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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밀리가 연애하지 않는 이유
작가 : 정민
작품등록일 : 2019.10.6

농땡이 하녀, 상식과 권위가 통하지 않는 붉은나무 저택에 입성하다. *표지 커미션 : 꽃 작가님(@flo_ai_wer)

 
수상한 손님맞이 (5)
작성일 : 19-10-21 23:17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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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 수상한 손님맞이

 

 

  다음날 비비안 공녀는 아주 늦게 일어났다. 목욕 후 쓰러져 잠든 시각이 해 뜰 무렵이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오후에야 비로소 그녀는 침실에서 나왔고, 크리스토퍼 백작과 응접실에 마주 앉아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마주치게 될 저택의 일원들을 차례로 소개받았다. 집사 로크 씨, 하녀장 가넷, 요리사 알레인, 정원사 잭…

 

  “이 애는 하녀 에밀립니다.”

  “안녕하세요?”

 

  맹랑하게 인사하는 벌꿀색깔 머리칼의 하녀를 비비안은 흥미롭다는 듯이 보았다. 보통은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건만. 안 그래도 어제부터 표정에 생각이 다 드러나는 게 신기해서 비비안은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얜 대체 뭐하는 애지?’

 

  어쨌든 비비안의 관심은 얼마 안 가 딴 데로 옮았다. 소개를 마친 크리스토퍼 백작이 악의 없이 건넨 한 마디 때문이었다.

 

  “공작님께 잘 도착했다고 기별은 드리셨습니까?”

 

  그녀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저 무사히 가출했습니다, 하고 집에다 편지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서. 백작은 눈앞의 공녀가 무슨 연유로 예고도 없이 이토록 먼 도시를 찾았는지 짐작조차 안 해본 모양이었다.

 

  “눈치 없다는 말 종종 들으시죠?”

  “…네?”

  “욕 아니에요. 전 그런 사람 좋아해요.”

 

  진심임을 강조하듯 싱긋 웃어 보였지만, 덕분에 비비안 공녀의 말은 더 살벌하게 들렸다. 그제야 붉은나무 저택 사람들은 하나둘 사정을 파악하고는 얌전히 눈을 깔았다. 이 여자 진짜 가출했나봐. 로크 씨는 공녀를 위해 준비해뒀던 편지지를 등 뒤로 부욱 찢었다.

 

  실내가 갑자기 숙연해진 것이 느껴져, 비비안은 나름대로 분위기를 풀어보겠답시고 덧붙였다.

 

  “진짠데. 사람이 할 말 못할 말을 너무 잘 가리면 믿음이 안 가잖아요?”

 

  물론 역효과였다. 백작은 체할 것 같은 표정이 되었고, 가넷은 황급히 빈 찻잔을 채웠다.

 

  한편 이 모든 상황에서 홀로 초연한 에밀리는 아까부터 녹스의 허리춤에만 두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앞에서 제 고용인이 찌그러지건 말건 그녀에겐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저기 어딘가에 분명 사탕 주머니를 차고 있었을 텐데!’

 

  그래서 아까부터 그녀는 남들 다 의아할 정도로 녹스의 한 곳…을 아주 뜨겁고 집요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저… 흠흠. 에밀리?”

 

  보다 못한 알레인이 옆에서 쿡 찔렀다. 에밀리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어렵사리 모른 체하는 녹스를 가만두고 보기가 딱해서였다. 그래도 한참이나 요지부동이라서, 결국 그는 손바닥으로 에밀리의 눈을 슬며시 가렸다.

 

  “이 못된 손 뭐예요?”

  “너야말로 그 못된 눈 뭐야?”

  “제가 뭘요!”

  “…이따 얘기해.”

 

  입을 비죽이면서도 에밀리는 곧 얌전해졌다. 알레인은 그런 에밀리를 얄밉게 쳐다보다가, 녹스를 슬쩍 돌아보았다. 딱 에밀리 취향의 건장하게 잘생긴 남자.

