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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포르피린의 그녀
작가 : 멜로윙
작품등록일 : 2019.10.4

나는 어느 날 병원에서 '포르피린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설유리라는 소녀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포르피린증이란 병은 뱀파이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병이며, 그녀는 조금 더 특별한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낸 걸까,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 못지않게 나 또한 변해가고 있었다.

 
포르피린의 그녀_13화
작성일 : 19-10-21 00:29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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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지이이잉- 징징징- 지이이잉- 징징징-

 

  정신이 몽롱하게 각성하고 일정한 패턴의 진동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왔다.

 

  뭐지, 알람을 맞춰놓은 기억은 없는데.

 

  체내의 자동기상기능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나는, 분명 알람 따위는 설정해놓은 적이 없었다.

 

  거기다 아마 이 진동의 간격…… 전화다.

 

  월요일 아침부터 뭐야? 장난 전화나 광고 같은 거라면 응징해주겠어.

 

  그렇게 속으로 툴툴대면서 손만 뻗어 손가락을 대충 감으로 튕겨 전화를 받았다.

 

  『아, 받았다. 여보세요?』

 

  “……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에 온몸에 잠이 단번에 달아났다.

 

  재빨리 몸을 일으켜 이미 알고 있는 상대방의 정체를 확신시키기 위해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틀림없이 발신자의 이름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는 ‘유리’라고 적혀있었다.

 

  『여보세요? ……야!』

 

  “어, 여, 여보세요? 으흠!”

 

  발신자의 큰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대답했다. 그리고 자고 일어난 탓에 잠겨있는 목소리를 헛기침으로 풀었다.

 

  『전화를 받았으면 받았다는 티를 내던가 해야지, 왜 말이 없어?』

 

  “아…… 미안. 자다 일어나서.”

 

  내가 이렇게 당황한 것은 아침부터 유리에게 전화가 왔기 때문도 있지만, 더 정확히 파고들자면 이것은 그녀와의 첫 전화였다.

 

  지금까지 심심할 때나 자기 전 혹은 방문하기 전에 간단한 문자 등은 주고받았어도, 이렇게 핸드폰에 귀를 맞대고 대화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뭔가 급한 용건이라도 있는 걸까?

 

  “근데 아침부터 갑자기 전화는 왜 했어?”

 

  『모, 모닝콜 한 번 해줘 봤다! 왜! 나랑 통화하기 싫어? 그럼 끊을게~.』

 

  “자, 잠시만!”

 

  왜인지 거기서 나의 입은 뇌내 회로를 거치지 않고 멀어져가는 그녀의 목소리를 다급하게 붙잡았다.

 

  『우웅~? 왜에?』

 

  “아, 아니…… 싫다는 건 아니고…….”

 

  『와하핫! 농담이야, 농담. 좋아. 이걸로 저번 일은 봐줄게.』

 

  저번 일……? 아, 왠지 짐작이 갔다. 아마 그녀를 이불 속 애벌레로 만들었던 그때인가.

 

  완전히 걸려들었군. 아침부터 한 방 먹었다.

 

  『그래서 모닝콜은 고마워?』

 

  “응. 스스로 일어날 수 있었지만 고마워.”

 

  『뭐야, 그럼 앞으로 하지 말까? 매일 해주려고 했는데~.』

 

  “그, 그건…….”

 

  왠지 부끄러워졌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아침부터 너무 자극이 강하잖아, 이거.

 

  “알아서 해. 뭐 가끔은 괜찮을지도…….”

 

  그래도 저번보다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침대에 앉아 그녀와의 통화를 계속했다.

 

  『그보다 너 학교 괜찮아? 지금 아홉시 넘었는데.』

 

  “뭐? 아, 아홉시?!”

 

  망했다, 내 개근상!

 

  나는 다급히 귀에서 핸드폰을 떼어내고 시간을 확인했다. 당장이라도 준비하고 뛰어나가자는 기세로 두발도 이미 서 있었다.

