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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율의 법칙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평범한 소녀인 '율'이 자신의 수호천사라고 믿던 어린 날 환영의 정체 '미카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정통 판타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 뉴드에서의 또 다른 삶.

 
- 하프
작성일 : 19-10-21 15:42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7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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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보던 가구와 내 방의 풍경이 그대로 있었다.

 

 “이게... ”

 “구원자의 안정을 위해 최대한 그들이 사는 환경을 그대로 옮겨와. 구원자가 발견되면 일정기간동안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준비를 해. 그 다음 접근을 시도하지.”

 

  나는 앞서 걷던 문을 재치고 방으로 들어섰다. 우리 집의 구조와 가구들을 그대로 옮겨왔다. 물론 조금 더 실용적이거나, 멋스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그 기본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누가 한 거야?”

 “구원자 후보의 생활환경은 담당 감시원밖에 못 봐.”

 “미카엘이 한 거란 말이야?”

 “그래.”

 

  나는 넓고, 세련되진 우리 집을 거닐었다. 긴 소파가 창밖의 자연경관을 볼 수 있게 위치해 있었다. 남들은 예쁘다고만 하던 우리 집의 단점들을 못내 아쉬워하던 날 잊지 않은 듯 그가 방을 꾸미며 세운 원칙은 오로지 나 하나였다. 식사를 하기 편한 넓은 부엌과 인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깨끗한 자연을 볼 수 있는 곳. 가족들이 모이면 늘 쟁탈전을 부리던 화장실은 두 개나 되었다. 내 방의 침대 스프링은 더 튼튼하면서도 누우면 날 편안히 잠들게 할 것 같았고, 린넨으로 된 노란 커튼은 빛을 받으면 더욱 아름답게 흩날렸다. 내가 다시 거실로 나왔을 때는 얌전히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날 기다리고 있는 두 친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뉴드에 남으면 미카엘을 볼 수 있을까?”

 “네가 뉴드에 남으면 해야 할 일들과 도움의 손길들이 많을 거야.”

 “미카엘도 안전할 수 있을까?”

 

  잘만 말하던 문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이유 없이 제 친구들에게 등을 돌린 그의 상황이 모든 것을 악화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난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는 단순한 욕심과 교활한 이들의 세치 혀에 놀아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만약 그를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었다. 만나고 싶었다. 혼자 아파 할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지난 3년간 그를 수호신으로 여기며 가질 수 있었던 안정감을 그에게 도로 주고 싶었다.

 

 “그 아이가 다치면 난... ”

 “알아.”

 

  화현이 말했다. 두 사람에게 언질이라도 해놓으면 아킬레아 사람들이 미카엘을 조금이라도 더 조심히 대할까 해서였다.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화현이 말했다. 그녀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내 속마음을 과연 오해 없이 받아들였는지 의문이었다.

 

 “미카엘은 괜찮을 거야. 너도 괜찮을 거고. 그럴 수밖에 없어.”

 

  그녀의 숨겨진 능력들 중 미래를 보는 능력으로 행복하게 사는 미카엘과 나를 보아서 하는 말이길 바랐다. 만약 그녀의 확신에 대한 근거를 캐묻다가 원하는 사실이 아닐까하는 불안함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은 이곳에서 지내면 돼. 식사는 시간 맞춰서 준비해줄게.”

 

  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화현이 서둘러 그의 팔을 잡았다.

 

 “문. 우린 이만 나가자.”

 

  그녀는 내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현은 늘 어떤 말을 할 때마다 항상 확신에 차있었다. 그 확신이 분명한 근거가 있다는 걸 알지만 눈으로 본 뉴드의 모든 것을 그대로 믿을 수 없기에 내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다. 그녀가 이끄는 손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면서도 문은 내게 걱정스런 눈길을 주었다. 아무래도 미카엘의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이 완전히 방을 나가 복도로 사라져 갔을 때 난 긴 소파에 앉아 몸을 뉘였다. 이미 어둑해진 세상은 달빛 하나에 의존해 있었다. 나는 조금 더 밤풍경에 취하기 위해 불을 끄고 누웠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창밖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작은 잎사귀의 부딪힘을 볼 수 있었다. 미카엘이 자취를 감춘 뒤로 이 시간이 내게 가장 외로운 시간이 되었다. 도저히 혼자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두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비참하기까지 했다.

