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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8
작성일 : 19-10-22 16:54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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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는 그들이 지정해준 방으로 들어왔다. 조금 작긴 하나 깔끔하고 고풍적인 방이었다. 낡은 집에 이런 방도 있다니 신기했다. 얼마 없는 자신의 짐을 풀어내며 매화는 침대에 털썩 앉았다. 오랜 시간, 마차 안에서 달려오며 고생 많았다고 하는 이안의 말이 스쳐갔다. 당분간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쉬라고. 편하게 그 말을 받아드리면 좋으련만. 매화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잔혹하고 냉정한 생각들이 스쳐간다. 아무렇지 않은 척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똑똑. 누군가 방 문을 두들겼다. 누구지.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었다. 옅은 금빛의 머리카락부터 보인다. 백하가 문 앞에 서있었다. 놀라 눈을 크게 뜨니 그녀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잠시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들어와요."

 

  매화는 그녀가 들어올 수 있게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몸도 약하다는 사람이 괜찮나. 그 생각을 하자마자 그녀의 몸이 비틀렸다. 놀란 매화가 그녀의 등을 붙잡자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순간 어지러워서."

 "괜찮아요? 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매화는 백하를 침대에 앉힌 후, 의자 하나를 끌고 와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았다. 잠깐이지만 긴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매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화는 그런 시선이 어쩐지 낯설고 이상했다.

 

 "저는 꿈으로 미래를 봐요. 자잘한 미래가 아닌, 세상을 뒤흔들만한 미래를 보죠."

 "그, 렇군요."

 

  이런 이야기를 내게 왜 해주는 걸까. 매화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매번, 매일같이 보는 꿈 하나가 있었습니다."

 "……."

 "당신입니다."

 

  나? 매화는 놀라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백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죠. 매일같이 꿈 꿨어요. 하얀 눈발이 날리는 땅 아래 당신이 서있었어요."

 "……."

 "눈은 당신과 가장 잘 어울렸어요."

 

  백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기 며칠 전까지도 꿈 꾸고 있었다. 새하얀 눈발이 가득 흩날리는 세상, 그녀는 거기서 가만히 자신의 날개를 피고 서있었다. 그녀는 위에서 떨어지는 눈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 손을 뻗어 눈송이 하나를 받았다. 차갑게 닿았을 텐데 그녀의 표정은 변화 하나 없다.

  곧 제게로 고개를 돌린다. 붉고 아름다운 눈동자와 마주한다.

 

 "한 눈에 알 수 있었어요. 당신은 살아있고, 당신이 나이야족이라는 걸."

 "……."

 "그리고 오늘, 당신을 보고 확신을 얻었습니다."

 

  매일같이 보면 사람이 정이 드는 걸까. 백하는 그녀가 너무도 좋았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 어떻게 저런 자가 불길한 씨앗일 수 있을까. 말이 되지 않았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건강을 잃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에 후회는 없었다. '대의를 위해서'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사실 아니었다.

  눈 앞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와 다른 검은 눈동자 또한 아름다웠다.

  대의보다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맹목적인 애정이 매화에게 닿는다.

 

 "……."

 

  매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했다.

 

 "피곤하실 텐데 붙잡아서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잘 부탁 드립니다."

 "제가 할 말인 걸요. 잘 부탁드려요."

 

  백하가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마자 매화는 자신의 생각을 곱씹었다. 어딘가 이상했다. 그녀의 애정이 뭐랄까. 그래, 어딘지 너무도 진하고 끈끈했다. 왜? 아무리 그래도 한낱 꿈에서 나타난 사람이거늘. 왜.

  그녀는 다시 한 번 문을 바라봤다.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백하는 거절했다. 자신이 스스로 걸어가겠다며 나갔다. 그녀가 스스로 하겠다는 의미보다는 자신에게 폐 끼치기 싫어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기묘했다. 그저 기묘한 일이었다.

 

 

 *

 

 

  꿈을 꾼다. 타닥 타닥. 불 타고 있는 우리들의 둥지가 보였다. 모두가 기겁하며 도망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가볍게 짓눌린다. 날개가 뜯기고 칼로 도려진다. 그리고 그 속에 그녀가 있었다.

  잊혀지지 않는 꿈. 어릴 적, 그 곳을 도망쳐 설 가문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고 꿈 꿨다. 푸른 심해. 심해 같은 자들이 그들을 죽였다. 너무도 가볍게, 아무렇지 않게.

  날개는 절대 해방을 시켜주지 못 했다. 그들은 어떤 술수를 썼는지 날개를 가볍게 묶어버렸다. 들키는 순간, 죽는다. 들키지 않게 별의 별 수를 다 썼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들키게 되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불행의 씨앗을 멸살해야 한다. 모든 나라가 그렇게 말했다. 평화롭고 자애롭다던 금국마저 우리를 외면했다.

 

 '엄마.'

 '괜찮아, 아가야. 우리들의 눈꽃아.'

 

  태어날 때부터 그들과 다르게 태어났다. 매화는 왜 자신이 다르게 태어났는지 몰랐다. 하지만 다르게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사랑 받았다. 그들은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칭해지는 자연물들은 있었다. 보통 나무 이름이나 풀 이름으로 불리고는 했다. 그녀는 눈에서 피어난 꽃과 닮아 눈꽃이라 불렸다.

