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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한 지붕에서 살게 되기까지
작성일 : 19-10-21 00:43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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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공윤은 괴상한 꿈을 꿨다. 사실 으레 그렇듯이, 그게 꿈이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꿈속에서 그녀는 원색으로 얼룩덜룩한 숲을 헤매고 있었다. 그녀는 독버섯을 채취하려다가 긴 타원형의 회색 알을 발견했다.

 그녀가 독버섯 대신 그 알을 집어 들려는데, 아름다운 금발의 여자가 나타나서 막았다. 그녀는 대신 잠자리를 권했다.

 공윤이 거절하자 여자는 히스테릭한 웃음을 터뜨리며 라푼젤처럼 긴 금발 머리채로 그녀를 칭칭 휘감았다.

 머리카락이 살아있는 덩굴처럼 꿈틀거렸다. 머리칼 아래 가려졌던 몸통은 뱀의 비늘로 덮여있었다.

 여자가 긴 혀를 날름거리며 웃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나타난 키론의 뺨에 키스했다......

 공윤은 비명을 지르면서 깨어났다. 으아아아아앙악!

 “으악, 으악, 으아악......”

 그녀는 몸을 떨면서 간헐적인 비명을 뱉었다. 옆방에서 벽을 두드리며 조용히 하라고 소리칠 때까지.

 그녀가 사는 건물은 벽이 너무나도 얇은 나머지 소음 차단에는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없었다.

 결국 공윤은 잠들기 전보다 훨씬 더 초췌해진 몰골로 컵라면을 끓이는 신세가 되었다.

 그녀는 신경쇠약에 걸리기 일보직전인 것처럼 젓가락을 물어뜯었다.

 꿈을 꿔도 무슨 그런 뱀 꿈을 꾸냐.

 그녀는 마지막 남은 컵라면과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참치 캔을 흡입하면서도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 꿈은 그녀의 정신을 지나치게 각성시켰다. 내면에서 자아가 두 개로 분열되는 듯했다. 키론은 지독하게도 그녀의 머릿속을 점령한 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그 모든 것들은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되었다.

 스승을 살해한 사람이 그 죽음에 자기 책임이 있다는 말을 할까?

 공윤은 마지막으로 봤던 키론의 얼굴을 떠올렸다.

 분명한 게 하나 있다면, 그녀가 그 말을 들었을 때 너무나 슬펐다는 점이었다.

 

 ***

 

 공윤은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집주인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녀의 입가가 경련했다.

 아주머니를 만나서 좋은 결말을 맞이한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잘됐다는 듯 다이렉트 경로로 다가왔다.

 저, 퍼스널 스페이스 좀 지켜주실래요, 하하하.

 공윤은 쓰레기통을 방패처럼 움켜잡았다. 아주머니가 동그란 얼굴을 기울이며 웃었다.

 “아가씨, 그동안 어디 있었어? 낮에 암만 찾아가도 없더라.”

 “아, 하하...... 저 그때 알바하거든요. 그래서 못 찾으셨나 봐요.”

 공윤은 가능한 없어보이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전 휴학까지 하고 알바를 해야 할 만큼 가난한 대학생이에요’ 라는 티를 팍팍 내면서.

 그러나 대한민국의 장년은 위대했다. 아주머니가 포착하기에 공윤이 표현한 비언어적 수단은 지나치게 섬세했던 것이다.

 젠장, 키론이랑 오래 있다 보니 실수했어.

 “어머, 알바해? 잘됐다. 그럼 아가씨, 돈 좀 있겠네?”

 “네?”

 돈이요?

 공윤은 속으로 ‘반야바라밀다’를 수백 번 암송하며 가능한 부처의 미소와 유사한 웃음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갑자기 그건 왜......”

 “그게 사실은, 방값을 좀 올리려고 해서. 아가씨 슬슬 계약도 끝나가잖아. 미안해, 이렇게 돼서. 갑자기 정한 건 아니고 바깥양반이랑 오래 의논했던 건데, 계속 말해주려고 했어도 아가씨가 없어서. 그래도 작년 초에 들어와서 이 가격으로 계속 살았잖아......”

 그 뒤로 아주머니는 더 뭐라고 말했지만, 그녀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다.

 공윤은 갑자기 가운이 쭉 빠지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그녀의 어깨가 축 처졌다.

 공윤은 대충 네, 물론이죠, 알겠어요 등등의 대답을 내놓고 발을 질질 끌며 방으로 돌아갔다. 더는 머리를 굴리기도 싫었다.

 오...... 돈이여, 잔혹한 자본주의의 현실이여.

 그대 앞에 저주 있으라.

 -나는 공윤 씨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문득 키론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가슴이 아팠다. 어쩌면 그 말을 해주는 사람이 키론뿐이라는 사실에 더욱.

 그 말이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더 짜증났다. 공윤은 자각이 빠른 편이었다.

 결국 피해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26.

 지쳐서 잠든 공윤은 이번에는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일어났다. 다행이었다.

 덕분에 머리가 맑아졌고, 그녀는 한결 말끔해진 기분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공윤은 그냥 마음대로 하기로 했다.

 그녀는 속전속결로 모든 것을 해치웠다.

 공윤은 아주머니에게 방을 빼겠다고 말했다. 당황한 것 같은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는 건 의외로 즐거웠다.

 캐리어 두 개와 백팩 한 개 안에 그녀의 짐은 모두 들어갔다.

 그녀는 짐을 질질 끌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갔다. 길고양이들이 애옹거리며 흩어졌다. 골목 옆으로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속삭였다.