 

 “미카엘.”

 

  바람에 흔들리던 나무들이 급제동에 크게 흔들리듯 바르게 멈춰 섰다. 그 모습이 몇 차례 반복되자 나는 이상함을 느꼈고, 배란다로 이어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래를 보니 조금은 아찔한 높이였다. 그때 바람이 부드럽게 내 몸을 감싸며 귓가를 간질였다.

 

 ‘율.’

 

  고개를 번쩍 들고 주변을 살폈다. 내 귓가에 또렷이 들린 그의 목소리에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를 너무나 그리워해 스스로 만들어낸 환청일까? 단 한 번의 신호였다면 그리 여기고,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율.’

 

  계속해서 내 귓가를 간질이는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나는 그를 찾기 위한 부산스러운 움직임을 멈추고, 바람에 집중했다. 설령 완벽한 환청일지라도 잠시라도 그리움을 달래보고 싶었다.

 

 ‘율. 위험해.’

 “위험?”

 ‘그들은 알고 있어. 모든 걸 알고 있어. 그들의 눈을 피했다고 생각해선 안돼.’

 “그들이 누군데?”

 ‘다른 이들처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어서!’

 “미카엘?”

 

  잠시 바람이 멈추었다. 그의 목소리가 툭 끊기니 서러움이 북받쳤다. 크게 들썩이는 가슴에 허리를 숙였다. 어지러움까지 동반되어 서둘러 무릎사이로 고개를 묻었다.

 

 “미카엘. 왜 이러는 거야.”

 

  그의 온기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바람이 머리를 쥐어 잡은 내 손을 감쌌다.

 

 ‘제발 이곳에 남지마.’

 “왜. 도대체 왜?”

 ‘네가 위험에 빠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거짓말. 날 위험에 빠트리는 건 바로 너야. 너 때문에 집 아래 호수에 몸을 던졌단 말이야.”

 

  물이 몸에 닿을 때마다 그를 탓하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이런 작은 투정을 부려서라도 그와의 시간을 붙잡고 싶었다.

 

 ‘용감한 것과 무모한 것을 잘 구별해. 굳이 네가 아니어도 된단 말이야. 뉴드에 남아선 안돼.’

 

  미카엘의 온기를 담은 바람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반대편에서 거센 바람이 그를 몰아내고 있었다.

 

 ‘바보 같은 짓이야.’

 

  그리고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그가 쫒기 듯 어딘가로 사라졌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미카엘? 미카엘?”

 “율!”

 

  뒤를 돌아 건물 안을 들여다보자 복도 끝에서 문이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사라진 미카엘의 목소리에 벌렁거리는 가슴을 다잡고, 태연히 베란다 문을 열었다. 500m 정도 떨어져 있던 문은 어느새 내 앞에 와있었다.

 

 “와. 너 정말 빠르구나? 새삼 네가 이곳에 어울려 보인다.”

 “무슨 일 없었어?”

 

  문은 내 시시한 농담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는 내가 나온 배란다로 나갔다 돌아왔다. 나는 최대한 표정을 침착하게 하기 위해 소파로 향했다.

 

 “무슨 일?”

 “마그리드가 그러는데 서쪽에서 어떤 뉴지너가 바람을 보냈대.”

 “바람을 보낸다고?”

 

  미카엘의 말처럼 난 연기에 꽤 소질이 있었다. 최대한 태연해 보이기 위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하자 문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응. 자연적인 바람이 아닌 윈디아의 힘이었대.”

 “바람을 다루는 사람들을 윈디아라고 하는 거야?”

 “응. 어쨌든 무사했다니 다행이다.”

 “그럼. 난 무사해.”

 

  미소를 띠운 나와는 달리 문의 얼굴은 다소 굳어졌다.

 

 “마그리드가 힘을 써서 몰아냈어. 그런데도 상대는 마그리드한테 밀려난 게 아니라 스스로 돌아간 거야. 그 말은 마그리드보다 바람을 더 잘 다룬다는 뜻이지.”

 “심각한 거니?”

 “녀석이 언제든 다시 하프로 들어올 수 있다는 거니까.”

 “위험한 사람이 아니면?”

