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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위험한 실험5
작성일 : 19-10-21 09:07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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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장면이 바뀌었다.

 태양 레지던스였다.

 박찬혁은 거실이 아니라 안방에 누워 있었다.

 전혜경과 편성혜는 침대 위에서 잠들었고 박찬혁은 방바닥에 구겨져 있었다.

 

 방안으로 연기가 들어왔다.

 악몽에 시달리던 박찬혁은 기침을 토해내며 잠에서 깼다.

 가슴이 아프고 숨이 막혔다.

 불을 켜려 했지만 사방이 뿌옇게 변해 스위치를 찾기 어려웠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다시는 깨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박찬혁은 미친 듯이 방문을 찾아 거실로 기어 나왔다.

 연기가 더 독해졌다.

 그 순간 박찬혁은 전혜경과 편성혜의 상태에 관심 없었다.

 그들을 안방에 놔두면 죽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박찬혁은 두려워서 출구를 찾아 헤맬 뿐이었다.

 

 “관 둬! 그만 해!”

 

 박찬혁은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이런 씨팔!”

 

 박찬혁은 침을 튀겨가며 소리 질렀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박찬혁은 그대로 주저앉아서 도솔선사의 영혼인지 정신인지 망상인지 뭔지와 함께 죽어버리고 싶었다.

 MRI기속에 누워 있는 도솔선사를 꺼내 턱을 날리고 싶었다.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며 MRI실의 풍경이 나타났다.

 연구원들이 입을 벌린 채 박찬혁을 지켜보고 있었다.

 박찬혁은 모니터를 보았다.

 도솔선사의 뇌는 다시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맥박과 뇌파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도솔선사가 자신을 자극하고 있다고 박찬혁은 생각했다.

 그는 박찬혁의 영혼에서 약한 고리를 찾아내 흔들고 있었다.

 박찬혁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전화 안 받았어?”

 “바빠서.”

 

 박찬혁은 열흘째 전혜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루에 10번 이상 전혜경의 번호를 눌렀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2017년 6월16일 전혜경이 전화를 받았다.

 박찬혁은 안도감과 이유 없는 불안감을 함께 느꼈다.

 전혜경의 목소리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병가를 낸 사람이 뭐가 바빠?”

 “그럴 일이 좀 있었어.”

 

 박찬혁은 연구팀을 그만 뒀다.

 MRI 실험이 끝난 뒤 예고도 없이 사직서를 책상 위에 던져 놓고 출근하지 않았다.

 다시는 도솔선사의 얼굴도, 죽어가는 고양이들도 보고 싶지 않았다.

 프시케 연구팀의 경험은 박찬혁을 흔드는 심리학적 폭탄이었다.

 

 전혜경도 병가를 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본격적으로 재발한 것 같았다.

 

 “그럼 지금 뭐 해?”

 

 전혜경이 뜸을 들였다.

 수화기 너머에서 가는 숨소리만 들렸다.

 

 “실험을 하고 있어.”

 “무슨 실험? 집에서 고양이를 해부해?”

 “솔직히 말할 게.”

 

 박찬혁의 불안감이 더 짙어졌다.

 

 “그래 솔직히 말 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야.”

 

 박찬혁은 크게 숨을 내쉬고 다시 물었다.

 

 “뇌파 연구 같은 거야?”

 “죽음 실험이야.”

 “누굴 대상으로?”

 “날 대상으로.”

 

 박찬혁은 전화를 끊고 전혜경에게 갔다.

 전혜경이 일러준 집은 신도림역 근처의 주상복합 단지에 있었다.

 레지던스 화재 사고 뒤 새로 옮긴 집이었다.

 차가 미치도록 막혔다.

 대한민국 동맥경화의 상징 경인국도 한복판에서 박찬혁은 운전대를 두드리며 욕을 퍼부었다.

 

 오후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해가 졌다.

 전혜경의 얼굴은 통증 때문인지 조금 야위었다.

 박찬혁이 들어서자 전혜경은 전기밥솥에 쌀을 안치기 시작했다.

 전혜경이 그동안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않았을 거라고 박찬혁은 생각했다.

 

 “혜경아, 얘기부터 하자.”

 “저녁부터 먹자.”

 

 성에 낀 김치통이 냉장고에서 나왔다.

 전혜경은 다시마 육수를 낸 뒤 어머니가 보내줬다는 묵은지와 콩나물을 넣고 끓였다.