 

  ‘새 표적이라면 고생깨나 하겠군….’

 

  어째 저마다의 이유로 속 쓰린 자리였다.

 

 ***

 

  크리스토퍼 백작이 친히 안내하는 덕에 첫날 비비안 공녀는 저택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 ‘이만한 화장실에 정말로 사람이 들어가느냐’는 둥 천진한 질문을 던지며 (ㅡ그곳은 침실이었다.) 그녀는 백작의 기를 쪽쪽 빨아먹었다. 그 후 녹스와 함께 제 침실로 돌아왔을 때는 저녁때가 다 되어서였다. 방문을 닫자마자 그녀는 선언했다.

 

  “내 가출의 목표를 정했어. 아빠가 뒷목잡고 쓰러질 남잘 데리고 돌아갈 거야.”

 

  마치 아까부터 생각해두고 있었다는 듯 빠르고 단정적인 어조였다.

 

  결혼과 남자. 그건 비비안이 궁극적으로 가출을 결심하게 된 계기였다. 16세로 접어든 어느 시점부턴가, 그녀는 집에서 자꾸만 ‘떠날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녀가 원해서 받던 법학, 사학, 경제학 등의 교육은 모두 사교계에서 눈에 띄거나 결혼생활을 잘하기 위한 교육으로 바뀌었고, 그것에 반기를 들었던 날 그녀는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뺨을 맞았다.

 

  ‘나는 공작가문의 둘째 부인으로도 잘만 살아왔어! 네가 감히 내 인생을 부정해?!’

 

  그 뒤로 비비안은 4년을 더 참았다. 하지만 20세, 그러니까 아스타인 귀족여성들의 결혼적령기에 접어들어서, 비로소 비비안은 자신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깨달았다. 원치 않는 혼담은 이미 오가기 시작했고, 그래서 내린 결론이 가출이었다. 일단 집부터 나가서 혼담이고 뭐고 싹 다 늦추기로 작정했다.

 

  비비안의 선언을 들은 녹스는 눈썹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차마 대답을 알고 싶지 않다는 투로 그는 마지못해 물었다.

 

  “설마 저 백작을 말입니까?”

  “안 될 건 뭐야? 후보엔 올려뒀어.”

 

  그러면서 비비안은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덧붙였다.

 

  “희멀겋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게 딱 아빠가 싫어하게 생겼잖아.”

 

  가출을 하고 당장 처음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하지만 집을 벗어나 머리를 식히니 ‘뭘 해야 엄마아빠를 더 빡치게 할지’ 감이 잡혔다. 그런 면에서 백작은 꽤 괜찮은 상대였고. 작위가 좀 더 낮았으면 좋으련만.

 

  녹스는 예견된 골치 아픔에 작게 신음을 흘렸다. 이럴 거면 차라리 가출한다고 했을 때 말렸어야 했나. 물론 이런 후회도 부질없었다. 애초에 그의 말을 들어먹을 리 없었으니까.

 

  “데리고 돌아갈 방법은 있습니까?”

 

  그래서 차라리 그는 실질적인 것을 묻기로 했다. 비비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랑하면 되잖아?”

  “…계약이나 협박이 더 수월하겠는데요.”

  “무슨 소리야. 어디서 삼류 추리소설이라도 읽고 왔어?”

  “그게 아니라… 비비안,”

 

  얘기가 계속 헛돌아서 녹스는 저도 모르게 금기어를 내뱉었다. 아차 하면서 곧바로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비비안의 표정은 이미 순식간에 험악해져 있었다. 그녀는 거의 혐오스러운 것을 씹어뱉듯이 말했다.

 

  “둘만 있다고 오라비 행세하지 마.”

 

  비비안. 그 이름은 모두가 부를 수 있어도 한 사람에게만은 허용되지 않았다.

 

  “시네프리드의 이름으로 고작 몇 년도 안 살았으면서.”

