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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6
작성일 : 19-10-20 19:41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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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커덩. 마차가 멈춰섰다. 목적지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문이 열리고 복면을 쓴 남자가 꾸벅 인사했다. 이안은 그의 인사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매화 또한 그를 따라 내리며 집을 살펴봤다. 전체적으로 다 낡아빠진 집이었다. 삼층으로 구성되어있는 집을 빤히 쳐다보다 그를 따라갔다. 복면을 쓴 남자와 잠시 시선이 마주쳤지만 바로 얼굴을 돌렸다.

 

 "오셨습니까, 전하."

 

  안으로 들어오자 식탁과 부엌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여성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우아하게 웃고 있었다. 은은한 백금발을 뒤로 넘기는 그녀를 보며 이안이 말했다.

 

 "백하. 아픈데 어찌 나와있나."

 "전하가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 또한 그녀를 보고 싶었어서 이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백하가 천천히 이안 뒤에 서있던 매화에게로 시선을 꽂았다. 우직하게 다문 입, 빛나는 동공, 아름다운 얼굴과 우아한 몸짓. 백하는 그녀를 빤히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군요. 그녀에요. 보고 싶었습니다, 나이야님."

 "…어떻게 저를 아십니까?"

 "제가 예언가, 모백하입니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알린 예언가. 분명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살아있는 예언가. 매화는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을 만났다는 사실에 상당히 기뻐하고 있었다. 왜? 자신의 고국을 찾을 수 있어서인가.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나이야님을 제가 감히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너무도 기대했답니다."

 "어째서요? 왜 기대한 거죠?"

 "…글쎄요. 항상 제 꿈 속에 보이는 얼굴이라 그런가 봅니다."

 

  꿈? 뜬끔없는 꿈 이야기에 매화는 황당하다는 듯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녀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매화를 바라볼 뿐이었다. 겨우 살아남은 예언가의 딸. 그리고 자신의 아비의 전적을 밟아 예언가가 된 그녀. 백하는 자신의 꿈 속에서 날개를 펼친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항상 매일같이 자신의 꿈 속에 찾아왔었다. 백하는 환하게 웃었다. 보고 싶었다. 정말, 보고 싶었다.

 

 "백하야, 왜 나와있어?"

 "나리야, 드디어 왔단다."

 "뭐?"

 

  그때 쿵쾅쿵쾅 계단을 내려오며 거친 붉은 머리의 여성이 백하에게 다가왔다. 또 누구야. 매화가 경계를 하며 위 아래로 내려볼 때, 그녀는 시선따위 신경쓰지 않고 백하만을 걱정했다. 그런데 백하가 웃으며 그들을 가리켰고, 고개를 돌린 그녀가 입을 떡 벌렸다.

 

 "저, 전하!!"

 "오랜만이다, 서나리."

 "세상에, 세상에!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뒤에 있는 분이?"

 "그래. 나이야족."

 "만나서 반갑습니다! 윤서나리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매화는 두 여성의 열렬한 환영이 떨떠름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내게 관심을 보이는 거야. 예언을 들어서 그렇다고 하기엔 느껴지는 환영의 기운이 이상했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라도 만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반응에 하문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혹시라도 차가운 반응이 날아와 매화에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닐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하, 웅이와 같이 온 게 아닙니까?"

 "그는 주위를 살펴 보고 있어. 왕모는?"

 "자고 있는데 깨워오겠습니다!"

 

  서나리는 그렇게 말하며 바로 계단을 쿵쾅쿵쾅 올랐다. 힘도 좋네. 백하의 맞은 편에 앉으며 매화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백하는 벌떡 일어나 부엌 쪽으로 향했다.

 

 "백하, 앉아있어. 왕모가 내려오면 그에게 시킬 것이다."

 "하지만…."

 "몸도 아픈 사람이 무리해서는 안돼."

 "…알겠습니다."

 

  백하의 얼굴은 정말 아픈 사람처럼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이따금씩 기침도 내뱉었다. 병이 있는 자였나. 설마 하니 전염병은 아니겠지. 하기야 전염병이라면 이런 반응일 리 없었다. 그녀는 근본적으로 몸이 약해보였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넘어졌는지 쿠당탕하는 소리까지 들려와 매화를 당혹시켰다. 발소리는 곧 그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수염이 잔뜩 난 남자가 헉헉 숨을 내뱉으며 매화를 빤히 쳐다봤다.

 

 "이 분입니까?"

 "그래."

 "우아악! 진짜 있었단 말입니까? 와씨, 진짜 말도 안돼."

 "너는 지금 그럼 백하가 틀렸다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귀신 만난 기분이잖아."

 

  나이야족은 모두 멸족했다. 그런데 여자가 나타났고, 나이야족이 살아있다고 말한다. 그 자체가 이미 귀신을 만난 기분이었다. 왕모는 소름이 끼치는지 팔을 벅벅 긁었다.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던 서나리가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으이구, 한심아! 버럭 소리 지르는 건 덤이었다.