 전기밥솥이 칙칙 울었다.

 전혜경이 식탁 위에 김치찌개와 밥을 차리고 박찬혁을 불렀다.

 참치도 돼지고기도 넣지 않은 국물이 칼칼하게 식욕을 자극했다.

 

 식사 중에 두 사람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서로의 안부도, 프시케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도, 전혜경의 상태도, 어떤 것도 말하지 않고 두 사람은 숟가락만 놀렸다.

 

 박찬혁이 뭔가 말하려고 하면 전혜경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좋은 신호였다.

 전혜경은 심각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말을 아꼈다.

 박찬혁이 설거지를 마치자 전혜경이 처음 입을 열었다.

 

 “안방을 봐. 내 작은 실험실이야.”

 

 박찬혁은 안방 문을 열었다.

 그 공간은 작은 병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전혜경의 침대 양옆에 두 개의 링거대가 설치됐다.

 머리맡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알람장치가 있고, 거기에서 나온 전선이 링거대와 연결됐다.

 침대 왼쪽에 작고 조잡한 심전도 기계도 보였다.

 

 박찬혁은 전혜경의 얼굴을 보았다.

 전혜경이 어깨를 으쓱 했다.

 

 “이게 다 무슨 짓이야?”

 “다 내가 산 거야. 약물만 빼고.”

 “약물?”

 “프로포폴과 염화칼륨을 희석해서 써. 안전하게 심박동을 늦출 수 있어.”

 “그건 어디서 났어?”

 “연구팀에서 빌렸어.”

 “연구팀이 빌려줄 리 없어.”

 “아무도 모르게 빌렸어.”

 “맙소사.”

 

 박찬혁이 침대에 주저 앉았다.

 

 “프로포폴을 훔치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도둑질은 너란 애와 10만 광년쯤 떨어져 있는 단어잖아.”

 “아직 아무도 몰라. 연구팀은 약물 관리가 허술하니까.”

 “이건 네가 아니야. 넌 잠시 안드로메다로 갔어. 다시 돌아 와.”

 

 전혜경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건 박찬혁이 여태껏 보지 못했던 버릇이었다.

 

 “고양이 목소리가 들렸던 날 기억해? 그건 정말 영혼의 목소리였어.”

 “아냐. 그건 뇌의 오작동이었어. 그날 우리는 고양이의 이상행동 때문에 불안해했어. 그 감정이 투사된 거야.”

 전혜경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예전에도 같은 질문을 한 적 있잖아. 동시에 두 사람이 같은 망상을 느끼는 게 가능해?”

 “내가 목소리가 들린다고 먼저 말했어. 그 다음에 네가 들었고.”

 “아냐. 난 확실히 들었어. 난 나를 믿어.”

 

 박찬혁은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혜경아.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예전의 너라면 유체이탈은 대뇌의 자아를 종합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긴 거라고 했겠지. 넌 지금 정상이 아니야.”

 

 전혜경이 미간을 찌푸렸다.

 

 “난 내 몸이 싫어.”

 “병 때문에 이러는 거야?”

 “화재 사고가 있던 날 유체이탈이 몸의 균형을 깬 것 같아. 병원에서 나온 날 양말을 신는데 조금 찌릿했어. 다리가 저린 것처럼 찌릿한 느낌 말이야. 그것뿐이었어. 하지만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일으키는 거야. 저릿한 느낌이 발에서 무릎으로 올라오고 온몸으로 퍼졌어. 누군가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기만 해도 칼로 쑤시는 것 같은 상태까지 왔어.”

 “유체이탈 때문에 생긴 병이 아니야. 그 병의 원인은 아무도 몰라. 하지만 유체이탈을 겪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어.”

 “넌 몰라. 넌 아무한테도 관심이 없어. 심지어 너 자신한테도 관심이 없으니까. 고통의 폭풍이 시작되는 날엔 발가락을 꼼지락거릴 수도 없어. 침대라도 건드렸다간 미쳐버릴 테니까. 그런 날엔 파리 한 마리도 내 발에 앉지 않기를 빌고 또 빌어.”

 “하지만 극복했잖아?”

 “그래. 이를 악물고 병을 극복하려고 했어. 내 팔에 이겨내자는 문신을 새길까 생각했어. 통증이 사라졌을 땐 다시 태어나는 것 같았어. 하지만 이젠 자신이 없어. 다시 그 병이 시작되면 난 견딜 수 없을 거야.”

