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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명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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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기…, 그대는 중원에 들어섰으면서도 아무 일에도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가.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이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 법.
중원의 풍파는 그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대를 휩쓸 것이다.
당세의 국면은 은인자중하려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으니까.]

 
4 화
작성일 : 16-07-12 10:56     조회 : 706     추천 : 0     분량 : 5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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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재미있는 동네로군.”

 선이 굵은 옆얼굴을 보이며 창가에 서있던 흑색 장포를 걸친 사내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예?”

 흑의 사내가 들고 있는 빈 술잔에 술을 따르던 매옥(梅玉)은 사내의 뜬금없는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와 사내가 있는 곳은 전원의 삼층에 있는 그녀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손님방이었다.

 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사내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바라본 그녀의 학처럼 길고 가느다란 목이 모로 기울었다.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다시 사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내가 시선을 두고 있는 곳은 기녀들의 숙소가 있는 곳이었지만 전원과 숙소의 사이에는 인공가산과 작은 호수가 있었고, 그 너머에는 숙소를 둘러싼 높은 담과 거대한 나무들의 장벽이 늘어서 있었다.

 그녀의 방과 숙소와의 거리는 백여 장에 달했다.

 제아무리 눈이 좋은 사람이라도 이런 어둠속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고, 대낮이라 해도 담장과 나무들 때문에 숙소는 보이지 않을 터였다.

 “아름다운 여자가 많다는 소리다. 너를 비롯해서.”

 사내는 싱긋 웃으며 매옥이 채운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사내의 음성은 굵은 저음으로 약간 탁했지만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미묘한 힘이 있었다.

 매옥은 사내의 말에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상한 일이었다.

 벌써 사흘째 그녀의 손님방에 머무르고 있는 사내는 대단한 미남도 아니었고, 여자의 마음을 흔드는 말을 할 줄 아는 것도, 그렇다고 돈이 많은 사내도 아니었다.

 매옥은 화화전의 전원(前園)에서 손님을 받는 기녀였다.

 경국지색(傾國之色) 소리를 듣는 후원(後園)의 기녀들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난주와 같은 외지에서 보기 힘든 미모였다.

 사흘 전 그녀를 찾아 지금까지 머물고 있는 사내는 매일 아침 일어나 조반을 먹으며 선금을 주었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그녀의 방과 전원에 마련된 가산을 거닐며 시간을 보낸 후 밤에는 그녀와 함께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사내와 함께 한 지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내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사내는 자신에 대해서는 일절 말이 없었다.

 그녀에게 무엇을 묻지도 않았다.

 그저 편안하게 술을 마시며 쉴 뿐이었다.

 어차피 화화원은 청루여서 기녀들은 재주를 팔긴 하지만 몸은 팔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손님들은 술에 취하면 어떻게든 기녀들과 합방을 할 궁리로 눈이 벌게지고는 하는데 이 젊은 손님은 고자라도 되는지 그런 기색은 눈곱만치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내가 고자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많이 마른 얼굴이기는 하지만 사내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에 키가 컸고, 어깨가 넓었다.

 그리고 그녀가 술을 따르며 무심코 부딪친 사내의 상체와 팔뚝은 마치 쇳덩이를 연상시킬 정도로 단단하면서 탄력이 있었다.

 이런 사내가 고자라면 세상의 남자들 중 고자가 아닌 사람이 없을 것이다.

 창가에서 물러난 사내는 십장생이 그려진 병풍을 뒤로하고 자리에 앉았다. 탁자에는 구운 오리를 비롯한 대여섯 가지의 요리가 놓여져 있었다.

 탁자의 한켠에는 서너 개의 빈 술병이 놓여져 있었는데 빈 술의 양에 비해 안주는 그다지 손을 대지 않았는지 대부분의 안주가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사내는 옆에 앉아 다시 빈 술잔에 술을 따르는 매옥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도 한 잔 받아라.”

 “예?”