 

 "이쪽은 나이야족의 설매화, 이쪽은 그의 오라버니인 설하문이라네."

 "오라버니요? 혹시 두 명?!"

 "아, 아닙니다. 저는 인간이에요. 하지만 매화의 오라버니이기도 합니다."

 "아, 아? 네?"

 

  그는 그 말이 이해가 안 되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딱히 이해시킬 생각 이 없는지 하문은 입을 꽉 다물었다.

 

 "그녀는 입양되었다. 지방 귀족인 설 가문에."

 "아, 그런 거였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좀 무식해서."

 "아닙니다."

 

  하문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매화는 그의 표정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과 별로 맞지 않는 자를 만났을 때의 반응이다. 어쩐지 웃음이 톡 튀어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나이야족이 맞습니까?"

 "어떤 의미로 말씀하신 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나이야족은 잎색을 담은 눈에 나무를 닮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연과 가장 닮아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매화의 옅은 붉은 머리와 검은색 눈동자는 흔하디 흔한 것이었다. 실제 나이야족 머리는 누구보다 남달랐다. 그들은 나무의 겉껍질과 속살을 닮은 머리카락과 나뭇잎의 생기를 닮은 듯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매화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왕모는 두리번거리며 그녀를 살폈다.

 

 "제가 그래서 나이야족으로 걸리지 않은 겁니다."

 

  매화는 그의 반응이 충분히 이해 갔다. 매화는 오히려 평범한 사람 같았던 자신의 겉모습에 나이야족이라고 확신한 이안이 이상할 정도였었다. 매화는 자신이 차고 있는 팔찌를 풀었다. 그러자 번쩍 빛이 나며 그녀의 외관이 바뀌었다.

  눈발을 담은 새하얀 머리카락, 붉은 피를 닮은 눈동자에 왕모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튀어나올 정도로 커진 눈은 그만 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뒤에 서있던 서나리도 따라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저는 유일하게 그들과 다른 모습인 나이야거든요."

 "매화야."

 "제 이름과 닮았죠? 제 모습."

 

  눈 속에 피어난 붉은 매화. 이름이 딱 자신의 모습과 같았다. 다들 말없이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는 증명이 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한 매화가 슬그머니 겉옷을 벗어냈다.

 

 "매화야?"

 "아무래도 이것만으로는 정말 증명할 수 없겠죠. 하지만 다들 아시겠죠."

 

  날개가 달린 인간은 유일무이하게 나이야족 뿐이라는 걸.

  그녀의 옷이 찢기며 등 뒤로 날개가 돋았다. 머리와 닮은, 눈과 닮은 새하얀 날개였다.

 

 "이제 아시겠죠?"

 "……."

 "제가 나이야족이라는 걸."

 

  어떤 무엇보다 찬란한 하얀 날개였다.

 

 "그렇네요."

 

  백하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홀린 듯이 팔랑거리는 하얀 날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날개에서 깃털 하나가 살랑살랑 떨어졌다. 그녀는 그걸 손으로 받아내며 씩 웃었다.

 

 "구원의 날개로군요. 매화님과 어울리는 예쁜 색입니다."

 

  백하가 깃털을 꼭 손에 쥐며 말했다. 매화는 그 말에 눈을 깜빡이다 미소지었다.

 

 

 *

 

 

  그녀를 의심하는 눈길은 사라졌다. 왕모는 자신의 의심에 매화에게 미안하다고 인사했다. 매화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저라도 의심했을 터였다. 한 번쯤 짚고 넘어가는 일은 중요했다. 특히 이렇게 아무도 못 믿는 상황으로 몰린다면 말이다.

  먼 길을 달려와 고생했다며 서나리와 백하는 음식 만들기에 급급했다. 딱히 그런 후대를 받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그녀들은 꿋꿋이 만들었다. 천대만 받지 않기를 바랐는데, 후대라니. 참 이상했다.

  이 곳은 을련국 수도 연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등불 밑이 어둡다고, 딱 그짝이었다. 반란을 도모하는 자들이 수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있다. 들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애초에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매화는 온갖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렇게 복잡한 생각을 할 때면 잊기 위해 뭐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다 됐어요!"

 "나리가 요리를 잘 해서 맛있을 거예요."

 "어머, 아니야. 백하가 더 잘 하면서."

 

  그들은 사이 좋은 친구였다. 서로를 칭찬하며 음식과 그릇들을 내왔다. 어쩐지 조금 부러워지는 기분이었다. 매화는 피식 웃으며 음식을 바라봤다.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음식. 그래, 잠시간은 이 행복을 누려도 될 것이다.

 

 "잘 먹겠습니다!"

 "이 자식이 한 것도 없으면서 처먹기만 하려고!"

 "아! 아! 때리지 마, 서나리!!"

 "넌 맞아야 해. 몸 안 좋은 백하마저 돕고 있었는데!"

 

  이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제게 음식이 담긴 그릇을 내미는 오라비를 슬쩍 보며 매화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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