 “그래서 죽으려는 거야? 실험을 핑계로 죽고 싶으냐고.”

 “아냐. 그냥 알고 싶어.”

 “대체 뭘?”

 “죽음 뒤의 세계가 정말 있는지, 그 세계는 평온한지 말이야. 그런 게 있다면 현실의 고통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아. 더 좋은 세계가 기다린다는 희망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어. 물론 그 세계를 확실히 아는 건 불가능해. 난 그냥 힌트라도 얻고 싶은 것뿐이야.”

 

 박찬혁은 침대 옆의 링거대를 보았다.

 링거병엔 아마도 희석된 염화칼륨이 들어 있을 것이다.

 

 “염화칼륨은 미국에서 사형할 때나 쓰는 거야.”

 “염화칼륨에 대한 통계를 모아놨어. 난 내 몸무게에 맞춰 미량을 희석해서 써. 프로포폴은 악명과 달리 가장 안전한 마취제고. 너도 알 거야.”

 “약물을 완벽히 통제하는 건 불가능해. 미량으로도 심장마비가 올 수 있어.”

 “날 믿어. 지금까지 안전했어.”

 “실험은 몇 번이나 했어?”

 “세 번. 아직은 시작 단계야. 나는 유체이탈을 경험한 사람은 두 번째에 더 쉽게 이탈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어.”

 “미친 가설이야.”

 “이탈을 경험했어. 그냥 공중에 떠서 내 모습을 내려다보는 정도. 영혼이 육체를 떠날 때의 그 느낌은 말로 설명 못해. 모든 고통이 한순간에 사라져. 완전한 자유를 맛보는 기분이야. 실험을 통해 난 육체가 영혼을 묶는 쇠사슬이라는 걸 알았어. 육체는 고통의 쓰레기통이야. 너도 그 기분 알잖아? 왜 모른 척 해?”

 “그건 뇌의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환각이야.”

 “아니야. 엔돌핀 분비량이 늘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환각을 보진 못 해. 혈류량으로 유체이탈 같은 걸 설명할 수 없단 말이야. 도솔선사 말대로 육체는 영혼을 강하게 붙들고 있어. 하지만 호흡이나 심박동 같은 생명유지 장치에 이상이 생기면 붙드는 힘이 약해져. 그래서 잠시 동안이라도 이탈이 가능한 거야.”

 “넌 과학자잖아. 그게 정말 유체이탈이란 걸 증명할 수 있어?”

 “공중에 떠 있을 때 난 내 목덜미에 있는 작은 얼룩을 봤어. 스파게티를 먹다가 흘렸나 봐. 깨어 있을 땐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얼룩이야.”

 “언제까지 할 거야? 어디까지 갈 거야?”

 “조금만 더. 내가 완전히 이탈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그러곤 멈출 거야.”

 “왜 날 불렀지?”

 “날 도와줘. 그냥 심전도를 체크하면서 살펴보기만 하면 돼. 약물은 자동으로 주입 돼. 철저히 계산된 양이 주입되는 거야.”

 

 박찬혁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알람장치를 보았다.

 그건 시간에 맞춰 약물을 자동 주입하는 기계인 것 같았다.

 

 “저런 게 있으면 그냥 너 혼자 실험해도 되잖아?”

 “조금 외로워.”

 

 박찬혁은 망설였다.

 전혜경의 방 천장은 비가 새는지 벽지에 누런 얼굴이 져 있었다.

 여름이 깊어지기 전에 주인집에 연락해 배수관을 점검하고 곰팡이 제거제를 뿌려야 한다.

 박찬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서 있었다.

 

 박찬혁은 도망치기 무서웠다.

 전혜경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그는 간절한 호소를 뿌리치고 도망쳤다.

 다시는 그러기 싫었다.

 자신이 있어야 전혜경이 선을 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박찬혁은 전혜경 옆에 있어야 했다.

 

 “딱 한 달이야. 한 달만 하는 거야. 그리고 염화칼륨 양을 늘리지 마. 심박동은 언제나 40회 이상을 유지해야 돼. 40회 이하로 떨어지면 주사바늘 뽑아버리고 기계를 다 때려 부술 거야.”

 “알았어.”

 “우리는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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