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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포르피린의 그녀
작가 : 멜로윙
작품등록일 : 2019.10.4

나는 어느 날 병원에서 '포르피린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설유리라는 소녀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포르피린증이란 병은 뱀파이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병이며, 그녀는 조금 더 특별한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낸 걸까,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 못지않게 나 또한 변해가고 있었다.

 
포르피린의 그녀_12화
작성일 : 19-10-20 09:11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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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주머니의 저세상 텐션에 기운이 다 빨린 채로 카페를 나왔다.

 

  정말 텐션이 유별나게 높으신 분이셨다. 그런 사람의 농담에 시달리다 보니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안심되기도 했다. 유리가 저런 좋은 분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것에 말이다.

 

  또, 아침드라마처럼 ‘저희 딸과 그만 만나주세요’라는 주제의 대화가 아니었음에 다시 한번 안도감을 느낀 후 나는 유리에게로 향했다.

 

  다코야키, 다 먹었으려나?

 

  그런 아무래도 상관없는 걱정을 하면서 유리의 환자실을 두 번 노크했다.

 

  “…….”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입장 허가가 떨어졌을 터.

 

  어쩌면 유리가 작게 대답한 탓에 내 쪽에서 못 들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때, 안에서 작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문에 귀를 근접하게 대고 집중해보았다.

 

  TV 소리……인가? 유리 목소리가 아닌 건 확실하고.

 

  안에서는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노이즈 섞인 목소리가 미약하게 들렸다.

 

  무언가 집중해서 보고 있는 걸까?

 

  음…… 왠지 속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장난기란 풍선이 부풀었다.

 

  평소라면 다시 노크해서 확실하게 알리고 들어간다는 선택지를 고르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유리네 아주머니께 전염이라도 된 걸까. 전염이라는 표현은 조금 실례가 되는 것 같았지만, 그 병적으로 높은 텐션이 옮았다면 그것을 전염 외에는 딱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근데 우리가 과연 이 정도 장난을 쳐도 될 정도로 친한 사이였던가? 같은 거북한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 봐왔던 유리는 이 정도는 아마 허락해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 샘솟았다.

 

  나는 유리의 반응을 다소 기대하면서, 창가 쪽까지 소리가 닿지 않게 슬며시 문을 열었다.

 

  뭐, 노크는 분명히 했었고.

 

  그런 식으로 분명히 이기적인 자기합리화를 마친 나는 안으로 들어가 등 뒤로 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여전히 인공적인 불빛을 의지하는 내부와 태양 빛을 차단하기 위해 커튼으로 굳게 봉인된 창문, 그리고 항상 있는 침대 위에 등을 보이고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유리가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살금살금 다가가며, 왠지 첩보 영화의 스파이 역할이라도 맡은 기분이라 오글거림이 올라왔다.

 

  유리의 머리가 살짝 아래로 향한 것을 보아 아마 휴대폰에서 뭔가를 집중해서 보고 있다고 예상이 갔다. 그녀에게만 정확히 전달되도록 적당히 조절 돼서 들리는 소리가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여기서 내 머릿속엔 몇 가지 걱정이 뒤늦게 풀어졌다.

 

  만약 유리의 반응이 싸늘하면 어떡하지?

 

  정말 보이기 싫었던 것을 내가 멋대로 봐버리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제 와서 불러봤자 그녀가 놀라는 것은 변함없다. 난 이미 몰래 그녀의 공간에 침입한 상태고, 뭘 하던 엿들었단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번복할 수 없다. 알 수 없는 배덕감이 부풀었지만, 동시에 그녀가 어떤 것을 저렇게 집중해서 보고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도 함께 부풀었다.

 

  들킬까봐 아찔하면서도 묘한 기대가 됐다. 이 느낌이 아마 장난치는 것에 중독된 사람들이 즐기는 감각일까?

 

  나는 유리의 주위까지 잠자리를 잡듯 발걸음 소리와 호흡 소리를 죽이고 걸어 나갔다. 그녀에게 가까워질수록 조마조마함이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목표 거리까지 도달에 성공한 나는, 유리의 어깨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무엇을 보고 있나 확인할 수 있었다.

 

  “오오…….”

 

  유리의 감탄사와 함께 재생되고 있는 영상은 어느 한 영화의 예고편 같았다.

 

  결국 목적에 달성했지만 기대했던 성취감보단 허탈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장난은 발각되어야만 성립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걸려서 상대방의 반응을 보는 것이 재밌는 거지, 이렇게 되어버리면 그저 단순한 염탐에 불과하다.

 

  장난치기도 어려운 거구나 하고 나는 염탐이 아닌 장난으로 만들기 위한 한숨을 내쉬었다.

 

  “으어우아아! 뭐뭐뭐, 뭐야?!”

 

  드디어 내 존재를 인식한 유리는 휴대폰을 갑자기 쥔 뜨거운 군고구마처럼 손 위로 튕기며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냈다. 옆방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소리였다. ……방음 잘 되어있겠지?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놀라는 소리에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된 느낌이었다.

 

  “미안. 노크했었는데, 못 들었어?”

 

  “이, 이, 이 나쁜 놈아! 다시 노크하든가 했어야지! 물어버릴 뻔했잖아! 인기척은 왜 숨긴 거야?!”

 

  유리는 그렇게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발개진 얼굴로 볼을 잔뜩 부풀렸다. 솔직히 말해 지나치게 귀여웠다. 이것이 장난의 묘미구나 하고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보다 보통 ‘심장이 떨어질 뻔했잖아!’ 정도가 아닌가? 분명 ‘물어버릴 뻔했잖아!’라고 한 것 같은데, 물어버리는 거구나.