  다르지만 사랑스러운 아이. 그들은 그녀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해준 가족이자 같은 종족.

  그리고 부서져버린 그 틀.

 

 '살아남으렴.'

 

  비명같은 절규가 귓가에 닿는다. 그 중에서 들려오는 살아남으라는 희망적인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매화는 귀를 막고 달렸다. 정말 살아남아도 괜찮은 걸까. 살아남아야 하는 걸까.

  사실 몇 번이고 회의감이 일어났다.

  우리가 불행해서 죽임을 당하는 거라면 나 또한 똑같아야 하지 않나요? 매화의 질문에 그 누구도 대답해줄 수 없었다.

  눈이 떠졌다. 모든 건 꿈이었다.

 

 "…아, 머리 아파."

 

  이런 꿈 좋지 않았다. 정말로 기분이 좋지 않아. 매화는 땀에 젖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대충 닦아낸 후 머리를 질끈 묶었다. 밖으로 나가 계단을 내려가자 부엌에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아.

 

 "잘 잤어요?"

 "…태자 전하."

 "아무리 들어도 그 단어는 제게 의미가 없네요. 그냥 이안이라고 불러요."

 

  그 말에 매화는 냉큼 말했다.

 

 "네. 이안."

 "……."

 "왜요."

 "아뇨. 딱 매화 모습이라서요."

 

  무슨 의미야. 기분이 나빠진 매화가 노려봤으나, 이안은 그저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능글맞고 여우같은 사내. 차마 대놓고 욕은 못 하고 매화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안."

 "네, 매화."

 "혹시 알고 있어요? 어떻게, 왜 나이야족이 죽어 나갔는지."

 "……."

 "저는 어릴 때라 기억을 잘 하지 못 해요."

 

  그저 기억하는 거라고는 심해, 심해를 닮은 옷을 입은 사람들 뿐이었다. 그들은 검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복면을 쓰고 있었고, 또…. 매화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았다. 그 뒤로 스스로 알아내려고 했으나 온실 속 화초처럼 자신을 감싸고 도는 설 가문으로 인해 알아보지 못 했다.

  그들은 충격 받은 매화를 최대한 잘 키워보려고 했다. 사랑만 주고, 고통따위 아무것도 알지 못 하게 키웠다. 정말 친자식처럼 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화의 텅 빈 마음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말해도 괜찮을까요."

 "괜찮아요. 모르는 건 아니니까."

 "술사들 때문입니다."

 

  술사. 매화는 그의 말에 고개를 쳐들었다. 술수를 부리는 자들. 그렇구나. 알 것 같았다.

 

 "나이야족은 쉽사리 죽지도 않고 또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지요. 오직하면 불행의 씨앗 전에 전쟁과 사냥의 종족이라 불렸겠습니까."

 "맞아요. 우리가 그렇게 불린 이유 또한 타당했지요."

 

  매화는 그들의 무서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 또한 나이야족이었기에 그랬다. 나이야족은 모든 자연물과 얘기가 통했다. 뭘 어떻게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사냥하고 먹고 마신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잔혹함은 남들과 다른 것이었다.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걸 알기에 예언을 가져온 지금의 화련태후가 박해 받고 있던 술사들을 데려온 겁니다. 그들은 나이야족을 분간할 수 있고, 묶을 수 있는 존재였거든요."

 

  차디 찬 푸른 눈동자. 기억 나. 그들은 전부 을련국의 사람들이겠지. 아니면 태후의 관심을 받아 을련국으로 소속되게 된 자들. 박해 받던 자들이 나이야족을 박해 받게 함으로써 얼마나 큰 지위를 얻었는가. 결국 자신이 살기 위해 누굴 죽일 수밖에 없었던 건가. 구역질이 났다.

 

 "그렇다면 저 또한 알아볼까요."

 "아니요. 아마 알아보지 못 할 겁니다."

 "그게 무슨…."

 "서나리가 술사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못 알아보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매화의 눈이 커졌다. 백하의 옆에서 친절하게 웃으며 다정하게 굴었던 붉은 머리의 여자가 술사였던 건가. 어쩐지 거부감이 확 끼쳐 올라왔다.

 

 "그녀가 술사였나요."

 "그렇죠. 술사들은 나이야족을 바로 아니까요. 하지만 서나리는 전혀 알지 못 했죠."

 

  그녀가 자신이 소개할 때까지, 그리고 이안이 맞다고 하기 전까지 몰랐다. 서나리는 그에 대해 상당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에 대해 상당한 흔들림을 느꼈다.

 

 '죄송합니다, 전하. 제가 알아보지 못 했어요.'

 '아니.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네? 그게 무슨.'

 '너는 술사들 중에서도 뛰어난 아이였지 않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알아본다는 건 결국 다른 술사들도 그녀에 대해 모른다는 것 아니냐.'

 '…….'

 '애초에 그렇기에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겠지만.'

 

  술사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돌연변이 나이야족. 보통 나이야가 가지고 있는 나무 껍질을 닮은 날개와 다르게 눈을 닮은 날개를 가진 자. 아무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 한다. 그건 기회였다.

 

 "예상이지만 앞으로 술사들은 전혀 그대에 대해 알지 못할 겁니다."

 "…그렇군요."

 

  꿈틀 피어오르는 마음을 숨기며 매화는 웃었다. 어째 자신이 단죄해야할 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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