 사내의 말을 들은 매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내는 지난 사흘 동안 매옥의 잔에 술을 따라주긴 했어도 잔을 받으라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

 사람이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는 것은 변화를 예비하는 것임을 그녀는 수년간 이곳에서 사람을 상대하며 배웠다.

 사내의 흰 이가 드러났다.

 피부가 검어서인지 그의 가지런한 이가 더욱 희어 보였다.

 아무렇게나 풀어헤쳐진 채 얼굴의 절반을 덮은 긴 머리 사이로 드러난 흑백이 뚜렷한 사내의 두 눈이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느낀 대로야. 나는 내일 떠난다.”

 “상공,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시나요?”

 매옥의 음성이 그녀도 모르는 사이 간절해졌다.

 “돈이 떨어졌다.”

 “예?”

 분위기를 깨는 사내의 말에 매옥의 절절했던 눈에 멍한 빛이 떠올랐다.

 화화원은 기루다.

 돈이 떨어지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사내의 대답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라 매옥은 오히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매옥의 눈을 응시하는 사내의 입가가 살짝 이지러졌다.

 웃음이었다.

 “왔으니 가는 것이다. 마음에 들고 안들고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사내의 얼굴에 드리워진 웃음이 짙어졌다.

 선이 굵어서 호쾌한 느낌이 드는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을 보는 매옥의 가슴은 웬지 쓸쓸함에 젖어들고 있었다.

 사내의 말이 맞았다.

 기루에 왔던 손님이 가고자 한다.

 오고 가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 것인가.

 매옥은 사내가 따라준 잔을 한 모금에 비웠다. 매옥의 빈 잔을 보는 사내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지금까지 찔끔찔끔 마신 건 요조숙녀 흉내를 낸 것이었어. 이렇게 잘 마시면서 사람을 속이다니. 한 번 허리띠 풀고 마셔보자.”

 매옥이 술을 마시는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사내는 자신의 앞에 놓인 잔을 비우고 빈 잔을 들어 머리위에서 털었다.

 그 모습이 소탈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워 매옥은 긴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제3장

 용화객잔(龍華客棧)

 

 

 

 

 해가 서편으로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기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길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뭄에 콩나듯 했고, 그나마 보이는 사람들은 피풍으로 전신을 둘둘 휘감다시피 해서 눈만 빼꼼히 드러낸 채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난주는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고원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난주의 겨울은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웬만큼 급한 일이 아니면 겨울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삼사숙, 바람이 정말 심하네요. 사형들이 난주의 칼바람이라고들 하기에 한 귀로 듣고 흘렸는데, 정말 명불허전이에요.”

 말을 한 음성은 맑고 고와서 나이가 얼마 되지 않은 여인인 듯 했다.

 “사질, 말하지 마라. 흙먼지가 심하다.”

 가슴을 울리는 우렁우렁한 음성이 사질이라고 불린 여인의 입을 막았다.

 난주를 뒤덮은 부연 흙먼지를 뚫고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른 행인과 다를 바 없이 두건으로 머리를 둘둘 감고 있어서 두 눈만 드러낸 크고 작은 두 사람이었다.

 키가 작은 왼쪽은 피풍으로 전신을 두르고 있었지만 그 몸매가 하늘하늘한 것이 한눈에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입을 연 사질이라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옆에서 걷고 있는 사내는 여인의 몸을 세 개는 합쳐야 비슷해 보일 정도로 거대한 체구의 소유자였다.

 두건 사이로 드러난 그의 커다란 두 눈에 강렬한 빛이 어려있어 성격이 불같은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들이 간혹 옆을 지나치는 행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입고 있는 회색의 피풍이 미처 다 덮지 못해서 등뒤로 삐죽이 튀어나와 있는 폭이 네치 정도되는 직사각형의 반듯하고 길쭉한 상자의 윗부분 정도였다.

 그들이 걸어가는 곳은 난주의 동남쪽 외곽 경계지대였다.