 

  “미안, 앞으론 물릴 짓 안 할게.”

 

  실제로 물려본 적이 있던 나는 앞으론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치. 그렇다고 아예 하지 말란 건 아니고…….”

 

  그 말을 듣자 가슴이 조금 따듯해졌다. 아마 인간과 인간 사이가 어느 문턱에 도달하면 느껴지는 감정인 것 같았다. 서술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런 감정.

 

  다행히 첫 장난이 싸늘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 근데 엄마가 무슨 얘기 했어? 이상한 거 알려준 거 아니지?”

 

  그녀가 갑자기 생각났다! 같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아마 자신의 부끄러운 정보가 몰래 새어나갔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보였지만, 다행히도 아주머니와 나눈 이야기는 결코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알게 된 정보는 그녀를 생각하는 아주머니의 마음뿐이었다. 그 정도는 이미 그녀도 알고 있을 터, 그러니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응, 뭐…… 딱히 별 얘긴 안 했어. 그냥, 좋은 분이시더라.”

 

  그녀는 휴우, 하고 안심한 표정으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대체 무엇을 그렇게 걱정했던 걸까. 뭐, 물어본다고 알려줄 거였으면 저렇게 걱정하지도 않았겠지만.

 

  “그보다 아까 보고 있던 건 뭐야?”

 

  나는 대화의 방향을 틀어, 조금 전 그녀가 화면에 들어갈 정도로 집중해서 보고 있던 것에 대해 물었다.

 

  “아, 이거 최근 절찬 상영작인데, 몰라?”

 

  그녀가 핸드폰 화면을 이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응.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라. 영화보단 책을 많이 읽거든.”

 

  뭐, 요즘은 왠지 책 읽는 시간도 많이 줄었지만.

 

  “이거 ‘뱀파이어 공주’라는 영화인데, 봐 봐. 여기.”

 

  그녀가 자신의 휴대폰을 내게 들이밀며 건넸다. 나라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들키지 않기 위해 핸드폰을 넘기는 데에는 큰 주의를 기울일 텐데, 그녀는 서슴없이 넘겨주었다.

 

  뭐, 딱히 그녀의 은밀한 검색기록 같은 걸 캐볼 생각은 없지만. 나는 휴대폰을 받아 영상보단 영화의 설명을 보았다.

 

  영화는 이번이 세 번째 속편이었으며, 아마 이번 편에서 결말이 나는 것 같았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뱀파이어가 되어버려 처형당할 위기의 공주를 왕자가 구해내고, 왕국의 모든 사람에게 공주가 안전한 것을 증명해 지켜내는 데에 성공한다. 여기까지 1편.

 

  하지만 여전히 공주가 인간이 아니라는 점 하나만으로 존재를 부정하는 단체가 공주를 납치하고, 왕자는 이를 한 번 더 구해내는 데 성공한다. 여기까지가 2편이고…….

 

  3편의 스토리는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가던 공주가 어느 날 이성을 잃게 되고 피를 갈망하게 된다. 그로 인해 백성들의 시위가 일어나고, 결국 왕국도 개입하며 왕자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눈물겨운 스토리…….

 

  나는 유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이 영화가 보고 싶은 걸까? 아마 그렇다면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1, 2편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것 같았다. 하지만 3편의 스토리는 눈물겹다는 부분을 보았을 때 분명한 새드엔딩이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공주라…….

 

  아마 그녀도 이 영화의 공주가 자신과 닮아있다는 자각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의 끝을, 자신과 닮은 공주의 끝을 보는 것이 두렵지 않은 걸까?

 

  하지만 그녀도 궁금할 것이다. 자신과 닮은 사람이기에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보고 싶은 거다.

 

  그것을 그녀가 본다 하여도 나는 결코 막을 자격이 없다.

 

  “뭐…… 재밌겠네.”

 

  “그치그치! 나 원래 이런 풍 영화 되게 좋아하거든~.”

 

  유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공감해주자 들뜬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이 영화 보러 가려고?”

 

  “응. 볼 건데 같이 봐줄 사람이 없네~. 엄마도 이모도 일로 바쁘신데, 이러다 혼자서 쓸쓸하게 영화 보겠어~.”

 

  그녀는 마지막 문장을 특별히 크게 말하곤 무언가를 어필하듯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예전의 나라면 ‘영화는 혼자서 봐도 딱히 문제없잖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 눈빛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또한, 그녀와 함께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당연하단 듯이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월요일하고 화요일은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시간이 안 되는데, 혹시 수요일에 시간 있어?”

 

  그녀가 바라는 말을 아는 나는 괜히 끌지 않고 원하는 태도를 취해주었다. 약속은 매번 내가 권하는 것 같았다.

 

  “음~ 그러게~? 없던 것 같기도 하고, 있던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왜~?”

 

  일부러 놀리듯 넘실거리는 그 말투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마 나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속셈이겠지.

 

  “없으면 됐어.”

 

  나는 딱 잘라 그렇게 말했다.

 

  “응? 아, 아냐! 시간 있을걸? 트, 특별히 같이 영화 봐줄게!”

 

  그녀는 다급해져선 그렇게 말했지만 대단하게도 끝까지 우쭐대는 모습을 보였다. 그보다,

 

  “그래. 근데 영화 보자는 말은 없었는데?”

 

  “앗……! 이, 있었어!”

 

  유리는 극도로 당황한 표정이 되어 새빨개진 얼굴을 숨기기라도 하듯 이불속으로 숨었다.

 

  나는 내심 이겼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근데 다코야키, 절반보다 한 개 더 먹었구나.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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