. 이곳의 전경이 보인다. 언제나 밝은 이 광경은 아름답고, 조금 슬프다.

 

 “어때, 아름답지?”

 “…….”

 

 침묵은 한참이나 이어졌다. 그렇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대답만을 기다렸다. 하늘이 더욱 어두워지고, 기다리기 지쳐갈 때쯤, 답이 하나 나온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리본으로 묶는다. 저것에 무슨 의미가 있어서 그런가 질문했더니, 잠시 후 이런 대답이 왔다.

 

 “제가 저에게 내린 작전으로 판단했습니다.”

 

 작전이라. 그럴 수도 있다. 사실 1구역에서 구르면서 평생 무기로서 살아왔는데, 갑자기 자기 생각대로 살라고 한 것은 지나쳤을까? 조금씩 알아가도록 해야 했을까? 아냐, 모르겠어, 일단 저질렀으니 모르겠다.

 

 결론을 멋대로 내리고, 바닥에 앉았다. B는 계속 서 있다. 구태여 앉으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자기가 알아서 할 것이다, 이제는.

 

 언제나 밝은 불빛. 이곳은 스물네 시간 내내 밝다. 그러길 바라야지.

 

 “언제 강도가 들을지 모르니까.”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열 명, 스무 명씩 해서, 단체로.

 

 “7구역에 있을 때, 처음 들어와서 뭐가 뭔지 모르고, 그저 잘못하다간 죽는다, 이것만 알았을 때. 불을 끄는 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들을 거면 듣고, 말고 싶으면 말아라. 그냥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목걸이를 푼다. 거기에 매달린 두 개의 못을 본다.

 붉은 건 V고, 빛나는 것은 MQ다. 다른 건 전부 다 팔았지만, 이것만큼은 안 된다. 인간이기 때문이라도, 그럴 수 없다. 이들이 날 거둬 줬으니.

 

 -보급품 자식, 빨리빨리 뛰어야 함께 웃으며 돌아가지!

 그렇게 잘 되는 줄 알았는데. 그 뱀 새끼만, 그 구렁이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내가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5구역 새끼가 왜 7구역에 있어!’

 

  난 그딴 버러지가 아니야, 억지로 잡혀 왔다가 도망친 거라고!

 

 ‘그걸 누가 믿어, 악마 새꺄.’

 -이거, 그냥 죽이면, 안 됩니까? 그래야 ‘포비아’가 살아날 수 있단 말입니다.

 -안 돼, 그게 인간이 할 짓이야?

 MQ, 날 변호하지 마, 나를 매정하게 내쳐줘.

 -확실히 그렇지. 우리가 아무리 공포를 심어주는 곳이라 해도, 같은 단원을 죽여가면서까지 그럴 수는 없다, C.

  V, 그러지 마, 그냥 그 마법검으로 내 목을 잘라 줘,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잖아.

 

 -그럼 어쩔 건데?

 -추방하겠다, Y. 미안하다.

 

  미안해하지 마, 당연하단 듯이 욕을 내뱉고, 침을 뱉고, 때리라고, 제발. 저기, 날 죽일 듯한 눈으로 봐 줘 서서 나에게 손가락질하는 C처럼, 나를 헐뜯고 비난해 줘.

 

 그래야, 그래야만, 너희가 내 손에 죽지 않는단 말이야, 제발. 거기서 날 죽여 줘.

 

 가슴 한편을 후벼 파는 기억에, 눈을 떴다. 앞이 탁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어서, 억지로 웃는 척하고는 눈물을 훔쳤다. 울면 안 되지, 앞으로 남은 게 얼마나 있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예전과는 다르게 안전하게 살 수 있잖아.

 

 B가 이쪽을 보고 있다. 생각뿐인 것도 있었는데, 전부 뱉었나 보다. 상관없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만 내려갈 때가 되었다. B가 한쪽 귀에 손을 대고 있다. 무어라 중얼거린다. 들으려고 했는데, 너무 작게 말해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문득, B가 없어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무기가 하나 없어지는, 그것뿐일까?

 

 “1구역으로는 언제 갈 거야?”

 “……죄송합니다.”

 

 뭐가 죄스러울 정도로 황송하다는 걸까.

 

 “갈 거면, 말이라도 하고 가…….”

 

 등 쪽에서 총성이 일었다.

 말을 이으려는데, 혀가 움직이지 않는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밑을 내려다본다. 배에 구멍이 뚫려 있다. 하. 감상에 잠긴 나머지, 잊고 있었다, 방어막 치는 것을. 마법사로서 기본 소양도 없다.

 

 무릎을 꿇는다. 올려다본다. B가, 총을 Y에게 겨눈 채 서 있다. 총구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상황이 대번에 이해가 가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

 그래, B는 오늘 돌아갈 생각이었나 보다.

 B의 뒤에, 사지가 모두 기계이고, 온몸에 방탄판을 두른 남자가 나타난다.

 

 “명령을 잘 이행해 주었다, B.”

 

  B가 그 사내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아마, 내가 알기로는, 이름이 E일 것이다. 어쨌거나 그놈이, 숨을 몰아쉬는 나에게 다가왔다.

 

  “드론으로 보고 있었는데, 아주 꼴사납더군. Y, 그게 본디 네 모습인가? 아냐, 아니지. 동료 한 명, 식사 하나, 공기 한 줌까지 의심하는 Y께서, 뭐? 이런 무기가 스스로 행동하게 놔둔다고?”

 

 괜한 반항심이 일어서, 소리쳤다.

 

 “그건, 무기가 아니-”

  “왜 아냐, 왜 아냐! 생각은 하지만, 말을 듣고 따르기만 하는 기계잖아. 네놈 말에 반대하지 않고, 네놈을 해친 일이 없었던, 무기잖아, 무기!”

 

 B가 내 말에 반대했던 적이 있었을까. 잠시 생각한다.

 눈이 감긴다. 뜨인다. 기계 손가락이 억지로 눈을 뜨게 했다. 주사되는 약물이, 나를 기절하지 못하게 했다.

 

 “속으로는, 이것을 사람으로 만들려는, 아주 숭고하신 계획을 세우고 있겠지.”

 

 그런 적 없다. 아니, 그렇게 말해주니 갑자기 생기려고 한다. 그렇지만 이내 꺼진다. 곧 죽을 놈이 뭐하러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머리가 들어 올려진다. B와 마주 본다. 무표정이, 잘 만들어진 기계 같다. 그 앞에 놓인 총구.

 

 “근데 말이야, 네가 애초에 그런 것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게,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 아닌가?”

 

 총성.

 그것과 함께 내 몸이 뒤로 나가떨어진다.

 

 “안 됐군, Y.”

 

 이마가 뜨거워졌다가, 식는다.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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