 그들이 온 길을 따라 십여 일을 계속 가면 정서(定西)가 나온다. 그리고 그 만큼을 더 가면 섬서성(陝西省)이다.

 “삼사숙, 이사숙이 남긴 비문(秘文,암호문)대로라면 이 길이 맞을 텐데 이틀이 지났는데도 왜 다른 비문이 보이지 않는 거지요?”

 “비문을 남길 시간이 없으신 듯 하다. 물건을 쫓는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고 그들 중 평범하다고 할 자가 없으니 아무리 사형이라도 조심하시고 계신 거지.”

 “이사숙에게 별 일은 없으시겠죠?”

 여인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고수가 몰려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형을 위태롭게 만들 사람은 천하에 흔치 않다. 아직 소문이 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먼 곳에 있는 고수들이 도착하기엔 이르기도 하고. 그건 그렇고 입 좀 다물어라. 네 덕에 입에 쌓인 흙이 진흙이 될 지경이다.”

 사내의 말에 여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두건으로 덮여 보이지는 않지만 입술을 삐죽이고 있는 듯 했다.

 사내의 핀잔에 여인이 골을 내며 입을 다문 후 반 시진을 더 걸은 그들은 난주를 에워싸고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성벽을 만날 수 있었다.

 난주를 넘어서 말을 달리면 옥문관은 코앞이라고 할 수 있다. 옥문관을 넘어서면 한족이 오랑캐라 부르는 이민족들의 땅이다.

 난주는 그런 변방의 군사, 교통의 요충지여서 난주를 품고 있는 성벽은 내륙의 도시들에 비해 높고 두터웠다.

 해가 떨어지려는 무렵이라 성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그들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에게 호패를 보여주고 성문을 통과한 여인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난주는 이민족과의 경계를 이루는 변방지역이어서 문화적으로 이민족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중앙대로 주변의 건물들 중에도 전형적인 한족의 건축형태를 벗어난 것들이 많았고, 한번도 이민족의 건축을 본 적이 없는 여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여인이 정신없이 고개를 돌리며 이국적인 풍경을 구경하고 있을 때 그녀의 옆을 걷고 있는 사숙이라고 불린 사내의 시선이 두건 아래서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무엇인가를 찾는 시선이었지만 목적한 것이 쉽사리 찾아지지 않는 듯 길을 따라 걷던 사내는 일각여 가 지나자 고개를 저었다.

 난주는 성에 둘러싸여 있고 오만 호가 넘는 거주자들이 사는 거대한 도시였다.

 사내가 찾는 것은 동문의 사형이 남긴 비문이었지만 이처럼 거대한 도시에서 비문을 찾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일 수는 없었다.

 “란아, 일단은 머물 곳을 찾아보자. 사형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도 그렇고 그분이 아직 이곳에 머물고 계시다면 우리가 일정한 장소에 머무는 것이 서로 만나기 쉬울 테니까.”

 “예, 사숙.”

 란아라고 불린 여인은 난주의 이국적인 풍물에 취해서 성을 들어서기 전에 골냈던 것은 이미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충 대답하는 여인을 보며 고개를 휘휘 젓던 사내는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소년을 보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십여 세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소년은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머리에는 두건을 두르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며 기온이 더 떨어지고 있어서인지 사내의 앞에 서서 입을 여는 소년의 입가로 허연 김이 퍼지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머무실 곳을 찾으시죠?”

 또랑또랑하지만 지나치게 되바라지지 않은 목소리여서 듣는 사람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음성이었다.

 “안내할 곳이 있느냐?”

 아이가 한 말에서 아이의 정체를 짐작한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앞에 용화객잔이 있어요. 음식맛도 좋고, 후원엔 주무실 수 있는 깨끗한 방도 여러 개가 준비되어 있고요.”

 아이답지 않게 반짝이는 두 눈이 이 아이가 이런 호객행위를 해 온 경력이 만만찮음을 알게 했다.

 “안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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