 

  응……? 시간은 아홉시는커녕 여유를 가져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푸하하하핫! 아, 소리 완전 웃겨! 다급해져 가지…….』

 

  뚝.

 

  아, 그만 짜증이 나서 무심코 통화종료를 눌러버렸다.

 

  “하아.”

 

  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침대에 풀썩 앉았다. 긴장됐던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근데 말하는 중에 갑자기 끊는 건 조금 심했나……?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다시 진동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 화, 화났……어?』

 

  “응?”

 

  조금 이상했다. 조금 전과는 다른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목소리가 축 처져있었다. 겁을 삼켜 걱정에 메인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장난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왜 그래? 장난이었어. 미안하다.”

 

  내가 사과한 이유는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녀의 과민할 정도로 다운된 반응을 보니 사과해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아, 하하. 아냐 아냐, 미안. 옛날 생각에 그만…….』

 

  옛날 생각이라는 말부터, 떠오른 뭔가로부터 도망치듯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나는 물어도 되는 일인 걸까?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왠지 묻지 않고 넘어갈 수 없었다.

 

  “옛날…… 생각?”

 

  그래도 콕 집어서 묻는 것은 조금 아닌 것 같아, 그녀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면서 궁금하다는 것을 어필했다.

 

  『응? 아, 아냐! 몰라도 돼. 진짜 별 거 아냐.』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의 ‘별 거’는 절대로 ‘별 거’가 맞다. 그것도 상상 이상으로 본인한테 신경 쓰이는 일인 게 분명하다.

 

  그리고 여기서 그러냐는 반응으로 간단히 넘어가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십중팔구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밝히고 싶지 않은 고민거리도 결국은 말하고 싶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말해서 개운해지고 싶고, 타인에게 상담과 위로를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인간이란 생명체다. 오히려 물어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을 알지만…… 나는 그녀가 먼저 이야기하기 전에는 억지로 캐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은 거지?”

 

  『……응. ……고마워.』

 

  다행히 그녀의 마음에 자극을 주지 않고 잘 넘어간 것 같았다.

 

  이것도 유리와 계속 함께하다 보면 언젠가, 유리네 아주머니의 말씀처럼 때가 되면 알게 될 일이겠지.

 

  나는 그저 유리가 스스로 마음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 뭐가 있든지 간에 착실하게 받아드리고 이해해주자고 재차 다짐했다.

 

  그 뒤로 몇 분간 별로 중요한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시계 초침 소리가 무시될 만큼 집중해서 통화를 나누고…….

 

  『그보다 너, 이제 진짜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시간은 보니 확실히 슬슬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어, 그러네. ……이쯤에서 끊을까?”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아침밥도 다 차려진 채 식어가고 있을 것이다.

 

  『응. 나도 슬슬 피, 아니, 밥 먹을 시간이라서! 그럼 끊을게!』

 

  “으, 으응.”

 

  피 먹을 시간이구나. 그러고 보니 그녀는 수면 상태에선 피의 공급을 어떻게 하는 걸까? 그런 궁금증이 생겼지만, 알 방법은 없었다. 이미 전화는 끊어진 상태였다.

 

  조금 전 일이 꿈이 아닌가 전화 기록을 한 번 보곤, 휴대폰을 내려놓고 일어나 아침밥을 후딱 먹고 씻자는 생각으로 방문을 열었다.

 

  놀랍게도 바깥에선 엄마와 주희가 마임을 하듯 문에 귀들 대고 멈춰있었다. 그리고 훌륭하게 발각됐다. 아무래도 도청당하고 있던 모양이다.

 

  “……뭐 하세요? 둘 다.”

 

  “응? 아, 으응.”

 

  아뇨, 엄마. 뭐하시냐고 물었는데요.

 

  “오빵! 결혼하는 거야? 우우…….”

 

  아래에서는 주희의 울먹이는 시선이 그런 걱정을 싣고 날아왔다.