 

  문이 고개를 돌려 나를 뚫어져라 보았다. 그 시선에 지금까지 유지했던 연기가 들통 날 것 같아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을 향했다. 식탁에는 제각각 고유의 색을 내고 있는 먹음직스러운 과일 바구니가 있었다.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니?”

 “그냥. 꼭 나쁜 사람일까 해서. 근처에서 윈디아들이 장난을 치는 걸 수도 있잖아.”

 

  가만히 시선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눌 자신이 없었기에 백설 공주에 나오는 틈 없이 새빨간 사과를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미지근한 달콤함이 내 혀를 만족시켰다. 그 맛을 보느라 내 연기가 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하프는 태초의 힘이 있는 곳이야. 이곳에 있는 나무, 흙, 바람, 물, 불 모든 것에 태초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그 힘은 아무리 뉴지너라고 해도 쉽게 변형하거나 만질 수 없어. 이곳에선 어떤 뉴지너건 자연과 오래도록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해야만 능력을 부릴 수 있거든. 그런 의미에서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를 바람이 하프까지 건드렸다는 건 평범한 윈디아가 아니라는 거야. 상대가 무슨 꿍꿍이든 중요하지 않아. 우리에겐 하프의 바람을 건드는 외부인이 있다는 것이 문제지.”

 

  문의 표정이 이토록 심각하게 굳어진 걸 본 적이 없었다. 난 먹다 만 사과를 내려놓으며 손끝에 묻은 사과즙을 대충 닦아냈다.

 

 “미안. 듣고 보니 심각한 문제네.”

 “미안. 율. 뭐라고 할 생각은 아니었어.”

 “아니야. 괜찮아.”

 

  문은 자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에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내 기분이 상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얼굴은 벌개 진 채 몇 번이나 사과를 했다. 결국 화현이 와서 그를 내보내서야 내 주위가 조용해졌다.

 

 “식사는 감사의 탁자에서 할 거야.”

 “감사의 탁자?”

 “우리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자연과 많은 이들에게 감사해야 하잖아? 옷은 이쪽에 있어.”

 

  화현이 내 방과 연결된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그곳엔 갖갖이 옷이 갖춰져 있었다.

 

 “우와.”

 

 “식사 때는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격식 있는 옷을 입어야 해. 음식들이 우리 식탁까지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는데 허겁지겁 십 분 안에 해치우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화현도 이전의 옷보다는 조금 더 활동하는데 문제가 없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딱 보아도 부드러운 그녀의 몸을 감싸며 멋스럽게 떨어지는 모습이 실크인 듯 했고, 고급스러운 파란색은 그녀의 흰 피부를 깨끗하고, 조각같이 보이게 했다. 나는 옷을 둘러보며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갈등하기 시작했다.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네 마음 가는 대로 택해도 좋아. 뭐든 마음이 통하면 되니까.”

 

  고뇌에 찬 내게 화현이 조언을 했다. 그녀는 방의 중앙에 있는 원형소파에 앉아 끈기 있게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여러 후보들이 있었지만, 내 선택은 가장 단순한 린넨 소재의 연분홍 칠부 원피스였다. 종아리 중간 부분까지 내려오는 원피스는 밥을 든든히 먹어도 걱정 없게 내 군살을 가려주고 있었다.

 

 “예쁘다.”

 “고마워.”

 “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을 거야.”

 

  화현을 따라 유토피아의 밖으로 나갔다. 처음 이곳에 들어서는 지혜의 문패가 걸린 입구를 넘기 전 그 옆의 작은 샛길로 나갔다. 얼마안가 숲 안으로 들어서니 땅에 나무 판자다리가 길게 늘어섰다. 작은 오솔길을 걷듯 우리가 걷는 길을 나무들이 원형으로 애워싸고 있었고, 보이지 않던 다양한 꽃들이 길 가상으로 피어 있었다.

 

 “오늘따라 식탁이 화려하네.”

 

  화현의 말에 앞을 보니 그녀 너머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긴 직사각형의 탁자는 최후의 만찬에 나오는 탁자만큼이나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식탁을 꾸미는 몇몇은 낮에 나를 구경하러 나온 무리인 것 같았다.

 

 “호핀은 금식기간이야.”

 “금식?”

 “응.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랑 인사하려고 줄 서있는 애들이 있잖아.”

 

  내가 앞을 보니 모두가 나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때 낮에 인사한 호치가 다가왔다.