 “키론?”

 공윤은 민망함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재차 말했다.

 “혹시 들려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저지른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게 가능한 모양이었다.

 키론은 고양이들이 공윤에 대한 경계심을 잃기 시작할 때 나타났다.

 공간을 열고 나타난 키론은 약간 불안정하게 착지했다. 거의 굴러 떨어질 뻔한 그를 공윤이 황급히 붙잡았다.

 “괜찮아요?”

 “아하하...... 여기까지는 와본 적이 없어서......”

 키론이 약간 창피한 듯 웃었다. 공윤의 목소리만으로 위치를 짐작해서 어설프게 공간을 열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무슨 짐을 그렇게 많이......?”

 그는 공윤을 의아하게 봤다. 공윤은 어깨를 으쓱했다.

 “방금 방 빼고 왔거든요. 저 이제 집 없어요.”

 “예?”

 “그래서 말인데 키론, 입주 알바 어떻게 생각해요?”

 키론은 조금 놀란 것 같았다.

 “계속 일할 건가요?”

 “그만둔다고 한 적 없잖아요. 저 돈 벌어야 돼요.”

 키론은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준다면야 저는 고마운 일이죠.”

 “그럼 계약서를 좀 수정해야겠네요. 그건 저택에 가서 하고.”

 공윤은 입술을 말고 짐짓 진지하게 말했다.

 “저, 할 말이 있는데.”

 “네.”

 키론은 조금 긴장한 듯 자세를 바로잡았다.

 “난 키론이 난나를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키론은 대뜸 선언하듯 말하는 공윤에게 당황한 것 같았다. 공윤은 씩 웃었다. 그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저지르는 건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오늘 나 때문에 당황하는 사람들 많이 보네.

 “왜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당신이.”

 그런 삶의 태도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당신의 다정함이.

 “살인자라고 생각하기 힘들어서요.”

 키론은 말이 없었다. 바람이 불어서 골목 안으로 꽃잎이 흘러들어왔다. 갓 피기 시작해 색깔이 투명한 벚꽃잎이 눈앞으로 이지러졌다.

 잠깐 시야가 겹쳤다.

 키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미안해요. 실수였다고 해도, 몰래 엿본 건 사실이니까. 사과할게요.”

 “그건......”

 키론은 주저하며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공윤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사과하는 게 맞는 거야.

 그녀는 심호흡을 했다. 가장 중요한 할 말이 남아있었다. 이게 제일 어려웠다.

 “그리고 나 어제 깨달은 거지만, 진짜로 엄청 용기내서 말하는 건데.”

 공윤은 속눈썹을 떨었다. 그녀는 애처로워 보이지 않으려고 등을 펴고 눈에 힘을 줬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녀가 생각한 게 있다.

 더 이상 못 보게 되기 전에 말할걸.

 엄마 아빠를 사랑한다고. 항상 사랑할 거라고.

 왜 예전에는 그 말을 꺼내기 힘들었을까.

 창피한 게 뭐라고. 어색한 게 뭐라고.

 게다가 그녀는 이미 깨닫고 말았으므로, 어떤 말이든 하는 게 영원히 후회로 남는 것보다는 나았다.

 “당신을 좋아해요.”

 키론의 눈은, 본래 컸는데도, 거의 불가능한 크기로 커졌다. 누가 그의 뒤통수를 툭 치면 톡 하고 눈알이 빠질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그런 모습이어도 잘생겼다. 아니면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거나.

 “당장 뭘 바라는 건 아니에요. 나한테 아무 감정이 없다고 해도 이해하고요. 그냥 말하는 것뿐이에요.”

 공윤은 키론의 어깨를 짚었다. 꽃잎이 묻어있었다. 그녀는 꽃잎을 들고 문득 웃었다.

 고백하기 전에는 떨렸는데, 막상 하고 나니 후련하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음, 앞으로 잘 부탁해요. 대답은 천천히 해주고.”

 키론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놀랐나?

 “아, 그리고 날 다시는 그렇게(공윤은 눈이 이글거리는 걸 손가락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보지 마요. 나한테 그런 식으로 굴지도 말고. 진짜 무섭고 창피하다고요.”

 키론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공윤에게 고정한 시선을 옮기지 않고 그녀의 캐리어를 더듬거리며 챙겼다.

 키론이 너무 넋이 나가 있어, 그들은 엉뚱한 곳에 갔다가(긴 코의 외국인이 갑자기 나타난 그들을 보더니 영어로 뭐라고 외쳐댔다. 4분의 3 승강장 어쩌고 하는 것 같았다) 겨우 저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서리는 공간 너머로 나타난 그녀를 보자마자 애완동물이 오랜만에 돌아온 주인을 반기는 행동을 했다.

 자신의 덩치를 고려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려와 그대로 들이받는 것이다.

 아억, 서리야......

 공윤은 허리가 나갈 뻔했다.

 공윤은 힘겹게 서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서리는 가릉거리며 뺨을 비볐다.

 사실 그 애는 좀 삐져 있었는데, 공윤이 놀아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였다.

 공윤은 그 애의 머리칼을 오십 번쯤 쓰다듬어주고 뽀송한 정수리에 뽀뽀까지 해준 후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저택이었다.

 불퉁한 얼굴의 릴리까지도 반가워 보이는 걸 보면, 그녀는 생각보다 이곳을 좋아했던 것 같다.

 공윤은 릴리에게 씩 웃어주었다. 그의 얼굴이 떨떠름해지는 것조차 썩 괜찮았다.

 
작가의 말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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