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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그 남자들의 사정
작성일 : 19-10-21 00:38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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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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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진짜 이름은 뭐예요?

 정말로 난나를 죽였어요?

 그 사람과 무슨 관계였어요?

 키론의 표정이 없어졌다. 그가 의식적으로 짓고 있던 연한 미소가 사라진 얼굴은, 살인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기 보다는......

 그러나 그것은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공윤이 어떤 식으로 가늠해보기도 전에 곧 입술을 비틀었다.

 그것은 마치 오래 닳은 생물, 혹은 타락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천사 같았다.

 “저는 공윤 씨를, 고맙게 생각해요.”

 키론은 그에게는 지나치게 낮아 보이는 스툴에서 일어났다. 그는 공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공윤은 숨을 죽였다.

 “진심으로요. 공윤 씨가 일부러 본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당신의 호기심은 분별력이 있으니까요...... 내 말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공윤 씨를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그는 그것마저도 꿰뚫어 볼 듯한 눈빛으로 공윤을 봤다. 그녀는 처음으로 키론의 눈 색이 소름끼쳤다.

 번득이는 오팔색 눈동자......

 그것은 본능이었다. 읽히는 자의 본능. 인간으로서의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이 당장 저 불가해한 남자에게서 달아나라고 아우성쳤다.

 그는 그녀의 깊숙한 곳마저 낱낱이 탐색하려는 듯 강렬한 시선을 그녀의 눈동자 너머로 맞추었다.

 거의 눈이 불타는 듯했다. 공윤은 호흡하는 법을 까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난나.”

 그가 속삭였다. 그가 그 이름을 발음하자 주변의 공기가 울렸다. 주인이 사라진 지 오래임에도, 그 이름은 여전히 힘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어요. 그래서 이 삶을 받아들였죠. 이 지긋지긋한......”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 덕분에 공윤은 간신히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다.

 키론이 조금만 더 그녀를 바라봤다면, 그래서 사정없이 파헤치는 듯한 시선이 계속되었다면, 공윤은 그만 졸도했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나의 스승이자 선각자이며, 내게 영원한 형벌을 선물한 존재예요.”

 

 

 24.

 공윤은 넋이 빠진 채 스프링이 나간 매트리스에 누웠다.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를 조금 넘어 있었다.

 그 모든 일들이 스물네 시간도 안 되는 동안 벌어졌다는 게 믿기 힘들었다.

 하긴 로미오와 줄리엣은 5일 동안 반하고 섹스하고 결혼하고 동반자살까지 전부 했으니, 이 정도면 양호한가.

 키론은 공간을 열어 공윤을 집으로 보내줬다. 당연히 저택으로 갈 줄 알았던 공윤은, 자기가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 더 당황했다.

 아까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쉬고 싶은 만큼 쉬라고 한 뒤 아미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갔다.

 다만 너무 오래 걸리지는 말았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윤은 무의식적으로 손목을 문질렀다. 그 말을 하면서 키론이 손목을 꾹 잡았던 것이다.

 나는 그 사람과 어쩌고 싶은 걸까?

 나는 그를......

 공윤은 골이 빠개질 것 같아서 머리를 움켜쥐고 매트리스 위를 굴렀다. 그러다가 떨어졌다.

 그녀의 낡고 구멍 난 매트리스가 저택에 있던 침대보다 훨씬 작다는 걸 깜박했기 때문이었다.

 공윤은 매트리스 위로 기어 올라가며 다짐했다.

 일단 자자.

 자고나면 머리도 굴러가겠지.

 자자......

 공윤은 한동안 뒤척거렸지만, 어느 순간 기절하듯 잠들었다.

 

 ***

 

 “왔군.”

 바닥을 죽 긁는 듯 낮고 거친 목소리가 고요를 깼다. 방 안에는 어떤 인공적인 빛 한 점도 없었다.

 어둠 속에서 짐승의 그것처럼 번득이는 릴리의 눈은 안락의자에 미동 없이 앉아있는 키론을 쉽게 포착했다.

 그가 숨은 쉬고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설령 호흡하지 않아도 키론은 멀쩡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자는 놔두고 온 모양이지?”

 “잠깐 휴가를 줬어.”

 안락의자의 일부가 되고 싶은 것처럼 푹 파묻혀 있던 키론이 말했다. 붉은 천으로 마감된 안락의자는 엄청나게 오래되어 보였다.

 “아쉽군. 자른 줄 알았더니.”

 릴리의 말에 키론은 열기 없이 웃었다.

 “...... 서리는 어때? 잘 적응하는 것 같아?”

 “그냥 꼬맹이답게 있지. 그 여자를 찾아.”

 릴리는 못마땅한 듯 느리게 덧붙였다. 키론이 나지막이 웃었다.

 “서리는 그녀를 좋아해. 누이나 어머니처럼. 그 점이 그 애의 종족적인 욕망을 제어해주는 건 다행이지.”

 “하필이면 인간에게 정을 붙인 건지. 나라면......”

 릴리는 코웃음을 쳤다. 키론은 고개를 조금 들었다.

 “그렇게 굴지 마, 릴리. 사실은 너도 알 텐데. 누구를 좋아하게 되는지는 자기가 어쩔 수 없는 거야. 어느 순간, 어떤 점에 마음이 흔들리는지......”

 그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릴리는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키론이 손을 저었다. 그는 열린 공간 사이로 목걸이와 귀걸이를 감싼 손수건을 꺼냈다. 릴리는 콧등을 찌푸렸다.

 “짜증나는 냄새가 나는데.”

 키론은 부드럽게 닳은 마호가니 책상 위에 손수건을 놓은 뒤 그것을 펼쳤다.

 파란 모조 보석이 박힌 여성용 액세서리가 드러났다.