 

 “안녕.”

 “안녕.”

 

  그의 옆으로 왜소한 체구의 큰 코를 가진 남자가 다가왔다.

 

 “마그리드야.”

 “반가워. 율이야.”

 “조셉핀! 그만하고 와서 인사해!”

 

  마그리드가 소리치자 반대편 숲에서 누군가 뛰어왔다. 그는 테이블 가상으로 유독 튀어나온 나무 가지를 손으로 살짝 밀어 넣었다. 그의 가벼운 손길에도 나무가 가지를 움추렀다. 그 모습에 이 식사 공간을 주도적으로 꾸민 것이 이 아이임을 짐작케 했다.

 

 “안녕! 조셉핀이야.”

 “율이야.”

 

  세 사람과 인사를 나누니 문이 소리쳤다.

 

 “인사 끝났으면 다들 와서 앉아. 오도리가 음식이 다됐대.”

 

  식탁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내 시선이 빈자리로 향하니 호치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말했다.

 

 “다들 볼 일이 있어서 그래. 너무 신경 쓰지마.”

 “응.”

 

  우리가 자리에 앉자 호핀과 비슷한 꾸밈을 한 사람들이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브론디.”

 “비마를 쏘이.”

 

  브론디라는 남자는 짧은 머리를 하고 있으며 고동색의 상, 하의 한 벌의 간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가 내게 다가와 내 잔에 붉은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내가 작게 인사를 하자 그는 살갑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가 모두의 잔을 채워줄 때 식탁으로 두 사람이 더 다가왔다.

 

 “오도리! 이리와요.”

 

  오도리라는 남자는 이마에 짙은 주름을 가지고 있어 다소 인상이 강하게 보였다. 조셉핀의 말에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자 조셉핀이 흥분한 듯 날 소개했다.

 

 “저 아이가 율이래요.”

 

  조셉핀의 소개에 오도리가 나를 보곤 작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

 

 “오도리가 요리 마술사야. 늘 맛있는 음식들을 해주거든.”

 

  화현의 소개에 나도 그를 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살가운 대화가 오가거나, 미소가 있진 않았지만 우린 나름 좋은 인상을 받았다.

 

 “여긴 다오리오. 다오리오 기다리고, 기다리던 율이에요.”

 “반가워요.”

 

  다오리오는 세 사람 중 가장 점잖게 내게 인사를 건넸다.

 

 “다오리오는 시나이지랑 같이 우리 수련을 도와줘. 그러고 보니 시나이지는요. 다오리오?”

 “오늘 이튼 수업이 있는 날이잖아요. 늦게 올 거예요.”

 “아, 맞다.”

 

  조셉핀이 손뼉을 치며 기억을 찾은 듯 했다.

 

 “그럼 오늘은 다 온 것 같은데 식사 할까요?”

 

  화현의 말에 모두가 짧은 묵념 후 식기를 들었다. 나도 그들을 따라 고개를 까딱이곤 식사를 시작했다. 외지인인 내가 있어서인지 초반 식사자리는 불편할 정도로 정적이 흘렀지만, 활발한 성격의 조셉핀이 말을 하기 시작하며 모두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퀴노아 스프야. 식사 전에 먹으면 위를 보호해줘.”

 

  오도리에게 작은 냄비를 건네받은 화현은 내 그릇에 다소 질퍽한 스프를 덜어주며 속삭였다.

 

 “오도리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하고 식사를 하는 네가 걱정이 되었나봐.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누가 아프거나 하지 않으면 만들어주지 않아.”

 

  그녀의 말에 오도리를 향해 고개를 드니 그는 내 반응을 살피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외면했다.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가 사려 깊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거친 외모에 가려진 섬세한 배려심이 날 크게 감동시켰다. 나는 퀴노아 스프를 한 스푼 떠먹으며 그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음미했다. 그 순간 오도리가 날 주시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그의 음식에 내가 충분히 감동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시선을 내린 채 미소를 지었다. 의도적인 미소가 아니라 그의 음식은 충분히 내게 미소를 짓게끔 만들었다. 조심스레 그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자 무표정이던 그의 얼굴에도 미묘한 안심을 띠웠다.

 

 “우리는 네가 와서 기뻐.”

 “그래. 반겨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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