 

  녹스가 이미 실언을 인지하고 침묵했음에도 비비안은 그를 사납게 몰아세웠다. 이런 땐 사과의 말조차 금지됨을 알고 있기에 녹스는 여느 때처럼 저를 향한 분노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한껏 격분하고 나서야 비비안은 조금 진정했다.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지 그래? 남들이 보기에 넌 그냥 외간남자야. 난 불필요한 오해받기 싫고.”

 

  말은 뾰족했지만 말투는 아까보다 훨씬 누그러져 있었다. 녹스는 조용히 방을 나섰다. 마치 쫓겨나듯 했지만, 그건 어쩌면 혼자 있도록 배려한다는 편이 맞았다.

 

 ***

 

  “여독은 풀렸어요?”

 

  불행히도 녹스는 혼자만의 시간을 배려 받지 못했다. 하루 종일 그를 잡아먹을 듯 쳐다보던 하녀 에밀리가 문 앞에 서있었다. 본능적으로 경계하며 녹스는 문고리를 붙들었다.

 

  “무슨 일로…”

  “어제 여길 치우다 말아서요.”

 

  생긋 웃으며 에밀리는 문고리를 홱 당겼다. 녹스가 반대편에서 버티고 서있는 탓에 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잠시간 전혀 대등하지 않은 완력다툼이 벌어졌다가, 결국 녹스 쪽에서 먼저 문을 놔줬다. 계속 붙들고 있다간 이 조그만 여자가 뒤로 나자빠질까봐.

 

  침입에 성공한 에밀리는 곧바로 방구석에 쌓여있는 녹스의 짐더미로 직행했다. 그녀는 마치 선행이라도 베풀 듯 말했다.

 

  “짐 다 안 풀었네요? 겸사겸사 도와드릴게요.”

  “알아서 하겠습니다.”

  “내일부터는 그러세요. 오늘은 도울게요.”

 

  녹스는 그녀를 만류한들 제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음을 금방 파악했다. 어차피 청소 때문에라도 누군가는 이 방에 쭉 드나들 것이다. 그때마다 사양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그는 방을 치우든 짐을 풀든 에밀리가 알아서 하게 두고 침대에 도로 몸을 뉘였다.

 

  에밀리는 무방비하게 누운 미남의 자태를 감상하는 것을 잊지 않은 뒤, 하녀라는 방패막이에 힘입어 녹스의 짐가방을 뒤적거렸다. 한동안 조용한 방에 녹스의 숨소리와 에밀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에밀리는 정말 방을 치우러 온 사람처럼 서랍이나 책장의 잡동사니를 꺼내고 녹스의 물건을 하나씩 채웠다. 그러면서 어제 본 물건들이 섞여있는지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그녀는 점차 한 가지 의문을 느꼈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건데?!’

 

  시나몬 사탕을 담았던 주머니든, 어제 입었던 로브나 두건이든, 아니면 무장이든. 정리하는 척 찾다보면 뭐라도 나올 줄 알았건만 코빼기도 안 보였다. 에밀리는 오늘 내내 생각했었다. 이 남자는 어제 그 남자가 분명하다고. 그래서 에밀리가 추측한 이런저런 정황까지도 맞다면, 어쩌면 백작에게 알려야 할 만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살짝 진 빠질 때쯤에야 에밀리는 가장 아래에 깔려있던 행장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리고 머리보다 빠른 입이 해맑게 외쳤다.

 

  “찾았다!”

 

  내뱉고 나서야 에밀리는 지척에서 잠들어 있는 녹스를 존재를 상기했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 그녀는 어정쩡하게 상체를 일으킨 녹스와 정면으로 눈 마주쳤다. 뭐라도 변명해볼까, 하고 입을 달싹이기 전에 녹스가 먼저 말했다.

 

  “…방에 들인 게 도둑고양이였을 줄은.”

 

 

 
작가의 말
 

 1) 생활루틴이 워낙 일정치 않지만... 되도록 주3회 연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업로드 못할 사정이 생긴다면 미리미리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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