 그는 객관적인 태도로 말했다.

 “나에 대해서 알아. 내가 알아챌까봐 흔적을 숨기는 주술도 중첩시켰어. 매개체가 육안으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모르도록.”

 키론은 미간을 모았다.

 “가장 이상한 건, 이런 수고까지 감내했는데 별다른 걸 시도한 것 같지는 않다는 거야...... 알겠어?”

 그는 릴리를 응시했다. 릴리는 이를 드러냈다.

 “그 새끼군.”

 “확실해? 널 의심하는 게 아니라......”

 “더 말할 것도 없다. 난 그 놈이 알에서 부화했을 때 풍겼던 젖비린내도 알아.”

 키론은 피곤한 듯 얼굴을 문질렀다. 릴리는 목걸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물었다.

 “그 놈이 또 시작한 건가? 이번엔 어디서 수작을 부렸지?”

 “공윤 씨 친구.”

 릴리의 얼굴이 무시무시해졌다. 그는 으르렁거렸다.

 “그 여자가......”

 “아냐, 릴리. 공윤 씨는 아냐. 그녀는 무관해.”

 “그걸 어떻게 확신하나!”

 릴리가 일갈했다. 그의 고함에 책장에 꽂혀있던 책이 페이지마다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그녀가 내 의식을 봤어.”

 릴리는 이제 차라리 기가 막힌 것 같았다. 그는 키론의 머리를 으스러뜨리고 싶은 듯 다가갔다.

 그의 표정은 ‘네 뇌가 약간 이상해진 것 같으니 그냥 호두처럼 조각내줄까’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공윤 씨가 내 의식에 침입한 건 느꼈어. 그냥 내버려뒀지. 궁금했거든, 어떻게 나올지...... 알고 싶은 게 있기도 했고.”

 키론은 희미하게 웃었다.

 “나한테 솔직하게 말하더군. 난나가 누구냐고도 물었어.”

 그 이름을 말할 때 키론과 릴리 모두 약간 움찔했다. 이미 알고 있었던 함정 계단을 밟은 듯이.

 “그래서, 대답해줬나?”

 “그녀가 도망치지 않을 만큼만.”

 키론은 잠깐 눈을 굴리더니, 안락의자 위로 구부린 다리에 팔을 얹고는 중얼거렸다.

 “사실 지나치게 군 것 같아서, 좀 후회되기도 해......”

 릴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의 눈빛은 약간의 걱정과 반항기와 음울함이 뒤섞여 있었다.

 “난 네가 설공윤에게 뭘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키론의 입술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난 공윤 씨를 포기 못해.”

 그는 목걸이를 쥐고는 중얼거렸다. 그의 손 안에서 은빛 체인이 부서지듯이 빛났다.

 “공윤 씨는 네 시험도 통과한 걸로 아는데? 어떤 인간이 이무기에게 물렸을 때 혀를 잡아당기겠어?”

 그는 잠깐 날카롭게 웃더니 릴리를 봤다.

 “네가 공윤 씨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건 알아. 하지만 그녀가 네게 잘못을 저지른 종족의 대표주자는 아니야.”

 릴리의 눈이 번득였다. 그의 흉곽이 부풀어 오르며 위험스럽게 커졌다.

 릴리의 거대한 주먹이 금방이라도 키론을 한 대 후려갈길 것 같았으나, 정작 그는 태연했다.

 “차라리 나한테 화를 내. 공윤 씨는 내버려둬.”

 릴리는 무섭게 이를 갈았지만, 갑작스럽게 치민 분노를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그가 흥분하기 시작하자 글레이프니르가 점점 목을 조여 들었던 것이다.

 키론은 손을 뻗어 피부와 거의 틈이 없는 검은 목줄을 매만졌다.

 그의 손가락은 창문 너머로 새어드는 달빛에 의해 유령처럼 하얗게 빛났다.

 “여전히 단단하네, 그렇지?”

 릴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핏발이 선 눈으로 키론을 노려봤다.

 “릴리, 넌 아직도 완전히 인정하지 못하고 있어. 설령 네가 자초한 게 아니라고 해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넌 영원히 풀려날 수 없어...... 네 주둥이에 꽂혀있던 검과는 다른 문제지.”

 릴리는 힘겹게 심호흡을 하더니, 키론의 손을 뿌리쳤다. 그의 어깨에서 우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키론은 태연하게 중얼거렸다.

 “아야.”

 릴리는 핏대가 선 목을 문질렀다. 글레이프니르가 천천히 느슨해지고 있었다. 그는 내뱉듯 말했다.

 “네가 이렇게 굴 때 정말 재수 없어.”

 키론은 순순히 사과했다.

 “미안.”

 릴리는 잠시 한 대 더 칠까말까 갈등하는 표정이었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그는 팔짱을 꼈다.

 “어쨌든 설공윤이 이곳에서 지낸 뒤로 그런 일이 생겼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키론은 수긍했다.

 “공윤 씨의 주변인물이라는 걸 간과할 수는 없으니까. 만약 박주희 씨에게 그런 일이 생긴 게 내가 생각하는 것 때문이라면......”

 키론은 말을 끝맺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고 안락의자 안을 도로 파고들었다. 그가 흐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릴리, 내가 무서운 건 기대하게 된다는 거야. 그리고 사라지지.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릴리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책상에 놓인 램프를 켰다. 방 안에 채도가 낮은 빛이 감돌았다.

 그는 방을 나가기 전에 말했다.

 “어두컴컴하게 있지 마라. 어쨌든 넌 아직 살아 있잖아.”

 그녀와 달리.

 릴리가 삼킨 말이 뭔지는 둘 모두 알았다.

 

 
작가의 말
 

 사겨라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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