 

  “아니야, 그런 거.”

 

  나는 주희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

 

  “역시 얼마 전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이미 사귀기로 한 거니?”

 

  엄마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눈치로 엄지와 검지 사이에 턱을 올리며 물어왔다.

 

  “아뇨, 그냥 친구……예요.”

 

  “어머, 역시 여자는 확실하네. 근데 이성끼리 아침부터 전화로 깨우고 수다 떠는 게 보통 친한 거로 되는 건가~?”

 

  “그, 그런 거 정말 아니에요.”

 

  이어지는 엄마의 치밀한 질문에 그만 도망치듯 자리에서 회피했다.

 

  뒤에서 약을 올리듯 웃는 엄마의 소리와 여동생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고 아침밥을 삼켰다.

 

  근데 정말…… 나와 유리는 따져보자면 어느 정도까지 친해진 걸까?

  나와 그녀의 마음은 과연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거리인 걸까?

 

 

 12

 

  유리와의 통화가 향신료처럼 작용하여 평소보다는 감정이 들떠있는 채로 등교를 했다.

 

  어수선하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평소처럼 속이 차분하진 못했다.

 

  아침에 누군가, 그것도 이성이 전화로 잠을 깨워주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란한 건 갑작스러운 이변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침부터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좋았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녀가 내일도 걸어줄까? 하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반에 들어와 평소와 다른 풍경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저번 주에 자리를 바꾼 탓에 뒤쪽 라인이었던 자리가 맨 앞쪽으로 당겨졌다.

 

  이래선 수업시간에 적잖은 눈치를 보여 자야 할 것이다.

 

  당연하지만 자리가 변한 건 나뿐만이 아니다. 바로 뒷자리였던 진하영은 꽤 먼 자리에 배치되었다.

 

  자리를 바꾼 요일은 금요일. 오늘 진하영과의 아침 인사는 과연 어떻게 될까. 그런 무거운 걱정이 생겨났다.

 

  그러면서 문득 뒷문을 봤을 때, 하늘의 장난일까, 등교하는 진하영과 눈이 마주쳤다.

 

  1초……. 인식했을 땐 이미 끝나있던 1초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분명히 시선이 이어졌지만, 진하영은 못 본 척 눈을 돌리고 자신의 자리로 묵묵히 걸어갔다.

 

  나도 앞을 보았다. 나와는 다른 진하영에게는 역시 날아오는 인사가 많이 들렸다.

 

  평소 그녀는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니며 사교에 충실했고, 남자들 사이에서도 외모가 고평가되기에 인기도 많은 것은 당연했다.

 

  그런 모자랄 것 없는 그녀가 어째서 내게 살갑게 대했던 것일까? 그렇게 가까운 사이인 것처럼 접근할 이유가 있었을까?

 

  새삼 그렇게 생각하니 지난 2년간 진하영은 어떤 이성보다도, 어쩌면 강지석보다도 내게 말을 많이 걸었던 것 같았다.

 

  내가 먼저 걸지 않아도 언제나 말을 건네주었고, 혼자 있을 때면 어느새 옆에 와있었다.

 

  내게 왜?

 

  그런 의문과 동시에,

 

  이젠 왜?

 

  라는 의문이 겹쳐서 생겨났다.

 

  하지만 나는 후자의 해답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온전히 내 잘못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사과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나에 대해 어떤 마음이 있었건 전부 정리를 끝마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그녀에게 접근해버린다면 정리가 끝난 마음을 헤집어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이게 잘된 일일 것이다.

 

  그녀가 지금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나도 적당한 거리에서 그녀를 마주한다면, 그녀가 지금까지처럼 나로 인해 상처를 입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표정을 짓는 일도 다시는 없을 테지.

 

  그러니 이게 맞다.

 

  그렇게 진하영을 억지로 해석하고 스스로 합리화시켰다는 것을, 그날의 난 인식하지 못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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